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패션 익스체인지의 현장
싱가포르가 전 세계 패션피플의 이목을 아시아로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5월 11일부터 22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트레이드 쇼, 아시아 패션 익스체인지(Asia Fashion Exchange)가 바로 그 교두보다. 아시아 패션의 성장을 위해 공든 탑을 쌓기 시작한 그 현장을 취재했다.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가 미국이나 유럽 패션 시장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개척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 싱가포르, 중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패션 디자이너들이 한데 모일 수 있는 장이 있다면, 그리고 그 패션의 장이 널리 이름을 떨쳐 전 세계 패션 피플이 앞다투어 그 현장을 찾는 날이 온다면, 아마도 아시아의 힘은 더 세질 것이다. 이 꿈에 한발짝 다가선 한 패션 행사가 이제 막 걸음을 뗐다. 그 주인공은 바로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패션 익스체인지(Asia Fashion Exchange, 이하 AFX)다. 작년 첫 번째 행사를 시작으로 올해 제2회를 맞은 AFX는 한층 더 다양하고 풍성한 이벤트로 지난 5월 11일 막을 올렸다. 전 세계 패션 전문가들에게 가장 빠르고 정확한 아시아 패션 시장의 흐름을 소개하고, 새롭게 떠오르는 아시아 디자이너들을 발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며, 나아가 동서양 패션을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그 뜨거운 현장을 다녀왔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초청 쇼와 12개 도시에서 선별한 패션 유망주들의 트레이드 쇼, 신인 디자이너 발굴 이벤트 등으로 구성된 제2회 AFX 행사 소개와 올해 처음으로 참여한 한국 디자이너들의 활약, 에디터의 감식안을 한껏 곧추세워 고른 ‘Best 7 Brand Index’, 웅가로의 수석 디자이너 자일스 디컨과의 <얼루어 코리아> 독점 인터뷰 등 AFX 참관기를 정리했다.
Asia Fashion Exchange 2011
총 12일간 열린 AFX 2011의 가장 큰 수확은 디자이너, 바이어, 소비자, 프레스를 한데 어우러지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보고 끝나는 쇼가 아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패션 축제로 입지를 굳힌 AFX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아우디 패션 페스티벌 미소니, 웅가로, 안토니오 베라디, 에르덤 등 세계 유명 디자이너의 쇼를 아시아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프로그램, 아우디 패션 페스티벌(Audi Fashion Festival). 2011 가을/겨울 컬렉션을 싱가포르에서 다시 한번 선보인 셈이다. 그들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해 아시아에서 열리는 패션 행사와 아시아 브랜드에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었다며 입을 모았다. 이번 행사에는 현재 미소니가를 이끌고 있는 안젤라 미소니와 그녀의 딸이자 패션 사교계의 셀러브리티로 떠오른 마르게리타 미소니, 그리고 웅가로의 수석 디자이너 자일스 디컨이 참여했다.
블루프린트 아시아를 중심으로 유럽, 미국 등 전 세계의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이를 바이어와 연결할 수 있도록 만든 트레이드 쇼, 블루프린트(Blueprint). 마지막 이틀은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는 쇼핑 페어로 진행돼 많은 인기를 끌었다. 약 100개의 브랜드가 참여했으며, 이 중 8개는 한국 디자이너의 부스로 채워졌다. 슈즈 브랜드 슈콤마보니부터 디자이너 고태용의 비욘드 클로젯, 스티브 J & 요니 P 등이 블루프린트를 통해 처음으로 AFX에 선을 보였다. 가장 많은 사람으로 붐볐던 스티브 J & 요니 P 부스에서 만난 디자이너 스티브와 요니는 “저희 브랜드를 이미 알고 있는 바이어가 많아 무척 놀랐어요. 현지 반응도 좋고, 몇 군데와는 곧 수주 계약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좋은 기회에 참여할 수 있어 즐겁네요”라며 열띤 현장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스타 크리에이션 젊은 아시아 디자이너들을 발굴해 미래의 패션 스타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패션 디자인 대회, 스타 크리에이션(Star Creation). 올해의 우승자는 총 세 명으로 말레이시아, 중국, 싱가포르의 신인 디자이너가 그 주인공이 되었다. 아우디 싱가포르로부터 약 1만 싱가포르 달러를 상금으로 받았다.
