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배우는 인테리어 1
명확하게 정립된 무드를 가진 공간에 머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마냥 부러워만 했던 카페의 인테리어를 내 방으로 가지고 올 수 있다면 즐거움이 한층 더 깊어지지 않을까. 그래서 묻고 들은 카페 10곳의 비밀.
인더스트리얼과 생활공간의 경계 | 테이크아웃 드로잉
‘인더스트리얼(Industrial) 인테리어’란 시멘트와 배관을 노출하고, 철제 프레임이나 전등 등 산업 재료를 이용한 인테리어를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 같은 대량 산업 시대에 ‘산업 재료’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있겠나마는 인테리어에서 ‘인더스트리얼’을 말할 때는 관대해져도 좋다. 좀 더 느슨하게 표현하자면 19~20세기의 공장 같은 분위기를 연상하면 된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목욕탕, 이후에는 갈비집을 거쳐 지금의 공간으로 탄생한 ‘테이크아웃 드로잉’의 한남점은 도시의 역사를 드러내는 공간이다. 공간이 가지고 있는 골격을 살리기 위해 내버려둔 팔각형 모양의 창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화장실의 팔각형 거울은 어느덧 카페의 상징적 존재가 됐다. 거울을 주문 제작하는 일은 낯설게 느껴지지만 동네 유리 가게에 주문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 송현애 홍보 디렉터의 설명이다. 마땅한 가게를 찾지 못했다면 타일과 유리 가게가 모여 있는 방산시장을 찾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허물어진 느낌으로 일부러 세운 시멘트 벽과, 시멘트 벽돌을 쌓아 공간을 분할하는 방법은 스튜디오 규모가 아닌 이상 실행하기 어렵겠지만 기억해두면 좋을 아이디어다. 파스텔과 크레파스를 이용해 벽에 그린 그림과 낙서는 자칫 삭막한 공간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한다. 어린 시절 차마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담벼락 낙서를, 내 방의 벽에다 실컷 해보는 것도 나만의 공간을 꾸밀 수 있는 방법이 될 것 같다. 철제캐비닛과 바퀴가 달린 책상, 철판 다리에 나무판을 올려 만든 테이블도 모두 응용하기 좋은 오브제다. 삐뚜름한 책상을 비롯한 다양한 테이블은 현대미술 조각가인 안규철을 비롯해 여러 작가의 아이디어에서 비롯한 것. 물물교환식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곳인 길종상가의 박길종 대표가 선보인 작품의 명은 키오스크 가구. 책 진열대와 선반이 합체된 생김새의 이 작품은 책과 잡지를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을 보여준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683-139 문의 02-747-1318
모노톤에 옐로가 더해질 때 | 틸 테이블
카페 ‘틸 테이블’은 무채색의 공간에 포인트 컬러가 더해졌을 때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다. 노출 콘트리트 기법을 사용해 인더스트리얼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아예 화이트 톤으로 전체를 마감하는 곳은 많지만, 카페 틸 테이블처럼 검은색과 흰색을 과감하게 사용한 경우는 드물다. 본디 조경 회사에서 출발한 곳인 만큼 선인장과 극락조를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관엽식물이 곳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카페 틸 테이블에서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소품이다. 직접 제작한 세라믹 화기 제품들의 매끄러운 곡선과 질감은 공간을 한층 더 세련되어 보이게 하는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다. 공간이 지나치게 차가워 보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조명과 포인트 소품은 옐로 톤을 선택했다. 조명이야말로 어떤 톤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분위기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것이 조현영 주임의 말이다. 조명을 비롯한 모든 소품은 틸 테이블의 웹사이트(www.tealtable.com)에서 구입 가능하다. 근처에 별도로 식물 갤러리와 세라믹 제품 갤러리를 운영 중이니 조금 더 안목을 높이고 싶다면 직접 방문할 것을 권한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23-18 문의 02-459-1711
빈티지 포스터와 키친웨어의 힘 | 파티세리 램
