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의 ‘이노시톨’ 대체 뭔가요?
혈당 안정, 체중 감량, 여성 건강, 심신 안정, 다이어트까지. 이거 하나로 다 된다고?
영양제 공화국에 삽니다
나는 영양제에 중독되어 있다. 하루 한 주먹 정도의 양을 아침 저녁으로 나누어 꼼꼼하게 챙겨 먹은 지 벌써 15년째다. 두 달에 한 번씩 ‘큰손’이 되어 서랍 한쪽을 채울 영양제를 잔뜩 구매하고, 이것저것 잘 먹고 다니니 영양제를 추천해달라는 질문도 심심치 않게 받는다. 영양제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도 무시 못하지만 실제로 경험한 효과도 많다. 그렇다고 아무 거나 다 먹는 건 아니다. 출퇴근길 영양제 직구 사이트를 뒤지며 요즘은 어떤 성분이 주목받는지, 지금 먹는 것과 궁합은 잘 맞는지 호시탐탐 정보를 찾는다.
비단 나만 이런 건 아닌가 보다. 2022년 한국식품영양과학회 학술 대회 발표집에 실린 ‘성인 영양제 섭취 실태 파악에 대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2000명 중 91.2%가 영양제를 섭취한다고 밝혔다. 육체적 피로나 정신적 스트레스, 지병이나 신체 밸런스를 위한 영양제까지 섭취 품목도 다양하다.
비타민계 역주행 아이콘
그중 최근 관심이 급증한 것이 있으니 바로 ‘이노시톨’이다. 유명해지기 전부터 이를 챙겨 먹는 사람을 본 적은 있다. 대다수가 다낭성난소증후군의 치료 목적이나 임신 준비 또는 임신 중 관리를 위해 먹는다고 했다. 한의사가 내게 이노시톨 복용을 추천했을 때 의아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노시톨은 오직 여성 건강을 위한 것이라 생각했다. 다이어트와 심리 안정에 도움을 준다는 말에 큰 신뢰가 가진 않았지만 몇 달 복용해보니 놀라울 정도로 효과가 좋았다. 머릿결과 피부가 좋아졌으며 배도 약간 들어갔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우울해지는 일도 줄었고, 잠도 잘 잤다. 효능을 체감한 뒤부터 이노시톨을 빼먹은 날이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 좋은 걸 나만 알지 말고 널리 알리기로.
이노시톨이 뭐길래?
이노시톨은 우리 몸속 ‘안테나’다. 체내 시스템, 특히 세포와 호르몬이 서로 신호를 전달할 때 그 신호를 잘 주고받도록 돕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인슐린이 포도당을 세포 안에 집어넣을 때도 세포 속 이노시톨이 전달자 역할을 해야 포도당이 들어가는 통로가 열린다.
이노시톨은 약이 아닌 일반 식품 형태로 유통된다. 여성 건강이나 인슐린 감수성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많지만, 모든 인구 집단에서 동일한 효과가 적용됐다거나 일정하게 기준으로 규명되진 않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이노시톨은 주로 간이나 신장에서 만들어진다. 이때 마그네슘이 필요하다. 문제는 많은 스트레스와 빈약한 식습관으로 마그네슘 결핍이 높은 현대인. 하루에 합성되는 이노시톨의 양은 약 2g인데, 수용성 물질이라 축적 없이 배출되니 음식이나 영양제로 보충해야 하는 거다.
호르몬 불균형부터 인슐린 개선까지
1 이노시톨은 여성호르몬의 불균형을 잡아줘 생리전증후군이나 다낭성난소증후군을 개선한다. 난포를 자극해 배란과 임신을 돕고, 생리주기를 규칙적으로 만든다. 남성은 정자의 질과 운동성을 개선하고 수정 능력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다.
2 세로토닌을 활성화해 우울증, 신경장애, 공황장애, 강박장애를 치료하는 데도 사용된다. 긴장을 풀어주고 신경 안정 효과가 있어 저녁에 섭취하면 숙면을 도와준다.
3 체내 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지질대사를 원활하게 해 지방이 간이나 혈관에 침착되는 것도 막는다. 이노시톨이 체중 조절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인슐린 개선을 도와 혈당을 안정화하고, 인슐린 감수성을 높여 체내 당대사를 개선하기 때문이다.
4 호르몬 균형에 영향을 주니 기타 부위에도 간접적 효과를 가진다. 여드름이나 피지 분비량 조절 개선, 건강한 모발 생성의 촉진과 탈모 예방이 대표적 예. 피부 염증을 진정시키고 습진 예방에도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
5 과산화물과 활성산소를 제거해 세포에 쌓인 독소와 몸의 피로를 없애고, 장의 연동운동을 도와 소화 능력을 촉진해 자극이나 부작용 없이 변비 증상을 완화한다.
이노시톨 ‘잘’ 먹는 법
이노시톨을 영양제로 섭취할 경우, 아침과 저녁에 나누어 복용하면 신체 내 일정 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공복에 섭취해도 부담 없지만, 위가 민감하다면 식후에 복용하길 권한다. 비타민 B군이나 마그네슘과는 궁합이 잘 맞아 함께 복용하면 좋다. 부작용도 적다. 유튜브 오징어약사TV를 운영하는 김선영 약사는 “용량에 대한 부작용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다낭성난소증후군이나 인슐린저항성 개선용 섭취량이 4g 정도지만, 정신과 질환 개선용으로는 1일 18g이 사용되기도 하거든요. 그만큼 용량으로 인한 문제는 거의 없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단, 사람에 따라 구토나 속쓰림 같은 위장장애를 일으키기도 하니 과다 섭취는 금물. 양극성 장애 환자는 조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 이노시톨은 카페인에 반대 작용을 하기 때문에 가급적 커피와 동시에 복용하는 건 삼가는 게 좋다.
나를 위한 맞춤 식단
영양제는 과학기술을 활용한 음식이다. 당연히 식사를 골고루 하는 이라면 굳이 이노시톨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바쁜 현대인이 매일 건강한 식사를 챙기는 건 쉽지 않을 터. 그런 의미에서 영양제로 섭취하는 방법이 비용 대비 가장 효과적 수단인 셈이다. 영양제의 효능을 믿지 않는 이들도 많다. 개인적으로 영양제의 목적은 질병 예방이나 치료가 아닌 우리 몸의 컨디션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고 여긴다. 선택은 자유다. 그렇지만 속는 셈 치고 한번 잡숴보면 생각이 달라질걸?
EDITOR’S PICK
이노시톨 초보, 어떤 걸 구매할까 고민 중이라면 주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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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그래퍼
- 정원영
- 도움말
- 김선영(유튜브 오징어약사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