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애 |
드라마 <은수 좋은 날>의 은수 역 캐스팅 기사는 진작 났는데, 이제야 만났네요. 평범한 주부가 해서는 안 될 일에 발을 들이게 된다죠. 어떤 점에 끌렸나요?
제가 이 작품을 처음 읽은 게 벌써 1년 전이에요. 제일 재미있었던 건 은수가 평범한 주부라는 거였어요. 내가 생활 연기를 하면 되겠구나.
‘평범한 주부’에 방점이 있었군요?
<마에스트라> 같은 캐릭터는 만들어가는 재미는 있지만 현실에 좀 떠 있는 인물이에요. 반면 은수는 현실에 발 붙인, 누구나 볼 수 있는 그냥 평범한 아이 키우는 엄마의 역할에서 시작해요. 점점 사건을 겪고, 자기도 모르는 내면의 다양한 색을 보여주는 그런 캐릭터거든요. 그런 부분이 마음에 들었고 또 재미있었고.
평범하게 시작하지만 더 이상 평범할 수 없는 캐릭터죠. 이 모든 것의 동기가 가족을 위해서라면서요?
그러다 보니 대사 하나하나, 장면 장면마다 짠하고 뭉클할 때가 많았어요.
영화 <봄날의 간다> 외에는 현실의 아주 평범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은 자주 못 본 것 같습니다. 그 <봄날은 간다>에서도 이름이 ‘은수’였죠. 은수가 2001년 작품이니, 20여 년이 흐르면서 또 다른 은수를 만나게 되었네요.
결혼하고 나서는 아이 키우느라 많은 작품을 못했어요. 일 년에 한 편 정도죠. 항상 다양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는데, 저는 이제 엄마기도 하고, 제 일상도 평범한 생활의 연속이기 때문에 그런 연기를 한번쯤 하고 싶었어요.
오늘 화보를 함께하고 있는 ‘이경’과는 어떤 호흡을 보여주나요?
주어진 환경은 다르지만, 목적은 하나인 인물들이 달려가면서, 서로 맞지 않는 색깔이 맞춰지고 부딪치는 과정 속에서 또 정이 들어요. 은수가 이경이라는 새로운 인물과 같이 엮어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게 또 묘미예요. 어떻게 보면은 마주 보지만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이라고나 해야 할까요? 그러면서 연민이 생기고 보듬을 수밖에 없는, 그런 협력자이자 여운이 남는 파트너죠.
특히 최근의 <구경이> <마에스트라> 등 예전보다 더 과감한 시도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작품 선택의 기준이 달라졌나요?
그런 작품의 제안이 오기도 하지만, 예전보다 도전하는 재미를 더 느끼게 됐어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있고, 해보지 못한 새로운 역할을 함으로써 희열감도 느끼고. 결혼하면서, 육아하면서 그런 자신감과 용기가 생겼다고나 할까요? <구경이>와 <마에스트라>도 마찬가지였고. ‘왜 저한테 구경이란 캐릭터를 주셨어요?’라는 얘기도 했는데, 오히려 ‘이영애가 <구경이>를 한다고?’ 관심을 가져주신 것 같아요. 최근 작품은 젊은 시청자의 호응이 좋았어요. 그래서 ‘도전하길 잘했구나 싶었죠.(웃음) 예전에는 ‘저희 엄마가 팬이세요’ 그랬는데, <구경이> 때부터는 막 달려와요.(웃음)
쌓아온 게 많은 만큼 실패에 대한 무게도 더 무거울 수 있는데요.
도전이라고 해서 다 성공할 수는 없죠. 다만 제가 해봄으로써 지금 호기심이 충족되는 것에 대한 스스로의 만족이 더 커요. 실패나 두려움보다도 시작에 대한 설렘이 저한테는 더 우선순위인 것 같아요. <구경이>도 조금 어렵고 난해해도,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는 현장이 무척 재미있었어요. 제가 재미있으면 뭐 열에 한두 분은 재미있게 봐주시겠지? 좀 더 나아가서 이제는 제가 즐거운 역할이면 더 좋은 거 아닌가 싶기도 해요. 시청률을 떠나서 이게 좋아하는 과정이에요.
