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감상
싸늘한 기온, 한 해를 마무리하는 숙연함 속에서도 전시는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BLACK SUBJECT
춤에서 비롯한 몸의 움직임은 작품에 어떤 형태로 발현될까? 카리브해에 위치한 과들루프섬과 프랑스를 오가며 자란 토미야스 라당이 아시아 첫 개인전 <올드 소울 – 뉴 소울>을 열었다. 나무 프레임에 담긴 신작 회화를 비롯해 조각, 영화 등 작가의 작품 전반에 흐르는 ‘흑인 문화’는 기억과 움직임을 전달하는 하나의 매개체가 된다. 1층 윈도에 설치한 나무 도미노 조각과 ‘KA Spirit’ 드럼 조각, 작은 별 모양 회화는 전시 전반에 흐르는 카리브해 지역의 동적 리듬을 상징한다. 과들루프 전통 핸드 드럼 ‘그워카’에 사용되는 드럼의 몸체에 세밀한 무늬를 만들고 그림을 그려 완성한 드럼 조각에는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지식의 중요성과 세대 간 소통에 대한 작가의 신념이 담겼다. 12월 14일까지, 에스더쉬퍼 서울
인식과 지각
현대미술가 이강소는 이미지의 인식과 지각에 관한 개념적 실험을 통해 새로운 세계와 끊임없이 마주한다. 개인전 <풍래수면시>는 설치, 조각, 회화, 영상, 이벤트 등 매체와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 100여 점을 공개하는 자리로, 지속적 탐구로 완성한 작가의 예술 세계 전반을 조망한다. 이번 전시는 197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작가가 집중해온 질문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춘다. ‘작가 자신의 인식에 대한 회의’와 ‘관람객과 작가가 바라보는 대상에 대한 의문’이 그것. 작가 본인이 지워지거나 몸에 묻은 물감을 지우는 ‘작가 지우기’ 과정을 담은 비디오 작업 ‘페인팅 78-1’(1978)과 ‘페인팅(이벤트 77-2)’(1977)은 두 질문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내포한다. 작가는 시대와 매체, 표현에 구애 없이 의도성을 배제하고 새로운 감각과 경험의 가능성을 추구한다. 2025년 4월 1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다정다감
이 시대의 풍경을 느린 속도로 산책하며 직면한 감정과 상황, 대상을 흑백으로 그리는 박미라, 미디어와 일상에서 빠르게 소비되는 이미지가 점차 바래지며 남는 잔상을 탐구하는 송수민, 인간이 지닌 욕망, 상실, 사랑, 외로움 등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미세한 지점을 화면 안에 풀어내는 이순주, 인간관계에서 오는 불안과 긴장의 감각을 대비적 색감으로 표현하는 이은경, 일상적이고 통속적인 인간의 믿음을 과학적 접근 방식으로 해석하는 임영주까지. 매일 반복되는 우리의 일상과 세상의 면면을 다정함으로 바라본 작가 5명은 그룹전 <뒤처진 새>를 통해 현대사회에서 모두가 주목하는 사건·사고와 소문에 휩쓸려 나만의 시선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세상과 거리 두기할 것을 권한다. 12월 7일까지, 원앤제이갤러리
THRESHOLD
회화와 설치로 인간의 시지각 체계를 시험하는 복잡한 화면을 구성하는 한나 허. 그의 국내 첫 개인전 <한나 허: 8>은 현실 너머에 존재하는 초월적 세계에 다다르기 위한 작가의 노력을 엿볼 기회다. ‘Threshold’라는 제목을 공유하는 개별 회화 8점은 전시장에 세운 가벽 4개에 이리저리 걸려 하나의 거대한 설치 작업인 ‘8’(2024)로 기능한다. 회화 작품에서 출발한 공간의 설계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단순히 보는 행위를 넘어 자연스러운 신체적 경험을 유도한다. 작품에 담긴 작가의 세밀한 계획은 관람객 스스로 상황을 정의하게 하고, 더 나아가 현실을 초월한 경험의 경계에 서게 한다. 12월 2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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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COURTESY OF MMCA, ESTHER SCHIPPER SEOUL, ONE AND J. GALLERY, DOOSAN 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