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미란다의 이야기

세계적 모델, 가십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주인공, 똑 부러진 엄마, 그리고 비즈니스 우먼. 미란다 커를 수식하는 말은 이토록 다양하다. 하지만 지금 커리어의 정점에 선 그녀에 대한 기사를 다 믿지 말 것. 여기, 미란다 커의 진짜 이야기가 있다.

톱은 엘러리(Ellery). 블라우스는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스커트는 알투자라(Altuzarra).

톱은 엘러리(Ellery). 블라우스는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스커트는 알투자라(Altuzarra).

미란다 커에 관한 기사를 다 믿지 말길. 완벽하게 대칭을 이룬 얼굴, 사랑스러운 미소, 그리고 팜므파탈의 섹스어필까지 두루 갖춘 그녀에 관 해서라면 못할 이야기가 없다. 호주 명예의 전당에 누구보다 빨리 이름을 올린 올해 31살의 호주 출신 슈퍼모델에 관한 호주 사람들의 관심은 집착에 가까울 정도다. 우선 그녀에 대한 칭찬부터 시작해보자. 구네다 (Gunnedah)라는 작은 마을 출신의 소녀가 세계적인 슈퍼모델로 성장한 얘기는 어떤가. 특히 최근 몇 년을 되돌아보면 그녀에 관한 뉴스는 숨이 가쁠 정도다. 데이비드 존스나 빅토리아 시크릿과의 계약은 그녀의 성공에 속도를 붙였다. 지난해, 미란다와 그녀의 남편인 배우 올랜도 블룸은 우호적인 이별을 발표했다. 일년 동안 그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불 평하는 가족들의 인터뷰가 전파를 타기도 했고, 호주의 억만장자 제임스 파커와 사귄다는 루머도 났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녀의 완벽한 패션 동화에 그저 예기치 못한 에피소드였을 뿐이다. 언젠가 세 살 배기 아들 플린이 그녀에게 말했다고 한다. “엄마, 엄마라고 해서 원하는 걸 다 얻을 순 없어요.” 하지만 누구도 이미 로켓을 탄 그녀를 멈추게 할 수는 없다. 아들의 탄생을 기점으로 커리어에도 서서히 변화가 찾아왔고, 사람들의 평가도 달라졌다고 그녀는 말한다. 이제 그녀는 자신의 시간을 좀 더 전략적으로 쓴다. “플린을 낳기 전에는 ‛안 될 것 없잖아? 다들 하는데 나도 할 수 있지.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한번 해볼까?’ 하는 식이었어요.” 

시드니에서의 촬영에는 그녀의 아들 플린이 함께했다. 플린은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놀라울 정도로 예의 바르게 행동했다. 누군가 음료를 건네자 설탕이 들어 있는지를 묻더니 조용히 거절한다. 엄마가 설탕이 든 음료는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먹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아빠는 된대요!” 촬영장에서 엄마를 따라 포즈를 취하는 아이의 얼굴은 행복한 미소로 빛났다. 현장에서 그녀는 예의 바르기로 유명한데, 촬영을 마치고 나면 패션 어시스턴트부터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트까지 촬영을 도운 팀원들에게 인사를 빠뜨리지 않는다.

코트는 캘빈 클라인 컬렉션(Calvin Klein Collection).

코트는 캘빈 클라인 컬렉션(Calvin Klein Collection).

몇 달 전, 뉴욕 어퍼이스트 사이드에 있는 로웰 호텔에서 만났을 때, 그녀는 영국 도자기 회사인 로열 앨버트와의 협업 컬렉션을 홍보하는 티 레이디(Tea Lady)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었다. 그녀는 직접 찻잔을 디자인하기도 했는데, 자신이 디자인한 컵과 루이보스 티백을 꺼내면서 루이보스가 피부에 주는 효과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그러자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이 약속이라도 한 듯 티 박스에서 루이보스 티백을 꺼내 우리기 시작했다. 

인터뷰이와 인터뷰어 사이의 상호작용은 상당히 흥미롭다. 인터뷰이는 인터뷰어를 사로잡고, 지금껏 미공개된 이야기 토막으로 인터뷰는 훌륭히 마무리된다. 그런데 이들 중에는 주위를 통째로 에워싸는 그만의 향기로 인터뷰어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인터뷰이도 있다. 미란다 커의 무기는 친근한 농담으로 인터뷰어를 무장해제시켜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녀는 친근함과 신뢰감을 동시에 연출하며 인터뷰라는 게임을 능수능란하게 이끈다. 런웨이에서 보던 자신감에 넘치는 도도한 슈퍼모델 대신 티 전문가로 분한 그녀는 역할에 맞게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장 확실한 유혹의 기술은 어쩌면 상대에게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것 인지도 모른다. 상냥하고 독특한 유머 감각까지 지니고 있지만, 여전히 그녀가 지닌 최대의 무기인 섹시함을 가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녹음기를 끌 무렵, 그녀는 내게 별자리가 혹시 사자자리인지 물었다. “사자자리가 제 천생연분이거든요.” 차를 홀짝거리는 동안 그녀가 묘한 시선을 내게 던지며 뻔뻔스럽게 말한다. “지금 당신 칭찬을 하고 있는 거예요!

