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경이라는 신세계

세계 감정의 한계를 건드리는 역할에서 벗어난 후, 이탈리아의 태양 속으로 떠났다. 햇빛에 바싹 건조된 마음과 맑은 얼굴로 돌아온 신세경은 지금‘ 쉬는 중’이다.

셔츠는 아크네(Acne). 드레스는 세린느(Celine).

셔츠는 아크네(Acne). 드레스는 세린느(Celine).

드레스는 까르뱅(Carven). 롱부츠는 스튜어트 와이츠먼(Stuart Weitzman).

드레스는 까르뱅(Carven). 롱부츠는 스튜어트 와이츠먼(Stuart Weitzman).

본의 이탈리아 여행은 어땠어요?
밀라노와 베네치아에 갔다가, 피렌체와 그 옆에 있는 시에나라는 작은 도시에 들렀어요. 그 다음엔 로마에 갔어요. 날씨가 참 좋았어요. 그런데 한번은 폼페이에서 유적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할 정도로 모래바람이 불더라고요. 그땐 깜짝 놀랐어요.

여행에 푹 빠졌다는 얘길 들었거든요. 왜 이탈리아를 선택했어요?
고등학생 때 읽은 여행 에세이를 읽고 시에나라는 도시를 알게 되었는데, 언젠가 꼭 가보겠다고생각했었거든요. 진짜 가길 잘한 것 같아요. 시에나에 머물 때 가장 행복했어요. 가족들끼리 가면 싸운다고 하잖아요? 그게 제일 걱정이었는데 싸우지도 않고 좋았어요.

이탈리아어도 좀 배웠어요?
“니엔테 살레(Niente Sale).” 소금 넣지 말라는 표현 하나만 외웠어요. 가기 전엔 잘 몰랐는데, 다녀오니까 또 새로운 얘기를 듣게 되고요. 또 가고 싶어요. 사실 너무 좋아서 오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아빠한테 “여기서 우리 민박집 하면서 살까” 그랬어요.

신세경이 운영하는 민박집이요? 하하. 당장 예약할게요.
정말 그렇게 살아도 좋을 것 같아요!

새로운 곳에서의 다른 삶을 상상하는 것도 여행의 재미죠?
제일 부러웠던 풍경이 무엇이었냐 하면, 유럽 학생들은 철도로 여러 나라와 도시를 왔다 갔다 할수 있잖아요. 가까운 곳을 가도 기차를 타고 가니까 훨씬 가뿐하고 여유로워 보이더라고요.

해외에서 작업할 기회가 오면 좋겠어요.
그러면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흔한 기회는 아니니까요. <패션왕> 때 잠시 뉴욕에 가긴 했지만.모두가 여행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정말 즐길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거든요. 여행을 이렇게 멀리 길게 떠난 건 처음이지만 시간이 나면 국내 어디든지 다녀오고 그래요. 부산도 좋아하고요. 시간이 없을 땐 한강이라도 갔다 와요. 요즘 한강이 정말 좋아요.

그 넓은 한강에서 우연히 만나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 하죠?
반포지구요. 고속터미널에 충무김밥이 정말 맛있는 곳이 있어요. 거기서 충무김밥을 사고 또 맥주를 사서, 돗자리를 챙겨서 가요. 가서 돗자리 펴놓고 김밥이랑 맥주 마시면서 앉아 있어요.

오, 용감하네요! 사람들이 알아보지 않나요?
잘 못 알아봐요. 저는 운전을 못해서, 고속터미널도 지하철을 타고 가요. 이태원도 버스 타고 가는 걸요. 요즘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데 사람들은 절대 몰라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다들 스마트폰만 보고 있으니까요. 하하.

그나저나 아직 운전을 못한다니 신기하네요.
면허는 있으니까 연수만 받으면 될 것 같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매니저 언니, 오빠들이 운전하는 차를 탔잖아요. 아무리 조심해도 피할 수 없는 사고가 생기는 걸 보니까, 겁부터 나요. 도로의 평화를 위해 운전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연수를 한번 받아봐야겠어요.

티셔츠는 발맹(Balmain). 팬츠는 씨위(Siwy). 슈즈는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 뱅글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티셔츠는 발맹(Balmain). 팬츠는 씨위(Siwy). 슈즈는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 뱅글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베스트는 이로(Iro). 드레스는 모스키노(Moschino).

베스트는 이로(Iro). 드레스는 모스키노(Moschino).

작년에 만났을 때, 작품이 끝나면 충전도 하고, 여행도 가고, 생각할 시간도 갖고 싶다고 했는데, 정말 착착 이루고 있네요.
그게 이제서야 이루어졌네요! 작년하고 올해가 참 달라요. 작품이 끝나고 나면 조금 쉬다가 금세 새로운 뭔가를 해야 할 것만 같고 그랬어요. 사람들이 그러잖아요? 쉬면 도태되는 것 같다고요. 올해는 다른 것 같아요. 온전히 다 놔버리고 쉬는 기분이에요. 더 평온해서 좋은 것 같아요.

한눈에도 행복하고 즐거워 보여요.
정말 좋아요! 막 날아다니는 기분이에요. 왜 그럴까요? 역시 사람은 쉬어야 하나 봐요.

상반된 두 가지 모습으로 촬영했는데 어떤 쪽이 더 편했어요?
사실 저는 둘 다 불편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짧은 머리로 촬영한 게 이전에 시도해보지 않은 콘셉트라서 새로웠어요. 흑백의 느낌이 좋았던 것 같아요. 실은, 전 늘 그렇게 머리를 짧게 자르고 싶었거든요.

