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여자 앤 해서웨이
앤 헤서웨이가 결혼했다! 그녀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의 유력한 후보이기도 하며, 세계적인 여성 폭력 방지 캠페인 ‘원 빌리언 라이징’의 홍보대사도 시작했다. 이 캠페인의 창립자이자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작가 이브 엔슬러가 앤 해서웨이를 인터뷰했다.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북동부를 강타한 바로 다음 날, 앤 해서웨이와 나는 뉴욕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잡지사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친구로, 그리고 작가와 배우로 교류해왔다. 뉴욕이 허리케인의 피해로부터 회복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동안, 우리는 그녀의 삶에 일어나고 있는 흥미진진한 변화에 대해 얘기했다. 영화 <레미제라블> 판틴 역의 잔해인 짧은 픽시 헤어 커트는 앤 해서웨이를 한층 사랑스럽게 만들었고, 사랑과 충만함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녀는 몇 달 전 배우 겸 주얼리 디자이너 애덤 셜먼(Adam Shulman)과 결혼했다! 그녀는 지금 반짝이는 모든 것을 상징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인하지만 연약하며, 대단히 아름다우면서 오랫동안 알아온 사람처럼 편안하다. 끊임없이 질문하지만 자신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래서 그녀가 오는 2월 14일, 절정에 오르게 될 ‘원 빌리언 라이징(One Billion Rising)’의 얼굴이 된 게 굉장히 기뻤다. 우리는 10억 명의 여성에게 사무실, 학교, 집을 떠나 춤추기를 부탁하고 있는 중이다. 이 숫자는 세계 곳곳의 폭력과 성폭력 희생자들을 상징한다. 춤을 춰서라도 지구를 흔들고 싶다! 그리고 이제는 여성과 소녀들을 향한 폭력을 멈춰야 한다고 선언할 것이다. 당신이 어디에 있건 나와 그녀의 댄스를 즐기길 바란다.
요 며칠, 다들 허리케인 샌디 때문에 집으로 대피해 있었어요. 당신은 어땠어요?
800만 명의 미국인이 전기 없이 생활하고, 뉴욕 지역 주민 몇몇은 목숨을 잃기도 했어요.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를 더 이상 모른 척해서는 안 돼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무사한지 확인 중이고, 도움이 될 만한 일은 뭐든지 하고 있어요.
‘원 빌리언 라이징’에 대해 당신이 소개해줘요.
전 세계 10억 명의 여성이 성폭행을 포함한 폭력의 희생자라는 엄청난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요. 대학생 때 여성 4명 중 1명은 강간 피해자라는 얘기를 듣고 “세상에, 그럼 내가 아는 사람 중에도 분명히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일주일 뒤 친구 중 하나도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죠. 1명도 너무 많고, 10억 명도 너무 많아요.
권력과 돈을 모두 쥔 셀러브리티는 현대 사회의 귀족처럼 보여요. 어떤가요?
살아가며 배우는 점들이 있어요. 물론 이 순간이 영원하지는 않겠지만 요즘은 제가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것조차 뉴스거리가 되요. 세상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에 개인적인 의견은 되도록 숨기려고 해요. 그래야 정말로 필요한 시점이 왔을 때 제 목소리가 제대로 힘을 발휘할 테니까요. ‘원 빌리언 라이징’ 같은 캠페인은 제가 목청껏 소리 지르고 싶은 얘기예요. 제 말을 진지하게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전 나이트클럽에서 술 취해 쓰러지지도, 매일 다른 백을 든 모습이 찍히지도 않으니까요. 물론, 연예계에서 진중한 행동을 한다는 건 때로 비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요. ‘원 빌리언 라이징’에는 사회운동가도, 사상가도, 셀러브리티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배우일 뿐이에요. 셀러브리티는 제게 어울리지 않아요.
‘원 빌리언 라이징’은 2월 14일, 10억 명의 사람에게 일어나 춤추라고 권하고 있어요. 당신은 왜 춤추나요?
제 인생에서 최고로 즐거웠던 밤들을 되돌아보면 아무 걱정없이 그저 춤을 추러 나갔던 날이 대부분이에요. 제 자신을 억누른 속박을 벗어던질 수 있었죠. 14일, 아무도 없는 들판에서 혼자 춤춘다고 해도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우리 스스로와 여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함께 나아가야 해요.
어디서 춤을 출 생각이에요?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큰 파티를 열기로 했어요. 모든 스튜디오와 에이전시의 대표를 초대해 춤추게 할 거예요. LA는 여성 문제에 열정적인 사람들로 가득해요. 밸런타인데이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스트레스일 뿐이고요. 그들에게 기대할 무언가를,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할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어요. 여성들에게만 국한된 것도 아니거든요. 어젯밤 남편과 아버지가 “우리도 춤출 수 있을까?”라고 물어봤어요! 정말 기뻤어요! 남편은 춤을 꽤 잘 추거든요.
어떤 음악에 맞춰 춤을 출 생각이에요?
요즘엔 데이비드 게타(David Guetta)에 푹 빠져 있어요. 특히 시아 풀러(Sia Furler)와 함께 부른 ‘Titanium’이요. 리한나의 ‘I Found Love’도 굉장히 좋아해요. 우먼 파워에 대한 노래로는 케이티 페리의 ‘Firework’가 근사하고요.
