한국의 헤리티지를 담은 리빙 브랜드 ‘헤리터’를 이끄는 전주홍은 끊임없는 탐색을 통해 웰니스적 삶의 경험을 축적하고 제안한다.
트러스 개러지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트러스 커뮤니티’의 공간. 프로젝트 구상을 위한 회의 공간으로 활용하거나 트러스 커뮤니티에서 주최하는 여러 세션의 거점이 되기도 한다. 작은 소품부터 전반적인 공간의 구성까지, 이 공간의 디렉팅은 헤리터의 전주홍이 도맡았다.
랩도쿠의 대표 브랜드 헤리터는 한국 장인의 기술력을 현대적 디자인으로 풀어낸다. 그 시작은 어디였나?
가장 오래된 취미인 다큐멘터리 시청 중 답을 얻었다. 칼 만드는 장인이 칼을 두드리는 장면을 보자마자 ‘장인’이라는 키워드를 브랜드 코어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프랑스의 아르티장인 에르메스나 루이 비통은 그 전통이 오래됨과 동시에 트렌디하지만, 한국의 아르티장은 비교적 눈에 띄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한국 장인의 뛰어난 기술력을 완성도 높은 형태의 디자인에 입히면 시너지가 날 거라고 확신했다.
한국의 헤리티지에 주목한 이유는?
2016년, 동물의 뼈를 모티프로 한 디자인 소품을 만드는 파우스트 아틀리에를 운영한 경험이 도움을 줬다. 그 당시 포르나세티와 아스티에 드 빌라트 같은 유럽 리빙 브랜드를 보며 서구적인 디자인을 지향했다. 하지만 2018년 방문한 <메종 & 오브제>에서 다양한 나라의 브랜드를 접하고 바이어의 반응을 살피며 한국적인 브랜드의 필요성을 느꼈다. ‘우리가 잘 아는 걸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함께한 오동진과 안덕환, 오랜 친구인 서동준까지 네 명이 뜻을 모아 랩도쿠를 설립하고 지금의 헤리터를 꾸렸다.
최근 여러 글로벌 브랜드는 그만의 F&B 공간을 열며 라이프스타일까지 영역을 확장하는데, 헤리터 역시 카페 헤리터를 운영 중이다.
글로벌 브랜드의 움직임에 한국 리빙 시장도 발맞춰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리빙 제품은 직접 사용해볼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F&B 공간이 반드시 필요했다. 카페 메뉴 모두 헤리터의 제품에 담겨 나오고, 커피 맛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해 연구차 일본 카페 투어도 다녀왔다.
지금까지 전개해온 브랜드가 모두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한다. 브랜드가 삶에 도움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만족스러운 삶을 유지하기 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 라이프스타일 제품은 날마다 보고 만지기 때문에 하나의 제품이 기능적 만족감과 심미적 만족감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헤리터의 제품이 기능을 최우선으로 여김과 동시에 아름다운 디자인을 추구하는 이유다. 예뻐도 기능이 좋지 않으면 사용하지 않고, 기능이 좋아도 아름답지 않으면 구매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삶과 밀접할수록 두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전주홍의 삶과 가장 밀접한 것은 무엇인가?
일이 곧 삶이다. 헤리터뿐 아니라 그간 만들어온 대부분의 브랜드에 나의 경험이 반영되어 있기에 일과 삶의 경계가 모호하다. 3~4년 전만 해도 그 둘을 분리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여행을 하거나 취미 생활을 할 때 일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배제하니 오히려 불안감만 커졌고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 둘을 아예 합치기로 했다.
일과 삶이 하나 된 일상은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하다.
확실한 건 집에서 쉬지 않는다. 1년 내내 일정이 가득 차 있고, 매일 오전 7시에 일어나서 그 일정에 따라 빈틈없이 정확하게 움직이는 편이다. 해외 스케줄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다만, 일요일 하루는 온전히 비우려고 노력한다.
재충전이 필요한 시기가 찾아오면 어떻게 대처하나?
