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찾아서

꽃이 스스로 꽃망울을 터뜨리기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직접 꽃을 찾아 떠났다. 일찍 봄이 도착한 향기 나는 공간에서 엿본 봄의 흔적을 전한다. 꽃과 나무로 가득한 여덟 개의 공간.

1 두 플라워 카페

점차 사람들의 발길이 늘고 있는 서촌에 자리 잡은 두 플라워 카페는 보물 창고 같다. 묵직한 철문을 밀고 들어가면 한옥의 서까래와 기와, 기둥을 따라 꽃이 가득 찬 공간이 등장한다. 꽃을 보려고 하면 한옥 대문으로 만든 탁자가 눈에 들어오고, 탁자를 보려고 하면 위에 놓인 놋쇠 주전자와 도자기가 신경 쓰일 정도로 눈에 밟히는 소품이 끝도 없다. 두 플라워 카페는 훌륭한 북카페이기도 하다. 여행서부터 대하소설, 제법 묵직한 인문서적이 가득 꽂힌 책장 앞에는 책을 읽기 좋은 널찍한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메뉴도 단팥죽과 커피, 홈메이드 요거트 등으로 다양한 편. 두 플라워 카페는 포장지나 꽃바구니 대신 토분과 재생지, 나무껍질로 만든 그릇에 꽃을 담는다. 흙과 놋쇠, 기와가 꽃나무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직접 보면 놀랄 거다. 최근 박노수 미술관으로 정비해 문을 연 박노수 가옥도 바로 옆에 자리해 있다. 가격 아메리카노 4천원, 홈메이드 요거트 5천5백원 영업시간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주소 서울시 종로구 옥인길 44 문의 02-736-0263

2 아그레아블

‘꽃이 가득하다’는 문장을 온전하게 느끼고 싶다면 아그레아블로 향하자. 푸른 이파리로 장식한 천장의 샹들리에부터 시작해 2층 규모의 카페 어디에도 꽃이 없는 곳을 찾기가 힘든 곳이니까. 논현동에 자리해 있던 꽃집 아그레아블이 플라워 카페로 거듭난 건 작년 4월의 일. 카운터가 있는 1층은 온전히 꽃을 위한 공간으로, 2층은 레스토랑 겸 카페로 나뉘어 있다. 1층과는 다른 분위기지만 유럽의 저택을 연상시키는 2층 공간의 인테리어도 꽤 근사하다는 사실! 꽃은 과천의 농원에서 가져오는 수고를 아끼지 않으며, 참나리와 재스민, 금잔화, 카네이션 등 다양한 종류의 플라워티도 맛볼 수 있다. 뜨거운 물과 만나는 순간, 녹차잎에 싸여 있던 꽃이 피어나는 광경은 언제 봐도 설렌다. 가격 플라워티 6천원, 케이크는 4천5백원부터 영업시간 오후 12시 30분부터 11시까지 주소 서울시 강남구 역삼로 110 문의 02-543-9945

3 더 화원

다른 매장에는 없는데 가로수길 에잇세컨즈 매장에만 있는 것. 1층 매장 바로 옆에 자리한 가든 카페 더화원이다. 가든 카페라는 명칭에 맞게 정원 가꾸기에 필요한 소품, 묘목을 판매하는 데 중점을 둔다. 다른 가로수길 카페 커피 가격의 3분의 2에 살짝 못 미치는 가격에 음료수를 맛볼 수 있는 것도 매력적. 도심 속 정원에서 한숨 돌린 후, 알록달록한 에잇세컨즈의 봄옷을 쇼핑하자. 지난 1월 <무한도전> ‘쓸친소 특집’에 소지섭과 무도 멤버들이 만난 장소라는 게 알려지면서 한층 인기가 높아졌다. 가격 아메리카노 3천5백원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주소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 156길 49 문의 02-542-5565

4 붉은 산다화

산다화는 동백의 또 다른 이름이다. 플로리스트 조미진이 운영하는 이 작은 꽃집은 연희동 주택가에 자리해 있다. 조용하게 플라워 레슨을 할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이곳까지 오게 됐다고. 수업은 1 : 1로만 운영되는데, 대학생이나 플로리스트를 꿈꾸는 직장인들에게 인기다. 붉은 산다화의 첫인상이 다른 플라워 스튜디오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면 그건 바로 꽃 냉장고가 없기 때문이다. 냉장고에서 자란 꽃은 실온에 노출되는 순간 급격하게 힘을 잃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녀의 말. 실제로 붉은 산다화에는 그 계절의 꽃이나, 실온에서 재배한 꽃이 주를 이룬다. 튼튼하게 자란 꽃은 생명력이 길어 부케가 2주 동안 유지되기도 한다고. 수업 위주로 진행하지만, 꽃다발 주문도 가능하다. 블로그에서 디자인을 참조해 가격과 크기를 조정할 수 있다. 가격 꽃다발 3만원부터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 28길 3 문의 010-4447-4380

