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의 역습

속이 답답하고 목이 따끔따끔한가? 가만히 있어도 체한 것 같고, 화장실로 달려가는 일이 많은가? 여자들을 괴롭히는 복병, 위장 질환에 대하여.

속을 뒤흔드는 역류성 식도염
속이 답답하고 목이 따끔따끔하다면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해보길. 병원에 갔더니 역류성 식도염으로 진단받았다는 사람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야근과 스트레스가 많은 에디터들에게도 자주 보인다. 그런데 무섭게만 들리는 역류성 식도염은 무엇일까? “위벽은 보호막이 있어 위산으로부터 보호받지만, 식도는 그렇지 못합니다. ‘위식도역류질환’이란 위산이 식도 안으로 넘어오면서 위산에 취약한 식도점막을 자극하여 나타나는 증상과 이와 연관된 합병증을 통틀어 말하는데요, 그중 한 질환이 역류성 식도염입니다. 증상과 무관하게 내시경을 했을 때 위식도접합부의 점막결손과 염증이 관찰되지요.” 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장영운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 젊은 여성들에게 역류성 식도염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 자료를 보면 역류성 식도염으로 진단된 환자의 수는 최근 5년 동안 2배로 늘었다. 다른 만성질환과 달리 20~30대 환자의 비율이 높은 것도 특징인데, 20~30대 환자의 경우에는 여성 환자 비율이 남성의 2배에 달한다. 왜 여자들에게 더 잘 걸릴까? 서구식 식습관, 불규칙한 식사, 카페인 및 알코올 섭취와 함께 스트레스, 다이어트도 한 원인이라고 한다.
위와 식도 사이에는 이를 연결하는 근육성 밸브 ‘위식도 조임근’이 있다. 이 근육의 압력이 감소하여 느슨해질 때, 위의 내용물이 역류하게 된다. 식사 후에 바로 눕는다거나, 야식을 먹는 생활 습관도 영향을 준다. 역류성 식도염의 증상은 속 쓰림으로 끝나지 않는다. ‘역류한다’라는 말에서 느낄 수 있듯 신물이나 쓴물이 넘어오기도 하지만, 가슴이 답답하고 가슴에서 이물감이 느껴지는 게 대표적인 증상이다. 특히 주요 증상 중 하나는 기침이다. 만성 기침으로 인해 천식이나 알레르기, 때로는 감기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계속 기침을 하고 있다면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심한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연하장애를 통해 체중이 감소될 수 있습니다. 연하장애란, 쉽게 이야기하면 염증의 후유증으로 식도 협착이 일어나 음식물 섭취가 어려워지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에 출혈이나 폐렴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물지만, 장기간의 오랜 염증이 식도점막의 변성을 일으키고 식도 선암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는 학계의 보고도 있었습니다.” 특히 장영운 교수는 가장 주의해야 할 위장 질환으로 십이지장궤양, 위궤양과 함께 역류성 식도염을 꼽았다.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역류성 식도염으로 진단받으면 약과 함께 생활 습관에도 신경 써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체중 조절과 금주 및 금연! 특히 복부 비만은 복압을 증가시켜 역류성 식도염의 중요한 원인이 되므로 체중 조절만으로도 증상을 현저히 개선할 수 있다. 카페인, 초콜릿, 자극적인 음식,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과식 대신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 가득한, 스트레스성 위장 질환
특히 왜 20~30대 여성이 위장 질환에 시달릴까? “20~30대 직장 여성이 사회적으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이지요. 회사 생활은 물론 가정, 친구, 연인 사이에도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이고요.” 장영운 교수의 설명이다. 스트레스는 이제 자신을 둘러싼 환경, 역할 등으로 인한 정신적인 갈등뿐만 아니라 극심한 육체적 노동, 운동, 질환까지 포함하는 개념이 되었다.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스트레스로 인해 온갖 신체적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스트레스라는 자극은 일정한 양이라도 각자 받아들이고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스트레스에 민감한 사람들은 항상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조그마한 자극에도 교감신경이 쉽게 활성화되어 통증을 쉽게 느끼고 고통을 호소하게 되지요.” 어떤 사람은 피부로, 어떤 사람은 위장으로, 스트레스는 마음과 머리에만 있지 않고 우리 몸을 괴롭힌다. 스트레스성 위장 질환은 대표적인 스트레스성 질환이다. 스트레스성 위염,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이 여기 속한다.
“흔히 신경성 위염으로 알려진 기능성 위장 질환은, 위장기관이 통증에 과민하고, 아픔을 느끼는 역치가 낮아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항상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많이 찬 것으로 느껴 남들보다 식사를 조금 하는데도 금세 배가 불러 많이 못 먹는다고 호소하는 ‛소화불량형’과 명치 끝 통증을 느끼는 ‛궤양형’이 있다. 내시경을 해보면 병변이 관찰되지 않는데도 환자는 매우 불편해하는 게 특징이고, 잘 낫지 않는다.
시도때도 없이 설사가 계속되는 과민성 대장증후군 역시 위장기관의 통증 과민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 흔히 유발된다. 간헐적인 배꼽 주위 통증을 호소하며, 설사뿐만 때로는 변비가 같이 오기도 한다. 하지만 대장내시경을 해보면 이 또한 정상이다. 그렇다 보니 스트레스성 질환을 가졌을 때 내원하지 않고 꾹 참는 경우가 많은데, 전문의들은 즉시 병원을 찾을 것을 권한다.
“즉시 내원해서 진료를 보는 것이 좋습니다. 기본적인 혈액검사, 복부초음파 검사, 위내시경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 검사에서 이상이 나오면 적절한 치료를 하면 되고,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스트레스성 위장 질환의 경우 신경안정제를 처방하는 경우도 있는데 놀라지 말 것. ‟신경안정제가 비정상적인 위운동을 조절하여 복통을 줄여주고, 소화를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장영운 교수의 설명이다.
신경성 질환은 분명 증상을 느끼는데도 검사를 해보면 모두 정상이라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약물치료와 함께 처방은 ‘과로하지 말라,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말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위는 강력한 위산과 단백분해효소인 펩신으로 방어할 수 있는 위점막 방어기전이 발달되어 있다. 그 기전을 자세히 살펴보자. 위산이 위벽에 주는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위세포는 끈끈한 점액과 산을 중화시킬 수 있는 알칼리인 중탄산염을 분비한다. 그리고 손상받은 위세포는 신속히 새로운 세포로 복구되며, 풍부한 혈관은 위 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독성물질을 제거하게 된다. 위와 같은 위점막 방어기전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손상을 받는다. 그러므로 스트레스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음을 다스려야 몸이 낫는다. 가장 좋은 처방은 우리를 더욱 행복하고 편안하게 하는 일이다. 누구도 대신 아파주지는 않으니까.

역류성 식도염을 막는 습관
1 과음, 과식을 삼간다. 복부 비만은 특히 복압을 증가시켜 역류성 식도염을 촉진한다. 꼭 붙는 옷, 스타킹과 레깅스도 증상을 더하는 요인이다.
2 복부비만을 피하기 위해 적절히 운동하고, 고지방식은 피한다.
3 취침 시 높은 베개를 베고, 침대 머리를 높인다.
4 식사 후 1~2시간 동안은 눕지 않고, 수면을 취하기 3시간 전 음식 섭취를 삼간다.
5 사이다, 콜라 등의 탄산음료와 차, 커피 등 카페인 음료를 줄인다.

    에디터
    허윤선
    포토그래퍼
    심규보(Shim Kyu Bo)
    기타
    도움말 / 장영운(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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