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2)

트렌드를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영민한 친환경 패션 

패션계를 이끌 신진 디자이너를 가리는 최고의 승부, ‘2024 LVMH 프라이즈’에서 돋보인 3인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BREATHE NEW LIFE, HODAKOVA
트렌드를 이끄는 엠마 코린이 선택한 드레스라고?

북유럽 출신 디자이너 엘렌 호다코바 라르손이 2019년 스웨덴의 텍스타일 학교를 졸업하고, 2021년 자신의 이름으로 명명한 호다코바가 론칭 3년 만인 2024년, 신예 디자이너의 등용문인 ‘LVMH 프라이즈’에서 최종 우승했다. 그뿐인가, 엠마 코린을 비롯해 카일리 제너와 로제 등 스타들이 공식 석상에서 그의 작품을 입고 나와 더욱 화제가 되었으니, 그야말로 슈퍼 ‘루키’인 셈!

오래된 소재를 수집해 새 생명을 불어넣어 자신만의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호다코바는 스웨덴의 시골에서 나고 자라, 어머니의 영향으로 일찍이 중고 의류 리폼에 익숙했다. 어린 시절의 경험에 패션 학교에서 갈고닦은 전문성을 더해 업사이클링 디자인을 아이덴티티로 삼은 것. 숟가락을 이어 붙여 드레스를 만들고, 서류 가방을 조각내 다시 조립하고, 벨트를 여러 개 엮어 가방을 제작한다.

쉽사리 의류의 재료로 선택하지 않을 기성품을 보란 듯이 작품으로 완성해내는 그는 모든 디자인의 기저에 ‘균형’을 기준으로 둔다. 오래된 물건을 선택해 최신 컬렉션으로 재해석하는 것. 과거와 현재, 미래를 리사이클링으로 한데 아우르는 것. 호다코바의 균형이란 이렇다. 과거와의 끊임없는 교류와 공존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설정하고, 도출 방식에 지속 가능성을 접목한 똑똑하고 의식 있는 그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CREATIVE IDEA, DURAN LANTINK
납작한 옷은 참을 수 없는 듀런 랜팅크의 ‘부풀리기’ 권법

쾌한 감각을 주 무기로 바람을 채운 듯한 둥그렇고 ‘빵빵’한 실루엣을 매 시즌 다채롭게 선보이는 듀런 랜팅크가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디자이너에게 수여하는 ‘2024 LVMH 프라이즈’ 칼 라거펠트 상을 받았다. 수상 이전부터 숱한 해외 매거진의 커버를 장식하고 업계에서 떠오르는 유망주로 각광받았다. 유년 시절부터 리폼하는 것에 흥미를 느낀 그는 중고 의류와 원단에 입체적 패턴을 더해 완벽히 다른 작품을 만들어낸다. 기존 컬렉션의 재고, 사용하지 않은 고급 원단, 심지어 중고 의류까지 해체하고 다시 조합해 새로운 옷을 만든다. 불필요한 생산은 줄이면서도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는 그의 작업 방식이 재활용과 혁신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이유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열의는 그저 원단을 재활용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노숙자 커뮤니티와 협업하고,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성착취 노동자를 모델로 한 프로젝트를 통해 그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하는 등 거시적 관점에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한다. 등한시되는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아름다움을 구현해내는 것. 듀런 랜팅크가 보여주는 패션의 미래는 바로 그런 모습이다.

FROM THE NATURE, PAOLO CARZANA 
대자연의 에너지가 깃든 파올로 카르자나의 세계로

‘2024 LVMH 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파올로 카르자나는 런던을 기반으로 2022년 브랜드를 론칭한 신인 디자이너다. 얼시한 컬러 팔레트, 천연 소재, 대자연의 정령이 입을 것 같은 디자인의 비정형적 드레이퍼리 실루엣까지. 아쉽게도 수상은 못했지만, 컬렉션을 이루는 모든 요소가 자연친화적인 만큼 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진심과 열의는 누구보다 강하다. 영국 웨일스 출신인 그는 팬데믹 기간에 고향인 카디프에서 시간을 보내며 패션이 더 나은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이후 알렉산더 맥퀸이 설립한 사라반드 재단(Sarabande Foundation)에 지원해 작업을 이어갔다.

이곳에서 그는 본격적으로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탐구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으니, 그의 컬렉션을 보면 소재부터 남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대량생산한 인공섬유 대신 재활용한 직물과 오가닉 원단을 여러 겹 덧대어 독특한 실루엣을 만들고, 염색 역시 자연에서 얻은 재료만을 사용해 시간이 지나면서 깊이가 더해지는 색감을 구현한다. 비건 소재를 적극 활용해 동물 가죽을 대체하는 혁신적인 방법도 연구 중이다. 카르자나가 말하는 ‘진짜 럭셔리’란 환경과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이다. 그의 옷을 입는다는 건 단순한 스타일링을 넘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의 일환이기도 하다. 패션이 남기는 흔적마저 우아할 수 있게 만드는 파올로 카르자나의 도전은 계속된다.

    일러스트레이터
    YRA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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