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 속의 신세경

배우 신세경이 하얀 눈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온통 흰 자작나무와 묵묵히 풍경이 된 견고한 삼나무 사이에 그녀가 있다.

니트 스웨터는 끌로에(Chloe). 니트 카디건은 끌로디 피에로(Claudie Pierlot). 인조털 모자는 노비스(Nobis).

니트 스웨터는 끌로에(Chloe). 니트 카디건은 끌로디 피에로(Claudie Pierlot). 인조털 모자는 노비스(Nobis).

삿포로 시와 가까운 신치토세 공항에서 내려 두 시간을 달리면, 어느새 도시는 잊혀지고 눈은 짙어진다. 마치 새털이불처럼 포근하게 숲과 길을 덮은 눈. 이곳은 설국이었다. 신세경은 잠도 자지 않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정말 예상과 다른 모습이군요?” 그런 질문을 이번에는 하지 않았다. 하지 않아도 좋았다. 우리는 이미 몇 번의 화보와 인터뷰로 만났고, ‘신세경’이라는 특별한 배우가 얼마나 잘 웃는지, 웃을 때 눈이 얼마나 반짝이는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걱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여행이란 그 설렘만큼이나 피곤해질 수 있는 일이니까. 그러나 사흘 낮과 밤을 함께한 그녀는, 순간순간을 만끽하는 모습으로 우리를 즐겁게 했다. 낯선 음식을 기꺼이 즐겼고, 단 한 번도 ‘춥다’는 말을 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신이 추위를 잘 타지 않고 서울이 훨씬 더 춥다고 스태프들을 안심시켰다. 노천 온천을 다녀와 “탕이 정말 좋아요!”라고 까르르 웃던 사랑스러운 그녀. 그녀의 2015년은 어떻게 펼쳐질까? 하얀 눈으로 만든 도화지 속의 신세경처럼 쾌청하기만을 바랐다. 호시노 리조트 토마무에서 진행한 화보 촬영이 끝난 후, 우리는 그녀의 방에서 다시 만났다. 오후 3시면 해가 지기 시작하는 까닭에 어느새 밤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그녀가 따뜻한 녹차 한 잔을 내밀며 말했다. “우리가 정말 이곳에 있네요.” 

니트 케이프는 마쥬(Maje). 스커트는 끌로디 피에로. 여우털 장식 넥워머는 보티첼리(Botticelli). 토끼털 장식 장갑은 마인(Mine). 웨지힐 운동화는 스코노(Skono).

니트 케이프는 마쥬(Maje). 스커트는 끌로디 피에로. 여우털 장식 넥워머는 보티첼리(Botticelli). 토끼털 장식 장갑은 마인(Mine). 웨지힐 운동화는 스코노(Skono).

이곳으로 오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어요?  

창밖을 보면서 음악 들었어요. 요즘은 특별히 가리지 않고 다 들어요. 그 중 가장 좋은 건 킹 크룰(King Krule)이에요. 지디와 태양 노래도 많이 듣고 있고요. 힙합도 많이 들어요. 시원해요. 뭔가 통쾌한 것도 있어요.


여기, 홋카이도 토마무라는 곳은 어때요? 
좋아요. 스키랑 보드를 탈 줄 알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시간이 더 있으면 배워보고 싶은데, 저는 되게 겁이 많아요. 물도 엄청 무서워하고요.

2014년의 끝자락에, 눈 내리는 일본 홋카이도에 있네요. 이제 2015년이 곧 시작되고요.  
2015년이면 26살이 되어요. 사실 아직까지 나이가 무게로 다가오지는 않지만….

늘 당신의 현재가 궁금했는데, 멀리 떠나오다 보니 배우 신세경의 시작이 떠오르더군요. 서태지의 포스터 속 어린 신세경을 오랜만에 다시 찾아봤어요.

그건 정말 어릴 때, 9살 때였어요. 

(위) 패딩 점퍼와 스커트는 코오롱 스포츠(Kolon Sport). 터틀넥 스웨터는 오브제(Obzee). 장갑은 에디터 소장품. (아래) 패딩 점퍼는 코오롱 스포츠. 드레스는 레니본(Reneebon).   

