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해요! 지난해 티켓 판매율 1위 뮤지컬로 <알라딘>이 꼽혔어요.
박강현(이하 강현) 하반기까지 공연이 예정되어 있으니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최지혜(이하 지혜) 이렇게 행복한 현장은 처음이에요. 디즈니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 밝은 작품이다 보니 무대가 끝나면 지치기보다 손뼉을 치며 환호하게 되더라고요.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해요.
뮤지컬 <알라딘>은 2014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10년 만에 한국 초연으로 열리는 작품이에요. 부담스럽지는 않았어요?
강현 그래도 <알라딘>이잖아요. 도전에 무슨 이유가 필요하겠어요. 알라딘이 소년이다 보니 연기하기에 내가 너무 나이가 많은 건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어요. 다행히 연습하다 보니 제 안에 있던 소년이 빼꼼 나오더라고요.
지혜 아직 3년 차 신인이기에 뭐든 부담을 이기고 도전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어요. 오디션에 참가했는데, 그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1차, 2차, 3차 오디션 내내 저를 심사하는 게 아니라 같이 연습하고 즐기는 분위기였거든요.
당시 지혜 씨를 향한 심사평에 ‘불꽃같은 자스민’이 있었다고요?
지혜 자스민이라는 캐릭터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에요! 자스민이 디즈니 공주 중에서도 가장 기가 세다고 하더라고요. 주체적이고 솔직하며, 자신의 의견을 잘 표현할 줄 아는 똑똑한 공주요. 그래서 저는 자스민의 호기심 어린 모습과 꿈을 열망하는 평범한 소녀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배우 김준수, 서경수와 다른 박강현표 알라딘의 키워드는 뭐였어요?
강현 단순함요. 이 친구는 영리하고 단순해요. 어떤 말을 뱉을 때 머리를 굴리는 게 아니라 마음속에 있는 말이 툭 나와요. 투명한 유리창처럼 진심이 훤히 보이고요. 자칫하면 ‘바보인가?’ 싶을 정도로 진실하고요. 직설적이고 꼬인 대사가 없다 보니 자칫 유치해질 수도 있어 초반에 대사 톤을 잡는 데 시간을 많이 쏟았어요.
무대를 보니 한시도 쉴 틈이 없더라고요. 공연의 난도가 상당하죠?
강현 이렇게 안무가 많은 공연은 처음이에요. 춤을 ‘연기’했어요. 매일 진도를 나갈 때마다 ‘그래, 이것까지 열심히 하자’ 하는데 다음 날 또 새로운 걸 나가요. 매일 새로운 걸 배우는데 진도를 쫓아가다 보니 피로와 부담이 엄청나더라고요. 경수 형은 워낙 몸을 잘 써서 날아다니고, 준수 형도 아이돌 출신이잖아요. 다른 사람은 잘 따라가는데 혼자 버벅거리니 미칠 것 같았죠. 너무 힘들어서 연습하고 집에 가면 잘 시간도 아닌데 소파에 앉아 맨날 졸았어요.
지혜 오빠가 그렇게 힘든 시간을 겪은 줄 몰랐어요. 전혀 티가 안 났거든요. 연습실에서 경아 언니와 ‘강현 오빠는 노래, 연기, 춤까지 잘하네요. 이래서 다들 박강현, 박강현 하나 봐요’라며 얼마나 감탄했다고요. 춤은 저도 어려웠어요. 자스민은 적은 분량에 확실한 존재감을 주는 게 또 하나의 숙제였어요. 한 번 등장할 때면 이 여자가 얼마나 보통이 아닌지 확실히 보여줘야 해서 에너지를 함축해야 했죠. 나름대로 열심히 연구했었어요.
짧은 순간에도 존재감이 엄청나던걸요. 지혜 씨가 3년 차 배우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요.
강현 지혜는 무대에서 아주 정확한 배우예요. 군더더기가 없어요. 깔끔하고 정갈한 코스 요리 같아요. 돋보이려고 욕심을 부리는 사람도 있는데, 지혜는 자기가 할 게 뭔지 정확히 알고 쓸데없는 짓을 안 해요.
<알라딘>의 오리지널 크리에이터 벤 클레어의 디렉팅은 어땠어요?
강현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지금도 보고 싶어요. 세 명의 알라딘과 자스민, 지니가 있으니 에너지를 3배로 써야 하는데, 단 한 번도 힘든 내색 안 하고 친절하고 꼼꼼하게 설명하더라고요. 인품이 정말 훌륭해요.
지혜 해피 바이러스를 가진 사람이에요. 바로바로 습득하지 못하거나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도 침착히 기다리고 용기를 북돋워줘요. 까다로운 오디션을 거쳐 본인과 닮은 배우를 모았나 싶을 정도로 완벽한 사람들로 배역을 구성했고요. <알라딘>을 하면서 이 일을 더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뮤지컬 배우로 사는 즐거움은 뭔가요?
지혜 한 작품이 끝나면 또 새로운 역할, 새로운 사람과 환경으로 들어가잖아요. 그 과정 자체가 하루하루 한계를 극복해가는 것 같아요. 계속해서 제 한계를 깨나가는 과정이 즐거워요. 뮤지컬 음악을 듣고 걸을 때, 대본을 보면서 정말 행복하거든요. 늘 저를 꿈꾸게 하는 것 같아요.
