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패션의 아이콘, 컨트리 하우스 스타일

 영국 전원에서 출발한 컨트리 하우스 스타일이 지속가능한 패션의 아이콘이 되기까지.

컨트리 하우스 스타일이 영국의 전원생활에서 비롯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왕실과 귀족이 전원저택에서 누리던 편안한 삶에서 영감 받은 이 스타일은 아가일·헤링본·타탄 등 체크 패턴과 트위드 및 니트 소재, 스코틀랜드 전통 의상인 킬트 등으로 대표된다. 이 스타일이 지속적으로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거부할 수 없는 고전적이고 우아한 매력 덕분이다. 전통과 품격을 함께 담아낸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시간의 흐름에 관계없이 늘 사랑을 받는다. 계절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소재와 디자인이 편안하고 실용성을 겸비해 일상 친화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또 지속가능한 패션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어 오래 입는 품질 좋은 소재와 환경을 고려한 디자인이 패션의 아름다움과 가치소비를 동시에 만족시킨다.

패션 매거진 <러브(Love)>와 <퍼펙트(Perfect)>를 창간한 저력의 편집자 케이티 그랜드는 영국의 스타일리스트이자 패션 저널리스트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컨트리 하우스 스타일의 전통적 요소를 현대적 감각으로 응용하는 데에 일가견이 있다. 우아한 니트 재킷과 플로럴 스커트에 물고기 오브제를 장식하거나 니트 풀오버에 진주 목걸이만 치렁치렁하게 걸고 팬츠리스 룩을 선보이는 식. 드라마틱하게 연출한 트렌치 코트 스타일링의 리한나 화보와 고급스러운 니트 풀오버를 관능적으로 재해석한 2020년 보테가 베네타 광고 비주얼도 그의 작품이다. 이런 실험적 시도와 화려한 믹스매치는 그의 일상 룩에서도 잘 드러난다. 즉, 자연적 모티프 코트에 패치를 더하고, 비슷한 퍼 패치 클러치를 들어 ‘꾸꾸꾸’의 스타일을 연출하거나, 밀리터리 점퍼에 페더 드레스를 레이어드하고, 짧은 니트 재킷에 프릴이 가득한 블라우스를 더하는 식.
한편, 스타일리스트이자 모델, 패션 디자이너 등으로 활약하며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알렉사 청은 빈티지한 감성과 영국 특유의 세련된 스타일을 즐긴다. 격자무늬 보머와 스커트 셋업, 여유로운 핏의 그레이 체크 패턴 코트, 브라운 케이프 코트 등을 입고 거리에서 찍힌 사진이 부지기수일 정도. 그가 운영하는 동명의 브랜드 역시 종종 클래식한 영국 스타일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내며, 트위드와 니트, 플로럴 드레스 등 컨트리 하우스 스타일 요소를 포함한 컬렉션을 출시한다. 또 지속가능한 패션에 관심이 있어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고 윤리적 생산과정을 강조하며 환경친화적 패션을 지원하는 활동에도 참여 중이다.

저스틴 비버의 스타일리스트로서 현대적이고 트렌디한 스타일링으로 유명한 카를라 웰치에게서도 컨트리 하우스 스타일과 유사한 요소의 사례를 찾을 수 있다. 그는 본인도 즐겨 입는 체크 패턴 재킷과 니트, 트위드 아이템으로 현대적 스타일링에 클래식한 요소를 가미하고, 다양한 텍스처와 패턴을 조합해 새로운 룩을 창조한다. 그뿐 아니라 그는 패션계에서 지속가능성을 주요 테마로 삼고 이와 관련된 일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때로는 패션을 넘어 다양한 사회 이슈와 연결된 프로젝트에도 열의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컨트리 하우스 스타일은 신구의 경계를 넘어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미학을 탐구하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인 옵션이다. 2024 F/W 시즌은 이런 스타일을 통해 일상에 클래식함과 우아함을 불어넣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각자의 개성과 라이프스타일을 더해 스타일링의 즐거움을 만끽해보길. 가을은 광속으로 지나가도, 패션은 계절의 멋을 영원히 간직할 테니. 

    사진 출처
    COURTESY OF GORUNWAY
    아트 디자이너
    오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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