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 있는 불편한 진실

눈속임 주의! ‘좋아요’ 넘치는 의료기기와 뷰티템의 함정. 

의료기기 시장이 매우 뜨겁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시장 규모는 10조7270억원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 8.3%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디지털 의료기기 국내 시장 규모도 같은 해 4099억원을 달성했다. 국내 제약사마저 의료기기 업체와의 협약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너지를 내며 ‘토털 디지털 헬스’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기기 시장 성장 이면에는 ‘기만적 광고’로 인한 소비자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서 발간한 <2022 의료기기산업 통계자료 모음집>에 따르면, 의료기기의 거짓·과대 광고 단속 현황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위대한 발명품이라도 부작용이 없을 수는 없는 법. 마케팅에 가려진 위험한 정보, 어쩌면 나만 몰랐던 의료기기의 뒷모습을 파헤쳐봤다.

마사지 받다 일렉트릭 쇼크! #저주파EMS안마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저주파 안마기 대부분은 전기근육자극(EMS) 방식을 활용한다. 같은 저주파 EMS 안마기라도 식약처의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와 공산품(전기제품)으로 분류된 기기가 있으니 제품을 선택할 때 주의한다. EMS는 전기 자극을 바탕으로 효과를 내는데, 심장은 전류가 흐르는 장기라서 전기 자극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 심장 질환자는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특히 심장박동기를 삽입한 환자는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된다. 또 전류가 태아에게 전달될 우려가 있어 임산부도 피해야 한다. 저주파 EMS 안마기를 강한 자극으로 매일 사용하면 오히려 내성이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니 적당한 강도와 빈도를 맞춰서 사용한다. “한 부위에 오래 사용하면 열감이나 염증, 부기 등 피부에 자극 반응이 나타날 수 있어요. 저주파 자체의 문제거나 부착 시트 소재 때문일 수도 있죠.” 봄온담한의원 김희준 원장은 피부 반응에 대한 주의를 경고했다. 신경에 문제가 있거나 저림 증상이 있는 환자는 감각 기능의 저하로 전기 자극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당뇨병 환자도 말초 감각 신경의 기능이 떨어져서 사용 중 화상이나 피부 손상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매일 눈이 더 피곤해지는 이유 #눈마사지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시중에 판매되는 눈 마사지기 대부분이 의료기기로 인정받지 않았다. 2023년 한국소비자원이 눈 마사지기 20개를 조사한 결과, 많은 제품이 국내 안전 기준을 통과하여 받는 KC인증이 없거나 표시 사항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눈은 손으로 비비는 행동만으로도 안구에 물리적 손상을 입힐 만큼 섬세하고 복잡한 기관이다. 일부 사용자는 마사지기 사용 후 눈물 증발이 촉진돼 안구건조증이 심화하고, 온열 기능으로 인한 저온 화상이나 과도한 지압으로 인한 피부 부종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 강남서울밝은안과 박형직 대표원장은 마사지기를 사용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기를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눈에 압박이 가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천장을 바라보고 눈 마사지기를 착용하면 중력은 물론, 눈 마사지기의 배터리, 공기압 펌프, 진동체 등 각종 부품의 무게까지 더해져 눈을 짓누르는 압력이 커집니다. 또 지압 기능의 센 압력이 각막이나 결막에 미세한 손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안압 상승을 유발해 녹내장, 망막 질환 또는 급성 염증이 있는 사람은 사용을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근육엔 몰라도 혈관은 안 돼요! #다리마사지기

심장혈관흉부외과전문의 정병권 원장이 게시한 영상에 따르면, 압이 강한 마사지기 사용은 혈관에 좋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종아리는 ‘제2의 심장’이라고 한다.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혈액을 심장으로 돌려보내 순환시키는 종아리 근육이 일종의 펌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종아리 근육 사이에 끼어 있는 수많은 정맥은 근육을 움직여야 혈액을 이동시킨다. 근육이 아닌 인위적 압력을 가하면 오히려 혈관을 자극해 혈관 자체에 문제가 생기거나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림프관에서 일어난다. 조금만 압력을 가해도 쉽게 터지는 림프관이 마사지기의 강한 압력으로 터지거나 림프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섬유화가 진행되고 부어오르면서 혈액순환 저하를 유발한다. 강한 압력으로 마사지기를 사용하고 멍이 들었다면 정맥은 물론 림프관까지 이미 망가진 셈.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 다리 혈관은 점점 부풀어 더 큰 염증과 부종으로 번지기도 한다.

