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커뮤니티 도시명상 대표 임보미는 넓은 도시를 바라보고 또 바라본다. 모든 것을 자각하는 순간은 그 자체로 명상이 된다.


서교에 이어 신사에 두 번째 도시명상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2023년, 첫 스튜디오를 준비하며 꿈꾸던 목표가 이뤄진 소감은 어떤가?
당시 품었던 목표를 명확히 하자면 ‘누군가 도시명상에 관심을 갖고, 두 번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싶다며 찾아오게 하는 것’이었다. 러닝 스페셜티 스토어 레이스먼트의 제안으로 성사된 신사 스튜디오가 그 결과다. 이동진 평론가의 말처럼 ‘하루하루는 치열하게, 전체는 되는대로’, 방향을 잃지 말고 열심히 살아낼 힘을 얻었다.
로컬스티치와 레이스먼트에 자리를 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
도시명상 스튜디오는 요가를 기반으로 운영하지만, 요가원이라 이름 짓지 않았다. 지역의 특성이나 사람에 따라 형태가 유연하게 바뀌길 바랐기 때문이다. 서교 스튜디오는 실제로 지역 주민이 자주 찾고, 그에 맞춰 달리기, 슬로 트레이닝 같은 다양한 운동과 이웃 간의 연결을 돕는 음악 감상회, 영화 관람회 등의 이벤트를 연다. 반면, 레이스먼트에 입점한 신사 스튜디오의 수업은 공간적 특성을 반영해 러닝에 특화했다.
각각의 공간은 어떤 형태로 활용되나?
‘도시의 모든 것이 명상이 된다’는 우리의 메시지를 공고히 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프로그램 참여로 도시명상을 접한 이들이 깊이 있는 탐구를 원할 때, 책임감 있게 다음 단계로 안내하는 물리적 공간을 확보한 셈이다.
커뮤니티의 거점이 생긴 지금, 도시명상은 어떻게 달라졌나?
우리를 찾는 이들과의 신뢰가 깊어졌다. 물리적 기반이 생기니 참여자 스스로 뭘 하는지 확실히 인식하게 되고, 우리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인다. 물론 지금도 프로그램의 다양화를 위해 스튜디오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향할 때가 있다.(웃음)
도시명상의 코어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각각이 모여 코어를 완성하기 때문에 특정 프로그램을 꼽기는 어렵다. 요가 강사인 내가 가장 잘하는 요가 수업을 중심으로 느린 속도로 긴 거리를 달리며 환경과 나를 자각하는 ‘천천히 러닝 클럽’, 산을 오르는 일에 집중하며 명상하는 ‘도시명산’, 달리기에 익숙해진 사람들을 위한 마라톤 훈련과 나를 바라보는 글쓰기를 결합한 ‘도시마라톤’, 놓지 않고 꾸준히 진행하는 ‘느리게 북클럽’까지. 모든 프로그램은 직접 기획하고 운영한다.
트레일러닝팀 ‘뽀꼬아뽀꼬’를 모집 중이다. 이 새로운 움직임은 무엇을 계기로 시작했나?
‘천천히 러닝 클럽’과 ‘도시명산’ ‘도시 마라톤’을 지속하다 보니 이 모든 걸 결합한 운동을 찾게 됐다. 자연과의 연결 역시 도시명상이 중요시하는 가치인데, 트레일러닝이 그 가치에 부합했다. 아직까지 생소한 이 운동을 좀 더 안전하고 재미있게 안내하려 한다. 팀원 20명을 꾸려 3월부터 훈련에 돌입한다.
프로그램 참여자의 반응은 어떤가?
몇몇 교육 프로그램을 제외한 모든 수업은 무료로 진행된다. 비용을 지불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바라면 마음 상하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도시명상을 찾는 이들은 자극과 재미에 대한 기대보다 심심함을 즐기는 것 같다. 그렇다고 차분한 활동만 하는 건 아니다. 크로스핏처럼 빠르고 격렬한 움직임 역시 자각하는 법만 깨닫는다면 좋은 명상이 된다.
계속해서 ‘자각’을 강조하는 이유는 뭔가?
위빠사나 명상, 간화선 명상, 메타 명상, 자애 명상 등 많은 명상이 있지만, 이는 방법론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걸 관통하는 건 알아차림, 자각이다. 생각에 휩쓸리지 않고, 지금을 인식하는 게 명상의 기본이다. 우리는 자각에 도달하기 위해 훈련하는 과정을 안내하는 거다.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만난 다양한 사람에게 얻은 새로운 에너지는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본래 사람을 통해 삶의 에너지를 채우는 성향이라 관계 맺기가 무조건적으로 좋은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눌수록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나의 삶만 바라보던 단순함에서 벗어나 다른 이들이 꾸리는 삶의 방식을 인정하며 생각을 확장해가고 있다. 그 틈에서 나눈 이야기와 관계가 내게는 자양분이 된다.
커뮤니티와 웰니스는 어떤 관계를 이룰까?
웰니스는 잘 있는 거다. 잘 지내려면 건강이 우선이다. 몸이 건강해야 무엇이든 할 힘이 생긴다. 그에 더해 나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내적 사유의 시간을 거치면 단단한 마음까지 장착된다. 이 둘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게 타인과의 연결이라고 본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를 못 이긴다. 모든 감정은 관계를 통해 성숙해진다고 믿는다.
웰니스를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자각하는 삶. 스스로 뭘 좋아하는지 깨닫고 그걸 꾸준히 취미 삼아 이어가다 보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최근 관심 갖는 웰니스 주제는 무엇인가?
먹거리에 대한 고민. 과거에는 살아가기 위한 에너지원 정도라 여겼다면, 최근에는 음식 역시 나를 이루는 하나의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분주한 에너지를 가다듬기 위해 요가와 명상을 해도, 카페인을 섭취하면 아무 효과가 없는 거다. 심박수는 올라가고 신경이 곤두서는 경험을 몇 차례 하고서, 자극적인 음식을 완전히 끊기로 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첫걸음은 어떻게 내디뎌야 좋을까?
열린 마음으로 하나의 일을 10번만 해보기. 많은 걸 경험하고 맞는 걸 찾으라는 게 아니다. 싫어도 참고 꾸준히 최선을 다하다 보면 지혜와 배움이 점점 늘어나는 경험을 하게 될 거다. 100% 헌신해서 딱 10번만!
새로운 영감은 어디에서 찾나?
내가 가진 고민을 머릿속에 장착하고 독서를 한다. 그러다 보면 책 속 모든 문장이 고민에 대한 해결책으로 읽히는 순간이 온다.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기보다 내 안에 숨어 있던 답을 책을 매개로 찾아내는 거다. 나는 주로 작가 김연수의 책에서 답을 발견한다.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웰니스 루틴이 있나?
매일 아침 4시 30분에서 5시 사이면 눈을 뜬다. 그 시간을 잘 활용하려고 일주일 전부터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 주에 사회적으로 화두가 된 주제에 대한 사유나 흘러가는 생각을 정리한다. 통섭적 사고를 하는 연습에 좋다. 매일 새벽 쓴 글을 모아 콘텐츠를 만드는 게 목표다.
- 포토그래퍼
- 오은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