‘파티세리 램’의 안지오 대표는 미술가이자 요리사다. 20년 넘는 시간 동안 미국에 살면서 미술을 공부했고, 제과제빵을 배웠다. 직접 구운 컵케이크와 와플을 판매하는 램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메인 컬러는 두 개. 하나는 하얀색 벽돌을 하나하나 붙여 푹신한 느낌을 준 벽이고, 또 하나는 창틀에 칠해진 남색이다. 이 두 컬러의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모던한 램의 인상에 방점을 찍어주는 것은 1층과 2층의 주방에 사용된 스테인리스스틸 소재일 것이다. 하얀색과 남색, 스테인리스스틸의 조합으로 낮아진 공간의 온도에 온기를 불어넣는 역할은 컬러풀한 빈티지 포스터가 맡았다. 친근한 도널드 덕이 그려진 거대한 액자와 1930년대 물랭루즈의 전성기를 연상시키는 프랑스의 빈티지 아트 작품들은 직접 포스터로 제작한 것. 팝아트적인 느낌을 더하기 위해 앤디 워홀의 작품으로 우리에게 친근한 캠벨 통조림을 진열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최근에는 인터넷 쇼핑몰과 남대문 시장의 수입상가에서 해외 빈티지 용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길. 모던함과 빈티지 사이의 적정선에 걸쳐 있는 커피머신과 토스터 등의 부엌 용품은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이탈리아의 란실리오(Rancillio)와 약 100년 전 마이애미에서 탄생한 키친에이드(KitchenAid), 그리고 영국 출신의 로스터 회사인 아티장(Aritisan)의 제품이다. 그 자체로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이 될 주방용품을 원한다면 기억해두면 좋을 브랜드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124-1 문의 02-733-7073
파스텔 컬러의 경쾌함 | 카페 마실
중앙대병원 앞에 자리한 카페 마실은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 아미공의 김경식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다. 중앙대 주변을 산책하던 중 빈번하게 물이 잠긴다는 이유로 지하가 빈 건물을 발견했고, 같은 건물의 1층에 있던 술집도 곧 문을 닫자 ‘여기를 카페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한 게 카페 마실의 시작이었다. 수많은 의류 매장의 디스플레이를 도맡았던 김경식 대표지만 카페 인테리어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게 많았던 걸까. 카페 마실의 공간은 지하 1층과 1층이 확연히 다르다. 1층이 인더스트리얼한 느낌이라면, 지하 1층은 다정하고 부드러운 파스텔 빛깔로 가득하다. 에메랄드, 레몬, 오렌지 색으로 칠해진 벽들은 공간에 다양성을 부여하지만 서로 충돌하지는 않는다. 색깔도 모양도 각양각색인 그림액자들 중 일부는 유럽의 빈티지 마켓에서 구입해온 제품이지만 김경식 대표가 손수 리폼한 것이 대부분이다. 전국의 아름다운가게를 돌아다니며 중고 소품을 구매하는 일을 즐긴다는 그는 아름다운가게에서 구입한 액자 틀에 색을 칠하고 그림을 그려 벽 색깔과 꼭 어울리는, 맘에드는 액자 틀을 탄생시켰다. 액자에 들어 있는 그림은 평소 잡지를 보다가 스크랩해둔 마음에 드는 일러스트와 엽서 등을 활용했다고 한다. 제법 알뜰한 인테리어 방법이다. 주소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187-4 문의 02-3280-3002
분홍색 꿈 | 루나미
‘모던’과 ‘시크’가 횡행하는 시대라 해도 여전히 분홍색은 여자들의 로망이다. 사랑스러움의 절정인 베이비 핑크색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밀라노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중, 현지에서 액세서리 브랜드를 론칭한 ‘루나미’의 김영미 대표가 선택한 컬러는 바로 그 베이비 핑크다. 핑크를 전면으로 내세웠음에도 헬로키티 용품으로 온몸을 감싼 여자처럼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회색으로 분위기를 적절하게 눌러줬기 때문이다. 시멘트의 결이 느껴지는 회색 벽은 페인트가 아닌 콘플로어(Confloor)를 사용해 시공한 것. 노출콘크리트 효과를 연출하는 데에 주로 사용되는 회색 콘플로어는 에폭시보다 친환경적이고 벗겨짐 없이 오래가는 것이 특징이다. 천장과 벽에 사용한 베이비 핑크색의 페인트는 도색업자와의 상의 끝에 탄생했다. 베이비핑크색 외에 루나미의 공간을 사랑스럽게 만드는 일등공신은 곳곳에 꽂혀 있는 조화일 것이다. 언뜻 보면 생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공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루나미의 꽃을 선택한 김영미 대표의 철칙은 다음과 같다. 전체 실내 톤과 어울리는 컬러를 선택할 것! 생화와 달리 조화는, 전체적인 공간의 톤과 부딪힐 경우 어색함이 배가되며 조화인게 티가 난다는 것. 흰색, 분홍색, 그리고 두 빛깔이 자연스럽게 그러데이션을 이룬 조화를 선택한 것은 그 때문이다. 조화는 저렴한 가격에 실내 분위기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또 하나, 먼지가 타지 않도록 잘 관리를 하는 것도 잊지 말 것. 자고로 먼지 쌓인 꽃처럼 슬픈 것도 없는 법이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33-30 문의 02-335-4100
