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에 디스크
꼿꼿하게 세운 허리와 당당한 걸음걸이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의 상징이지만, 요즘은 목과 허리통증을 달고 사는 20~30대 여성이 많아졌다. 척추 나이는 세월에 비례한다는 공식이 깨진 것!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운동 부족, 영양 부족에 시달리던 에디터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얼마 전 회사에서 매년 실시하는 건강검진 결과 통보서를 받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크게 불편한 곳도 없고, 아픈 곳도 없어 가뿐한 마음으로 종이를 펼쳤는데, 흉부방사선검사 결과에 ‘척추측만증의증’이라는 아리송한 병명이 적혀 있었던 것. “척추측만증이라면 고등학교 때 반에서 제일 키 크고, 늘 구부정한 자세로 다니던 남자애가 앓았던 바로 그 병? 근데 내가 왜? 평소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어깨를 쫙 펴고 걸어서 자세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는데 척추측만증이라니”라고 말하던 찰나 그동안 주변 사람들이 걱정스럽게 해주던 말들이 하나둘씩 스쳐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굽 높은 신발만 매일 신으면 나이 들어서 디스크 걸린다”, “모니터 볼 때 고개를 쭉 내밀고 있으면 일자목 돼서 나중에 고생해”. 별 생각 없이 듣고 흘려 보낸 말들이 빛의 속도로 가슴에 내리 꽂혔다. 며칠 전 하이힐을 신고 양손에 촬영 소품을 한 짐 들고 뛰어다닌 날 저녁, 귀에 ‘뻑’하는 소리가 들릴 만큼 허리에 강한 통증을 느꼈던 터라 겁을 잔뜩 먹고 다음 날 바로 척추전문 병원을 찾았다.
“당신이 구부정한 사이 살아나는 S라인”
먼저 불편한 부위와 증상에 대한 설문지를 작성하자, 바로 전문의와의 면담이 이뤄졌다. “최근에 허리에통 증을 느꼈다고 했는데, 보통 하루에 앉아 있는 시간이 어떻게 되죠?“ ”보통은 8시간 내외인데, 새벽까지 야근을 할 때는 16시간 동안 앉아 있기도 해요.“ ”평소에 운동을 하십니까?“ ”취재 때문에 필라테스 잠깐 했었고, 날 추워지기 전에는 자전거도 몇 번 탔어요.” “규칙적으로 하는 운동은 없다는 얘기군요.” 기본적인 질문들에 답했을 뿐인데도 그동안 뭔가 큰 잘못을 해온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요즘 허리와 목디스크로 인한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중에 직장에 다니는 20~30대 여성의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어요.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장시간 앉아 있고, 다이어트를 한다면서 식이요법만 하고 운동은 안 하니 당연한 결과지요. 굶어서 살을 빼면 지방보다 근육조직을 구성하는 단백질 분해가 먼저 일어나 근육량이 줄고, 그 결과 척추를 단단하게 받쳐주는 척추 근육이 약해져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져요.” 거기에 서 있을 때보다 앉아 있을 때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이 2배 이상 커진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마감 기간에는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엉덩이가 납작해질 때까지 모니터 앞에 앉아 있고, 탄수화물 덩어리인 빵과 과자로 식사를 대신하는 나에게는 허리에 대한 시한부선고나 다름없었다. 당장이라도 방사선실로 달려가 목뼈부터 꼬리뼈까지 샅샅이 스캔하고 싶었지만, 척추측만증에 대한 촉진부터 받아야 했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등을 대고 돌아앉은 상태에서 척추가 휘었는지 확인한 다음 일어서서 허리를 90도로 구부린 상태에서 등판이 기울어졌는지 여부를 살폈다. 그 밖에도 정면에서 봤을 때 양쪽 어깨와 골반의 높이가 다르거나 양쪽 발의 길이가 다르고 신발의 한쪽 굽이 먼저 닳는다 면척추측만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했다.
