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보다 더 멋진 가짜 모피 코트 쇼핑기
세 명의 패션 에디터가 저렴한 가격과 다채롭고 실용적인 디자인, 그리고 무엇보다 윤리적인 인조모피 쇼핑에 나섰다. 짧은 재킷 스타일부터 베스트까지, 진짜보다 더 멋진 가짜를 찾아 나선 인조모피 쇼핑기.
Short Jacket Style
지난해 샤넬의 칼 라거펠트가 가짜 모피로 만든 컬렉션을 런웨이에 올렸을 때, 이미 이 유행을 예감했었다. 그러고서 오히려 가짜 티가 팍팍 나는 모피 코트를 입으면 더 멋질것 같다는 생각에 인조모피 재킷을 하나 구입했다. 전체적으로 실을 풍성하게 꼬아 양털처럼 만든 볼레로 형태의 재킷이었는데 딱 보기에도 ‘나는 가짜야’라고 말하는 디자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쇼핑은 실패였다. 체형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전체적으로 통통하고 특히 팔뚝이 굵은 나에게는 풍성한 털이 역효과였다. 아마 가늘고 긴 체형이라면 이런 화려한 디자인이 더 잘 어울릴 거다. 어쨌건 그때의 경험 덕분에 올해는 선택에 자신이 생겼다. 지난해에 비해 더 가볍고 더 부드럽고 더 진짜 같아 보이는 인조 모피 의상이 쏟아진 올해는 선택의 폭도 넓다. 그래서 진짜같아 보이는 가짜 모피 재킷을 염두에 두고 쇼핑에 나섰다. 대부분의 인조모피는 아크릴이나 폴리에스테르 소재로 만든다. 털의 길이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짧게 깎은 밍크처럼 보이기도 하고, 길고 풍성한 여우털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 표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차분하고 가지런하게 떨어지기도 하고 오히려 거친 느낌이 강조되는 경우도 있다. 진짜 모피만큼은 아니어도 아크릴 소재의 비율이 높을수록 촉감이 더 부드럽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가짜라서 더 좋은 점은 안에 가죽이 없기 때문에 훨씬 가볍다는 것. 그리고 세탁이 용이하다는 것. 아크릴과 폴리에스테르 소재는 합성 소재라 기름에 닿으면 털이 뻣뻣해진다. 그래서 드라이클리닝보다는 미지근한 물에 세제를 풀어 살살 흔들어 빠는 것이 좋은데, 어쨌건 세탁비를 절약할 수있다. 눈으로 보기에는 길고 풍성한 털이 더 근사했지만 막상 푸시 버튼과 스타일난다의 털이 긴 재킷을 입어보니 통통한 팔뚝을 더 부각하는 것 같았다. 마른 체형이라면 젊고 세련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디자인이다. 그리고 칼라가 있는 디자인보다 없는 디자인이 목선을 드러내 얼굴이 더 작아 보이는데, 쥬시 꾸뛰르 재킷처럼 칼라가 있더라도 털이 차분한 편이면 크게 문제는 없다. 인조모피라는 특성을 살려 좀 더 화려하게 입고 싶다면 색상보다는 프린트에 힘을 싣는 쪽이 낫겠다. 선명하고 밝은 색상의 재킷을 입어보니 털의 뻣뻣함이 극명하게 드러나 매력이 반감되었다. 클럽 모나코와 코인코즈의 호피무늬 재킷은 시선을 위로 끌어올려 다리가 길어 보였고, 한눈에 봐도 멋쟁이처럼 보였다. 행여나 가짜 티가 나도 괜찮다. 이번 겨울만큼은 가짜여서 더 매력적인 것이 모피 의상이니까.
