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씨부인전>이 두 사람 모두에게 첫 사극이더군요. 이 도전에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김재원(이하 재원) 주변에서 사극을 꼭 해보라고 추천해주셨어요. 해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아요. 몸은 힘들지만 그만큼 값진 경험이에요. 첫 사극을 경력이 풍부한 감독님, 좋은 글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 상대 배우를 듣고 더 하고 싶었고요!
연우 저도요!
재원 제 마지막 말을 꼭 넣어주셔야 해요. 제가 더 빨랐다고요.(웃음)
연우 재원이 말이 끝나고 바로 연우라고 써주세요! 나도 그게 영순위였지.
재원 장난 식으로 얘기하기는 했지만, <금수저>를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꼭 한번 작품에서 만나고 싶었어요.
드라마 속 점잖았던 커플이 사실 이렇게 발랄하네요. 성향도 비슷해요?
재원 성향은 정반대인데, 빨리 친해지려고 먼저 다가갔어요.
연우 신에 대한 의견을 상대 배우와 이렇게까지 많이 나눈 적은 처음이었어요. 재원이가 많이 노력한 덕분이죠.
두 분을 하나로 이어준 대화 주제는 뭐였나요?
연우 작품 얘기를 하느라 바빴어요. 둘 다 첫 사극이라 바짝 긴장했고, 베테랑 선배님들이 가득했으니까요. 그 사이에서 정말 부부처럼 의지했어요.
재원 서인(추영우 분)과 태영(임지연 분)의 서사가 너무 애절하니 우리 커플이 뒤처지지 않으려고 으쌰으쌰 전략을 세웠죠. 한 장면 한 장면 어떻게 하면 더 잘 살릴지 눈만 마주치면 각자 준비해온 것을 열심히 풀어냈어요.
전우애가 쌓였을 것 같아요. 서로에게 특히 고마운 순간이 있어요?
재원 개인적으로 일하면서 가장 서운할 때가 상대의 진심이 느껴지지 않을 때예요. 그런데 누나는 저보다 연기에 더 진심이었어요. 동료로서 이보다 더 힘을 받는 순간은 없거든요. 눈물 콧물 다 빼며 처절하게 연기하는 모습이 감동이었어요. 누나의 이런 점을 더 널리 알리고 싶어요.
연우 재원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다정해요. 연기할 때 이 점이 유독 고맙고요. 연기는 함께하는 거잖아요. 저만 나오는 바스트 촬영에도 몰입을 위해 앞에서100% 이상으로 연기해줬어요. 처음에는 저보다 어린 친구라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완전한 기우였다는 걸 함께하면서 알게 됐죠.
첫 사극 도전의 수확은 뭔가요?
재원 먼저 체력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고요, 감정을 전하는 방식이나 대사 등 방법적인 면에서도 고민할 게 많더라고요. 경험하지 못한 시대에 들어가니 상상력도 풍부해질 수밖에 없었어요. 확실히 연기에 대한 견해가 넓어졌어요.
연우 출중한 선배님들 덕분에 현장에 갈 때마다 매번 공부하러 가는 것 같았어요. 부담을 이겨내야 했지만 그 과정에서 뭘 못하고, 뭘 더 해야 하는지 용감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고요. 다음에는 확실히 더 잘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욕심이 더 커졌어요.
재원 씨는 그 부담을 어떻게 이겨냈어요?
재원 ‘어쨌거나 저쨌거나 감독님은 나를 뽑았다! 분명히 나만의 매력이 있다!’ 스스로 주문을 걸었죠. 저 역시 부담에 시달렸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을 굳게 먹었어요.
감독님이 발견한 두 사람의 매력은 뭐였을까요?
연우 감독님과 미팅 자리에서 “도겸이는 누구예요?”라고 여쭸더니 “도겸이는 문 열고 들어오자마자 그냥 도겸이었던 애가 있었어”라고 확신에 차서 말씀하시더라고요. 도대체 어떻게 입장했던 거야?
재원 감독님이 나중에 말씀해주셨는데 오디션 날 제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대요. 도겸이 역할로 수많은 배우를 만났는데, ‘얘 뭐지?’ 싶으셨다고.(웃음)
연우 씨는 첫 미팅 때가 기억나요?
연우 작가님이 미령에 대해 설명하시는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어요. 그 모습을 보고 누군가 마음으로 낳은 캐릭터, 온 마음을 다한 글을 정말 열심히 연기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옥씨부인전>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그들의 서사가 촘촘해요. 각 캐릭터가 전하는 메시지도 크고요. 미령과 도겸은 어떤 메시지를 품고 있을까요?
재원 도겸을 생각할 때 ‘정의감’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라요. 이 올곧은 정의와 성실, 정직의 방식으로도 충분히 잘 살아내죠. 때로는 손해 보는 것 같고 느릴 수 있지만, 아무리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이 정의를 지키며 살아도 희망은 있다는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연우 자기 삶은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걸 말하는 것 같아요. 살다 보면 주변 환경으로 인해 늪에 빠질 수 있지만 누구나 미령이처럼 빠져나올 수 있어요.