과정 자체를 더 즐기게 된 것도 같습니다. <구경이>에서는 버석했고, <마에스트라>에서는 젠더리스 룩을 즐겨 입었죠. 이번엔 어떤 모습인가요?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이 중요한 역할을 해요. 모두 연기의 일환이죠. 이번에는 현실의 엄마 역할이기 때문에 흔히 볼 수 있는 편한 옷이에요. 그러면서도 젊은 감각을 잃지 않는 스트리트 패션? 편안하면서도 잔재미를 주는 의상으로 시작했어요.
또 어떤 준비 작업이 있었나요?
거친 장면이 의외로 많아요. 그 준비로 운동을 했어요. 근육이 조금 붙어야 하고, 뛰는 장면도 있어서 근력운동을 꾸준히 했죠. 1년 전부터 준비했으니까 작가님, 감독님과 대화도 충분히 했고, 카메라 감독님도 에너지가 정말 좋으세요. 그래서 현장이 너무 좋아요. 전혀 힘들지 않고요. 덕분에 긴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연기를 풀어가고 있어요. 현장 분위기가 참 중요해요.
현장 변화도 많이 느껴지나요?
너무 다르죠, 예전하고는. 저희는 막 사나흘 집에도 못 가고 찍던 시절을 보냈으니까요. 그때 생각하면 이제 12부작도 6개월 걸리니까 인내심이 필요한데 하지만 그만큼 완성도 면에서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듣기로는 촬영장 간식왕이라고. 오늘도 한가득 보이네요.
몇 번 한 거예요. 제가 연장자니까 맛있는 거 있으면 좀 나눠 먹은 거예요. 귤 같은 것들. 겨울이니까 다들 감기 걸리고. 건강 챙겨야 하잖아요. 요즘에 귤이 제철이니까 감귤 맛있는 거 몇 박스.(웃음) 과자 이런 거 안 좋잖아요. 별 거 아니에요.
요즘은 또 OTT의 시대라 진짜 예전 작품을 다 다시 볼 수 있거든요. 저도 어릴 적 금지됐던 것 같은 <초대>나 <파파>를 정주행했습니다.
어머, 웬일이야. 부끄럽네요. 그 시절 저를 생각하면 뭐 너무 투머치.(웃음) 연기도 잘해보려고만 하고, 예쁘게 보이려고 머리도 이상하게 하고.
지금 봐도 세련입니다. <초대> 한 번 다시 보세요. 되게 재미있어요. OST도 너무 좋고 스타일도 멋집니다.
OST 인정! <초대>는 정말 그때야말로 사나흘씩 잠 못 자고 찍었죠. 다 볼 수 있구나. 몰랐어요. 웨이브에 들어가면 되나요? 사실 제 작품을 찾아보지는 않아요.
만약 ‘이영애 특별전’이라고 해요. 영화, 드라마를 통틀어서 다섯 편을 선택한다면 어떤 작품을 고르겠어요?
<은비령>이라고 제가 스물일곱 살 때 KBS <TV문학관>에서 방영한 단편 작품이 있어요. 현대문학상을 받은 이순원 작가님 작품을 윤석호 감독님이 하셨는데, 작품도 좋고 감성을 많이 자극하는 애잔한 작품이죠. 모르는 분이 많지만 기억에 남는 작품이어서 <은비령> 하고, 많이 사랑해주신 <대장금>. <봄날은 간다>와 <친절한 금자씨>.
한 자리 남았네요, 이제.
그럼 <은수 좋은 날>로 해야겠다.(웃음)
항상 최근작이 베스트면 최고죠.
그만큼 저도 기대하는 작품이에요. 배우에게는 앞으로의 작품이 중요하니까요. 최근에 잠깐 예고편을 봤는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 잘 나왔어요.
필모그래피만큼이나 인생에서는 개인적인 삶이 중요합니다. 늘 가정과 행복을 말씀하시는데, 그것도 되게 좋더라고요.
가정의 행복이 제가 연기하는 데 여유를 주는 것 같아요. 편안함과 여유가 있으니까 연기하는 데도 좀 더 집중이 되고요. 또 제가 육아와 살림살이도 하고 학부모도 돼보니까 감정의 결이 되게 풍부해졌어요. 실생활을 해나가는 게 배우에게 큰 도움이 되는구나, 연기할 때도 감사함을 느끼죠.
