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방울
진귀한 알코올 열풍, 딱 한 잔만으로도 완벽한 웰니스 시간을 보장하는 묘수가 된다.

감탄을 자아내는 진귀한 위스키가 끝없이 쏟아진다. 초희귀 에디션은 가격이 수천만원을 웃돌지만, 없어서 못 살 정도로 인기가 엄청나다. 한 병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어 경매를 통해 판매되기도 한다. 위스키 시장의 다종다양한 플레이어 사이에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한정판은 경험 중심의 소비 트렌드를 타고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물건의 가치를 넘어 경험에 방점을 찍은 트렌드에 따라 ‘소장한다’는 경험의 기쁨을 배가하기 때문이다. 소장 가치가 높을수록 ‘간직한다’는 경험의 만족도는 높아진다. 과한 음주는 건강에 해롭지만, 나만의 은밀한 승리를 축하하는데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선택만큼 확실한 보상은 없다. 이 열기가 더 뜨거워진 데는 소장 가치의 기준을 각자의 취향에 맞춰 선택하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브랜드가 존재하는 덕이다.
발렌타인, 발베니 등 하이엔드 위스키는 장인정신에 주목한 에디션을 줄줄이 출시했다. 초희귀 원액, 마스터 블렌더의 손길, 독보적 기술을 결합해 브랜드의 유구한 역사와 고유한 유산을 응집한 결정체로서 기능하기 때문이다. 워낙 희소하다 보니 국내 상륙하는 개수도 10병 미만일 때가 많다.
발렌타인은 2023년 ‘40년 마스터 클래스 컬렉션’을 론칭해 매년 장인정신이 깃든 보틀을 선보인다. 독창적으로 블렌딩한 역대 마스터 블렌더의 장인정신을 계승하는 이 에디션은 최상의 위스키를 완성하기 위해 전수되는 핵심기술 5가지를 모티프로, 향후 5년간 매년 하나씩 공개될 예정이다. 마스터 클래스는 해마다 전 세계 108병 한정 수량으로 제한된다. 2023년 ‘향’을 출시한 첫 번째 에디션 ‘더 리멤버링(The Remembering)’은 국내에는 단 6병만 도착했으며, 출시 당일 완판됐다. 지난 연말에는 ‘기다림’을 주제로 선대 마스터 블렌더 잭 가우디(Jack Goudy)가 1959년부터 1994년까지 관리한 캐스크 중 40여 년 숙성한 원액을 엄선해 ‛더 웨이팅(The Waiting)’을 선보였다.
발베니가 쌓아온 장인정신 역시 지난 10월 ‘50년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새 라인을 론칭했다. 이번 에디션은 매년 125병을 3년에 걸쳐 3번의 컬렉션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발베니의 위대한 가치를 품은 이 술은 가격을 매기는 대신 경매를 통해 판매가 진행됐다. 발베니의 집요한 탐구 정신을 방증하는 ‘큐리어스 캐스트 컬렉션’도 희소성을 띠는 라인이다. 호기심을 자아내는 이름처럼 위스키 저장고 깊은 곳에서 발굴한 캐스크를 찾아 선보이며 한정 수량으로 만날 수 있다.
글렌피딕은 ‘타임 리이매진드(Time Re:Imagined)’라는 한정품을 선보인다. 위스키 숙성 과정에서 시간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예술적으로 해석한 시리즈다. 동시적 시간을 뜻하는 글렌피딕 타임 시리즈 50년, 축적된 시간을 담은 40년, 간직한 시간이 담긴 30년이 있다. 지난 12월 출시한 34년 셰리 캐스크 피니시 역시 타임 시리즈의 한정품으로, 아메리칸 오크 캐스크에서 숙성한 원액과 유러피안 오크 및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에서 추가 숙성한 원액이 담겼다. 셰리 캐스크에서 13년 넘게 숙성해 복합적 풍미를 완성했으며, 역동적 라인을 가미한 패키징으로 웅장함을 더했다.
그랑 시리즈의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럭셔리의 정점을 찍는 또 하나의 제품으로는 ‘글렌피딕 31년 그랑 샤또(Glenfiddich 31YO Grand Chateau)’도 있다. 아메리칸 캐스크에서 숙성한 원액을 프랑스 보르도 레드와인 캐스크에 옮긴 후 숙성 과정을 거친 제품으로 독특한 풍미가 예술이다. 한정판 위스키의 품격에 맞는 패키지는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또 하나의 요소로 작용한다. 초희귀 한정판 위스키는 정교한 3D 페이퍼 아트를 연상시키는 장식과 유명 아티스트와 협업한 패키지를 입어 하나의 예술품으로도 손색없다.
한편 소장의 이유를 예술성에 두면 선택지는 더 풍부해진다. 로얄살루트는 지난 2022년부터 예술 분야 협업 프로젝트 ‘아트 오브 원더(Art of Wonder)’를 전개해왔다. 당대 가장 뛰어난 아티스트와 협업해 고연산 위스키를 선보이는 방식이다. 무한한 창의성과 혁신의 영역인 예술 디자인에 대한 경의와 헌사를 담는다는 취지다.
지난 9월 키아프 서울에서 화려하게 공개된 ‘로얄살루트 타임 탬버 바이 콘래드 쇼크로스’는 브랜드의 최상위 라인업이다. ‘시간’에서 영감 받아 세계적 아티스트 콘래드 쇼크로스(Conrad Shawcross)와 협업한 제품은 전 세계 21점, 국내 단 한 점만 선보였다. 보틀에는 로얄살루트 제품 중 연산이 가장 높은 53년 위스키가 마스터 블렌더 샌디 히슬롭의 정교한 블렌딩을 거쳐 담겼으며, 가격은 1억여원을 기록했다.
업계 최초로 패션과의 협업도 선보이는 로얄살루트는 리차드 퀸(Richard Quinn)을 시작으로 해리스 리드(Harris Reed)와 비범한 창의력이 담긴 제품도 선보였다. 해리스 리드가 로얄살루트의 핵심 몰트를 생산하는 스코틀랜드 스트라스아일라(Strathisla) 증류소에 방문해 블렌딩 개발에 참여함은 물론, 보틀 디자인에도 개성을 듬뿍 담았다.
‘나’와 관련된 특별한 경험을 위한 소비 트렌드는 ‘생빈’ 컬렉팅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생년 빈티지’라는 의미의 이 단어는 자신이 태어난 연도나 기념비적 의미가 있는 해에 증류한 제품을 소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조니워커가 출시한 십이지 에디션은 매년 그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해마다 그해를 상징하는 동물을 예술적으로 표현해 출시하는데, 인터넷에는 해당 연도를 놓친 사람들의 구매 희망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올해는 비주얼 아티스트 제임스 진(James Jean)과 지혜, 지성, 직관을 상징하는 뱀 3마리로 둘러싸인 패키지를 완성했다.
리미티드 에디션은 럭셔리와 맥을 같이하지만, 한정으로 판매되는 모델은 그만한 이야기가 충분하다. 보이는 것이 아닌 경험과 추구하는 가치관, 마음 상태에 더 가깝다. 소비의 전형성이 무너지고 나 자신에 집중했을 때 무엇이 내게 진짜 풍요를 가져다줄지 고민할수록 보다 개인적이고 은밀한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보고, 만지고, 느끼고 싶은 매력을 가진 물성의 조건을 완벽히 충족하는 진귀한 위스키 한 잔의 힘은 요즘 소비의 기준에 발맞춰 더 풍성해질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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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그래퍼
- 현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