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윤미래
연예계라는 우주행성엔, 특히 가요계라는 소행성엔, 반짝 하고 사라진다 해도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을 그렇고 그런 별들이 너무도 많다‘. 여가수’라는 수식 하나 주홍글씨처럼 달고 있다면 더더욱. 하지만 윤미래는 다르다. 그녀가 사라지면 다시는 이런 목소리에 이런 음악이 입혀져 나오는 것을 듣지 못할 것이라며, 한편으로는 경력 10년의 그녀가 이제 갓 20대 중반을 넘긴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이 많다. 이를 증명하듯 4년간의 공백 끝에 발표한 그녀의 3집 앨범 <Yoonmirae>는 발매와 동시에 차트 정상을 차지했고, 디지털 싱글차트에서는 앨범 전곡이 100위권 안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게다가 6월 15일~16일 양일간에 걸쳐 광장동 멜론악스홀에서 열릴 그녀의 단독 콘서트는 예매 사이트 티켓 오픈 하루 만에 예매 순위 3위에 오르며 다양한 연령대의 고른 사랑을 입증했다. 타샤와 윤미래, 힙합과 알앤비, 심장을 때리는 비트와 가슴을 울리는 목소리, 독보적인 아우라와 카리스마를 지닌 여가수, 윤미래를 만났다.
“얼마를 줘도 좋으니 윤미래를 잡아라!” 음악 평론가들이나 음악 기자들 사이에선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일화다. 최근 몇 년간 음반 제작자들이 가장 영입하고 싶어 하던 여가수는, 섹시한 효리도 귀여운 아이비도 아닌, 바로 티(T) 또는 타샤(Tasha)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윤미래였다. 2001년 발표한 솔로 1집 <As time goes by> 그리고 2002년 말 발표한 2집 <To mylove>는 수십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그녀의 상품 가치를 입증했다.
랩과 노래가 동시에 되는 거의 유일한 국내 여가수, 거기에 랩과 노래 모두 한국 최고 수준이다. 특히 그녀가 내지르는 파워와 리듬감 살아 있는 샤우팅 스타일의 랩에 대해선 내로라하는 한국의 남자 래퍼들마저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정도. 게다가 테크닉이 배제된 소울풀한 그녀의 노래에 대해선‘ 숨소리만으로도 필(feel)을 진하게 전달하는 고수’라는 평가가 따라온다. 누구처럼 인기의 척도인 CF 여왕의 권좌를 꿰차지는 못했다. 하지만 한국 최고의 래퍼, 한국에서 흑인 음악을 가장 잘 소화하는 보컬, 그리고 작사·작곡·프로듀서의 영역까지 넘나드는 그녀는 누가 뭐래도 가요계의 검은 보석, 가요계의 여왕이었다. 4년 만의 컴백, 그래서 일부 언론은‘ 여왕의 귀환’이라는 타이틀까지 달아가며 그녀를 반겼다. 그녀 윤미래는 반짝 하고 사라질 별이 아니었다. 잠시 잊고 있던 이들마저, 그녀보다 그녀의 목소리를 먼저 기억해냈다.
Allure 4년간의 공백에 대해 해명해달라. 팬들은 목이 빠질 뻔했다.
Mirae 이 런저런 문제로 많이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인생을 통틀어 몇 번의 터닝포인트가 있는데, 처음 가수 계약했을 때, 부모 이혼했을 때 그리고 이번 공백의 계기가 그렇다. 믿었던 사람들, 늘 옆에 있어줄 줄 알았던 사람들, 무조건 따랐는데 상처를 많이 받았다. 지금은 달라졌다. 좋은 말을 건네도 흑심은 없을까 의심하게 된다. 어찌 보면 좋지 않은 변화다. 하지만 그 덕에 가족과 진짜 친구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 것 같다.
Allure 또래들이 쉽게 겪지 못할 산전 수전 공중전을 두루 겪었다. 그런 경험들은 당신에게 어떤 흔적을 남겼나.
Mirae 힘 들고 나쁜 경험들 덕에 노래할 때 감정 표현 하나는 기막히게 잘 된다. 하하. 그냥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순간순간 겪을 때는 힘겨웠지만, 나를 한 뼘 키웠으니 고마운 마음도 있다. 물론 가끔은 아무것도 몰랐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
Allure 이번 앨범은 선곡이나 전체적인 분위기 등이 기존의 강한 느낌을 많이 벗은 것 같다. 의도한 것인가?
Mirae 꼭 의도한 것은 아니다. 지난 4년간의 시간들이 그렇게 만든 것 같다. 내게 뭐가 중요하고 뭐가 소중한지 알게 되면서, 노래하는 스타일이나 분위기가 내추럴하게 편해진 것 같다.
Allure 경험이 쌓이면 노래도 연기처럼 업그레이드되던가?
Mirae 그 런 것 같다. 노래로 사람 성격 파악할 수 있다는 말도 있지 않나.
Allure 노래를 듣고 파악할 수 있는 윤미래의 성격은 어떠한가.
Mirae 터 프할 땐 터프하고 또 부분부분 수줍어할 땐 수줍어하고 그렇다.