그러다 배우 활동을 멈추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오히려 저는 일을 해야겠더라고요. 어느 정도 거리 두기도 필요한 것 같아요. 저한테는 일과 가정, 양쪽 다 필요해요. 1년에 두 작품 하면 딱 좋겠는데요.(웃음)
오늘은 ‘어둠의 세계’에 들어선 두 사람을 표현하기 위해 스타일을 강하게 했는데요. ‘사업’에 성공한 두 사람이죠.
오, 영광 씨와 그 얘기했어요. 우리 둘이 한탕했어, 크게! 오늘은 내가 보스가 된다!(웃음) 저도 화보 촬영이나 이런 걸 좋아하거든요. 새로운 트렌드를 입어봄으로써 또 새로운 감성도 갖고, 낯선 룩을 시도하는 아주 즐거운 작업이죠. 루이 비통은 항상 트렌드를 앞서가니까 오늘 의상도 신선했어요. 옷을 입으면서 옷에 맞는 콘셉트의 눈빛이나 제스처나 애티튜드를 생각하는 것도 재미있고요. 평소의 저는 그냥 편한 거 입어요. 그런데 딸은 제가 어디 나가면 저를 되게 스캔해요.(웃음) 오히려 꾸미길 바라서 같이 외출할 때는 더 신경 쓰죠.
나중에 이 모먼트를 꺼내서 어디 쓸 수도 있다는 사람의 눈빛인데요?
그럼요. 지금은 <은수 좋은 날>을 하고 있으니 뭐든지 은수한테 초점을 맞추죠. ‘이게 은수한테 맞는 걸까?’ ‘은수의 마인드에 맞는 음악일까?’ 이렇게 앉아 있으면 ‘은수가 나처럼 앉아 있을까?’ 지금 모든 중심에 은수가 있죠.
지금의 이영애가 예전 그 시절의 이영애에게 메시지를 보낸다면 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
계속 열심히 하라고. 고군분투하면서 쉬지 않고 열심히 했거든요. 20대를 열심히 살았기에 30대가 있었고, 또 그런 30대가 있어서 지금의40대, 50대가 있으니까요.
그런 스스로에게 선물 하나를 한다면, 뭐가 좋겠어요?
혼자만의 여행? 심심할까요? 생각해보니까 그럴 거 같기도 해요.
| 김영광 |
이번 <은수 좋은 날>에서 ‘이경’ 역을 맡았죠. 드라마 정보를 보니 이렇게 써 있네요. ‘명문대생 방과후 미술 강사다. 이 시대의 보기 드문 완벽한 청년’. 모든 것을 다 갖췄는데 어쩌다가 그런 험한 일을.
거짓입니다.(웃음) 제가 그래서 자꾸 수정해달라고 하는데요, 완벽한 남자가 아니에요, 이경은. 아무래도 소재 등을 설명하기 어려우니까 그런가 봐요. 미술 선생님이지만 밤에는 다른 일을 하는, 말씀하신 것처럼 이중생활을 하죠. 제 정체는 드라마 전개상 금방 탄로가 납니다. 그래야 얘기가 시작되니까요.
은수의 동기는 명확해요. 가족을 위해서죠. 이경의 동기는 뭔가요?
나중에 가면 다 똑같아요. 한 사람은 가족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고, 또 한 사람은 원래 가족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 같은 거죠. 은수는 지금의 자기 가족을 지키려고 하고, 저 같은 경우는 다시 예전의 가족으로 돌아가려고 일을 벌이죠.
그러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
맞아요. 은수는 시련을 겪는 와중에 우연스럽게 ‘어떤 걸’ 줍게 되죠. 마침 관련된 사람이 딸의 미술 강사였던 거예요. 그래서 용기를 내서 나랑 같이 하자고 하죠.
그렇게 함께 불법적인 일을 도모하는군요. 말하자면 사업 파트너로서. 다들 두 사람의 관계가 궁금하지 않겠어요?
일단은 협력 관계예요. 처음에는 서로 견제하죠. 저도 그때는 밑져야 본전이지. ‘뭐 내가 나중에 털어먹고 버리면 되니까’ 생각하면서, 그렇게 둘이 열심히 돈 버는 얘기인데 언제나 뒤통수 칠 준비를 서로 하고.(웃음)
같은 목적으로 함께하지만 각자 다른 마음이 있으니, 거기서 오는 긴장감이 있겠군요?