블라우스는 샤넬(Chanel). 스커트는 카를라 잠파티(Carla Zampatti). 벨트는 제이톤 쿠튀르(J’Aton Couture). 시계는 까르띠에(Cartier). 앤티크 팔찌는 루더포드(Rutherford). 빈티지 장갑은 미첼 로드 앤티크&디자인 센터(Mitchell Road Antique & Design Centre).

블라우스는 샤넬(Chanel). 스커트는 카를라 잠파티(Carla Zampatti). 벨트는 제이톤 쿠튀르(J’Aton Couture). 시계는 까르띠에(Cartier). 앤티크 팔찌는 루더포드(Rutherford). 빈티지 장갑은 미첼 로드 앤티크&디자인 센터(Mitchell Road Antique & Design Centre).

세상은 그녀를 빅토리아 시크릿 속옷에 천사의 날개를 걸치고 캣워크를 하며 예쁜 미소와 윙크를 날리는 사랑스러운 모델로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섹스심벌이 아닌 ‘살림의 여왕’으로 알려지고 싶어 한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자신을 위한 시간을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제가 하는 일이 바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이죠. 스킨케어 라인도 그렇고 로열 앨버트 컬렉션도 그렇고요.”그녀는 요즘 즐겨 만드는 요리 레시피며 살림 팁을 늘어놓는다. “제 머핀 레시피를 아세요? 온라인에서 볼 수 있어요. ‘미란다의 머핀’을 검색 해보세요.”그녀의 목소리에서 활기가 묻어난다. 다이어트와 부지런한 성격에 대해 묻자 살짝 발끈한다. “다들 그러죠. ‘미란다는 이렇게 한대. 미란다는 저걸 좋아한대.’ 하지만 틀렸어요. 미란다는 모든 것을 좋아해요!” 그러곤 쏘아붙인다. “이제 이 말이 또 헤드라인이 되겠군요.”    

이혼 후 지난 몇 달간 혼란의 나날을 겪은 미란다는 이를 출산에 비교한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보상도 있었어요.” 흔히들 하는 이야기지만, 어쩐지 그녀가 하는 이야기라 그런지 더욱 수긍이 간다. 그녀와 블룸은 아이 문제로 지금도 매일 통화하며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우리는 서로를 아끼고 존중해요. 서로가 행복하길 바라고요. 올랜도는 훌륭한 아빠예요.” 그러곤 이렇게 덧붙인다. “전 지금이 좋아요. 제가 행복하고 그 또한 행복하다고 느끼는 지금이.” 개인적인 아픔을 겪었지만 커리어만큼은 조금도 타격받지 않았다. “매주 6일씩 두 나라를 오가며 일을 해왔어요. 이제는 정신없이 바쁜 생활을 벗어나고 싶어요.” 자신이 커리어의 정점에 서있음을 설명하며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더욱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한 결정을 내렸어요. 앞으로 펼쳐질 2년은 모델 일과 사업, 그리고 아들과  보내는 시간 등으로 채워질 거예요.”

코트는 디올(Dior). 드레스는 No. 21. 에나멜 소재 브로치는 케셰트 (Keshett). 빈티지 크리스털 소재 브로치는 더 빈티지 클로징 숍(The Vintage Clothing Shop).

코트는 디올(Dior). 드레스는 No. 21. 에나멜 소재 브로치는 케셰트 (Keshett). 빈티지 크리스털 소재 브로치는 더 빈티지 클로징 숍(The Vintage Clothing Shop).

모델이라는 직업의 수명이 짧은 만큼, 모델은 자신의 재능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수많은 모델 중 타고난 재능을 지닌 소수의 모델만이 거물로 변신한다. 엘 맥퍼슨, 지젤 번천, 그리고 이제 미란다 커가 이 법칙에 따라 기업가로 변신한 모델 대열에 들어서려 하는 중이다. 그녀가 자부심에 넘치는 목소리로 지금까지 함께해온 곳들의 목록을 읊조린다. 우리가 알 만한 A급 에이전시들과 계약을 맺기 전까지 그녀가 시드니에서 몇 년 동안 광고모델로 힘들게 고군분투한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사람들 눈에는 하룻밤 자고 나니 신데렐라로 등극한 것처럼 보일 수 도 있겠지만, 사실 그녀는 13살 이후 꾸준히 이 분야에서 일을 해온 노련한 모델이다. 그녀는 어린 모델들에게는 기회의 땅이자 큰돈을 벌 수 있는 무대인 일본에서 열여덟 번째 생일을 보냈다.