당신은 언제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법을 깨달았어요?
영화 <레이첼, 결혼하다(Rachel Getting Married)>를 마친 직후였을 거예요. 여태껏 살아온 인생은 제 것이 아니라는 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2007년 끝자락에는 누군가에 대한 믿음이 무너져 내리는 경험을 했어요. 한순간 모든 게 고쳐지는 마법의 순간은 없어요. 모든 걸 완벽하게,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묘약 따위는 존재하지 않거든요. 그런 기대를 놔버리니 모든 걸 초월하는 행복을 얻게 됐죠. 물론 여전히 “내 몸매 괜찮은가? 너무 마른 것은 아닌가? 아니면 체중이 늘었나?”를 고민하며 스트레스를 받기도 해요.
그런 생각을 매일 해요?
솔직히 얘기하면 그래요. 나이가 들면 집착을 버리겠지 생각했는데 불행하게도 그러지 못했어요.
사람들이 당신만 쳐다본다는 생각이 드나요?
주변의 시선이 없다면 저는 훨씬 더 괴짜 같아졌을 거예요. 이런 말을 하면 나약해 보일지 몰라요.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쓰고 “오, 난 상관하지 않아”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전 사람들로부터 비웃음을 받는 게 싫어요. 그래서 짙은 색 모자를 쓰고 눈에 띄지 않으려고 해요.
주변 시선에서 해방되는 날, 진정한 자유가 오겠네요.
맞아요. 그게 바로 자유의 정확한 표현이 되겠네요.
지금 신혼인데 결혼 생활은 어때요?
근사해요! 저의 반쪽을 찾은 느낌이고, 남은 일생을 남편을 사랑하는 데 쓸 수 있어서 기뻐요.
결혼에 대해 비관적일 때도 있었는데, 마음을 바꾼 계기가 있어요?
전적으로 남편인 애덤 때문이에요. 그가 아니었다면 절대 결혼하지 않았을 거예요. 누군가와 결혼하기를 원해야 하고, 서로 같은 감정을 느껴야 해요. 결혼을 위한 결혼은 말도 안 돼요. 드디어 제가 진실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난 거죠.
그의 어떤 점이 특별한가요?
그는 좋은 사람이고, 굉장히 똑똑해요. 두려움 없이 사랑하는 사람이죠. 그의 신념은 아름다워요. 그는 저의 절친이고, 저는 그를 사랑해요. 세상에서 최고 남편을 가진 것 같아요. 여성으로서 우리는 터프함을 성공의 척도로 평가하도록 압력을 받잖아요. 몇 명의 남자와 잠자리를 했는지, 주량은 얼마인지 하는 물음에 다들 흔들려본 적 있을 거예요.
굳이 창피하다고는 하지 않겠어요. 저도 즐겼는걸요.
전 자랑스러워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결혼에 대해서 긍정적인 인식이 많지 않잖아요. 서로를 옭아매는 족쇄다, 권태기다, 이혼이다 하면서.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30년간, 시부모님은 40년간 결혼 생활을 유지해 왔어요. 우리 부모님은 행복한 시기뿐 아니라 끔찍한 시기도 겪었지만 서로가 아닌 다른 사람과는 함께할 수 없었을 거예요. 결혼 생활이 서로를 더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어줬죠.
결혼 사진을 공개하면서 얻은 수익금을 동성 결혼 후원에 사용했는데, 왜 그런 선택을 했어요?
결혼식에 파파라치가 없길 바랐어요. 그들에게 한방 먹이고 싶어서 원래는 인스타그램으로 팬들에게 사진을 공개할 예정이었는데 몇몇 파파라치가 헬기를 타고 사진을 찍었어요. 그들이 그것으로 돈을 버는 것만은 막고 싶었어요. 그래서 4장의 사진을 공개해 사용할 때마다 자선 단체에 기부될 수 있도록 했어요.
지금 당신의 헤어 스타일에 대해 얘기하고 싶네요. 전 평생 단발머리를 유지했는데 암에 걸려 다 빠져버린 적도 있었거든요. 그 후로는 쭉 짧은 머리를 하고 있죠. 머리를 자르니 어때요?
처음에는 침착한 척했어요. <레미제라블>을 위해 머리를 자르기로 결심하고, 현실감 있는 연기를 위해 카메라가 돌아갈 때 자르기로 했죠. 하지만 촬영 당일 아침, 나뭇잎처럼 몸이 떨렸어요. 하마터면 배우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할 뻔했죠. 촬영이 끝나고 트레일러 가장 어두운 구석으로 가 거울을 보니 거기 제 남동생의 얼굴이 있더라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세상에서 가장 쿨한 여자가 된 듯한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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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박선영, 앤 크리스텐슨(Anne Christensen)
- 포토그래퍼
- Alexi Hay, GETTY IMAGES/MULTIBITS
- 스탭
- 헤어 | 사챠 브로이어(Sascha Breuer), 메이크업 | 케이트 리(Kate Lee)
- 기타
- 글 | 이브 엔슬러(Eve Ens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