식물과 함께 살기 | 숲
100년 가까이 된 소공동의 한 건물에는 카페 ‘숲’이 있다. 플로리스트라는 말이 존재하지도 않던 20여 년 전부터 꽃을 가꿔온 어머니, 나무를 좋아해 지금은 농사를 조금씩 짓고 있는 아버지, 역삼동에서 플라워 쇼룸 겸 카페를 운영하는 언니와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하고 처음 숲(S:OOP)을 탄생시킨 오빠까지. 김현주 대표가 식물과 친한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회색 벽과 원목 가구와 소품, 그리고 천장까지 메운 꽃과 나무로 가득한 숲은 그 자체로 축약된 도시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토록 많은 식물이 실내공간에서 공존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 쉬운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초보자들도 비교적 손쉽게 기를 수 있는 것이 바로 작은 화분에 담긴 꽃. 싱싱한 모종을 다양하게 고를 수 있는 남대문 시장의 대도상가 3층에서 4천원 정도에 모종을 구매할 수도 있다고. 직접 화분에 옮겨 담는 게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미 화분에 옮겨놓은 제품도 구매할 수 있다니 걱정 말길. 고속터미널과 양재꽃시장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테이블에 올라갈 법한 수입 꽃 종류가 다양하고, 배달받아야 할 정도로 커다란 크기의 화분은 비닐하우스가 설치된 남서울화훼시장을 둘러보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 김현주 대표의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근사한 꽃병과 다양한 종류의 화분 또한 구매할 수 있다니 일석이조인 셈. 다육 식물은 실내에서 잘 자라지만, 작은 크기 때문에 공간에 악센트를 주지는 못한다. 이때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은 덩치가 있는 행운목이다. 집들이나 개업 선물로 자주 오가는 행운목은 줄기들끼리 끈으로 묶어 파는 것이 정석이지만 끈을 풀어두고 기른다면 세련되고, 까다롭지 않은 든든한 오브제가 된다. 물론 식물을 기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알맞은 온도와 물의 양을 유지하는 일이다. 물은 보통 일주일에 한 번씩 주되, 잎과 줄기가 단단해 물기를 많이 머금고 있는 식물의 경우에는 2~3주에 한 번씩 줘도 무방하다.물이 부족할 경우 잎이 바로 윤기를 잃으므로 애완동물을 키울 때처럼 늘 지켜보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것이 쉽지 않을 때에는 ‘월급 날마다’, ‘수요일에 드라마를 볼 때마다’ 하는 식으로 물을 주는 주기를 정확히 기억해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최근에는 물 빠짐에 신경 쓸 필요 없는 원예 전용 흙이 출시되어 집에서 식물을 기르기 한결 편해졌다. “사람과 있을 때는 외롭지만, 자연 속에 있을 때는 외롭지 않다”는 몽고메리의 말처럼 식물이 주는 안정감과 평화로움을, 나만의 공간에서도 누리고 싶은 이들에게, 숲은 완벽한 예문이다. 주소 서울시 중구 소공동 112-20 문의 02-765-2046
+Plus Green Lovers
식물 좀 키워봤다는 이들이 전하는 식물과 함께 사는 법.
레몬잎과 유칼립투스 등 꽃이 없는 이파리 식물을 좋아한다. 공기정화기능이 있는 디네마를 비롯해 보드세피아, 풍란, 테이블야자, 치자 등은 테이블에 올려두고 기를 수도 있는 중간 크기의 화분들이다. 화분 식물의 경우 눈으로 바라볼 때 흙이 축축하고, 화분을 들었을 때 흙이 물을 머금은 듯한 묵직한 느낌이 있으면 아직은 물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 건조한 실내에서 기를 경우 보통 4~5일에 한 번씩 주면 적절하다. – 김현주(카페 숲) 사람도 아침형 인간과 야행성 인간이 있는 것처럼 식물도 마찬가지다. 선인장과 호접란은 관엽식물과 달리 집이 비는 낮 시간 동안에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귀가하는 저녁부터 새벽 시간대까지는 산소를 내보낸다. 인테리어 효과를 톡톡히 누리기 위해서는 큰 식물을 선택해야 할지, 작은 식물을 선택해야 할지, 둥근 탁자에 올릴 것인지, 네모난 탁자에 올릴지, 혹은 우드톤인지, 모노톤인지 등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 조현영(카페 틸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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