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콰이어트 아웃도어’의 시대

2024.10.05최정윤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고 본질에 주력한 아웃도어 시대가 도래했다.

마치 아웃도어 브랜드의 옷이 얼마나 뛰어난지 입증하는 것처럼 이따금 등산로를 방불케 하는 거리를 목격한 적이 있다.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소재에 자유로운 움직임까지 보장하니 일상에서 등산복을 입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웠다. 한때 어두운 산행에도 존재감을 발휘하라고 채색한 네온 컬러가 대유행했고, 어글리하지만 전문 산악인처럼 폼 나는 고프코어는 멋쟁이를 선도했다. 그리고 올해 초부터 ‘조용한 럭셔리’의 입소문을 타고 ‘콰이어트 아웃도어’ 관련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오다가 2024 F/W 시즌 내로라하는 아웃도어 브랜드는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다들 옷을 ‘조용히’ 갈아입었다.
디자이너는 번쩍이는 로고를 앞세우지 않고 기능에 충실한 옷을 만들기 위해 내실에 집중한다. 무엇보다 자연과 동화되는 색감은 질리지 않고 오래 즐길 수 있기에,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이제 ‘콰이어트 아웃도어’를 유행 또는 트렌드라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지속가능한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마음에 새겨야 할 개념이라고 하자. 새 시즌 ‘콰이어트 아웃도어’ 스타일을 제시한 주요 브랜드를 모았다.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고 얼마나 멋진 스타일링이 가능한지 살펴보길 바란다.

1 ‘가먼트 다잉’ 기법으로 물, 염료를 절약한 데님 아노락과 조거 팬츠. 2 공정 과정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하나의 원단으로 만든 아우터.

01 SUSTAINABLE FOR EVERYONE

구불구불한 능선, 켜켜이 쌓인 나뭇가지, 나무줄기를 타고 오르는 세포들의 에너지 등 나우의 새 컬렉션은 자연에서 포착한 선에서 영감 받았다. 소재도 환경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연구했는데, 리사이클 나일론과 오가닉 코튼을 사용한 다운 재킷, 공정무역을 거친 BCI 코튼을 워싱한 데님 아노락, 재고 의류를 업사이클링한 백이 대표적이다.

02 LOVE FROM MINIMAL

몽클레르×러브프롬은 판초와 파카, 필드 재킷을 결합해 새로운 스타일의 아우터를 선보였다. 부드러운 색과 대조되는 매트한 질감, 실용적인 형태는 ‘태슬란’ 공기 압축 공정을 거친 재활용 나일론 소재 덕분이다. 이렇게 개발한 염색 섬유는 평소보다 큰 직조기로 제조해 절개가 없고 미니멀한 ‘심리스’ 디자인을 완성한다.


3 친환경 원사로 생산한 니 삭스. 4 휴대가 용이한 경량 나일론 소재의 재킷. 5 재생 플라스틱을 함유한 ‘모션 트레일’ 슈즈 라인.

03 URBAN HIKING

강인함과 연약함의 상호작용을 골똘히 탐구해 새 컬렉션으로 풀어낸 로아 하이킹. 공학적인 하이테크 원단은 코티지한 니트와 매치하고, 카무플라주나 기하학적인 패턴일지라도 스타일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색감에 신경 썼다. 브랜드 시그너처인 하이브리드 부츠는 레더 워킹 그룹(LWG)에서 공급받아 생산공정 전반에 걸쳐 환경 영향을 최소화했다.

04 NO ORDINARY HIKER

시에라디자인의 제품 곳곳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트레킹 명소인 하프돔(Half Dome)을 모티프로 한 절개와 배색이 적용돼 있다. 이번에는 트레킹 정신을 일상에서 느끼도록 모노톤 데일리 룩을 제안한다. 가벼운 하이킹은 문제없을 경량 나일론 원단으로 ‘피치 가공’을 통한 자연스러운 주름이 빈티지한 감성을 자아낸다.

05 PERFECT MOTION

팀버랜드는 도심에서 트레일까지의 모험을 위해 ‘모션 액세스’ 라인을 고안했다. 슈즈부터 어패럴 라인까지 모든 야외 활동에 완벽히 적응하도록 소재와 디테일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가볍고 얇은 다운 라이트웨이트 재킷, 하이킹용 팬츠와 트레일 타이츠, 땀 흡수력이 높은 티셔츠 등 컬렉션의 상당 부분이 리사이클 성분을 포함한 점 역시 눈길을 끈다.


