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다른 얼굴, 조선희

사진가 조선희는 우리가 사랑한 영화의 얼굴도 담는다. 수많은 영화가 그녀의 카메라를 거쳐, 우리와 첫 인사를 나눴다.

1 사진가 조선희가 자신의 최고 작업으로 꼽는  영화 포스터. 2 새 책 . 3  역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 포스터다.

1 사진가 조선희가 자신의 최고 작업으로 꼽는 <관상> 영화 포스터. 2 새 책 <조선희의 영감>. 3 <건축학개론> 역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 포스터다.

영화 포스터는 영화가 관객과 만나는 첫 얼굴이 아닌가.
사진가인 당신에게는 어떤 작업인가? 정확한 얘기다. 영화 포스터 작업은 늘 영화의 ‘첫인상’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해왔다. 2시간짜리 영화를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하는 건, 소설을 시로 표현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많은 고민과 고통이 따르지만 그만큼 충만감이 크다.

작업을 할 때 영화에 대해 어떤 단서가 주어지나?
먼저 시나리오를 읽는다. 그리고 시안 미팅을 두세 번 한다. 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어떤 것들을 해볼지 정하고 디테일을 더한다. 세트, 장소, 배우의 감정을 어디까지 끌어올릴지, 조명이나 사진의 톤까지 의논한다. 바로 여기에 사진가의 특징과 감성이 작용한다.

개인작업이 아닌 이상 클라이언트는 늘 존재한다. 아주 마음에 드는 컷이 빛을 보지 못할 때도 있나.
드물지만 있다. 영화 포스터는 특히 공동작업의 중요성이 크다. 의견을 잘 조율하는 게 중요하다. 간혹 서로 너무 다른 의견일 때는 두 가지 다 찍는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클라이언트와 사진가의 의견이 극명히 다를 때 두 가지 안을 다 찍는다면 어느 안이 더 좋은 사진일 확률이 높을까? 하하.

첫 영화 포스터는 뭐였나? 또 당신에게 최고의 포스터는?
1997년 이정재 주연의 <불새>다. 그 후로도 이정재와는 많은 작업을 했다. 지금껏 촬영한 영화 포스터 중 최고는 <관상>이다. 2013년에 마케터가 뽑은 최고의 포스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영화 포스터는 자식을 많이 가진 어미처럼 다 마음이 간다.

스튜디오 곳곳에 영화 포스터가 붙어 있다. 포스터 작업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대중에게 여러 각도에서 보여지고, 기억 속에 오래 남겨진다. 또 누가 찍었는지 궁금해하더라. 다른 작업과 달리 한두 달 혹은 몇 개월 만에 사라지지 않는다. 더 영원성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자꾸 더 잘 찍고 싶어진다.

마음에 드는 영화 포스터는 관객 프로모션용으로도 활용되고 관객들도 막 떼어가지 않나.
기분 좋은 일이다! 많이 보여지고 갖고 싶게 만드는 것만큼 기쁘고 즐거운 일이 어디 있을까!

영화 포스터 작업에는 규격이나 텍스트와 같은 일종의 규칙이 있다. 그것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궁금하다.
모든 것은 ‘소통’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마음을 열되, 나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것! 어떤 작품을 만났을 때 작업의 만족도가 높은가? 어떤 작품이라기보다는 배우, 마케터나 홍보사, 아트 디렉터, 헤어와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모든 사람이 혼연일체가 되어 사진가와 함께 어떤 지점에 이를 때가 있다. 그럴 때 희열을 느낀다.

새 책 <조선희의 영감>에서도 영화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당신에게 영화는?
도전이다. 나는 오랫동안 영화계에서 주변인이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조선희’는 영화 포스터를 찍기엔 지나치게 패션적이라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그동안 좋은 작업을 많이 했고, 더 도전하고 싶어졌다. 한국 영화 포스터의 역사에 큰 획을 긋고 싶다.

    에디터
    피처 에디터 / 허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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