5 카페그린그린

카페그린그린은 그야말로 초록으로 가득하다. 공간 곳곳에 놓인 화분을 압도하는 것은 전체가 생화로 꾸며진 카페 안쪽의 벽. 남천, 팔손이, 스파트필름, 테이블 야자 등 다양한 식물이 벽을 가득 채웠다. 벽 앞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기분이 들 정도. 입구 쪽에는 보디용품과 초, 디퓨저, 오일 등 12년 동안 허브를 연구해온 더 허브숍의 제품이 마련되어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두 종류의 허브를 블렌딩한 아로마 오일과 디퓨저. 음료는 허브티와 과일 스무디가 주를 이루며, 커피는 공정무역 커피를 취급한다. 생과일을 직접 사용한 스무디와 과일티에서 느껴지는 진한 재료의 맛에 놀랄 것이다. 양재천에 자리하고 있어 봄날 산책을 즐기기에도 더없이 좋다. 가격 디퓨저 2만원대, 유기농 허브티 4천원 영업시간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주소 서울시 서초구 양재천로 73 문의 070-7547-8894

6 플라워 진 핸드릭스 바

꽃집과 바를 오가며 일하던 김서현 대표는 어느 날, 꽃과 술이 함께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름에서부터 꽃향기가 물씬 풍기는 플라워 진은 그렇게 핸드릭스 진과 만났다. 수많은 술 중에서 핸드릭스를 택한 것은 두 가지 이유다. 첫째, 허브와 장미꽃잎이 원재료인 핸드릭스 진은 꽃향기가 풍부하고 둘째, 꽃과 새가 피어나는 핸드릭스 특유의 로고 역시 꽃집과 더없이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플라워 진의 외관과 벽면을 장식한 섬세한 페인팅 역시 핸드릭스 진의 원래 로고를 바탕으로 완성된 것. 메뉴는 총 네 가지로, 모든 칵테일에 미니장미를 띄워놓는다. 가장 인기 있는 건 청량한 오이를 더한 진 토닉. 운이 좋으면 귀여운 프렌치 불독, 코코도 만날 수 있다. 가격 진토닉 8천원 영업시간 정오부터 자정까지 주소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250 문의 02-412-1983

7 챕터원

지난봄 가로수길에 등장한 리빙 편집숍 챕터원은 다양한 국내 디자이너의 작품을 소개하는 데 바쁘다. 스틸 프레임이 돋보이는 테이블, 경쾌한 일러스트, 재생 종이로 시계판을 만든 벽걸이 시계 등 가구와 조명, 주방용품과 인형 등 삶의 전반을 아우르는 다양한 제품이 가득 진열되어 있다. 챕터원은 꽃과 화분에도 공간을 할애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매장 입구에 가득 자리한 화분 진열대를 비롯해 곳곳에 커다란 꽃병과 화분이 놓여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좀 더 많은 꽃이 제품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올 예정. 역시 삶을 이야기할 때 꽃을 빼놓을 수는 없나 보다.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토요일은 오후 7시까지, 일요일 휴무)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151길 48 문의 02-517-8001

8 마켓 비노 플라워

마켓 비노 플라워는 와인을 수입하는 남편과 플로리스트 아내가 함께 만든 공간이다. 8년 전 문을 열었지만 지금 자리에 안착한 것은 1년 전의 일. 한가운데 위치한 셀러에는 꽃과 와인이 함께 놓여 있다. 이는 와인과 꽃을 보관하는 습도와 온도가 같기 때문. 같은 공간에 놓인 모습이 마치 함께 사는 부부를 닮았다. 직접 250여 종의 와인을 수입하는 만큼, 셀러에서 직접 고른 와인을 구매할 수 있는데 더 좋은 건 판매가에서 1만원만 추가하면 레스토랑의 식사 메뉴와 함께 곁들일 수 있다는 거다. 꽃과 음식을 동시에 즐기는 더 좋은 방법을 찾고 싶다면 수요일과 토요일, 브런치와 함께하는 원데이 플라워레슨을 신청할 것. 와인과 꽃, 음식이 함께 있다는 것은 이토록 근사한 일이다. 가격 부가타 치즈를 곁들인 두릅 샐러드 1만9천원, 최상급 한우에 데미 소스를 곁들인 안심 스테이크 5만8천원 영업시간 오전 10시30부터 자정까지 주소 서울시 서초구 사평대로 106 문의 02-593-0344

    에디터
    피처 에디터 / 이마루
    포토그래퍼
    이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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