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닉 캐시미어 프로젝트
아름다운 니트를 완성하는 첫발은, 모든 소재의 근원인 대지를 가꾸는 일에서 시작된다. 제냐는 울 공장 주변에 나무를 심은 창립자의 이념을 받들어 오늘날까지 50만여 그루를 심었으며, 알프스 자연보호구역을 관리하는 ‘오아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 채집한 ‘오아시 캐시미어’는 최고의 천연 원단을 대표한다. 한편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2015년부터 ‘오가닉 캐시미어 프로젝트’를 시행한 섬유 생산 회사 카리아기(Cariaggi)의 지분을 인수하고 염소의 생애와 목초지를 책임 있게 관리하고 있다.
친환경 소재와 리사이클 원사
마구잡이 폐기로 재활용되지 못한 채 바다를 떠도는 페트병의 위기를 패션 브랜드에서 책임진다. 유연한 니트의 특성과 디자이너의 독창적 아이디어를 함께 선보이는 게 추세. 미우미우는 쫀득한 질감으로 겉을 코팅해 새어드는 바람까지 막은 리사이클 니트를 새 컬렉션에 활용했다. 이런 흐름은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플리츠마마는 효성티앤씨와 협업해 국내 최초로 로컬 폐기물을 리사이클한 ‘리젠 코리아’의 친환경 원사를 사용한다. 올록볼록한 플리츠 디테일로 시그너처 룩을 완성할 것.
순환하는 기업의 아름다움
스코틀랜드 굴지의 캐시미어 편직 공장으로 2012년 샤넬의 메티에 다르에 합류한 ‘배리’는 고급 캐시미어 노하우를 선보이는 패션 브랜드로 거듭났다. 1년 내내 입고 대대로 물려줄 수 있는 옷을 만들기 위해 까다로운 유기농 섬유 인증(GOTS) 1라벨을 취득했으며 가축, 목초지, 동물복지에 대한 사후관리까지 철저하다. 구찌 역시 기업을 경영함에 있어 사회적·환경적 책임을 다하는 데에 힘을 쏟고 있다. 모든 니트웨어는 ‘구찌 이퀼리브리엄’에 따라 재생 농업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탄소발자국을 최소화한다.
연구는 계속된다
필환경 시대에 더 나은 소재를 사용하기 위한 고민은 지금도 진행 중. 로로피아나는 재고 스웨터에서 실을 풀어 재사용하는 데 오랜 연구를 거듭했고, 그 결과 꼬임과 회전 공정을 거친 독특한 원사를 세상에 선보였다. 한편 버버리는 식물 기반의 재생 가능한 원료를 발효해 실험실에서 키운 ‘브류드 프로틴’ 섬유로 만든 ‘B 쉴드’ 스카프를 론칭했다. 이 스카프는 현재 최소 25% 함량의 브류드 프로틴과 울, 캐시미어를 혼합했지만, 기술이 더 발전하면 실험실 재배 섬유로만 직조한 스카프도 만나게 될 거라 기대해본다.
‘친환경’ 가성비 니트웨어
SPA 브랜드가 환경을 위협하는 ‘패스트패션’의 원흉이란 건 옛말. 생분해율이 높은 재생섬유와 국제섬유협회(RWS)의 인증을 받은 소재, 동물복지를 준수하며 공급된 솜털을 사용하는 등 니트웨어를 만드는 재료부터 차근차근 책임을 다하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친근한 브랜드 특성에 맞게 매장에서는 흥미로운 패션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특히 유니클로 롯데월드점에는 작고 앙증맞은 자수 패치 70여 개 중에서 직접 골라 나만의 니트 스웨터로 리메이크할 수 있는 ‘리유니클로 스튜디오’가 마련돼 있으니 직접 체험해보길.
전문가의 손을 잡고
니트 스웨터를 만들 때 낭비하는 탄소발자국을 줄이려면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이자벨마랑, 끌로디 피에로를 비롯한 선구적 패션 브랜드는 프랑스 파리의 두 여성이 2018년 설립한 페어리 메이드(Fairly Made)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페어리 메이드는 ‘울은 어디서 채집했는지, 어떤 환경 기준에 따라 방적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추적하고 브랜드에 제공한다. 이는 각 제품 라벨에 부착한 QR코드나 공식 웹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한다.
- 포토그래퍼
- 현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