촉진 결과 척추가 약간 휘어져 있다는 의사의 소견에 따라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엑스레이 촬영을 해보기로 했다. 촬영 영상을 띄운 모니터를 보는 순간 대나무처럼 쭉쭉 뻗어 있어야 할 척추가 소문자 S자처럼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휘어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척추측만증이네요. 본래 척추가 일직선이어야 정상인데 10도 정도 기울어져 있어요. 잘못된 자세로 인해 척추가 휘는 ‘기능성 척추측만증’은 보통 곡선이 C자를 그리는데, 이 경우는 성장기 때 특별한 이유 없이 척추가 휘어진 ‘특발성 척추측만증’이에요. 발견이 늦었을 뿐 오래 전부터 휘어져 있었을 거라는 뜻이죠. 대개 척추가 휘어지면 어깨 쇠골뼈와 골반뼈가 틀어지거나 기울어지기 마련인데, 다행히 양쪽 어깨와 골반이 거의 수평을 이루고 있어 일상생활에서는 큰 문제가 없겠어요.” S자로 휜 척추를 보고 놀란 마음이 겨우 진정되려는 찰나 또 한번의 절망적인 얘기를 들어야 했다. “척추측만증은 척추를 양옆에서 팽팽하게 당겨주는 척추근육의 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해요. 때문에 잘못된 자세로 인해 휘어진 척추는 양쪽 척추 근육을 쓰는 운동을 꾸준히 하면 어느 정도 바로잡을 수 있어요. 반면 특발성인 경우는 운동을 해도 교정이 된다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대로 방치하면 출산 후에 허리통증을 느낄 수 있고, 중년을 넘어서면 디스크로 발전할 수도 있으니 허리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해주세요.” 척추측만증이 디스크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설명에 디스크에 대해 물었다“. 척추뼈 사이에 있는 원반 모양의 섬유조직인 디스크는 뼈와 뼈를 연결하면서 중력에 의해 척추가 받는 무게와 충격을 덜어주는 쿠션 역할을 합니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교통사고, 잘못된 자세로 인한 충격으로 디스크가 밖으로 밀려나와 척추를 따라 지나는 신경을 건드리면 통증이 느껴지는데 흔히 ‘디스크’라 불리는 증상이에요. 허리디스크는 허리 통증뿐 아니라 허벅지, 종아리, 발이 저리거나 땅기는 증상을 수반하는데 오랫동안 지속된 통증은 불면증과 우울증을 가져오기도 해요.”
“척추는 I라인, 목은 C라인”
시선이 골반에서 얼굴 쪽으로 옮겨가자 의사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측만증보다 심각한 건 목뼈예요.” 심각하다는 얘기에 놀라 모니터를 보자 완만한 C자형 곡선이어야 할 목뼈가 일자로 곧게 뻗어 있었다“. 목은 7개의 척추뼈와 척추 사이에서 매트리스처럼 완충 작용을 하는 디스크, 그리고 척추를 감싸고 있는 수많은 근육과 인대로 이뤄져 있어요. 목뼈가 C자형 곡선을 이뤄야 척추에 가해지는 충격이 분산되는데 일자목이 되면 외부 충격의 상당수가 머리와 척추로 전달됩니다.” 일자목을 방치하면 뒷목을 잡아주는 근육과 인대가 손상돼 딱딱하게 굳으면서 뒷목이 뻣뻣해지고 어깨와 등에도 통증이 느껴지며 눈도 쉽게 피로해지고 심하면 손이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는 설명에 마감 기간에 느꼈던 이상 증후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뒷목과 어깨 주변이 단단하게 뭉쳐서 꼬집어도 감각이 없을 정도였다. 일자목의 원인은 대부분 잘못된 생활 습관 탓이다. 목과 얼굴을 길게 빼고 모니터를 오래 보거나, 책이나 신문, 스마트폰을 책상바닥에 두고 보는 습관,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자세가 바르지 않는 경우, 지나치게 높은 베개를 사용하는 습관 등이 바로 그것. 이로 인해뒷목의 근육이 약해지고 목의 앞쪽 근육과의 힘의 균형이 깨지면서 목뼈가 일자로 뻗게 된다고“. 일자목을 그대로 방치하면 디스크가 지속적인 압박을 받아 납작하게 찌그러지는데, 밖으로 튀어나와 척추를 지나는 신경을 누르면 목디스크로 발전해 어깨, 팔, 손의 통증과 만성두통, 심하면 하반신 마비까지 일으킬 수 있어요. 때문에 20~30대 여성의 경우 허리디스크보다는 목디스크를 먼저 조심해야 해요.”
