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니핑을 향한 이유 있는 애정

위로와 사랑이 쏟아진다. 내 안의 어린이가 선택한 티니핑을 향한 이유 있는 애정.

아자핑, 부끄핑, 깜빡핑, 띠용핑, 차나핑…. 각종 ‘핑’ 콘텐츠가 매서운 속도로 등장하고 있다. 인기의 척도인 각종 ‘짤’ 생성과 SNS로의 파급 속도가 가파르고 종류도 다양하다. 왕방울만 한 눈에 동그란 얼굴, 앙증맞은 팔다리가 뽐내는 귀여움으로 ‘입덕’을 부르는 캐릭터의 이름은 ‘티니핑’이다. 100종이 넘는 선택지 속에서 ‘최애’를 찾고 다양한 굿즈를 모으는 것도 유행처럼 번졌다. 유명 유튜버의 콘텐츠 소재가 되기도 하고, 티니핑 MBTI 테스트까지 등장했다. 어린이 관객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조카와 자녀의 선물로만 치부되던 이 캐릭터를 향한 2030세대의 열기가 심상치 않다. 거대한 세계관 속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는 100여 종이 훌쩍 넘으며 ‘파산핑’ ‘등골핑’이라는 별칭도 얻었지만, 티니핑이 주는 확실한 행복은 ‘내돈내산’이 아깝지 않다.

영유아 중심으로 형성된 한국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파격적으로 깨뜨린 티니핑의 특별함은 뭘까? 이 캐릭터의 등장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BS2에서 방영을 시작한 <캐치! 티니핑>은 ‘이모션 왕국’에 사는 당차고 쾌활한 공주 ‘로미’와 요정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사랑과 배려심 넘치는 ‘하츄핑’과 로미의 만남을 시작으로 매회 새로운 게스트 티니핑이 출연하는 캐릭터 쇼다. 시즌마다 큰 주제를 정하고 이와 관련된 단어를 재치 있게 변형한 캐릭터 이름 역시 프로그램의 묘미다. 성실함이 특징인 캐릭터는 ‘바로핑’, 열정과 용기가 특징이라면 ‘아자핑’, 쾌활하고 즐거운 성격이라면 ‘라라핑’인 식이다.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캐릭터의 이야기와 서사를 구성해 지루할 틈 없는 전개를 이어간다. 공개된 시즌 중 스토리와 캐릭터가 겹치는 경우가 없고, 캐릭터 디자인에도 확실한 분별력을 가진다. 그 결과 2022년 방영한 시즌3 <알쏭달쏭 캐치! 티니핑>은 최고 시청률 18.5%, 2023년 방영한 시즌4 <새콤달콤 캐치! 티니핑>은 최고 시청률 26.5%를 달성하며, 어린이의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0월 10일 시즌5 <슈팅스타 캐치! 티니핑>의 1, 2화가 선공개된 날 유튜브 채널 ‘티니핑TV’는 동시 접속자 수가 3만2000명에 달했다. 제63회 에미상을 수상한 바 있는 <캐치! 티니핑>의 연출자 장성 감독은 캐릭터의 폭넓은 인기로 서사와 개성을 꼽았다. “일차적으로는 티니핑의 귀엽고 예쁜 디자인 덕이 크지만, 작명 방식에서 원초적 재미를 느끼도록 의도했어요. 분량이 작은 캐릭터라도 서사와 개성을 부여하고 적절한 유머와 메시지를 곁들인 연출을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아요.” 전 세대를 타깃으로 삼은 이야기를 개발하는 건 사실 제작 초반부터 섬세한 연구와 탐구의 결과다. “주 타깃층인 아동 외의 연령 역시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빵집 오빠들과 같은 주변 캐릭터 역시 매우 신경 썼어요. 귀여운 외모로 뭘 해도 귀엽게 보인다는 점을 살려 친숙한 장르를 폭넓은 스토리에 접목하려고 했죠.” 네 시즌 동안 모든 캐릭터가 꾸준히 사랑받은 데는 촘촘한 기획이 바탕을 이뤘다. 

캐릭터의 매력을 넘어 스토리 면에서도 티니핑은 ‘어른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SNS와 유튜버의 단골 콘텐츠로 등장할 뿐 아니라, 지난 8월 7일 개봉한 영화 <사랑의 하츄핑>은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한국 영화 애니메이션 사상 누적 관객이 100만 명을 달성한 건 무려 12년 만이다. 평점 역시 평균 9점대를 기록했다. 영화는 <캐치! 티니핑>의 프리퀄로 로미와 하츄핑이 처음 만난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 영화를 관람한 후 탄탄한 팬층인 어린이는 물론, 함께 온 부모 역시 영화를 보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는 간증이 줄을 잇는다. 누군가는 로미와 하츄핑의 만남을 보고 아이의 탄생을 추억하고, 누군가는 반려견을 처음 만난 날을 떠올렸다. 장성 감독은 티니핑의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믿음과 사랑, 우정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맑고 찬란한 순수함의 정점에 있는 그 감정 말이다. “흔한 주제일 수 있지만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누구나 꿈을 꾸잖아요. ‘이렇게 작고 예쁜 존재가 나의 친구라면? 나와 함께 울고 웃고, 나를 위로해줄 수 있는 존재라면? 어딘가 그런 존재가 살아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판타지인 거죠. 그 판타지를 견고하게 만들어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어요.” 대중의 설득 여하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게 판타지의 숙명이라면 티니핑의 세계는 이미 성공한 듯 보인다.

주인공 로미는 무수한 티니핑을 비롯한 여러 인물과 관계를 맺고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경험과 사람, 추억의 감정을 몽글몽글 피운다. 다 큰 내가 티니핑의 세계를 좇아가는 건 기쁨과 슬픔, 웃음과 아픔을 공감하고 나누는 일련의 과정으로 다가온다. “스토리상 악역이 등장하더라도 우여곡절 끝에 주요 캐릭터와 함께 개심하고 행복을 찾게 돼요. 티니핑을 통해 이런 가치가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 전해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매 시즌 로미와 하츄핑의 성장만큼 제작진도 함께 성장하고 있고요.” 티니핑을 보며 즐기는 이와 만드는 이 모두 작품과 함께 성장한다. 티니핑에 열광하는 현상을 보며 보편성에 대해 생각했다. 나이와 문화, 성별을 떠나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통하는 어떤 가치 말이다. 그리고 우리를 위로하고 살아갈 희망을 품게 하는 건 멀리 있지 않은 보편적 감정과 메시지다. 언제 봐도 재미있고 반복 시청해도 질리지 않는 이야기를 향한 열렬한 팬심은 모두를 위해 계속되어야 한다.

    아트 디자이너
    임정은
    사진 출처
    COURTESY OF ©SAMG
    도움말
    장성(SAMG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B 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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