“이렇게 오랫동안 모델 일을 할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수명이 짧은 직업인 만큼 할 수 있을 때 많이 해야 한다고만 생각했죠.” 그녀의 말은 그녀가 자신의 스케줄에 대해 무심했고 다른 이들이 시간 관리를 대신하도록 내버려두었음을 의미한다. “누군가 제 삶을 조종하는 기분이었달까요?” 그녀가 과거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 사무실에 저 대신 들어앉아 ‘좋아요. 미란다가 여기로 올 거예요. 그 다음엔 거기로 갈거구요’ 하는 느낌이었어요. 제가 나서지 않으면 달라질 게 없을 것 같았죠. 누군가에게 거기로 가서 일을 하라고 전달하기는 쉽지만, 막상 그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 나라면 그건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되니까요.” 자신의 에이전트와 매니저가 소속된 미란다 커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그녀는 정기적으로 자신의 팀과 의견을 주고받는다. “우린 전화로 서로 협의해요. 먼저 제 스케줄을 확인하고 어떤 클라이언트가 언제 얼마나 오랫동안 저를 필요로 하는지, 장기적으로 무엇에 도움이 되는지, 제 브랜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말이죠. 저는 슈퍼우먼이 아니에요. 제가 원하지 않거나 역량을 백퍼센트 발휘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제안에는 ‘No’라고 할 수도 있는 거죠.” 

톱과 스커트는 세린느(Celine). 뱅글은 케셰트(Keshett). 장갑은 더 빈티지 클로징 숍.

톱과 스커트는 세린느(Celine). 뱅글은 케셰트(Keshett). 장갑은 더 빈티지 클로징 숍.

얼마 전에는 13살의 미란다 커가 모델 선발대회에서 우승한 후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 TV에 공개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혹시 란제리 모델을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그녀는 얼굴을 찡그리며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밝혔다. 생글생글 웃으며 여유 있게 농담을 할 것 같은 오늘날의 이미지나 그녀가 빅토리아 시크릿으로 쌓아온 커리어와는 달라도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나는 얼마 전 그녀가 누드로 등장해 논란이 된 영국판  커버에 관해 물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어요!” 그녀가 웃음을 터뜨리더니 고개를 내저으며 말한다. “에이전트에게 물어보세요. 전 그냥 사진가 마리오 테스티노와 작업을 하고 싶었을 뿐이라고요!” 우리는 잠시 요즘 미란다가 열광 중이라는 <허핑턴 포스트>의 아리아나 허핑턴이라든가 구글 임원인 셰릴 샌드버그 같은 여성 리더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적인 여성들이 야심 찬 여성이라는 부정적 시각들에 맞서 공개적으로 어떻게 싸워왔는지 말이다. 혹시 그녀도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을까? 

“전혀 없어요” 단호한 답이 돌아왔다. 이런, 기대했던 대답이 아니다. “모델 일을 하면서는 수차례 거절당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사업은 추진력과 결정이 달린 문제인 만큼 그렇지 않아요.”

드레스는 발렌티노(Valentino). 스커트는 디온 리 라인(Dion Lee Line). 벨벳 브로치는 샌디 비지스(Sandie Bizys).

드레스는 발렌티노(Valentino). 스커트는 디온 리 라인(Dion Lee Line). 벨벳 브로치는 샌디 비지스(Sandie Bizys).

미란다 커가 거절을 당하다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뉴욕에서 만난 그 주에, 마침 브래드 피트와 연관된 루머가 터져 나왔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린다. “브래드는 딱 한 번 봤을 뿐인걸요. 그렇잖아도 제 홍보담당자가 제게 이런 루머가 돌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는 제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어요. 글쎄, 대답할 필요가 있을까요? 너무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고, 만약 어떤 말이든 시작했다간 하루 종일 말들에 둘러싸여 살게 될 거라고요. 이런 일이 원래 그렇 잖아요.” 그녀의 고향 호주에서는 요즘 미란다와 제임스 파커와의 루머가 화제의 중심이다. 특히 그녀가 시드니에 머무는 동안 제임스 파커가 시드니의 본다이 비치에 다녀간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미란다 커와 제임스 파커는 가십지의 단골손님이다. 심지어 <포브스> 매거진의 파커 기사에조차 그녀의 이름이 등장한다.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던 그녀는 주제를 재빨리 바꾸어버렸다. “제임스는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에요. 하지만 전 싱글이고 지금 싱글인 게 너무 좋아요.” 그와의 관계를 조심스럽게 물으려는 순간 그녀가 선제공격을 하듯 먼저 답한다. “올랜도와 7년간의 결혼 생활을 정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지금 이 순간만큼은 플린을 돌보며 제 일에 집중하며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데이트야 물론 즐겁죠. 데이트는 어디서든 할 수 있겠지만, 아직 정착할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아요.” 

때마침 그녀의 홍보직원 중 하나가 들어와 찻잔을 든 손을 가리키며 인터뷰를 원점으로 돌려놓는다. “데이트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저는 차를 마실래요.” 미란다가 윙크를 날리며 대답한다. 여자들은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 잘 아는 법이다.

    자라 웡(Zara W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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