“힘있는 척추는 나이 들지 않아”
문득 만성통증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집 안에만 있다 우울증까지 앓았던 친구가 생각나 덜컥 겁이 났다. 스마트폰에 재미를 붙여 요즘에는 쉴 때도 책상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손가락만 까딱까딱하는데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더 늦기 전에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했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했다. “심한 경우는 약물치료와 전문적인 운동치료를 병행해야 하지만, 통증이 느껴지는 정도가 아니라면 잘못된 자세와 습관을 고치고, 척추에 도움이 되는 적절한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척추질환은 유연성과 근력의 부족으로 생기는데, 여성의 경우는 대부분 유연성보다는 근력부족이 원인이므로 척추 양쪽 근육을 골고루 단련시켜 근육의 균형을 찾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양팔을 크게 흔들며 빠르게 오래 걷거나, 제자리에서 자전거 타기, 자유형과 배형이 척추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근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에요. 모든 운동은 천천히 오래해야 척추에 무리를 주지 않아요. 요가는 앉아 있는 자세가 많고 난이도가 높은 동작이 많으므로 척추질환이 있다면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상담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겨울 동안 헬스장에서 가벼운 걷기와 자전거를 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또 하나 일자목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잘못된 작업 환경과 습관부터 고치기로 다짐했다. 바로 다음 날,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하이힐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 의자에 앉을 때도 의자 끝에 걸쳐 앉는 대신,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밀어 넣어 어깨가 등받이에 완전히 닿도록 했다. 모니터의 높이도 시선보다 조금 높게 조절하고, 컴퓨터 작업을 하는 동안 1시간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목을 앞뒤로 움직이며 간단히 스트레칭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작업 환경을 바꾸고 처음 야근을 한 다음 날, 뒷목이 뻐근한 증상이 확실히 줄었다.
척추가 건강해지는 습관
앉아 있을
때서 있을 때보다 앉아 있을 때 허리에 가해지는 압박이 크고, 하루 중 앉아 있는 시간이 가장 많으므로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바닥에 앉을 때는 스님처럼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거나 벽에 등을 기대고 한쪽무릎을 세우는 것이 좋다. 의자에 앉을 때는 의자의 높이를 조절하거나 발판을 마련해 무릎을 엉덩이보다 높게 하고 등은 등받이에 최대한 밀착한다. 장시간작업을 할 때는 1시간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걷거나 쉰다.
누워 있을 때
천장을 보고 눕거나 옆으로 눕는 것이 척추에 부담을 덜 준다. 바로 누울 때 무릎 밑에 베개를 넣으면 척추가 일자로 펴져서 편안하다. 옆으로 누울 때도 무릎을 살짝 구부리는 것이 좋다. 엎드려 누우면 척추의 굴곡이 심해져 허리에 부담을 준다. 매트리스가 너무 푹신해도 척추의 굴곡이 심해지므로 두툼하면서 적당히 딱딱한 것을 고른다. 베개는 누웠을 때 목의 각도가 15도 정도되는 것이 알맞다. 베개가 너무 높으면 목뼈와 그 사이를 지나는 신경이 압박을 받고 기도가 심하게 좁아져 코골이와 무호흡증이 생기기 쉽고 목디스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서 있을 때
오래 서서 일할 때는 양쪽 발을 발판에 번갈아가며 올리거나 무릎을 수시로 굽혔다 폈다 하는 것이 좋다.
걸을 때
어깨와 허리를 쫙 펴고 시선은 정면을 바라본다. 손은 계란을 쥐듯이 살짝 움켜쥐고 팔은 가슴 높이로 가볍게 흔든다. 3~4cm 높이의 굽은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굽이 너무 높으면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척추가 과도하게 휘기 때문에 허리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운전할 때
의자에 앉아서 작업할 때와 마찬가지로 운전석 등받이에 허리 전체를 붙이고 무릎이 엉덩이보다 조금 높게 유지될 수 있도록 운전대와 운전석 사이의 거리를 조절한다. 장거리 운전 시에는 1시간마다 10분 정도 쉰다.
세수할 때
다리를 펴고 허리를 과도하게 숙이기보다 한쪽 발을 발판 위에 두거나 무릎을 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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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뷰티 에디터 / 조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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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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