– 에디터 박선영
Coat Style
십여 년 전 그 또래 친구들이 피코트에 열중할 때 나는 엄마의 옷장을 뒤졌다. 이상하게도 자꾸 모피의 매력에 끌렸다. 친구들이 ‘여사님, 사모님’이라며 놀려도 그게 나의 취향이었다. 그 후 겨울이 되면 모피 아우터를 샀다. 엄마의 옷장에서 보았던 것처럼 결이 매끈한 모피는 고가의 제품이었기 때문에 발걸음은 언제나 빈티지 숍으로 향했다. 하지만 한두 해 겨울이 지나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보관이 어려운 모피의 특성상 빈티지 제품들은 더 쉽게 손상된다는 것. 안쪽 가죽은 삭아갔고 털은 무자비하게 빠지기 시작했다. 수선을 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오히려 수선비가 더 드는 지경이었으니까. 게다가 없던 죄책감이 슬며시 일어났다. 몇 년 전부터 동물 보호에 관한 운동이 확산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가지고 있는 모피 재킷을 입고 나가는 것은 그렇다 쳐도 쇼핑을 하려니 쉽사리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이번 시즌 푸시버튼의 컬렉션에 등장한 모피가 모두 가짜임에 매우 놀랐던 기억이 났다. 품질이나 디자인은 우수한데 가격은 진짜 모피의 절반, 아니 십분의 일 정도에 불과하다니. 이만하면 인조모피를 사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나의 경우 재킷이 많은편이니 이번에는 코트 스타일을 사기로 했다. 키가 큰 편이라면 재킷보다는 길이가 긴 코트가 안정적인 느낌으로 잘 어울린다. 이번 시즌 모피 코트는 스타일이 다양해졌다. 아돌포 도밍게즈의 코트는 목 부분에 짧은 머플러가 달려 있고 스웨터 위에도 입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케이프 형식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땡큐 베이비의 헤어리 퍼 코트는 패딩만큼 가벼웠고 10만원대의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촉감이 좋았다. 밀리터리 재킷에 밍크 느낌의 인조모피를 단 디누에의 코트는 허리 라인을 잘록하게 만들어주는 여성스러운 스타일이었다. 르샵과 랩에서는 기본적인 H 실루엣의 코트를 찾았다. 하지만 모피의 볼륨감을 덜어내기 위해 특별한 디자인을 더했다. 옆구리 부분에는 양털처럼 짧은 털을, 팔이나 가슴 부분에는 토끼털처럼 긴 털을 조합해 날씬해 보이는 효과를 낸 것. 쇼핑을 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품질이다. 몇 번이나 “혹시 진짜 모피 아니야?”라며 라벨을 펼쳐보게 할 정도로 부드럽고 고급스러웠다는 사실! 인조모피라고 해서 거칠고 저렴한 티가 날 것이라는 편견은 접어두어도 좋겠다. 게다가 부식될 염려 없이 그냥 옷장에 넣어두기만 해도 된다니 얼마나 편리한가? 올겨울 인조모피 쇼핑은 어떤 코트를 사야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할 정도로 즐거웠다.
– 에디터 김희원
Vest Style
Fur is over. 이번 시즌 박승건의 푸시버튼 컬렉션에서 마주한 이 문구를 보고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을 던졌었다. 작년 이맘 때쯤 ‘초보 에디터의 모피 쇼핑기’ 기사를 쓰면서 인조모피 제품을 소개하긴 했지만 그래도 인조는 여전히 진짜를 대신할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쇼핑을 마친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인조모피는 이제 가짜 모피가 아니라 또 다른 모피의 한 종류라는 생각이 든다. 직접 쇼핑하고 입어본 결과, 인조모피는 무척 가볍고 따뜻하며 천연모피가 표현하지 못하는 색상과 실루엣을 만들어낸다. 이번에는 모피 의상 중에 가장 쉽게 입을수 있는 베스트를 사기로 했다. 처음 인조모피가 나올 때만해도 짧게 깎은 뻣뻣한 느낌의 소재가 주를 이뤘는데, 이번시즌에는 보다 다양해진 털의 모양새가 눈길을 끈다. 에린 브리니에의 베스트는 꼬불거리는 양털을, 질 바이 질 스튜어트는 여우털의 풍성함을, 자라나 미니힐의 베스트는 진짜 토끼털 느낌을 빼닮았다. 주의할 점은 만졌을 때 너무 뻑뻑하거나 화학약품 냄새 혹은 염료가 묻어나지 않는지 꼭 확인해봐야 한다는 것. 색감도 중요하다. 화학 소재이기 때문에 원색은 선명하고 예쁘게 나오지만 검정이나 회색, 베이지 같은 자연스러운 색은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표현될 수 있다. 인조모피는 털 자체의 느낌보다는 디자인 요소를 곁들여 변형한 베스트가 많으니 이를 염두에 두고 쇼핑을 하는 것이 좋겠다. 먼저 가장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토끼털 느낌의 베스트를 입어봤다. 자라의 경우 후드가 달려 있어 발랄하고 귀여운 느낌을 연출하는데, 안감이 니트여서 보다 가벼우면서도 따뜻한 게 특징이었다. 또 선명한 주황색이 돋보이는 포에버21 베스트의 경우 확실히 시선을 위로 끌어올려 키를 커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입어본 결과 짧은 털의 모피는 확실히 어려 보이고 발랄해 보인다는 것. 반면에 풍성하고 긴 털을 가진 질 바이 질 스튜어트와 에린 브리니에의 베스트는 우아하고 섹시한 분위기를 풍긴다. 풍성한 털이 목을 확실하게 감싸 더욱 따뜻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천연 모피가 아닌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털이어서 정전기에 매우 약하다는 것이 단점. 옷에 정전기가 오르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피하는 것이 좋겠다. 아주 얇게 깎은 털의 미니힐 베스트는 허리를 조일 수있는 스트링 장식이 있어 날렵한 실루엣을 연출한다. 천연 모피처럼 내피가 가죽이 아니어서 스트링 장식도 넣을 수있는 거다. 이만하면 ‘Fur is Over’라는 문구가 ‘오버’는 아니겠다.
– 에디터 김주현
최신기사
- 에디터
- 박선영
- 포토그래퍼
- Park Jae Y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