결국 ‘희망’인 걸까요?
연우 맞아요. 늪에 빠졌다고 죽는 게 아니라 누가 구해주거나, 스스로 빠져나올 방법을 찾기도 해요. 그 깊이가 생각보다 얕을 수도 있고요. 조금 더 용기를 갖고 인생을 만들어가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가장 크게 느꼈어요.
재원 사람 사는 세상이기에 사람한테 상처받고, 사람으로 치유받는 거죠.
살면서 해본 가장 용감한 선택은 뭐였어요?
재원 모델에서 배우로 전향한 게 신의 한 수였어요. 중학교 2학년 때 모델을 시작했는데, 당시 제 꿈은 컬렉션에 서는 거였어요. 그런데 쇼에 서는 모델을 보니 제 마스크로는 어림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해 연기과에 들어갔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자부해요.
연우 저도 비슷해요. 아이돌 생활을 놓고 배우로서 새로운 시작을 했을 때요. 오랜 시간 꿈꾸던 일을 놓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 시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갇혀 있을 때였거든요. 용기를 내고 나니 ‘목매던 게 아니어도 세상에 할 수 있는 게 많고, 세상에 못할 건 없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어요. 하면 할수록 문득 찾아오는 짜릿한 순간도 신나고요.
어떤 순간에 짜릿함을 느껴요?
연우 매일매일 잘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가끔 만족스러운 연기를 하면 그 캐릭터로 살아 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내가 생각한 대로 말과 호흡이 나오고, 카메라가 없는 것 같아요. 원래 일기를 쓰지 않는데, 기록하고 싶을 정도로 특별한 감정이에요. 팔꿈치부터 찌릿해지는 전율이 일어요.
미령과 도겸 모두 옥태영을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아요. 두 사람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누구인가요?
재원 아버지요.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사람이에요. 아빠의 일대기를 드라마로 만들면 시즌3까지는 나올 거예요. 시청률도 보장할 정도로 파란만장했고요. ‘나도 저렇게 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평생의 롤 모델이에요.
연우 저도 가족이에요. 어긋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가족과 한마음으로 똘똘 뭉쳤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TV에 나오는 걸 보면 가족들은 뭐라고 해요?
연우 일단 <옥씨부인전>을 보고서는 도대체 언제 나오는 거냐고 수없이 물으셨어요. 한복 입고 연기하는 모습은 처음이라 좋아하시고 늘 자랑스러워하세요.
재원 우리가 너무 늦게 나오긴 했어.(웃음) 너무 좋아하세요, 엄마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보면서 그걸 느껴요. 원래 누나와 제가 한 달 주기로 번갈아 가면서 엄마 프로필 사진을 차지하는데, 요즘은 몇 달째 제 사진이에요.
연우 저희 부모님은 밖에서 제 본명 대신 ‘연우’라고 부르세요.
두 사람의 성향은 정반대라고 했는데, 쉬는 방법에도 차이가 있나요?
재원 운동하고 친구들과 수다 떠는 거 좋아해요. 술을 잘 못 마셔서, 자주 뭉치는 치구 넷이 있는데 남자끼리 모여서 카페로 2차, 3차 다니는 편이에요. 제가 전시 보는 걸 좋아해서 리움미술관에 자주 가고, 그 뒤쪽 언덕 골목에 맛집이 여러 곳 있어요.
연우 저는 대부분 집에 있어요. 주로 누워 있고요. 취미라고 할 수 있는 건 게임밖에 없어요. MBTI 검사를 하면 ‘I’가 99% 나와요. 추천 직업은 백수가 뜨고요. 가끔 가다 친구들이 “누가 너를 어디서 봤대”라고 연락 올 때가 있는데, “그래서 내가 ‘연우가 그럴 일은 없어’라고 했어”라며 자기들이 알아서 대답해줘요.
최장 며칠까지 집에 있을 수 있어요?
연우 한 15일? 그 정도 가능할 것 같아요.
재원 저는 잘 때 빼고는 15분도 안 돼요. 무조건 밖으로 나가요.
새해를 맞이하는 방식은 어때요?
재원 계획에 진심인 편이에요. A4 용지에 1부터 10까지 이루고 싶은 걸 자세하게 적어요. 그리고 방에서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붙여요. 작년에는 ‘드라마 주연으로 작품 들어가기’ ‘인스타그램 팔로워 몇 명 늘기’ ‘에세이, 소설책 한 달에 한 권 이상 읽기’를 썼어요. 매년 지우는 게 늘어나는 게 뿌듯해요.
연우 저는 매년 똑같아요. 행복하기와 건강하기요. 두 가지 모두 잃기 쉽거든요.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하면 저 자신이 사라지더라고요. 침몰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매년 더 가뿐하고 건강해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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