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신작 <결혼 피로연>에 출연한 윤여정과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에블린(양자경)의 공통점은? 자녀의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응원하는 엄마라는 것입니다. 영화 속 퀴어 주인공을 따뜻하게 위로한 할머니, 엄마, 베프를 모았습니다.
<결혼 피로연> 자영(윤여정)
배우 윤여정이 신작 <결혼 피로연>과 관련해 미국 매체들과 진행한 인터뷰가 큰 화제가 되었죠. 지난 4월 18일 북미에서 개봉한 영화는 리안 감독의 1993년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사랑을 지키기 위해 위장결혼을 하는 게이 커플의 이야기인데요. 윤여정은 한국계 주인공 ‘민(한기찬)’의 엄마 역을 제안 받았으나 나이가 너무 많다고 판단해 할머니로 출연했다고 합니다. 인터뷰가 화제가 된 건 영화를 선택한 계기로 큰아들을 언급했기 때문인데요. 큰아들이 2000년에 커밍아웃을 했으며 뉴욕이 동성혼을 합법화한 뒤 결혼식을 올렸다고 밝혔죠. 극중에서 ‘자영’이 ‘민’에게 한 “네가 누구든 넌 내 손자야”라는 대사는 실제로 큰아들에게 한 말이며,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습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에블린(양자경)
미국에 이민 와 세탁소를 운영하는 ‘에블린’은 팍팍한 삶에도 불구하고 세상 해맑은 남편만큼이나 딸 ‘조이(스테파니 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데요. 몸매며 옷이며 외모 관리를 하지 않는 것도 그렇지만, 가장 못마땅한 건 동성애자라는 사실이죠. 자신의 아버지에게 딸의 연인을 “좋은 친구”라고 소개하며 모녀 사이의 갈등은 심해집니다. 세무당국의 압박조사와 남편의 이혼 요구까지 더해지며 궁지에 몰린 에블린. 그런데 갑자기 멀티버스가 펼쳐지더니 멸망 직전의 세상을 구하라는 임무가 떨어지죠. 에블린이 멀티버스를 숱하게 ‘버스 점프’하며 찾아낸 방법은 ‘다정함’이었습니다. 도넛 속으로 사라지려는 ‘조부 투파키’를 끌어안으며 이렇게 외치죠. “아임, 유어, 마더!” 영화는 수많은 멀티버스를 대리경험 하며 마침내 이번 생을 있는 그대로 소중하게 받아들이게 만듭니다. 서로에게 자꾸 상처 주는 엄마와 딸, 이혼숙려캠프가 필요한 부부에게 추천합니다.
<대도시의 사랑법> 재희(김고은)
남사친이 신부의 결혼식 축하 무대를 꾸밀 정도로 자타공인 13년의 우정이지만 둘의 시작은 그리 상큼하지 않았습니다. 클럽 뒷골목에서 남자와 진하게 키스를 하다 ‘재희’에게 딱 걸린 ‘흥수(노상현)’는 까칠하게 말하죠. “왜? 내 약점이라도 잡은 거 같아?” 하지만 태생적 아웃사이더 기질과 유흥 본능을 가진 “미친년과 게이”는 이후 자연스럽게 의기투합니다. 돈이 없으면 스쿠터를 팔아서도 술을 사 먹으며 애니멀 라이프를 이어가던 두 사람. 어느 밤 술자리에서, 재희는 흥수가 했던 그 말을 곱씹으며 촉촉한 눈으로 말합니다. “네가 너인 게, 어떻게 네 약점이 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