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령의 위대한 변신
김성령의 변신은 ‘아름답다’로는 다 채워지지 않는 영역이다. 눈을 감을 때, 고개를 돌리거나 손을 내밀 때마다 스튜디오의 온도를 완전히 바꿔버린 김성령의 위대한 변신이 시작된다.
처음부터 여배우의 나이를 들먹이는 게 예의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지만 그녀는 1967년생, 그러니까 올해로 마흔여덟이 되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로 화이트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들어서는 그녀를 보며 ‘1967’이라는 숫자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 부끄러워졌다. 단순히 그녀의 외모만 두고 말하는 건 아니다. 우리에게는 많은 예쁜 여배우가 있다. 하지만 겉과 속 의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루는, 개인의 삶과 여배우로서의 삶이 조화를 이루는 여배우는 많지 않다. 김성령은 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흔하지 않은 여배우다. 그래서 김성령의 아름다움은 시간이 갈수록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추적자>를 끝내고 정확히 2년 만에 <얼루어>와 다시 만났어요. 그때가 절정이라 생각했는데, 그걸 철저하게 깨준 2년이었어요.
아, 벌써 2년이나 되었나요? 시간이 빨리 지났네요. 드라마 3편에 영화 2편, 광고도 찍고 화보도 찍고 지금은 연극까지, 정말 바쁘게 지냈어요.
연극 <미스 프랑스>에서 1인 3역으로 열연 중이에요. 무대에 선 당신에게서 드라마나 영화에서와는 또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1인 3역이다 보니까 분량이 정말 많아요. 제가 발성이 약해서 소리도 많이 질러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까 컨디션 회복이 안 되더라고요. 지금 챙겨 먹는 건강 보조제가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오디, 비타민제, 오메가3는 전부 친한 분들이 보내준 거예요. 주기적으로 피로회복용 링거를 맞으니까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연극에 도전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놀라움만큼 반가운 마음이 컸어요. 한 방을 터트린 보통의 배우와는 다른 선택이잖아요.
연극에 대한 좋은 기억이 많아요. 함께한 사람도 좋았고, 공연 내내 즐거 웠던 기억이 있어서 저에게 연극은 한 단계 쉼과 같아요. 드라마나 영화를 급하게 해야 할 이유도 없어서, 오랜만에 연극에 다시 도전하고 싶었죠. 몇 개 작품이 들어왔는데 너무 심각한 것보다는 유쾌한 작품이 좋겠다 싶어 <미스 프랑스>를 하게 되었어요. 하고 보니 제 자신의 에너지가 커졌다고 해야 할까요?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루에 10시간씩 연습했다고 들었어요. 체력 관리는 어떻게 했나요?
연극 하면서 1.5kg이 쪘는데 만나는 사람마다 다 말랐다는 거예요. 표정을 과하게 움직이고, 소리도 많이 지르니 얼굴 근육을 많이 써서 얼굴 살 만 빠진 거였어요. 연습과 운동을 겸했더니 기운이 없어서 연극하는 동안에는 운동도 쉬었어요. 대신 틈이 날 때마다 먹어요. 워낙 에너지 소모가 크니까 잘 먹는 게 최고의 관리죠.
어린 여배우들을 제치고 헤어 제품 광고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건강하고 풍성한 머릿결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나요?
사우나에 가면 린스 대신 꼭 팩을 해요. 헤어 캡을 쓰고 수건을 두르고 사우나 룸에 들어가서 딱 5분 있다 나와요. 그리고 탈모 방지 제품을 사용 하죠. 머리숱이 적지는 않은데 있을 때 지켜야죠. 두피에 직접 뿌려서 사용하는 제품 중에는 려의 쿨링 제품을 써요. 연극할 때 가발을 쓰는데 오랜 시간 머리가 눌려 있어서 굉장히 답답하거든요. 가발을 벗은 후에 쿨링 제품을 바르고 마사지를 하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어요.
짧은 머리를 고수하고 있어요. 머리를 길러볼 의향은 없나요?
