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3)

트렌드를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재킷과 팬츠, 스니커즈는 모두 코스(Cos). 이너는 에디터 소장품.

청년들의 지속 가능한 움직임

청년환경단체 ‘지구를 지키는 배움터(이하 지지배)’ 공동대표이자 유튜브 채널 ‘청년환경운동가 홍다경’을 운영하는 97년생 홍다경은 지구의 미래를 위해 매일 현장으로 향한다.

최근 여러 환경문제가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환경운동가로서 어떤 감정을 느끼나?
올해로 활동 9년 차에 접어들었다. 활동 초반과 현재, 지구의 모습을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있다. 4월부터 11월까지 여름이 이어진다는 뉴스처럼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변화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 이처럼 지구의 아픔은 결국 인간의 아픔이라고 생각한다. 책임감을 갖고 환경문제에 뛰어들 때가 아닐까. 본격적인 심폐소생이 필요한 시기다.

지구의 미래를 예측하는 기후학자는 예견된 환경 악화 탓에 가족 형성에 비관적이라는 기사를 봤다.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시기에 놓인 청년이라 다르게 보이는 부분도 있나?
환경이 결혼과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건 뉴스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청년들이 고민하는 주제다. ‘지지배’ 활동가들과도 종종 관련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미래에 태어날 아이들이 우리가 어릴 적 어울린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없을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렇기에 청년들이 환경정책이나 세계 동향을 어느 정도 파악해야 한다고 본다. 일상 속 작은 부분부터 국가적 차원의 정책까지, 잘못된 점을 바로잡기 위한 목소리를 내려는 시도를 해보면 좋겠다.

현시점,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심각하지 않은 게 없다. 개인적으로 지난 1월 미국 47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취임식에서 외친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이라는 구호가 가장 무섭게 들렸다. ‘우리는 계속 땅을 파고 또 팔 것’이라는 말로, 미국 내 원유와 가스 시추를 늘려 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말이다. 그에 더해 그린란드 북극해 자원을 채굴하겠다는 얘기도 들린다.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부터 석유와 광물을 채굴하는 시대로 회귀한다는 선언까지,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지지배에서 트럼프에 관한 스터디를 진행했는데, 만약 환경정책에 경제적 이점이 있다면 지금과는 달랐을 거라는 의견이 많았다. 미국 내 재생에너지 중 효율이 가장 좋은 풍력과 태양광에는 실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변화 이전에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환경정책이 전 세계에서 쏟아졌다. 정책적 발전을 어떻게 바라보나?
정책이 늘어나는 것 자체는 좋은 신호라고 생각한다. 다만,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통해 중장기적 정책으로 전환하고, 적극적 홍보를 더하면 더욱 좋겠다. 예를 들어, 올해 탄소중립포인트제의 지급 항목이 기존 10개에서 12개로 증가했고, 배달 시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제공하는 인센티브도 기존 1000원에서 2000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홍보가 되지 않아 사람들이 대부분 모른다. 정책이 조기 종료되지 않도록 예산 편성을 전략적으로 하고, 모니터링도 꾸준히 한다면 보다 나은 정책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정책에 활용되는 용어를 이해하기 어려워 피로감을 느낄 때도 있다. 좀 더 쉽게 접근하는 방법도 있나?
공부하고 탐구하는 시간이 필수적이다. 이때 ‘그리니엄’과 ‘기후보좌관입니다’처럼 환경문제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뉴스레터를 활용해보길. 하루 한 개라도 꾸준히 뉴스를 읽고, 친구나 직장 동료와 짧게나마 주제에 대해 대화하는 거다. 어떤 이슈든 공개적으로 논의될 때 중립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환경보호의 핵심은 듣고, 생각하는 데에 있다.

그래서인지 댄스 챌린지, 뮤직비디오, 유튜브 등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콘텐츠로 환경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해당 방식을 채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정책이 바뀌어야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기기에 정책 제안을 꾸준히 하지만,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쉽고 재미있어야 한다. 학문적 연구를 하는 박사의 말이 신뢰도는 높겠지만, 몸으로 부딪치며 경험한 이의 말이 더 흥미롭지 않나. 직접 현장을 찾아 상황을 생동감 있게 설명하고 풍자하려 했다. 특히 10~20대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2018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숏폼 같은 콘텐츠에 승부를 걸었다. 2020년, 전국 235개의 쓰레기 산을 돌며 관찰한 환경문제를 영상으로 그린 뮤직비디오 <Enlighten(with 김영흠)>는 2022년 서울기록원에 등재되기도 했다. 앞으로 제작하는 모든 콘텐츠가 역사적 자료로 쓰이길 바란다.

다양한 환경 활동을 함께 꾸리는 청년환경단체 ‘지지배’는 어떻게 운영되나?
2017년 겨울, 작은 동아리로 시작해 현재는 회원이 300여 명인 비영리 임의단체가 됐다. 활동가의 연령은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지만, 20~30대가 구성원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앞서 언급한 환경 스터디는 올해부터 시의성 있는 주제를 선정해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운영 중이다. 이 외에 나무 심기, 채식 실천 챌린지, 환경문제 정보집 출간 등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환경 주제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다 보면, 정책을 바라보는 관점도 다양하게 도출될 것 같다. 국내 환경정책 중 가장 잘한 정책을 하나 꼽자면?
올해 시행 범위가 확대된 ‘탄소중립포인트제’도 좋지만, 반응이 가장 뜨거운 건 ‘기후동행카드’가 아닐까. 기후동행카드가 출시된 이후, 환경문제에 관심 없는 사람도 자연스레 ‘기후’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됐다. 정책의 취지 역시 좋으니 인플루언서의 능동적 홍보로 자연스레 이어지는 선순환을 직접 확인했다.

환경 활동을 통해 긍정적 변화나 성과를 낸 경험도 있나?
강연을 통해 지속적인 환경 인식 교육이나 진로 교육을 진행하는데, 최근 환경 연구원을 진로로 결정한 친구가 생겼다. 나 아닌 누군가가 환경에 대한 꿈을 꾸는 것에 행복했고, 내가 할 수 없는 범위의 일을 그 친구들이 해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순간도 있다. 최근, 선거철 후보자의 현수막 설치 철거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민 450명의 서명을 받아 감사 청구를 했지만 안타깝게도 기각됐다. 하지만 이 과정을 세세히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또 다른 제안을 할 수 있게 된 데서 희망을 얻었다.

<얼루어> 오디언스에게 일상에서 환경보호에 동참할 수 있는 움직임을 추천한다면?
시중에 판매되는 다양한 친환경 제품과 환경부에서 부여하는 친환경 마크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다. 객관적 관점에서 잘하고 있는 부분은 칭찬하고, 부족한 부분은 따끔하게 비판한다면 결국 더 좋은 상품과 콘텐츠를 완성하게 되지 않을까.

쉬지 않고 달려가는 활동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인가?
환경운동을 그만두는 날이 오길!(웃음) 내가 더 이상 이 일을 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 없는 세상을 꿈꾼다. 그러기 위해 노후된 환경교육 자료를 최신화하고 싶다. 더 나아가 환경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과 시니어층, 장애인, 환우를 위한 환경교육을 개발하려고 한다. 정책을 수립하고 심판하는 일 역시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좋은 선택지가 아닐까.

    포토그래퍼
    차혜경
    헤어&메이크업
    장하준
    일러스트레이터
    YRA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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