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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 PLAYER / 강태주

<귀공자>의 마르코부터 <파친코> 시즌2의 노아까지, 강태주는 프로의 궤도를 꿈꾼다. 

셔츠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팬츠는 크리스토프 룸프 바이 아데쿠베(Christoph Rumpf by Adekuver). 셔츠와 타이, 탱크톱, 부츠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레더 셔츠와 팬츠, 부츠는 모두 페라가모(Ferragamo).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과 팬츠는 크리스토프 룸프 바이 아데쿠베. 셔츠와 타이, 탱크톱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시스루 셔츠는 앤 드뮐미스터 바이 분더샵(Ann Demeulemeester by Boontheshop). 랩스커트 팬츠는 시몬 로샤 바이 분더샵(Simone Rocha by Boontheshop).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보 촬영 전 <얼루어> 사무실에서 먼저 만났어요. 이토록 열정적이라니!
무척 기대됐고 잘하고 싶었어요. 패션 매거진 화보는 처음이거든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는데, 현장에 오니 다리가 떨릴 정도로 긴장되더라고요. 

첫 화보를 무사히 마친 소감이 어떤가요?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링의 힘이 실로 대단하다는 걸 실감했어요. ‘내가 짱이다. 카메라를 꼬시자’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너무 떨리네요. 세 번째 착장부터 겨우 괜찮아진 것 같아요. 워밍업 시간이 길어서 아쉬웠어요.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때 만났어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루틴이 있나요?
12월 31일 소중한 사람들에게 문자를 보내요. 그리고 받는 답장이 새 해를 달릴 용기가 되는 것 같아요. 잠에 들기 전에는 메모장에 목표를 적어요. 과거에는 장황하고 거창하던 목표가 점점 심플해지는 것 같아요. 

2025년 목표는 무엇인가요?
대중에게 더 익숙한 얼굴이 되고 싶어요. 작품을 비롯해 불러주는 곳은 어디든 가려고요. 지난해에 나를 채우는 시간을 아주 잘 보냈어요. 연료를 가득 채웠으니 열심히 달리고 싶어요. 

영화 <귀공자> 속 도박판 복싱에서 파이트 머니를 받으며 살아가는 마르코와 <파친코> 시즌2의 노아로 얼굴을 알렸어요. 한 사람의 연기라고는 상상도 못할 만큼 완벽한 변신이었죠. 
지금도 오디션에 가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얘가 걔야?”예요.(웃음) 양극단에 있는 캐릭터를 만나서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캐릭터로서 확실히 각인시키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두 작품 모두 오디션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했어요. 합격 비결이 있다면요?
운명인 것 같아요. 오디션을 수백 번 넘게 봤지만 아무리 간절해도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해요. 

지금까지도 생생한 기억이 있나요?
<귀공자> 오디션이 당시 제게는 동아줄과 같았어요. 그때가 배우 생활을 시작하고 가장 힘들던 때였거든요. 오디션을 보면 매번 최종까지 가서 낙방했어요. ‘내가 작품에서 활약할 수 없는 배우인가?’ 하는 실망에 빠져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방황하던 시기였어요. 오디션에서는 자꾸 떨어지고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도 했는데, 마침 박훈정 감독님 작품에서 신인 배우를 찾는다는 소식이 들렸어요. 정말 어떻게 해서든 꼭 잡고 싶었어요. 

당시 오디션에 1980명이 지원해 화제였죠.
또래 신인 남자 배우들은 다 참가했을 거예요. 제 주변 형, 동생, 동료도 다 봤고요.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임했는데 될 거라는 기대는 없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3차, 4차 오디션을 진행하고 다양한 요구를 하시는 거예요. 그 시기 치열한 과정을 거쳐 역할을 해낸 것 자체가 지금까지도 큰 자부심이에요. 앞으로 배우 생활에 든든한 자양분이 될 것 같고요. 그 과정을 거치며 했던 생각, 촬영할 때의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자꾸 떠올려요. 

박훈정 감독에 따르면 그 당시 태주 씨를 보고 ‘얘는 이거 안 되면 그만두려나 보다’ 싶었다고요. 고작 데뷔 3년 차였는데 왜 그렇게 처절했어요?
살면서 그렇게까지 눈앞에 보이는 결과가 없던 적이 없었거든요. 학교 성적, 자격증 시험 등 준비하면 그만큼 결과가 나왔는데, 연기는 아무리 해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내가 잘 가고 있는지, 열심히 하고 있는지 불안했어요. 