(위) 패딩 점퍼와 스커트는 코오롱 스포츠(Kolon Sport). 터틀넥 스웨터는 오브제(Obzee). 장갑은 에디터 소장품. (아래) 패딩 점퍼는 코오롱 스포츠. 드레스는 레니본(Reneebon).

나중에 배우가 될 거라는 생각은 못했죠? 그 포스터 가지고 있어요? 

한 장도 남아 있지 않아요. 제가 유명해질 거라 생각 안 했으니까요. 

  

많은 사람이 당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해주는 건 어때요? 

과거 활동이 기록으로 남는 게 좋은 반면에 안 좋은 점도 있어요. 지금의 제 모습과 비교 대상으로 남으니까요. 그렇지만 온전히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쉽진 않지만요. 

  

2014년은 배우 신세경에게 어떤 한 해였나요?

올해에는 술을 정말 많이 마신 것 같아요! 현장에서, 그리고 지인들과. 더불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죠. 생각해보니 정말 큰 수확이에요. 여러모로 재미있는 한 해였던 것 같아요. 


올해에는 작품에서 밝은 모습을 많이 본 것 같아요. 


실제로 작년에 비해서 훨씬 밝아진 것 같기도 해요. 이전 해보다 훨씬 더 완만하고 즐겁게 보낸 한 해였어요. 

  

<타짜2> 이후 바로 드라마 <아이언맨>에 합류했죠. 긴 작업이 끝났는데, 개운해요? 

생각보다 후딱, 가뿐하게 한 것 같아요. 

  

어떤 점이 편했어요? 

시청률이 저조했던 거 말고는 딱히 정신적으로 괴로운 부분은 없었어요. 왜냐하면 캐릭터가 손가락질받을 구석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주위 사람들이 시청률이 낮다고 해도 마음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니트 스웨터는 끌로디 피에로. 데님 오버올은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장갑은 골든 구스 디럭스 브랜드(Golden Goose Delux Brand). 모자는 노비스. 선글라스는 돌체앤가바나 바이 룩소티카 코리아(Dolce&Gabbana by Luxottica Korea). 카무플라주 패턴의 하이탑 운동화는 스코노.

니트 스웨터는 끌로디 피에로. 데님 오버올은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장갑은 골든 구스 디럭스 브랜드(Golden Goose Delux Brand). 모자는 노비스. 선글라스는 돌체앤가바나 바이 룩소티카 코리아(Dolce&Gabbana by Luxottica Korea). 카무플라주 패턴의 하이탑 운동화는 스코노.

이전 작품을 할 때 스트레스가 많았군요!

<남자가 사랑할 때>는 동시간대 시청률 1등을 했지만 마음이 복잡했어요. 캐릭터가 문제가 많다 보니, 손가락질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냥 캐릭터인데…. <아이언맨>은 드라마가 처음부터 추구하려고 했던 바가 끝까지 이어져서 정말 다행이었어요. 사람들의 반응이나 시청률 때문에 가려던 길을 잃어버리는 드라마가 많으니까요.

  

<타짜2 : 신의 손>의 허미나는 지금까지 역할 중 가장 실제의 신세경과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순수하지만 주체적이고, 섬세한데 용감하고요. 

하하. 정말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세다면 센 영화인데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어요? 

무척 재미있었어요. 한동안 드라마에 매진하다가 오랜만에 영화를 해서 

그런지, 느린 템포에 적응이 필요하기도 했고요. 

  

요즘 한국 영화에는 흥미로운 여자 캐릭터가 많지 않잖아요. 허미나 역할은 분명 매력이 있었어요. 

맞아요. 뿌리치기 힘든 캐릭터였죠. 사무실에서는 고민이 되는 배역이라고 했는데, 저는 보는 순간 하고 싶었어요. 

  

<타짜2>를 선택한 건 순전히 당신의 의지였어요? 

