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잘 버리는 방법

무심코 버리는 의류 폐기물이 향하는 더 나은 길.

신상처럼 쏟아지는 의류 폐기물

오늘도 어김없이 택배 상자가 도착한다. 교환·반품의 벽을 통과한 새 옷과 새 신발은 세탁을 거쳐 온전한 내 것이 된다. 그러나 ‘신상’을 손에 쥔 행복은 여기까지다. 옷장 앞에 서면 한숨이 나온다. ‘넣을 데가 없는데….’ 유행, 도파민, 물욕 등의 이유로 끊을 수 없는 쇼핑은 옷장을 금세 꽉 채웠다. 엄마에게 물려받은 울 니트부터 고등학생 때 입던 점퍼, 얼마 전 세일에서 건진 티셔츠까지, 연식은 제각각이다. 그걸 다 입느냐고? 자주 꺼내 입는 옷은 10%도 채 되지 않으며, 나머지는 1년에 한 번 입을까 말까다. 그저 아까워 이고 지고 살았지만 새 옷을 위해 대대적인 비움을 결심했다. 결과는 터질 듯한 100L 쓰레기 봉투 3장. 태그도 떼지 않은 옷이 잔뜩인 데다 초면인 신발도 있었다. 상태 좋은 제품은 당근마켓에 사진을 찍어 올렸지만, 팔기도 버리기도 애매한 옷가지는 또다시 고민거리가 됐다. 쓰레기 말고 좀 더 쓰임새 있는 존재가 될 수는 없을까?

종착지는 쓰레기 산?

동네 이곳저곳 볼품없이 놓인 의류 수거함은 늘 옷을 토해낼 정도로 가득 차 있다. 실제 환경부에서 발표한 국내 의류 폐기물은 2018년 6.6만 톤에서 2022년 11만 톤, 2023년 11.09만 톤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자투리 섬유까지 포함하면 실제 폐기량은 더 늘어난다. 이 중 90% 이상이 의류 수거함을 통해 분리배출된 폐의류다. 전국 의류 수거함의 개수는 약 10만 개에 달하는데, 그렇게 모인 의류 폐기물 중 국내에서 소화하는 폐의류는 5% 정도로 극히 일부다. 이를 제외한 폐의류 대부분이 여러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된다. 2023년 우리나라의 헌 옷 수출량은 세계 5위를 기록할 정도다. 의류 수거함에 입지 않는 옷가지를 넣으면서 재활용될 거라 믿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공식 통계상 폐의류는 ‘재활용’되지만, 수출된 의류 상당수는 불법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KBS 다큐멘터리 <환경스페셜 –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중 소가 옷 더미에 올라가 풀 대신 섬유를 씹어 먹는 충격적인 장면은 이런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 쓰레기 산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연간 10만 톤의 헌 옷을 수입하는 인도 파니파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도시 곳곳에 비공식적으로 조성한 쓰레기 매립지이자 소각장은 ‘덤프야드’로 불리며 지금도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환경을 위협하는 옷

의류 폐기물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줄 아는지? 만약 티셔츠 1장을 국외로 불법 폐기할 경우, 종이컵 337개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양과 같은 수치의 탄소가 배출된다. 이때 배출된 탄소를 흡수하려면 수령이 30년 된 소나무가 1그루 이상 필요하다. 아크릴, 모, 레이온 등이 주재료인 의류 쓰레기를 소각하면 탄소 외에 유해 물질이 다량으로 배출되는데, 이는 개발도상국의 대기 및 수질오염과도 직결된다. 하지만 의류 수거 및 배출에 관한 특별한 법률이 있는 것도 아니다. 면적, 인구와 관련한 수거함 설치 기준도 없다. 의류 수거함 관리가 지자체별로 다른 이유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도봉구는 2021년 4월부터 의류 수거함을 전면 철거하고, 봉투 기준을 정해 의류를 배출한다. 수거된 의류는 비영리단체 ‘굿윌스토어’에서 관리한다고. 지난 2월 25일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속 가능한 패션산업 생태계 구축’을 주제로 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참여한 비영리 스타트업 ‘다시입다연구소’는 ‘패션 기업이 재고와 반품을 폐기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법’을 만들자는 서명 운동을 펼치고 있다. 2020년 1월 ‘폐기 방지와 순환경제법안’을 통과시킨 프랑스에서 영향을 받은 것. 프랑스는 이를 통해 세계 최초로 의류와 신발, 화장품 등 팔리지 않는 재고품의 폐기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나라가 됐다. 작은 변화와 실천이 모여 지구를 위협하는 의류 폐기물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날을 꿈꾼다.


HOW TO

RECL
헌 옷 수거와 판매가 동시에 가능한 앱. 의류, 신발, 가방 20개만 모으면 누구든 신청 가능하다. 국내 헌 옷 매입 단가 평균 시세에 맞춰 kg당 200~350원으로 단가가 책정되며, 수거에 대한 보상은 현금 또는 포인트로 지급된다. 문의 recl.co.kr

CHARAN
수거, 클리닝, 상품화를 모두 책임지는 패션 리커머스 서비스. 제품 검수를 마치면 최대 90일간 판매가 진행된다. 판매가 완료되면 현금 전환 가능한 크레딧을 적립해준다. 거래 불발 시, 헌 옷 판매 수익화, 기부, 상품 회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문의 charan.ai

GOOD WILL STORE
물품 기증으로 환경보호와 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돕는다. 판매 수익으로 장애근로인에게 급여를 지급한다. 50L 봉지 2장 또는 박스 3개 이상일 때는 방문 수거를 신청할 수 있다. 기부 책정 가격에 따라 연말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다. 문의 goodwillstore.org

BEAUTIFUL STORE
2022년 설립된 아름다운가게는 의류뿐 아니라 화장품과 주방용품까지, 어떤 제품이든 기부 가능하다. 매장 수익금과 후원금은 각 지역의 소외 이웃을 위해 사용한다. 단, 오염된 물건은 기부가 불가능하니 기부 전 깨끗이 손질할 것! 문의 beautifulstore.org

CLOSET SHARE
특별한 날, 필요한 옷을 대여해주는 서비스. 주로 프리미엄 럭셔리 브랜드를 취급한다. 셰어 신청을 하면 검수를 거쳐 상품화되고, 렌털이 될 때마다 수익이 발생한다. 상품에서 탈락하더라도 기부나 회수 가능하다. 문의 closetshare.com

RE-VISTE
인디텍스, H&M 등 스페인 패션업체 10개가 의류 폐기물의 순환성을 높이기 위해 출범한 자발적 협의체. 대형 쇼핑센터, 학교, 성당 등에 별도 수거함을 마련해 의류와 신발을 모은다. 수거한 의류는 중고 상품이 되거나 섬유 원료로 재활용된다. 문의 re-viste.org

WEAR AGAIN
패션산업이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을 알리기 위해 조직됐다. 안 입는 옷을 교환해 의류 순환과 재사용의 가치를 알리는 ‘21%파티’, 지속 가능한 의복 생활 정보를 담은 ‘다시입다레터’ 등 다양한 실험과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의 wearagian.org

    포토그래퍼
    정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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