그렇죠. 절대 서로를 믿지 않아요. 일하는 사이죠.
결코 연인은 아니다.
아, 그럼요.(웃음) 그쪽은 남편도 있고 아이도 있어요.
배우가 이영애, 김영광인데 극 중에서 여러 감정이 생겨날 것 같은데요? 연민이라든가.
맞아요. 시간이 갈수록 감정이 쌓이죠. 저는 전우애? 그렇게 생각했어요. 서로 많은 사건을 같이 겪게 되는데, 처음에는 서로 잘 도와주려고 하지 않죠. 그러면서 다른 사람과 경찰을 상대하다 보니 역경을 함께 헤쳐가면서 생기는 감정들이 있죠. 동료애, 전우애 같은 게 생겨나요.
이 작품의 어떤 부분에 가장 끌렸나요?
이영애 선배님이 이걸 한다고 해서 관심을 가졌죠.(웃음) 캐스팅 기사를 이미 본 상황이었어요. 저는 다른 걸 하던 와중에 대본을 5부까지 봤는데 엄청 재밌는 거예요. <은수 좋은 날> 안 하면 쉴 생각이었거든요. 이영애 선배님의 영향이 없을 수가 없죠. 제가 어릴 때부터 이영애 선배님은 완전 무비 스타였는데, 이 작품에서 어떤 걸 보여주실까. 그런 궁금함이 컸어요. 같이하면서 내가 많이 배울 수 있겠다 싶었죠. 그리고 이야기 자체에도 호감이 갔어요. 범죄를 다루면서도 그런 소재 자체보다 가족 얘기, 드라마적인 부분이 더 많다는 게 좋았어요.
<악인전기> 이후 다시 한번 ‘악인’이 된다는 것에 염려는 없었어요? <악인전기> 역시 무척 재미있는 작품이었죠.
저도 너무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신하균 선배랑 ‘다음에 뭐 있으면 같이하자. 이대로는 너무 아쉽다’ 끝나고 따로 만나서 서로 얘기했을 정도죠. 악역에 대한 부담이 아예 없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안 좋은 일을 선택했을 때, 가까이서 보면 좀 이해되고 공감이 가고 안쓰러운 마음도 생기는 부분이 있을 수 있잖아요. 옳지 않은 일을 하는 인물이지만 이 캐릭터의 어떤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고, 이 사람을 돕고 싶기도 한 복잡한 마음이 있어요. 저도 빨리 보고 싶습니다, 이 드라마를.
가족 입장에서 보면은 히어로죠. 가족을 지키려는 사람들이니까.
거짓말을 계속하다 보면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점점 악화되는 쪽으로 가다 보니 이 행동이 옳았던 걸까?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의 어떤 선택이나 행동이 그런 질문이나 생각을 계속하게끔 해요. 그것도 맘에 들었어요.
이경은 능숙한 거짓말쟁이인가요?
생각보다 능숙하지 않아요. 제가 생각한 이경은, 꿀릴 게 없는 캐릭터가 아니라 오히려 어떤 일 때문에 성장이 멈춘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이 욕심과 복수의 날을 갈다 보니 치밀하고 완벽해 보여도, 사실 마음적으로는 되게 약한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이 친구의 힘이 조금 빠져요. 내면에서는 양심과 불안과 싸우고 있는 거죠. 나쁜 선택을 하면서도 동시에 고민을 해요.
그런 변화를 연기로 보여주는 건 어땠나요?
상황을 그냥 따라갔어요. 사건이 진행됨에 따라 더 악에 받치고, 광적으로 변하는 캐릭터도 있는 반면, 이경은 반대거든요. 이 드라마에서는 욕심과 복수를 위해 광인이 되는 사람이 많아요.(웃음)
그 안에서 영광 씨만의 광기를 찾았나요?
저희 드라마 전개가 무척 빠르거든요. 어려웠던 건 사건 전개가 빠르다 보니 이 인물의 속마음? 이런 부분이 그냥 지나갈 때가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감독님과 이 부분에서도 상의하면서 찍고 있어요.
이경의 동기가 가족이라면 배우 김영광의 동력은 주로 무엇인가요?
