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친환경 디자인
그녀는 30년 경력의 톱 디자이너다. 그리고 인권과 환경 보호를 외치는 열정적인 여자이기도 하다. 이런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수줍게 고백했다. “지구가 멸망할까봐 무서워서 환경 보호 운동을 시작했어요.”
당신은 컬렉션과 광고 캠페인을 통해 사회와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왜 늘 무언가를 위해 싸우는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더 멋진 문화를 위해 노력하는 건 우리의 의무가 아닐까? 이건 아주 상식적인 일이다.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고 있고,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을 가진 존재들이다.
환경 보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1994년이었나? 환경학자인 제임스 러브록의 책을 읽었다. 기후 변화에 대한 ‘가이아 이론’을 만든 그는 수십억 명의 사람이 이번 세기가 끝나기 전에 기후 변화 때문에 생존을 위협받고, 북극에 사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살아남을 거라고 단언했다. 그때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소름 끼치게 무서웠다.
패션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나?
당연하다. 패션쇼 피날레에 적힌 문구 하나도 화제가 되는 시대다. 그러니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방송에 나가 인터뷰하는 것보다 파급력이 크니 말이다. 나는 운이 좋게도 패션을 통해서 명성을 얻었다. 그 명성이 환경과 인권 운동에 도움이 된다는 게 무척 뿌듯하다. 우리 주변에는 억울하게 고통 받는 사람이 참 많다. 최근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일이 2명의 FBI 요원을 살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30년 넘게 감옥에 있는 레너드 펠티어의 석방 운동이다. 그가 감옥에 있는 진짜 이유는 미국의 토착 인디언의 인권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자랑 같지만, 내가 레너드의 석방 시위에 참석하면 언론이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이런 작은 일 하나가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환경 보호 운동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직접 2012년에 아마존 열대 우림을 방문한 건가?
환경 보호 비영리 단체인 쿨 어스(Cool Earth)에 100만 파운드를 기부한 것이 계기였다. 쿨 어스에서 내게 아마존 여행을 권했고, 아살니카 족의 마을에서 남편과 함께 1주일을 보냈다. 둘이 함께 텐트에서 지내면서 강가에서 빨래를 하고, 나무 열매를 따 먹으면서 현지인과 똑같이 생활했다. 정말 멋진 휴가였다. 그 열대 숲에서 주운 씨앗으로 머리 장식을 만들어서 아살니카 족에게 선물했는데, 지금은 그 장식을 원주민들이 똑같이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고 하더라.
얼마 전에는 그린피스와 함께 캠페인을 벌였다.
북극을 구하자는 캠페인이었다. 그린피스의 캠페인 일러스트를 그리고, 티셔츠를 판매했다. 북극을 지키지 않으면 우리의 생명도 위협받는다는 것을 경고하기 위해 초상화처럼 사진 촬영도 했다. 조지 클루니를 비롯한 많은 친구가 티셔츠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멜리사나 러시처럼 친환경적인 브랜드와의 협업도 활발하다.
협업을 통해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마케팅 방법을 환경 운동에도 적극 활용하자는 생각이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고, 그 브랜드의 철학이 건강하다면 어느 곳이든 함께할 생각이다. 찾아줄 때 열심히 일하는 게 좋지 않나. 러시와의 작업은 매년 수십만 톤이 버려지는 선물 포장지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멜리사는 한 번 신고 버리는 신발이 아니라, 버려지는 신발을 녹여서 얻은 소재로 다시 신발을 만든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피플트리 같은 공정무역을 통해 건강한 경제 활동을 지향하는 브랜드와의 작업도 계속할 예정이다.
환경 보호를 위해서 우리가 쉽게 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
아주 간단하다. 덜 사고, 덜 소비해야 한다. 물건을 살 때 생각 없이 구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얼마 전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비에게도 같은 옷을 입은 모습을 여러 번 보고 싶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옷이 있으면 그걸 다양하게 연출하는 것이 멋진 옷차림이다.
패션 디자이너가 옷을 덜 사라고 말하는 건 모순이지 않나?
패션 디자이너는 단순히 옷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어떤 옷을 멋지게 입는지를 보여주는 사람이기도 하다.
매번 컬렉션에서 환경 보호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누군가는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사람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내가 가장 많이 영감을 얻는 곳이 음악과 미술, 영화, 정치 등이다. 그렇기 때문에 패션에 정치적 동기를 넣는 것에도 계속 충실할 거다.
패션 디자이너로 일한 지 30년이 넘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랫동안 디자인을 계속할 계획인가?
평범한 초등학교 교사였던 내가 이런 삶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 가끔 꿈처럼 느껴진다. 아마 내가 할 수 있는 때까지는 여전히 지금과 같은 일을 할 것 같다. 패션 디자인이든, 환경 보호든, 인권 운동이든 즐겁게, 열정적으로!
TIP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메시지는 이것!
- 에디터
- 김미주
- 포토그래퍼
- KIM WESTORN ARNOLD
- 사진 출처
- Vivienne Westw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