날짜를 미리 정해놓고 계획적으로 재충전하기보다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 확실하게 쉴 시간을 확보하는 편이다. 캠핑, 백패킹, 스쿠버다이빙 등 취미가 많은데 전부 굉장한 집중력을 요한다. 일 생각 안 하고 온전히 그 일에만 집중하도록, 진짜 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취미만 가지고 있다. 모아놓고 보면 탐험에 꼭 필요한 스킬이다. 틈틈이 뉴토피아 프로덕션이 제작한 <웰컴 투 어스(Welcome to Earth)> 같은 탐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내가 직접 탐험하는 공상을 하기도 한다.
카페 헤리터
장인의 기술력과현대적 디자인이 결 합된 리빙 브랜드 헤리 터의 카페 제품 은 물론, 깊은 맛의 커 피와 특색 있는 디저 트를 만날 수 있다.
많은 취미 중 최근 푹 빠진 취미는 무엇인가?
스쿠버다이빙. 울릉도 백패킹에서 우연히 만난 프리다이버 덕에 프리다이빙을 접했다. 아무런 지형지물 없는 블루워터에서 줄 하나에 의존해야 하는데,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은 전부 잊고 다이빙 하나에만 몰두하는 게 너무 좋았다. 명상 같았다. 자격증을 땄고, 바닷속을 탐험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 스쿠버다이빙으로 방향을 굳혔다.
취미 외에 웰니스적 삶을 실천하려고 지키는 일상에서의 루틴도 있나?
레몬 착즙 주스를 챙겨 마신 지 6주 차에 접어들었다. 최고의 럭셔리는 웰니스라는 트러스 커뮤니티의 크루 중 한 명에게 영향을 받았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레몬, 셀러리, 비트, 생강, 케일, 당근을 갈아 마신다. 30분간 소일거리를 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명상을 하는 기분이다. 주변에서 혈색이 좋아졌다는 얘기도 종종 듣고, 자연스레 술도 덜 마시는 짜릿한 플라세보 효과를 맛봤다.
러닝, 백패킹, 트레킹, 요가 등 건강한 움직임을 다양한 활동으로 풀어내는 트러스 커뮤니티의 공간인 트러스 개러지를 본인의 소장품으로 직접 꾸몄다. 트러스 커뮤니티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아웃도어에 관심이 많고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을 모아 크루를 만들려고 한 박재현 대표의 초대로 합류했다. 총 6명의 디렉터로 이뤄졌고, 서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고받는다. 각자의 필요에 따라 움직이는데, 나는 백패킹 크루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공간 디렉팅이나 행사, 이벤트 디렉팅에 도움을 준다. 하반기 계획 중인 트러스 커뮤니티의 웰니스 행사에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
트러스 커뮤니티가 지향하는 ‘건강한 삶’과 본인의 삶이 맞닿은 지점은?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내게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어렵지 않게 채울 수 있다는 걸 알리는 역할을 트러스 커뮤니티가 하고 있다. 나의 경우, 브랜드의 대표자로서 육체적인 부분보다 정신적인 부분이 더 중요하다 느꼈고, 스스로 내려놓을 시간을 주는 것에서 시작해 멘털 케어를 열심히 했다. 그래서인지 고통의 역치값이 많이 높아졌다. 웬만한 사업적 고통은 다 견딜 정도다. 정신이 건강하다는 건 결국 하나의 거대한 웰니스가 아닐까.
웰니스적인 삶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자기 자신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지금 내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명확히 알아야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릴 수 있다.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 중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브랜드의 입장과 개인의 입장에서 각각 말해본다면?
헤리터의 새로운 제품이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제품 개발에만 꼬박 3년이 걸렸다. 생산성과 사용성, 판매까지 모든 걸 고려한 제품을 디자인하는 일은 정말 어려웠다. 오동진 디자인 이사에게 정말 고맙고, 성공적인 출시를 마쳤으면 한다. 개인적으로는 스쿠버다이빙 강사 자격증을 꼭 따고 싶다.
- 포토그래퍼
- 오은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