계속 작품을 통해서 좋은 캐릭터와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게 첫 번째 목표예요. 그리고 더 많은 작품에 출연하는 게 제겐 가장 큰 동기이자 에너지 같은 거죠. 성공과 실패에 관계없이 일단 더 많이 하면 좋겠어요. 그 안에서 계속 뭔가를 해보는 게 재미있어요. 아직도 안 해본 게 너무 많고 안 해본 배역도 많고 만나지 못한 감독님도 많다 보니 일하는 게 더 재밌어요. 안 하면 병에 걸릴 것 같아요.(웃음)
작품 선택의 중요한 이유가 된 이영애 씨와의 연기는 어땠어요?
은수라는, 가정주부이자 아이와 가족, 남편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 딱 한 번의 옳지 않은 선택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시고. 저 개인적으로는 같이 작업해보니 제가 어릴 적 봤던, 듣던 그 목소리가 하루 종일 귀에서 맴도는…! 와, 맞아 저 목소리였어!(웃음) 선배님의 딕션과 목소리 자체가 항상 개연성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현장에서 정말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너무 좋았죠.
오늘 화보 촬영에서도 두 분의 케미스트리를 담을 생각입니다.
송현욱 감독님이 저희를 되게 예쁜 로케에서 찍곤 하시는데, 워낙 로맨스물을 많이 하신 분이라서.(웃음) 저희는 범죄와 인간의 어떤 욕구를 따라 치열하게 흘러가고 있는데, 가끔 예쁜 장면을 찍을 일이 생기면 약간 신나하시는 것 같아요.
강추위 속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인데 이렇게 화보 촬영장에 와 있는 건 어떤가요? 루이 비통이 가득한 세계에.
아직 한참 남았죠. 너무 좋은데요? 우리 드라마에서 이런 데는 안 나오니까. 저희는 돈은 많이 벌었는데 돈 쓰는 장면이 없어요.
두 분 다 패션에도 일가견이 있는 분들이죠. 요즘 드라마 팬분들은 영광 씨 예전에 모델이었다는 걸 모르죠?
최근 분들은 잘 모르죠. 저도 가물가물해요. 그래도 화보 촬영장에 오면 추억이 생각 나요. 옛날에 봤던 형 누나도 만나고 또 반갑기도 하고. 진짜 말라서 몸도 작고 아직 뼈도 다 안 자란 상태에서 샘플을 입었죠. 어떤 캐릭터를 위해 살을 좀 찌워야 한다, 그러면 너무 고마울 것 같은데, 그런 역할이 없어요.
하하, 증량하는 캐릭터를 하고 싶나요? 또 어떤 역할을 기다려요?
저는 꼭 한번 해보고 싶긴 해요. 벌크업이 아니라 확실하게 증량하는 역할요. 또 악인을 계속하다 보니, 다시 로맨스가 하고 싶다. 악인 두 번 하면 평범한 거 하고 싶고 그런 마음이에요. 뭐 이렇게 왔다 갔다 해요.
하하, 악인의 고단함이 느껴지네요.
악인은 강렬한 대신 고민이 많거든요. 로맨스는 사랑하고 좋아하고 말랑말랑하고, 막 이런 걸 그냥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 되는데, 악인은 자꾸 숨기고 고민하고 뒤통수 칠 생각을 하고 작전을 짜고.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나쁜 사람이 할 게 훨씬 많습니다.(웃음) 나쁜 사람은 다리 뻗고 못 자요. 생각할 게 많아서요.
연기 고민 외에 인생에 대한 고민은 없어요?
하루하루를 생각하지 멀리 보는 편은 아니어서요. 개인적 고민이 있다면 제가 짐이 많아요. 못 버리는 성격이거든요. 저 짐을 어떻게 정리하지? 10여 년 동안 저 혼자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차곡차곡 쌓인 거죠. 이제 짐이 너무 많다 보니까 집에 가도 정리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고개를 돌리면 저기 또 이만큼 쌓여 있고. 유튜브에서 정리 정돈하는 방법 같은 거 찾아 봐요. 아, 그리고 고양이. 촬영 끝나면 집에 빨리 가려고 해요. 고양이들이 저를 기다리거든요.
*본 기사에는 협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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