제 의지가 강했죠. 감독님이나 함께 작업하는 배우들, 그리고 대본의 재미있는 요소들까지 완벽한 작품인데, 여배우로서 잃을 부분도 있지 않나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특히 소속사 대표님 같은 경우는 저를 어릴 때부터 봐오셔서 그런지, 저를 아빠나 삼촌처럼 아껴주세요. 그래서 더 고민하셨던 것 같아요. 

  

어떻게 설득했어요? 

제가 설득한 건 아니에요. 다 강형철 감독님 덕분이죠. 처음에 대표님은 담배 피우고, 욕하는 모습은 보기 싫다고 하셨어요. 진짜 아빠 같죠! 그래서 전 그냥 안 하는 걸로 알고 있겠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어요. 100% 제 생각만 주장하는 편은 아니라서요. 다만 작품이 좋고, 시나리오도 좋아서 욕심이 난다고 했죠. 그래서 대표님이 ‘언어의 마술사’인 감독님을 만나게 되었고, 대표님이 결국 홀린 거죠! 이번 작품이 아니어도 꼭 같이 작품을 해보면 좋겠다고 하시던 대표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감독님은 왜 당신이어야 한다고 하던가요? 

제 웃음소리를 듣고 마음을 정했대요.

퍼 장식 가죽 베스트는 헬무트 랭 바이 비이커(Helmut Lang by Beaker). 스웨터는 랩(Lap).

퍼 장식 가죽 베스트는 헬무트 랭 바이 비이커(Helmut Lang by Beaker). 스웨터는 랩(Lap).

도착하자마자 피트니스 클럽을 찾았는데, 늘 운동해요? 
일주일에 한두 번은 뛰어요. 저는 운동을 즐기는 타입이 아니었는데, 이젠 할 일은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 같은 게 생겼어요. 영화를 하면서 운동을 맹신하게 된 거죠. 근력 운동이 미치는 영향이 엄청 크더라고요.

주로 어디서 뛰어요?
한강을 자주 가요. 그럼 뛴 만큼 다시 돌아와야 하니까 운동을 많이 하게 되요. 아파트 단지 내에 조그마한 피트니스 센터도 많이 이용해요.

그래서 그런지 <타짜2>에서 몸이 정말 예쁘더라고요. 
애 많이 썼어요! 솔직히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어요. 무조건 살을 빼는 거랑 다르잖아요. 살을 빼면 힙도 완전히 없어지니까 운동을 안 할 수가 없어요. 운동을 하면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조금 달라져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며칠 같이 지내보니 현장에서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맞아요. 정말 좋아하죠. 전 사람들을 통해서 에너지를 많이 받아요.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 안 하고 쉴 때가 더 힘들어요. 여행을 계획하거나 어떤 이벤트에 몰두하지 않는 이상, 오히려 일상적인 무료함이 저를 처지게 해요.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요. 체질인가 봐요. 


요즘 시나리오도 열심히 보고 있겠네요?
아니요. 아직은, 그냥 쉬고 싶어요. 

(위) 안에 입은 니트 케이프는 랩(Lap). 술 장식 케이프는 타임(Time). 데님 팬츠는 AP진(AP Jeans). 장갑은 로레나 안토니아찌(Lorena Antoniazzi). (아래) 체크 스웨터와 스커트는 엠 미쏘니(M Missoni). 퍼 베스트는 플라스틱 아일랜드(Plastic lsland). 부츠는 코오롱 스포츠.

(위) 안에 입은 니트 케이프는 랩(Lap). 술 장식 케이프는 타임(Time). 데님 팬츠는 AP진(AP Jeans). 장갑은 로레나 안토니아찌(Lorena Antoniazzi). (아래) 체크 스웨터와 스커트는 엠 미쏘니(M Missoni). 퍼 베스트는 플라스틱 아일랜드(Plastic lsland). 부츠는 코오롱 스포츠.

그럼 새해를 어떻게 시작하고 싶어요?

