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은 자란다
자신이 서울에서 가장 즐거운 농부라 말하는, 텃밭이 신나는 놀이터이자 편안한 쉼터라 말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사람도 텃밭도 이만큼이나 자라고 있다.
모제인송 | 송자인(디자이너, 모제인송 대표)
텃밭 입문 부모님이 식물을 좋아하셔서 어린 시절부터 식물과 가까이 지냈다. 지난해, 한남동에 모제인송을 열면서 옥상 위의 녹색 정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곳이 나는 물론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텃밭에서 자라는 것들 요즘은 딸기가 빨간 도로시 구두처럼 귀엽게 익어가고 있고, 샐러드 상추와 로메인이 여기저기 자라나고 있다. 작년에도 주렁주렁 달린 구즈베리가 올해에도 어김없이 익어가고 있다. 오랜 시간 함께한 로즈메리는 2층 ‘모카페’에서 시원한 얼음물에 띄우기도 하고, 무성하게 자란 채소는 단골 손님에게 챙겨주기도 한다.
텃밭이 가져온 변화 매 시즌 컬렉션을 하다 보니 좀처럼 여유를 갖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식물은 식물만의 시간이 있다. 흙을 뚫고 나온 작은 새싹을 쳐다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식물은 햇빛, 물, 돌보는 환경에 따라서 정말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많은 애정을 쏟아야 한다는 것과 세상의 모든 일 또한 그렇다는 것을 깨닫는다.
시행착오 식물을 처음 가꾸기 시작할 때 누구나 한번쯤 “식물이 생각보다 물을 싫어해요. 물은 한 달에 한 번씩 주세요”와 같은 말을 들어보았을 거다. 하지만 물을 싫어하는 식물은 없다. 다만, 물이 부족한 환경에서 자라 그 환경에 맞게 살아가기 위해 적응했을 뿐이다. 물을 좋아하지 않는 식물이라도 잎이 마르지 않았는지 흙은 건조하지 않은지 끊임없이 들여다봐야 한다.
텃밭의 도구 화분이 식물의 옷이라면 받침대는 신발 정도 되려나? 화분 받침대가 있어야 뿌리가 물을 머금고 촉촉하게 유지될 수 있다. 물뿌리개는 ‘하우스(Haws)’라는 브랜드의 것을 애용하고 있다. 양철과 플라스틱 소재의 가드닝 제품을 선보이는 영국 브랜드인데, 물뿌리개 끝에서 떨어지는 시원한 물줄기를 보면 기분까지 좋아진다. 삽이나 전지가위는 철과 나무를 이용해 견고한 제품을 만드는 영국의 ‘조셉 벤틀리’라는 브랜드를 애용한다. 두 브랜드 모두 ‘모제인송’에서 판매하고 있다.
텃밭을 잘 가꾸려면 관심이 있어야 식물의 특성과 성질을 알 수 있다. 그에 맞게 가꾸어나가다 보면 예쁜 꽃이나 열매를, 새로운 잎과 가지를 내보이며 무럭무럭 자라는 식물을 만날 수 있다.
르끌로 | 최연정(르끌로 대표)
텃밭 입문 서교동의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프렌치 비스트로를 오픈했다. 기존의 텃밭과 정원을 그대로 살려둔 덕분에 자연스럽게 텃밭을 가꾸게 되었다. 가게 이름인 ‘르끌로(Le Clos)’는 밭을 둘러싼 담, 또는 담장을 의미한다.
텃밭에서 자라는 것들 토마토, 가지, 치커리, 청경채, 비타민, 상추, 적치커리, 루콜라, 겨자채 등은 샐러드 재료로, 로즈메리, 민트, 바질, 타임 등은 소스 재료로, 각종 허브는 고기를 재울 때 사용한다. 최근에는 샐러드에 들어가는 70% 이상의 채소를 텃밭에서 기른 것으로 사용하고 있다.