Seoul’s 10 Soul
AFX 2011의 공식 피날레 행사로 열린 서울시의 글로벌 패션브랜드 육성 프로젝트 Seoul’s 10 Soul Fashion Night는 아시아 패션한류의 새 바람을 몰고 오기 충분했다. 지난 5월 20일 저녁, 싱가포르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아이온 스카이에는 10명의 서울 디자이너와 500여 명의 패션 관계자가 참석해 이번 행사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프로그램으로 평가받았다. 또한 애프터 파티에서 선보인 막걸리 샴페인, 빈대떡 등 한식의 맛은 이번 행사의 흥을 한껏 끌어올렸다. 김선호, 김재환, 김재현, 고태용, 신재희, 이석태, 이승희, 이재현, 정혁서&배승연, 최범석 총 10명의 Seoul’s 10 Soul 디자이너가 각 세 벌씩 선보인 2012년 크루즈 컬렉션은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만큼 훌륭했다. 프랑스 실모 인터내셔널 아시아 바이어인 아서 벤자민은 “한국 디자이너의 역량을 볼 수 있는 쇼였다. 같은 크루즈 컬렉션임에도 불구하고 디자이너 제각각 다른 강렬함과 독창성을 보여주었다. 무척 놀랍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Best 7 Brand Index
12개 도시에서 선별한 100여 개의 브랜드를 소개한 블루프린트에서 보석 같은 브랜드 7개를 골랐다. 디자이너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개성 넘치는 디자인, 신선한 브랜드를 찾고 있다면 다음 이름들을 잘 기억해두길.
1 맥스.탄(Max.tan)
From 싱가포르 Product Line 여성복 Concept 부드러운 아방가르드를 추구하는 브랜드로. 봉제선이 없는 한 장의 천이 드레스로 변신하는 등 창의적인 실루엣과 기술력이 뒷받침된 브랜드. Comment 싱가포르의 이세이 미야케! Store 02-07 Palais Renaissance, Orchard Road 390
2 한슬(Hansel)
From 싱가포르 Product Line 여성복 Concept 싱가포르 톱 5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조 소(Jo Soh)가 2003년 론칭한 브랜드. 간결하면서도 여성스러운 실루엣에 시즌마다 개성 넘치는 프린트로 디자인에 위트를 가미한다. Comment 소재는 고급스럽고 디자인은 간결하되, 독특한 포인트가 있는 원피스를 구입하고 싶다면 싱가포르 여행길에 한슬 매장을 들러보길. Store 02-14 Mandarin Gallery 333A, Orchard Road 238867
3 비욘드 클로젯(Beyond Closet)
From 서울 Product Line 남성복 Concept 감성적인 남자를 위한 옷을 만드는 한국 디자이너 고태용의 브랜드. 전체적인 분위기는 클래식함을 유지하지만 들여다보면 볼수록 위트와 개성이 넘치는 섬세한 디테일을 만날 수 있다. Comment 내 남자에게 입히고 싶은 로망 같은 옷. Store 남성 패션 멀티숍 MSK 숍,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69번지 31호
4 이정선(J. JS LEE)
From 런던 Product Line 여성복 Concept 런던에서 촉망받는 유망주로 활동 중인 한국 디자이너 이정선의 브랜드. 영국식 미니멀리즘 감성에 섬세하고 정교한 장식을 곁들여 차별화된 멋을 드러낸다. Comment 런던 출신 디자이너로 이번 행사에 참여했지만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블루프린트에서 열린 미니 패션쇼에 참여했다. ‘바람’을 주제로 차분한 색감과 주름 장식의 시스루 소재를 곁들인 컬렉션은 무척 아름다웠고, 현지 관계자들 역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Store 3th Fl. Dover Street Market 17-18 Dover Street, London
5 빅테루트(Vickteerut)
From 타일랜드 Product Line 여성복 Concept 클래식, 우아함 그리고 즐거움을 모토로 하는 브랜드.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디자인에 독특한 포인트 장식을 더하는 것이 특징이다. Comment 입으면 금세 우아해지고 또 즐거워질 것만 같은, 현대 여성들이 가장 입고 싶어 할 옷. Store 122 Thonglor 4, Sukhumvit 55, Bangkok, Thailand 10110