혹 떼려다 혹 붙이는 #목어깨마사지기

목과 어깨 부근은 뇌와 연결되는 중요한 혈류로 구성된다. 특히 목빗근 주변에는 신경, 경동맥 등이 지나가는데 이 부근을 잘못 자극하면 메스꺼움이나 현기증을 느낄 수 있다. 강한 압력으로 혈관이 손상되거나 혈관에 붙어 있던 혈전이 떨어지면 뇌경색까지 일어날 수 있다. 또 경동맥이 민감한 사람이라면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데 이상이 생기기도 한다. 고혈압이나 혈전 질환이 있을 때는 마사지기를 사용하기 전에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강한 자극이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혈압이 높아지거나 간혹 심박이 불규칙해질 때가 있다. 긴장한 근육과 인대는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평소보다 단단해진다. 이때 뭉친 근육을 풀기 위해 높은 강도로 마사지기를 사용하면 근육의 긴장도가 높아지며 통증을 악화시킨다. 봉와직염, 림프염, 정맥염 같은 감염 질환을 앓거나 근골격계 외상이 있다면 마사지기를 사용한 후 염증이 더 퍼질 수 있으니 주의한다. 목과 어깨 마사지기는 피부에 닿는 면적이 넓어 소재에 의한 피부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일부 사용자는 진동, 열로 인한 피부 자극으로 울긋불긋한 발진이나 발열, 통증, 가려움증 등을 겪기도 한다.

쓱 바르면 쑥 자라는 안질환? #속눈썹영양제

본래 속눈썹 영양제는 속눈썹 증모제로, 숱이 적고 짧거나 감모증 환자의 속눈썹을 길고 풍성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전문 의약품이다. 그러나 우리가 쉽게 구입하는 제품은 속눈썹이 튼튼할 수 있게 코팅만 해주는 일종의 컨디셔너로, 에센스 또는 세럼이라고도 하는 화장품이다. 문제는 속눈썹 영양제에 포함된 일부 성분이 눈꺼풀의 색소침착, 결막 출혈, 다래끼 같은 안구 표면 질환이나 알레르기 반응과 안구건조증을 유발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향료나 방부제 같은 자극적 성분은 민감한 피부나 안구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나쁜 자극을 준다. 프로스타글란딘 유사체(PGA) 성분을 함유한 일부 속눈썹 영양제는 장기간 사용 시 눈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할 수도 있다. 주로 녹내장 치료에 사용하는 성분이라 안압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PGA 성분 제품을 사용해 안압이 하강할 경우 망막박리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지만 눈 주위 지방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어 사용할 때 주의한다.

아무리 작아도 뚫어야 바늘이다 #마이크로니들

마이크로니들은 미세한 바늘 모양이 물리적으로 피부를 관통해 약물이 진피에 작용하도록 돕는 의료기기다. 반면 미세침 화장품은 실리카 혹은 스피큘처럼 침 모양 성분을 굳혀 피부에 바르거나 문지르는 제품으로, 피부에 닿는 화장품의 접촉 면적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 이런 효과를 돋보이게 하려고 미세침 화장품 대부분이 피부 재생, 피부 해독, 항염 등 의료적 효과나 피부 깊숙한 층까지 침투한다는 문구를 사용한다. 하지만 식약처에서는 침 모양 화장품 원료가 피부 표피를 관통하고 진피층까지 도달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이런 화장품에 들어 있는 미세침 대부분은 녹지 않는 고체 타입으로, 피부에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 또 깊이를 잘못 조절해 진피까지 손상되면 염증이 발생하거나 피부에 큰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파문피부과 문득곤 원장 역시 “자극을 통해 현재 피부에 뭔가 작용하는 것 같고 이를 통해 피부가 달라지는 것 같지만, 미세침 화장품의 기능은 표피에서 각질 제거 역할을 하는 정도”라고 설명한다. 

    아트 디자이너
    임정은
    도움말
    김희준(봄온담한의원 원장), 박형직(강남서울밝은안과 대표원장), 문득곤(미파문피부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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