텃밭이 가져온 변화 씨앗이 열매를 맺는 일련의 과정은 언제 봐도 경이롭다. 길을 지나가다가 처음 보는 꽃이나 나무 혹은 열매가 있으면 멈춰 서서 보게 된 것도 큰 변화다. 출근하면 가장 먼저 텃밭을 둘러보고 물을 준다. 직접 길러보면 유기농으로 식물을 재배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샐러드를 더 감사한 마음으로 먹게 된다.
시행착오 보통 4월 말, 5월 초에 씨앗을 뿌리거나 씨앗을 육묘한다. 처음에는 마음이 앞서서 따뜻해지기 전에 씨를 뿌리는 바람에 싹이 트지 않은 적도 있다. 벌레가 조금이라도 생기면 금방 옆의 채소나 허브로 번지는데, 그걸 모르고 내버려두었다가 밭 전체를 갈아엎기도 했다. 토마토를 키울 때는 잎을 계속 따줘야 열매를 맺는데, 무작정 두었다가 결국 열매를 얻지 못한 적도 있다. 경험을 통해서 하나씩 배우다 보니, 한 해 한 해 수확량이 늘어간다. 이 또한 텃밭을 가꾸는 재미다.
텃밭을 잘 가꾸려면 쉽게 키울 수 있는 로즈메리와 바질 같은 허브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꼭 텃밭이 아니어도 된다. 작은 화분, 베란다에서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적당한 햇빛, 좋은 토양이 필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지속적인 관심이다.
참고 서적 <나의 애완 텃밭 가꾸기>. 텃밭 매뉴얼이 만화로 그려져 있어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KCDF갤러리 | 이재홍(교류협력팀)
텃밭 입문 2011년 KCDF 그린문화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옥상 텃밭을 가꾸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문화진흥원 직원들이 함께 힘을 모아 도심 속 작은 텃밭을 가꾸고 있다.
텃밭에서 자라는 것들 포도, 사과, 앵두, 블루베리 등 열매를 맺는 식물을 키우고 있다. 화분에는 많은 양은 아니지만 상추와 깻잎 같은 쌈채소를 키운다. 각자 집에서 참기름, 고추장을 가져와 옥상에서 자란 채소를 넣어 비빔밥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갤러리를 찾은 관람객들이 열매를 따먹기도 하고, 작은 새들이 날아와 바닥에 떨어진 과일을 쪼아 먹기도 한다.
텃밭이 가져온 변화 점심시간마다 이곳을 찾는 인근 직장인이 있는데, 어느 날에는 동료를 데려와 ‘나만 알고 있는 인사동의 힐링 공간’이라고 자랑하더라. 우리가 땀 흘려 가꾸는 공간에 누군가 찾아와 위로를 받고 힘을 얻어간다는 사실에 새삼 감동했다.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류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며 키운 사람의 정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고, KCDF에 들어오기 전까지 꽃 한번 키워본 적 없었는데, 길가의 작은 식물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텃밭이 가져온 변화다.
시행착오 KCDF갤러리 옥상에 텃밭을 만들고 맞은 첫 여름, ‘옥상식물이 말라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햇볕이 뜨거워 부랴부랴 물을 준 적이 있다. 심어놓은 채소와 과일들이 고사 직전까지 가는 것을 보고서 워터 컴퓨터와 관수시설을 설치했고, 현재는 일정한 시간에 알맞은 양의 물을 주고 있다.
텃밭을 잘 가꾸려면 사람이 밥을 먹어야 살 수 있는 것처럼, 식물도 물을 주고 가끔씩은 힘내라고 몸에 좋은 비료도 주고, 다른 식물도 심어주어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식물도 사람과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일단 시작하면 잘 가꾸는 노하우는 금방 체득하게 된다. 그러니 너무 고민하지 말고 화분 하나부터라도 키워보길 바란다.
참고 서적 오도의 <텃밭정원 가이드북>. 텃밭을 어떻게 설계하고 만드는지 사진과 함께 자세히 알려준다.