6 78%(Seventy Eight Percent)
From 홍콩 Product 가방 Concept 78%의 기능성이 돋보이는 가방을 만들겠다는 신념이 깃든 브랜드 이름처럼 뚜렷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기능적인 가방은 디자인이 복잡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는 간결함과 세련된 배색, 남녀 모두가 좋아할 만한 클래식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Comment 지금 유행하는 사각형의 서류가방과 책가방을 닮은, 남자친구와 사이좋게 번갈아가며 들기 좋은 가방이 넘쳐난다. Store G/F. St Francis Yard, Wanchai, Hong Kong
7 캐리 K(Carrie K)
From 싱가포르 Product Line 주얼리 Concept 핸드크래프트 주얼리를 추구하는 브랜드. 엘르 어워드 ‘Jewellery Designer of the Year 2010’에서는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을 만큼 인정 받고 있는 브랜드다. Comment 손맛이 제대로 느껴지는 큼직한 팔찌와 반지 등 간결한 의상에 포인트 멋을 주기 좋은 세련된 주얼리가 많다. Store Asiatique Collection, 14A Dempsey Road, Singapor 249669
Interview with Giles Dea con
AFX의 아우디 패션 페스티벌 무대에 서기 위해 싱가포르를 찾은 웅가로 수석 디자이너, 자일스 디컨을 쇼가 끝난 직후 백스테이지에서 만났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되어 기쁘다는 인사로 <얼루어코리아>를 맞이한 자일스 디컨과의 5문5답.
Allure 웅가로의 새로운 수장으로서 선보인 두 번째 컬렉션이었다. 어떤 점을 부각하고 싶었나?
Giles Deacon 웅가로 하면 누구나 여성스러우면서도 화려한 디자인을 떠올릴 것이다. 이번 시즌에도 웅가로만의 멋은 살아 있다. 다만 이번에는 전체적으로 좀 더 현대적인 실루엣을 가미하고자 노력했다. 디자인은 물론 스타일링에 있어서도 세련됨을 가장 부각하고 싶었다.
Allure 컬렉션 곳곳에 더해진 시퀸 장식이 인상적이었다. 일반 여성들에게 시퀸 의상에 관한 팁을 준다면?
Giles Deacon 장식이 많은 시퀸 의상 연출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편안함이다. 자신감있게 거리를 걷는 여성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만약 그녀가 입은 옷이 불편해 보인다면 그 근사함은 금세 사라진다. 입었을 때 무겁지 않고 자신의 몸에 잘 맞아서 편안하게 느껴지는 시퀸 의상을 고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Allure 한국 문화나 패션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Giles Deacon 한국은 매우 멋진 건축물을 가진 나라라고 생각한다.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가보고 싶다. 내가 알고 있는 한국 디자이너 이름을 당당하게 말해주고 싶은데 생각나지 않아 아쉽다. 오늘밤에 꼭 인터넷으로 한국 디자이너를 검색해보겠다.
Allure 다음 시즌, 주목할 만한 디자인을 미리 귀띔해줄 수 있을까?
Giles Deacon 준비하고 있는 것이 많지만 지금은 아쉽게도 말해줄 수 없다. 조금만 공개하자면 뉴욕에서 있을 다음 컬렉션에서는 다채로운 색상의 물고기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런웨이 위로 펼쳐질 아름다운 바다 세계를 기대해주길 바란다.
Allure 디자이너로서 앞으로의 트렌드를 움직일 특별한 요소 한 가지를 꼽는다면?
Giles Deacon 내 생각이긴 하지만 앞으로는 패션에 접목된 친환경적인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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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박선영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Asia Fashion Exch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