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ORDINARY
N년간의 연구, 유일무이한 원료 수급, 세상에 없던 기술력으로 완성한 독자 성분. 이것이 럭셔리 스킨케어의 제1조건이다.

2 겔랑의 오키드 임페리얼 블랙 라 크렘므 얼티메이트 컴플리트 케어 크림 블랙 오키드의 생명력을 집약해 담은 우아한 향의 하이엔드 크림. 50ml 2백20만원.
3 에스티 로더의 리-뉴트리브 얼티미트 다이아몬드 에이지 리버설 아이크림 특별한 세라믹 애플리케이터와 함께 사용하면 미간과 눈가 주름을 모두 관리할 수 있다. 15ml 25만원대.
크리스챤 디올 뷰티디올 프레스티지 라 마이크로 륄 드 로즈 액티베이티드 세럼
디올만의 특별한 장미 성분과 히알루론산, 마이크로 펄 성분 1만여 개가 <br>생기 넘치는 피부로 가꿔준다. 30ml 39만9천원대.
랑콤압솔뤼 롱지비티 더 소프트 크림
식물성 PDRN 성분을 담아 피부 밀도를 높이고, 속탄력을 올려준다. 60ml 55만원대.
폴라B.A 그랑럭스 O
핵심 성분을 최대 함량으로 압축해 넣었다. 침향과 둥근 용기로 동양의 우아함을 극대화했다. 50g 1백38만원.
600조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한 일론 머스크라도 소비할 때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필요할 거다. 화장품이 한 병에 1백만원이 넘는다면 이 구매를 합리화하는 어떤 이유가 있어야 할까? 조각품 같은 패키지, 매혹적인 향, 벨벳보다 부드럽고 마법처럼 피부에 스며드는 제형, 지속가능성에 앞장서는 행보 등 고가인 럭셔리 스킨케어를 완성하는 이유는 꽤 많다. 하지만 그전에 화장품의 본질이 빠져 있다면 모든 것은 겉치레일 뿐이다. 우리가 매일 화장품을 바르는 이유, 바로 피부 개선 효과를 위해서다. 이런 효능은 성분에서 나온다. 지금의 하이엔드 스킨케어는 어떤 성분이 이끌고 있을까?
지난달 랑콤 최상위 라인에 신제품이 출시됐다. 그 주인공은 ‘압솔뤼 롱지비티 더 소프트 크림’. 한국의 ‘스킨부스터’ 시술에서 영감 받아 탄생한 이 크림은 다소 익숙한 PDRN이 주성분을 이룬다. 우리가 익히 아는 PDRN은 보통 연어나 송어에서 추출하는데, 랑콤은 여기에 자신들만의 헤리티지와 변형을 더했다. 압솔뤼 라인의 메인 원료인 장미에서 ‘식물성 PDRN’을 추출한 것. 이는 장미 100송이에서 단 1g밖에 나오지 않는 데다 40시간 동안 정교한 공정 10단계를 거친다. 그리고 이 성분 활용의 근거는 13년간의 피부 장수 통합과학™을 토대로 하고 있다. 저속 노화를 위한 끊임없는 연구와 피부 관리 트렌드의 만남으로 탄생한 랑콤의 신제품은 새로운 성분은 아니라도 프리미엄 브랜드다운 탄탄한 기술력으로 스킨케어 시장에 긴장감을 더했다.
에스티 로더도 최근 ‘리-뉴트리브 얼티미트 다이아몬드 에이지 리버설 아이크림’을 소개했다. 15년 이상의 피부 장수 과학 노하우를 통해 특허받은 SIRTIVITY-LP™ 테크놀로지를 적용한 제품으로, 이 기술은 피부 장수 유전자를 깨워 세포부터 시작되는 근본적인 피부 변화를 경험하게 돕는다. 한편, 랑콤이 화장품 효능을 높이려고 80겹 이상의 겹꽃잎을 피워내는 압솔뤼 퍼페추얼 로즈™를 탄생시켰듯, 디올도 세상에 없던 장미를 활용한 스킨케어를 선보인다. ‘로즈 드 그랑빌’은 디올이 바닷가 절벽의 야생 장미를 7번의 개량 과정을 거쳐 만든 품종으로, 강인한 생명력과 풍부한 영양을 품고 있다. 오메가를 포함한 미세 영양 성분 22가지가 들어 있는데, 이는 디올 사이언스를 통해 뉴트리-로사펩이드™로 업그레이드되며 피부에 활력을 더하는 주성분으로 재탄생했다.
반면 겔랑이 집중하는 꽃은 블랙 오키드, 흑단색의 야생 난초다. 이 난초에 집중하기 위해 겔랑은 오키다리움Ⓡ이라는 단일 성분에 전념하는 피부 연구소를 세웠고, 이곳에서 15년간 3만여 종의 오키드를 연구하고 있다. 지난 1월 출시한 ‘오키드 임페리얼 블랙 라 크렘므 얼티메이트 컴플리트 케어 크림’은 햇빛을 거의 보지 않고도 자생하는 블랙 오키드를 정성스레 수작업으로 채취해 만든 제품이다. 가격은 무려 50ml에 2백20만원! 이 놀라운 가격은 원료 외 조향사 델핀 젤크가 크림을 위해 만든 향과 주성분이 충분히 융화하도록 소량씩 만드는 공정, 1863년부터 시작한 메종 베르나르도와의 도자기 케이스 협업 등의 가치도 포함됐지만, 블랙 오키드 성분이 없었다면 대표적 하이엔드 스킨케어로 자리 잡지 못했을 것이다.
수작업과 소량 생산은 프리미엄 스킨케어의 단골 키워드다. 폴라의 ‘B.A 그랑럭스 O’의 피부에 바르는 순간 자석처럼 밀착되는 딥 바운시 터치 텍스처는 기존 제조법의 5분의 1 정도의 소량 생산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또 이 크림에는 패션후르츠G0를 포함한 폴라의 오리지널 보습 성분 16종이 배합되어 있고, B.A 시리즈 중 최고의 유효 성분 농도를 자랑한다. 신라호텔에 에스테틱 오픈을 앞둔 끌레드뽀 보떼에서도 새로운 제품이 나왔다. ‘프레셔스 골드 바이탈리티 세럼’은 99% 순도의 최상급 24K 골드 성분에 ‘레티놀 캡슐 포뮬레이션’ 기술을 더한 피부 광채 강화에 특화된 제품이다. 레티놀 캡슐 포뮬레이션은 레티놀 아세테이트를 고점도의 오일로 감싸 피부 속에 효능을 빠르고 확실하게 전하는 끌레드뽀 보떼의 독자적 기술이다.
이처럼 강한 집념을 통한 성분 연구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까? 이는 가격과 비례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약간의 차이에 매료되어 놓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불경기 속에서도 꾸준히 출시되는 하이엔드 라인 신제품 소식과 흔들리지 않는 럭셔리 뷰티 브랜드의 입지가 이를 방증한다. 럭셔리는 직접 경험하고 피부로 느껴야 한다. 그 섬세한 차이는 OLED 화면으로는 전해질 수 없는 것이니까.
- 포토그래퍼
- 현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