에이블 | 서경덕(에이블 매니저)
텃밭 입문 에이블은 브랜드 기획단계에서부터 버려진 옥상 공간이나, 건물 빈터가 포함된 장소를 찾는 것이 목표였다. 잡동사니와 폐기물, 에어컨 실외기로 가득 찬 옥상의 폐기물을 처리하고 각종 장치를 식물에 영향이 미치지 않는 별도의 공간으로 정리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텃밭이라는 공간을 가꾸는 일은 에이블이 지향하는 ‘Fresh to Go’에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다. 옥상에 텃밭을 가꾸는 건 단지 식물을 키워서 소비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버려진 공간을 쓸모 있는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지속가능하고 정직한 환경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텃밭에서 자라는 것들 에이블의 주된 식재료는 물론, 생기 있는 공간을 연출할 수 있는 다양한 꽃과 허브류를 재배한다. 바질, 루콜라, 비타민, 셀러리, 케일, 토마토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채소를 식재료로 쓰고, 애플민트, 파인애플민트, 스피어민트, 로즈메리, 클라리 세이지 등은 에이블의 주스와 각종 티에 사용한다.
텃밭이 가져온 변화 에이블의 옥상은 손님들의 휴식 공간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자리가 없어 대기할 때,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가볍게 담소를 나누는 장소로도 이용하는데, 아무런 기대 없이 옥상을 방문했다가 잘 가꾼 옥상 정원을 발견하고 감탄사를 내뱉는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서울에서 가장 기쁜 농부들이 된다.
텃밭을 잘 가꾸려면 옥상의 크기를 고려해 직경 1미터에 가까운 바스켓 형태로 목재 화분을 만들어 식물을 키운다. 흙의 깊이가 얕아 수시로 물을 주고 매년 봄 파종의 시기에 양분을 다한 흙을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 모든 노력은 건강하게 자라는 많은 꽃과 다양한 채소로부터 충분히 보상받고 있다.
하베스트 남산 | 김정미(하베스트 남산 매니저)
텃밭 입문 하베스트 남산은 도시 농장형 레스토랑을 콘셉트로 한다.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제공하는 슬로푸드 레스토랑으로서 몸에 좋은 식재료와 마음의 치유를 추구하는 공간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여러 채소를 직접 재배해 요리하게 되었다.
텃밭에서 자라는 것들 로즈민트는 디저트인 말차 푸딩을 만들 때 사용한다. 스피어민트는 각종 디저트에 활용하거나 잘 말려 차로 내린다. 이탤리언 파슬리는 샐러드와 드레싱을 만들 때, 로메인은 해산물 갈레트와 리코타 샐러드에, 미니당근은 메인디시의 가니시와 샐러드에 활용한다. 빨간 무의 일종인 래디시는 오리가슴살 요리의 가니시와 샐러드에 쓰고, 앵두나무와 블루베리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를 수확해 음료의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그 외에도 배나무, 사과나무, 매실나무를 가꾸고 있다.
텃밭이 가져온 변화 텃밭에서 직접 기른 야채 및 허브 등을 재료로 만든 요리를 고객의 테이블에 내놓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손님들이 와서 직접 식재료를 보고 냄새를 맡으며 좋아할 때 조금은 고되지만 텃밭을 가꾸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텃밭을 잘 가꾸려면 미니당근은 5대5로 섞은 퇴비와 황토 위에 씨앗을 뿌린 뒤 흙을 약간 덮어주면 잘 자란다. 물은 매일 넉넉히 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래디시의 경우 5대5로 섞은 황토와 퇴비 위에 2cm 간격으로 구멍을 내어 씨앗을 1개씩 넣으면 솎아주지 않아도 되어 수월하게 키울 수 있다.
참고 서적 작은 공간을 이용해 식물을 키우는 단계별 프로젝트를 알려주는 <나만의 텃밭 가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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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조소영
- 포토그래퍼
- 안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