쉬지 않고 작품을 하는 바람에 기를 수가 없었어요. 영화 <표적>의 경우에는 몇 달에 걸쳐 촬영했지만 하루에 일어나는 일이라 주기적으로 머리를 잘라야 했죠. 며칠 전 광고 촬영 때문에 긴 머리를 붙였는데 주위 반응이 별로더라고요. 그래서 당분간 계속 짧은 머리이지 않을까 싶어요.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인데도 빛이 나는 걸 보며 역시 여배우는 다르 다고 생각했어요. 평소 피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스케줄이 없을 때는 피부를 좀 쉬게 하고 싶어서 아무것도 안 바르는 편 이에요. 그런데 최근에 뷰티 프로그램을 보고 충격을 받아서 무엇보다 자외선 차단제를 열심히 바르기 시작했어요. 트럭 운전사 분이 나오셨는 데, 자외선을 받은 쪽 얼굴과 받지 않은 쪽 얼굴이 엄청나게 차이 나더라 고요. 요즘은 집 앞에 잠깐 나갈 때도 자외선 차단제를 챙겨 발라요. 작품 들어가기 전에는 울세라나 레이저 토닉 같은 시술을 받기도 해요.
가장 중요한 건 아무래도 평소의 생활 습관 아닐까요?
제 별명이 신생아예요. 잘 먹고 잘 자는 게 저의 가장 큰 힘이죠. 아침형 인간이라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편이고, 오후가 되면 졸 려서 낮잠도 많이 자요. 스케줄이 없을 때에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서 생체 리듬을 유지하려고 노력하죠.
두 아이의 엄마와 아내, 여배우로서의 균형을 잘 맞추고 있어요. 어쩌면 그건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할 텐데 말이에요.
열심히 한다고는 하지만 가족의 희생이 많이 따를 수밖에 없어요. 얼마 전에 아들한테 “엄마 김연아랑 CF 찍는다”라고 하니까 본인도 데려가달라며 좋아하더라고요. 저를 자랑스러워하고 친구들한테 줘야 한다면서 사인도 받아가는 걸 보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요.
나이가 들수록 비워야 하는 게 있는가 하면 채워야 하는 것도 있죠. 당신이 채우고 싶은 것들에는 어떤 게 있나요?
세월 가는 걸 억지로 막을 수는 없는 일이에요. 물론 저도 두 마음이 다 있어요. 나이가 드는 걸 인정하는 마음과 젊은 사람들과 같이 호흡하고 싶은 마음. 나이 드는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니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 같고, 그렇다고 너무 젊은 사람을 쫓아가는 것도 맞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나이가 든다는 건 계속 배워나가는 일인 것 같아요. 나이테가 늘어가면서 나무가 자라는 것처럼 여러 가지를 경험하면서 변화하는 거죠. 아직도 모르는 게 많고, 깨닫게 되는 게 많아요.
좀 더 일찍 깨우쳤다면 좋았을걸 하는 것들도 있나요?
20대 시절에는 내숭을 많이 떨었어요.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굉장히 소극적이었어요. 세상이 저절로 굴러갈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보니 그게 아니에요. 내가 움직이지 않고 저절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내 삶에 있어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적극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좋은 배우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잘 사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당신이 생각하는 ‘잘 사는 삶’이란 어떤 건가요?
제가 잘 살고, 열심히 사는 게 연기에 묻어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욱 더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요. 저는 무엇보다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사랑했으면 해요. 행복해지려고 노력했으면 좋겠고요.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행복해야 다른 사람도 돌볼 수 있어요.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하는데, 저는 이웃을 사랑하기 전에 자신부터 사랑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게 잘해주는 사람보다 자기 할 일을 똑바로 하는 사람이 좋은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에요.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조소영, 뷰티 에디터 / 조은선, 스타일 에디터 / 김지후
- 포토그래퍼
- 김외밀(Kim Oi Mil)
- 헤어
- 권영은
- 메이크업
- 박혜령
- 어시스턴트
- 여소현, 박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