강현 누군가 무대에서 공연하는 게 교통사고에 맞먹을 강도의 스트레스라고 하더라고요. 매일 이 아슬아슬함 속에서 한계를 극복하는 게 재미있어요. 큰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뭔가를 이뤘을 때 그 이상의 감동과 쾌감이 몰려와요. 그래서 계속하는 것 같아요. ‘공연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박강현 배우와 일하려고 연출과에 진학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 정말 뿌듯하고요. 누군가의 인생관에 영향을 끼쳤을 때, 그 신뢰를 저버리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이렇게 팬들과 영향을 주고받나 봐요. 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져요.
강현 씨는 뮤지컬 <라이어 타임>으로 데뷔했으니 올해 10년 차가 됐어요. 그 마음이 점점 커지나요?
강현 와, 시간이 너무 빠르네요. ‘지금까지 잘 해왔나?’ 하는 생각도 들고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감도 있어요. 보이는 게 점점 많아지다 보니 스스로에 대한 의심도 더 커지더라고요. 그 의심을 지워가면서 더 단단해지고 싶어요. 부디 제 선택이 좋은 쪽으로만 향하길 염원해요.
지혜 씨는 어떤 시간을 통과하고 있어요?
지혜 감사하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좋은 작품, 선배, 동료를 만나 배운 게 너무 많고 그 안에서 즐겁게 일하거든요. 앞으로 어떤 캐릭터를 만날지 너무 궁금해요.
지난해 11월에 시작해서 올해 7월부터는 부산으로 이어지죠. 1년 가까이 함께할 이 작품이 훗날 어떻게 기억될 것 같아요?
강현 참여한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기록될 것 같아요. 수치상으로 보면 <알라딘>의 유명세를 이길 수는 없거든요. 1992년 방영한 애니메이션도 그렇고 영화, 뮤지컬, 책 등 전 세계에 모르는 사람이 없잖아요. 앞으로도 제 필모그래피에 이보다 더 유명한 작품은 없을 거예요.
지혜 ‘내가 이걸 해냈다’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감개무량해요.
지금 당장 램프의 요정 지니에게 소원을 3가지 빈다면요?
지혜 팬분들이 ‘대식이’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로 먹는 걸 좋아해요. 아무리 많이 먹어도 건강한 몸을 갖고 싶고, 세상 모두의 행복을 위한 세계 평화, 그리고 지니의 자유를 빌래요.
너무 아쉽지 않겠어요?
지혜 소원을 빌어도 제 인생이 크게 바뀔 것 같지 않아요.(웃음)
강현 저는 순간 이동, 10분 뒤로 시간을 돌리는 능력, 엄청난 기압에도 버틸 수 있는 슈트를 갖고 싶어요. 먼저 순간 이동은 이동 시간을 줄여서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하게해줄 수 있고, 시간을 돌리는 능력은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것 같아요. 하루 단위는 너무 길고 10분 정도면 수습이 가능할 것 같아요.
지혜 슈트는 왜 있는 거예요?
강현 심해나 우주여행을 해보려고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잖아요.
탐구의 욕구가 있나 봐요?
강현 학창 시절에 과학자를 꿈꿨어요. 우연히 뮤지컬 배우가 되기는 했지만 새로운 발견을 하고 싶은 열망이 있어요. 눈이 내리면 사람이 지나간 길보다 지나가지 않은 길에 발자국을 남기는 게 좋아요.
자신을 인정한 알라딘과 결국에는 술탄이 되는 자스민의 선택을 보면 ‘용맹함’이라는 단어가 떠올라요. 두 사람은 강한 사람에 대해 어떻게 정의해요?
지혜 사랑이 많은 사람요. 요즘 많이 하는 고민인데, 사랑은 뭐든 헤쳐갈 용기를 주는 막강한 힘인 것 같아요. 저 역시 더 많은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늘 기도해요. 알라딘과 자스민, 그 주변 친구 모두 사랑이 넘치는 인물이거든요.
강현 ‘강하다’라는 건 누군가를 바라볼 때 느껴지는 감상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타인에 의해 평가되는 요소 중 하나잖아요. 제가 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온전히 타인을 위해 선의를 베풀고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인 것 같아요. 올해는 저도 누군가에게 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다치지 않는 것!
<알라딘>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뭔가요?
강현 “내가 아닌 뭔가가 되려는 짓은 그만해야 할 것 같아.” 알라딘의 마지막 대사예요. 이 심플한 대사 한 줄이 마음에 와닿았어요. 살면서 남들과 비교하고 눈치 보면서 진짜 내 모습을 숨기기 위해 애쓰면서 살잖아요. 내가 생각하는 선에서 법에 어긋나지 않고,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다면 그대로 사는 게 가장 잘 사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진짜 용감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선택이죠.
지혜 그 문장이 바로 우리 <알라딘>의 메시지인 것 같아요.
- 포토그래퍼
-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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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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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서영(박강현), 박규빈(최지혜)
- 메이크업
- 강미(박강현), 이아영(최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