Allure 솔로 데뷔한 이후엔 알앤비나 소울 쪽으로 치중하는데, 그 이전 활동시기의 파워풀한 랩을 그리워하는 마니아들이 많다.
Mirae 나 또한 그런 옛날 노래들이 더 멋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소프트 한 곡들도 좋지만, 이런 곡들은 녹음할 땐 괜찮은데 무대 위에서 부를 땐 심심하다. 관객들의 에너지를 느끼고 같이 놀 수 있는 펑키한 곡이 좋다.
Allure 그래서 이번 콘서트에 기대를 거는 마니아들이 많다.
Mirae 콘 서트 타이틀이‘ 윤미래와 타샤’다. 지금까지 했던 모든 음악 스타일, 발라드 그리고 힙합, 알앤비 등 모든 것들이 총망라될 예정이다.
Allure 그나저나 노래 잘하는 건 타고난 것 맞나?
Mirae복 받은 거 같다. 한데 솔직히 난 내 목소리가 마음에 안 든다. 다른 여가수들, 가령 머라이어 캐리 같은 목소리 들으면 너무 좋다. 그렇다고 그렇게 부르면 나랑 너무 안 어울리기도 하고 가짜 같은 느낌이 든다.
Allure 랩은 최고다. 한데 그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여자 윤미래’에 대한 이미지는 언뜻 그려지지가 않는다. 여자라고 느껴질 때는 언제인가.
Mirae 신발 쇼핑할 때? 하하. 신지도 않는 신발에 엄청나게 집착한다. 힐, 운동화, 부츠, 끊임없이 사들인다. 옷이나 가방 같은 건 별로인데, 신발은 예외다. 그간 사들인 신발 개수는 셀 수 없을 정도다.
Allure 가수 윤미래 말고 일상적인 윤미래는 어떤가.
Mirae 그냥 집에서 음악 듣고 책 읽고 영화 보고 그런다. 청소는 가끔, 요리는 케이크랑 스파게티 같은 건 즐겨 하는 편이다. 그렇게 집에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 일하기 싫다. 하하.
Allure 세상에! 윤미래 입에서 그런 말을 들을 줄 몰랐다.
Mirae 좀 그렇다. 근데 할 줄 아는 게 없다. 먹고살아야 하지 않나. 처음엔 그저 음악을 너무 사랑해서 시작한 건데, 지금은 음악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도 엄청나고, 음반 판매량이나 콘서트 예매율이나 인기순위에도 연연해야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음악과 팬들이 원하는 음악 사이에서 갈등도 해야 하고, 기타 등등 복잡한 문제들이 너무도 많아져버렸다.
Allure 현재 가장 결핍돼 있는 것, 채워야 할 것 한 가지만 꼽는다면?
Mirae 자신감? 그간의 공백 때문에 자신감이 완전 사라졌다.
Allure 설마. 파워풀한 윤미래가?
Mirae 너무 많이 알아버렸다. 예전엔 마이크만 쥐여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고 무서울 것 없이 행복했는데, 지금은 손에 땀이 나고 숨을 못 쉴 정도로 긴장을 한다.‘ 어차피 내 노래 듣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온 사람들이다’ 주문을 외지만 그래서 더욱‘ 실망시키면 안 돼’ 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긴장과 스트레스가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다.
Allure 조금 더 무대에 자주 서면 해결될 문제일까?
Mirae 아닌 것 같다. 결국 자신과의 싸움인 것 같다.
Allure 그렇다면 자신에 대한 믿음은?
Mirae 잘 모르겠다.
Allure 윤미래답지 않은 대답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신, 불행한가?
Mirae 왔다갔다한다. 아파 보고, 울어도 보고, 힘들어도 보고, 그런 것들을 느꼈기 때문에 행복이 뭔지 알 게 된 것 같다. 내게 뭐가 중요한지를 알게 된 거니까. 그래서 행복에 더 가까워졌다고는 생각한다.
Allure 그나저나 타이거 JK와는 오래전부터 사귄다는 소문은 사실인가?
Mirae 아니다. 하하. JK뿐 아니라 흑인음악 공동체인‘ 무브먼트’에 소속된 바비 킴, 다이나믹 듀오 그런 오빠들이랑 늘 함께 있었지만 지난 4년은 정말 누굴 사귀거나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Allure 멋진 남자들 틈에서 홍일점이었으니 따로 남자가 필요 없었다? 하긴 윤미래 하면‘ 결혼’, 이런 단어와는 매치가 잘 안 된다.
Mirae 잡지나 TV를 너무 많이 봐서 부정적인 시각이 커진 것 같다. 좋게 오래 사귀다가도 결혼만 하면 안 좋게 헤어지더라. 결혼, 하게 되면 하는 거지만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그래도 사랑은 하고 싶다. 내게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리고 만약 사랑하는 사람과 노래를 두고 선택을 해야 한다면, 난 사랑을 선택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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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김애경
- 포토그래퍼
- 정기락
- 스탭
- 스타일리스트/최희승, Hair&Makeup / 성지안(J.A. 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