초, 중, 고등학교 친구들, 한참 못 본 친구들을 보는 것. 지금 제 또래 친구들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거나, 회사에 막내로 일하고 있는 시기라 저보다 더 바빠요. 전 작품이 끝나면 백수가 되어 있거든요. 제가 친구들의 스케줄에 맞춰 움직이고 있어요. 친구들은 어쩔 수 없이 저의 모든 과거를 알고 있기 때문에, 숨길 것도 없을뿐더러 숨길 필요도 없어요.  

  

막연한 기대나 꿈은요?  

아직까진 그림이 그려지는 게 없어요. 2014년의 목표는 단 하나였어요. 제 작품과 캐릭터 때문에 팬들이 마음 고생을 너무 많이 하는 걸 봤어요. 그래서 맘 편하고 행복해 보이는 작품을 하고 싶었고, 그걸 이룬 것 같아요.

  

또 영화를 선택한다면, 작업해보고 싶은 감독이 있어요?

민규동 감독님과 연락을 자주 해요. ‘언제 작품을 같이 할까’ 하고 자주 이야기하는데 감독님이랑 같이 작품을 하려면, 정말 말 그대로 과즙이 터질 것처럼, 정말 농익은 여자가 되었을 때 해야 할 것 같아요. 

  

하하, 위험하게 들리는데요? 

그때가 되어야 감독님이 하려는 이야기에 제가 동화되어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요? 아직은 제가 조금 설익은 것 같아요. 

  

SNS를 잘 하지 않죠? 

제가 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나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거의 없는 게 아쉬워요. 가수 분들처럼 무대에 서거나 팬 사인회를 자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정말 연기 말고는 방법이 없어서 트위터를 조금 했었어요. 그런데 지나치게 말도 많고 문제가 많은 공간이다 보니까 계정을 없애버렸어요. 

터틀넥 스웨터는 오브제. 무통 베스트는 바네사 브루노 아떼(Vanessa Bruno Athe). 데님 팬츠는 AP진. 웨지힐 운동화는스코노. 이어머프는 타임.

터틀넥 스웨터는 오브제. 무통 베스트는 바네사 브루노 아떼(Vanessa Bruno Athe). 데님 팬츠는 AP진. 웨지힐 운동화는

스코노. 이어머프는 타임.

실수할까 봐 걱정되나요?  

연예인이 말 한마디를 잘못 꺼냈을 때, 그것에 대한 반향이 너무 큰 것 같아요. 그래서 점점 더 소극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활동을 하지 않을 땐 점점 더 숨게 되고, 혼자만의 동굴을 만들어 그 안에서 지내려 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인터뷰마다 각각 다른 것 같기는 해요. 좀 더 말을 신경 쓰고 가려서 해야 할 땐 이야기 폭이 좁아지죠. 

  

제일 곤란한 질문은 뭐예요?

음 …. 어려운 질문이 따로 있다기보다는, 인터뷰하는 시간 내내 상대방이 내가 실수하기를 바라는 게 눈에 보일 때가 있어요. 그리고 전 실수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그게 기 싸움이잖아요? 그런 인터뷰를 하루에 9개, 10개씩 해야 될 때가 있거든요. 지금하는 인터뷰와는 너무 달라요. 

  

내일 하루가 더 남았는데, 뭐 하고 싶어요?

맛있는 거 많이 먹고, 구경하고, 그리고 헤매고 싶어요! 헤매는 게 여행의 맛이기도 하고요. 우리 팀들이랑 같이 다니면 시트콤 같아요. 

  

그나저나 트렁크에 화투를 넣어 왔는데…. 

정말요? 그럼 오늘 할 수 있겠네요? 저 진짜 좋아해요! 물론 재미로요. 딴 생각 안 하고 몰두하기 좋으니까, 가끔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각이 나서 엄마랑 치기도 해요. 저는 고도리 중에 새, 그 패를 너무 좋아해요.

    에디터
    피처 에디터 / 허윤선, 패션 에디터 / 김지후
    포토그래퍼
    신선혜
    스타일리스트
    이보람(인트렌드)
    헤어
    신선아(김활란 뮤제네프)
    메이크업
    조수민(김활란 뮤제네프)
    어시스턴트
    조운주(인트렌드)
    촬영 협조
    호시노 리조트 토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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