막상 자르기가 쉽지 않죠?
네. 특히 여배우는 캐릭터를 표현할 때도 헤어 스타일이 중요하니까, 쉽게 자를 수가 없었어요.

촬영이 마치 ‘신세경이 꾸는 두 가지 꿈’ 같았어요. 하나는 우리가 항상 당신에게 기대하는 여성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활기차고 반항적이지만 그래서 귀엽고요. 이 두 가지 모습이 모두 여자 꾸는 꿈 같기도 해요. 착한 소녀가 되고 싶고, 모험도 해보고 싶죠.
오,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저도 두 가지 다 매력을 느끼니까요. 제가 머리를 자르고 싶다고 하니까, 헤어 스타일리스트가 제게 머리를 자르면 행동이 더 남자다워질 것 같다고 했어요. 입고 있는 옷이나, 머리 모양에 따라서 조금씩 행동도 바뀌잖아요? 그런 걸 생각하면 역시 자르면 안 될 것 같아요. 지금은 잘 컨트롤해서 행동하고 있는데 머리를 자르면…. 음!

하하. 하고 싶은 걸 참고 있어요?
이제는 그냥 알아서 조절하는 것 같아요. 대외적인 곳이나 노출이 있는 장소에서는 안 하죠.

사실 당신은 참 발랄한 사람인데 말이에요! 사람들이 잘 모르죠?
가까운 친구들이나 자주 보는 스태프들은 알아요.

웃을 때도 진짜 호탕하게 웃는데….
하하하. 그렇죠? 이런 분위기가 일할 때도 유지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어요. 이제 편안함을 알게 되었으니까, 꺼내 쓸 수 있겠네요. 작년에는 몸이 조금 지쳐 있었어요. 사람은 신체 컨디션에도 많은 영향을 받잖아요? 쉬면서 컨디션이 좋아지니까, 여러 고민이 명쾌하게 정리되는 것 같아요.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으니까 더 꼬이고, 꼬이고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제는 피로가 몰려와도 가뿐하게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람이 누구한테나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무기인 것 같아요. 당신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행동하는 게 오히려 더 쉬운 길인 것 같아요. 한 번 그 길이 꼬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것 같거든요. 제가 더 쉬운 길을 선택하는 걸 수도 있어요.

베스트와 스커트는 프라다(Prada). 레이스 소매 장식 스웨터는 No.21 by 주느세콰(No.21 by Je Ne Sais Quoi).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베스트와 스커트는 프라다(Prada). 레이스 소매 장식 스웨터는 No.21 by 주느세콰(No.21 by Je Ne Sais Quoi).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드레스와 반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드레스와 반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언제쯤 복귀할 예정이에요?
작품뿐만 아니라 학교나, 사람들이 말하는 인생에 꼭 필요한 몇 가지 과정이 있어서 고민도 많고, 생각도 정리하고 있어요.

연기가 아닌 다른 것도 생각하나요? 공부를 더 하고 싶다거나.
저는 멀티플레이어가 못 되어요. 일만 계속 해오다 보니까 학교가 멀어지더라고요. 낯서니까 더 어려워지는 것 같고요. 제 또래 친구들을 보면 지금이 진로를 고민하는 시기인가 봐요. 친구들 만나면 다 그렇거든요. 저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굉장히 감사한 일이죠.

친구들이 부러워하나요?
중학교, 고등학교 친구들이에요. 초등학교 친구들도 아직 만나고요. 제가 하는 일의 고충을 옆에서 많이 봐서, 친구들은 다 이해하고 있어요. 저는 딸 낳으면 절대 연기 안 시킬 거라고 말하거든요.

몇 가지 고민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답을 얻었다고 했는데, 어떤 답을 얻었어요?
‘이렇게 살아야지’ 해서 얻은 결론은 아닌데요. 남들이 어떻게 보느냐에 대해서 걱정을 덜 하게 되는 것. 어쨌든 사람들한테 영향력을 주는 직업이니까 신경을 아예 안 쓸 수는 없잖아요. 제가 신경 쓰는 것들은 아주 미세한 것들이었어요. 이렇게 하면 이렇게 보일까, 저렇게 하면 저렇게 보일까. 사사건건 신경 쓰고 사람들이 간섭하는 게 되게 싫었었는데 그런 것으로부터 조금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나이를 먹어가면서 해결되는 부분들인 것 같기도 하고요.

드라마가 끝나면 더 이상 주인공을 볼 수가 없잖아요, 가끔씩 그들의 삶이 어떻게 됐을까라는 생각도 해요?
하죠. 작품 끝나고 다음 작품 하기 전까지는 먼저 했던 작품이 정말 많이 생각나요. 촬영장 분위기나 그런 것들도요.

유난히 많이 생각나는 캐릭터도 있어요?
아무래도 가장 최근에 한 작품이 가장 많이 생각나죠. 아마 다음 작품을 만나기 전까지는 지속되지 않을까요.

여배우에게 좋은 작품은 무엇일까요?
저는 다 좋아요. 모두 저와 운명적으로 만났고, 그 작품이 지금의 저를 이룬 것 같아요. 저는 아직까지 작품을 고를 때 제 의견을 고집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조언에 많이 의지해요. 대본은 엄마가 저보다 더 많이 읽어요! 아주 빠르게요.

다음 작품이 무엇이든, 오늘처럼 아름답게 나왔으면 좋겠네요.
하하.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에디터
    피처 에디터 / 허윤선
    포토그래퍼
    신선혜
    스탭
    비주얼 디렉터/ 김석원 , 스타일리스트/이보람, 헤어/김주희(뮤제 네프), 메이크업 / 조수민(김활란 뮤제네프)
    기타
    매니큐어 / 홍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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