실제로는 마르코와 노아 중 어느 쪽에 가까워요?
‘강태주’라는 사람은 노아와 비슷해요. 원작 소설을 읽으면서도 노아와 가깝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 역시 착하고 성실하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속에는 자기만의 욕망도 품고 있고, 상황적인 면에서도 공감됐어요. 저도 장남이거든요. 노아처럼 형편이 여유롭지 않은 데서 오는 장남의 고민과 무게, 책임감도 느껴봤고요. 그래서 오디션을 준비할 때 떨리긴 해도 자신은 있었어요. 마침, 운명처럼 제가 일본어도 잘하지 뭐예요. 

그야말로 강태주를 위한 역할이었네요!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파친코> 시즌1 오디션에도 참가한 터라 글로벌 프로젝트 오디션 과정도 대략 알고 있었고요. 그때 떨어진 게 다행이었죠. 사람이 다 때가 있나 봐요. 노아는 생애 처음으로 오디션이 끝나고 결과를 기다리지 않았어요. 오디션 현장에서 마음껏 쏟아냈으니 결과에 상관없이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뭐 하나 쉬운 게 없었지만 마침내 해냈어요. 운명을 믿나요?
네 믿습니다. 이 일을 시작하고 믿게 됐어요. 수백 번 넘는 오디션을 봐도 제게 온 캐릭터는 손에 꼽아요. 우연인 듯 보이지만 운명처럼 찾아와요. 

지금까지 배우 인생에서 가장 영향을 준 사람이 누구예요?
함께하는 연기 선생님요. 연기에 사람 강태주가 묻어난다는 걸 깨닫게 해준 분이에요. 연기 수업을 받으며 나란 사람에 대해 더 잘 알아가는 것 같아요. 저만의 ‘오은영 선생님’이에요. 

기억에 남는 말이 있나요?
수업 초반, ‘태주야 난 네가 너를 조금 더 사랑해주면 좋겠어’라고 하신 말씀요. 연기할 때 평소 제 생각, 습관, 모습을 보시고 그 말을 꼭 해야겠다 싶으셨대요. 그 말을 듣고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고요. 펑펑 울었어요. 최근에서야 ‘나는 나로서 괜찮아’ 하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어요. 아직 씨앗이지만요.

연기를 시작하고 오히려 자유로워졌나요?
맞아요. 그래서 이 씨앗을 잘 키우고 싶어요. 

신인 배우에게 성장이란 뭘까요?
고통요.(웃음) 한 단계씩 성장하는 게 너무 고통스럽지만 꾸준히 ‘잘’해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요. 결국 이게 자양분이 되거든요. 요행은 없어요. 현장에서 만난 선배님들의 조언을 들어보면 각자의 성공 방식, 각자의 고통이 존재하더라고요. 이게 프로의 세계인가 봐요. 

오늘 촬영 내내 스태프들을 ‘프로 선생님’이라고 하더라고요. 프로란 어떤 사람을 의미할까요?
돈값 하는 거요.(웃음) 맡은 일을 ‘열심히’가 아닌 ‘잘’해낼 책임과 의지를 갖춘 사람이 프로인 것 같아요. 

배우가 안 됐다면 어떤 분야에서 프로가 됐을 것 같아요?
이 대답이 참 부끄러운데, 선배님들이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다른 건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라고 하시는데 저는 진짜 딴생각 많이 했어요. 안 될 것 같은 두려움에 계속 도망치려고 한 것 같아요.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와인 바가 매출이 잘 나오더라고요.(웃음) 장사계의 프로가 되지 않았을까요? 

요즘 푹 빠진 취미가 있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 해요. 얼마 전 오랜만에 군대 선임을 만나서 로펌에 다니는 직장인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새로운 사람의 이야기가 자극이 되더라고요. 맛집에도 진심이라 쉬는 날에는 맛집을 찾아다녀요. 

최근 발견한 태주의 맛집은 어디인가요?
서울숲에 위치한 중식당 ‘제제’요. 새우 완탕면과 칠리새우를 꼭 드세요. 활발한 활동을 위해 먹은 만큼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러닝, 웨이트트레이닝, 수영에 도전했고 요즘은 필라테스에 흠뻑 빠져 있어요. 

필라테스의 어떤 점에 사로잡혔죠?
‘내 몸이 이렇게 틀어져 있구나’ 느껴요. 하면 할수록 인생과 닮은 구석이 있더라고요. 선생님께서 바른 자세라고 잡아주는 게 아프고 불편하거든요. 지금까지 전 잘못된 자세에 익숙해져 있었던 거고요. 자세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그 낯선 감각을 견뎌야 해요. 수련하는 마음으로 하게 되더라고요. 

강태주라는 이름 앞에 욕심나는 수식어가 있어요?
믿고 보는 배우, 믿보배요. 식상하지만 그보다 영광스러운 수식은 없을 것 같아요. 어떤 역할이든 납득되고 설득시킬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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