06 FOR TRAIL RUNNERS

빠르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추구하는 트레일 러너라면 짙은 모노크롬 스타일로 에지를 가미한 하이드로겐 2024 F/W 라인을 살펴보길. 특히 이탈리아 돌로미티 산맥을 연상케 하는 그래픽 패턴은 지루하지 않은 스타일을 꾸민다. 추운 날씨에 대비한 경량 다운 아이템도 마련했는데, 윤리적인 방법으로 동물의 털을 채취하고 생산한 ‘책임 있는 다운(RDS)’ 인증을 획득한 제품이다.

07 COLD WEATHER READY

호카는 설산에서 마주한 산토끼처럼 마음이 따스해지는 ‘카하 프로스트’ 라인을 선보인다. 퀼팅 어퍼에 포근한 단열재를 가득 채우고 착용자가 신고 벗기 편하도록 신축성 있는 플리스 소재 칼라와 ‘퀵 토글 레이스’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 밖에 수분 관리 기능을 탑재한 아웃트레일 셔츠 재킷과 최소한의 무게로 최적의 보온을 제공하는 다운 베스트 등 어패럴 라인도 탄탄하다. 

08 SUITABLE FOR ALL WEATHER 

어떤 날씨, 어떤 지형도 두렵지 않을 부츠를 만들기 위해 지방시는 미국 헤리티지 신발 브랜드 보그스와 의기투합했다. 기능성 네오프렌 안감을 가황 고무로 층층이 덧대는 특별한 기술로 제작한 아웃도어 부츠는 전문 등산 장비에서 착안했다. 미묘한 표면 처리로 텍스처와 마감에 변화를 줬으며 무엇보다 가벼움, 편안함, 내구성에 중점을 둔다.

09 BE BRAVE! WIND CHASER

변화무쌍한 날씨에 대비해 제품 수명이 긴 고어텍스 ‘윈드체이서’ 라인을 선보이는 코오롱 스포츠. 이번 시즌에는 여성을 위한 크롭트 디자인을 새롭게 추가했다. 한편 코오롱 스포츠는 패션이 이롭게 순환되도록 ‘리-내추럴’ 시스템으로 완전히 바꾼다. ESG 배송, 수선 서비스, 동식물 보호 프로젝트 등 자연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지속가능한 모험 속으로 떠나볼 때다.


10 듀얼 지퍼 환기 시스템을 탑재한 고어텍스 셸 재킷. 11,12 동물 복지를 책임지는 ‘RDS 인증’ 다운으로 채운 점퍼. 13 견고한 소프트셸 소재의 트레킹 라인.

10 FUNCTIONAL BEAUTY

고도의 기능성을 지녔다면 절제된 디자인만으로 아름답고 우아한 레저 룩을 연출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스포츠용품박람회인 <이스포(ISPO) 어워드>에서 수차례 수상한 전력이 있는 데상트의 하이엔드 테크웨어 ‘얼터레인’도 그렇다. 브랜드의 독자적인 듀얼 지퍼 환기 시스템이 불필요한 열과 습기를 제거하고, 암홀부터 밑단까지 이어지는 독특한 ‘가젯 패턴’이 활동성을 보장한다.

11 WELCOME BACK TO EARTH

오랜 화산 활동과 화학 작용으로 형성된 화산 지대, 눈, 녹색 이끼 등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강렬한 풍광을 아웃도어 룩에 담아낸 살로몬. 자연스러운 등고선의 곡선과 패턴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부터 아웃도어 고기능성 소재인 고어텍스(Goretex)와 퍼텍스(Pertex)를 활용하기까지 겨울철 도심과 아웃도어 활동에서 탁월한 보온성과 활용도 높은 스타일링을 책임진다.

12 THE CYCLE NATURE OF LIFE

아웃도어와 액티비티를 큐레이션하는 디지털 플랫폼 하이킹 패트롤이 독자적인 컬렉션을 선보였다. 성별과 계절에 상관없이 활용하기 쉬운 더스티한 컬러, 차분하고 정제된 디자인, 기능성은 도시와 아웃도어 문화를 아우르기에 충분하다. 수많은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마니아틱한 미학을 충족시키는 하이킹 패트롤의 매력을 경험해보길.

13 REAL OUTDOOR TRIP

고산 원정 등반부터 가벼운 하이킹까지 지원하는 K2의 전문 트레킹 라인 ‘K.트레커스’가 거친 산행에도 멋스러운 애티튜드를 유지할 수 있게 돕는다. 전문 산악인을 위해 고안된 제품들은 기능성이 강화된 것은 물론 톤 다운된 컬러 팔레트를 중심으로 자연 암벽의 크랙을 모티프로 한 와펜, 레터링 그래픽, 인체공학적인 디자인 설계로 세련된 아웃도어 감성을 자아낸다.

    아트 디자이너
    오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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