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에서 잤다

세계적인 빈방 공유 사이트, 숙박 커뮤니티, 세계에서 가장 큰 호텔…. 모두 에어비앤비를 수식하는 말이다. 에어비앤비에서 하룻밤을 보낸 소감은 이렇다.

세계적인 숙박 공유사이트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숙소는 60만 개가 넘는다. 나무 위의 집부터 이글루, 고성, 선상가옥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살고 있고 꿈꾸던 모든 형태의 집이 여기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갓 입성해서 비싼 월세를 내느라 진땀을 뺐던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는 생활비 좀 보태보자는 생각으로 자신들의 아파트의 남는 방을 손님들에게 빌려줬다. 이게 에어비앤비(airbnb.co.kr)의 시작이다. 자신의 빈 방이나 빈 집을 여행자에게 임대하는 단순한 아이디어로 출발한 에어비앤비는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기업 가치는 10조원에 달하고, 새로운 주인장과 여행자는 끝없이 유입되는 중. 자유로운 배낭여행자부터 체인 호텔에 익숙한 출장 여행자까지 모두가 에어비앤비의 고객이 되고 있다.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숙소는 60만 개가 넘었다. 이제 세계 어디를 가도 잘 걱정은 안 해도 좋다. 몇 년 전, 처음 에어비앤비를 알게 되었을 때, 낯선 누군가의 집을 보면서 새로운 여행을 상상하곤 했다. 에어비앤비는 여행에 대한 모든 로망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무 위의 하우스, 오래된 폭스바겐 미니버스를 개조한 집부터 바로 옆집에서 자비에 돌란이 나올 것 같은 파리의 스튜디오, 숙박비 비싼 홍콩 소호에서 찾은 저렴한 집, 이글루까지 있었다! 그래서 직접 에어비앤비에서 하룻밤을 보내보기로 했다.

낯선 집에서 하룻밤
예약은 호텔과 다르지 않다. 언제, 어디서 머물 것인가로부터 출발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호텔과 달리 집을 빌려주는 ‘주인장’과 집을 빌리려는 ‘여행자’가 있다. 목적지는 서울로, 날짜를 입력하면 그 기간에 예약할 수 있는 집이 쭉 나온다. 다양한 검색 도구를 써서 범위를 좁힐 수도 있다. 에어비앤비의 숙박 형태는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집 전체를 빌려주는 것, 방 하나를 빌려주는 것, 방 여러 개를 빌려주는 것. 집 전체를 빌려주는 경우에는 내 집처럼 머물 수 있고, 방 하나를 빌려주는 경우는 대개 집에 주인과 가족이 머물며, 방 하나를 내주는 형태다. 이런 방을 여러 개 빌려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먼저 자신이 원하는 집을 선택해야 한다. 집 한 채를 빌려 편안하게 지내고 싶은가? 아니면 현지인 가족들과 잠시 생활해보고 싶은가? 아무래도 늦게 체크인해야 하는 상황이 마음에 걸려 집 한 채를 빌리기로 마음먹고 이 집 저 집을 검색했다. 이 집은 이래서 마음에 들고, 저 집은 저래서 마음에 들었다. 마감을 앞둔 까닭에, 이왕이면 회사에서 가까운 집이 좋을 것 같아서 검색 도구에 ‘강남’을 표시했다. 예상 금액 한도도 넣었다. 피규어를 모으는 주인이 내놓은 부암동의 주택과 서울역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복층 타입 오피스텔이 눈에 아른거렸지만, 몇 시간 에어비앤비에 매달려 ‘집 구경’하는 재미에 빠지다 보니 주인장만큼 여행자도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머물 집을 고를 수 있었다.
서울 전역에 흩어져 있는 집과 달리 ‘강남’으로 범위를 좁히자 선택은 한결 쉬워졌다. 부동산 시세를 따라가듯 강남의 집은 서울 다른 지역보다 비싼 편이었고, 한 사람이 7채, 8채씩 오피스텔을 운영하는 ‘업자’도 많았다. 그런 오피스텔은 대개 사람의 흔적이 없는 말끔한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까지는 아니어도 이왕이면 주인장의 취향이 묻어나는 곳에 머물고 싶어서 삼성동과 서초동, 가로수길에 있는 작은 집을 골랐다. 어느 정도 마음을 정한 후에는 주인장에게 ‘문의하기’를 통해 예약 가능 여부와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것이 좋다. 해당 집의 달력에 집이 비어 있더라도, 예약이 안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명의 주인장에게 문의 글을 보내자, 몇 시간 내에 차례로 답이 도착했다. 한 사람은 이미 들어오기로 한 여행자가 있다고 예약 불가를 통보했고, 한 사람은 2박 이상만 허용해준다고 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삼성동의 집은 오전 10시까지 체크아웃을 한다면 가능하다는 답이 왔다. 대신 숙박비를 1만원 깎아주겠노라고! 당장 좋다고 답을 보냈다. 그 후에는 ‘예약하기’를 눌러 예약을 진행하면 된다. 한국어 웹사이트를 가지고 있지만, 외국 사이트인 에어비앤비는 이베이처럼 페이팔을 이용해 중간에 숙박비를 받아두었다가, 숙박이 완료된 후 주인장에게 금액을 송금하는 방식이다. 숙박료의 10%를 중개 수수료로 가져가는 방식도 이베이와 비슷하다. 예약이 완료된 후 주인장은 내게 집 주소와 디지털 도어록 비밀번호를 보냈고, 급한 일이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며 카카오톡 아이디도 보내주었다.
“제가 살던 집이에요. 누추하지만 편하게 머물다 가시길 바랍니다.” 퇴근 후, 주인장이 알려준 주소를 들고 ‘내 집’으로 향했다. 코엑스에서 약간 떨어진 골목길에 자리한 빌라였다. 1층에 있다는 집은 알고 보니 반지하였지만, 제법 넓고 구석구석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다. 마치 친구네 집에 놀러 온 것 같은 기분. 집은 조금 낡은 듯했지만 보송보송한 타월이 한 가득 놓여 있고, 무인양품의 침구에서는 갓 세탁한 냄새가 났다. 커피와 티백, 쿠키 같은 주전부리, 외국인을 위한 다양한 영문 가이드까지 정갈하게 놓여 있는 모습에서 주인장의 정성이 느껴졌다. 선반에는 책과 음반이 가득했다. 이 집에 머무는 동안은 부엌 살림이든, 음악이든 마음껏 사용하라는 주인장의 메모가 와이파이 비밀번호와 함께 남겨져 있었다. 포근한 침대에서 잘 자고 난 다음 날, 온수가 콸콸 나오는 욕실에서 잘 씻고 상쾌하게 다시 출근을 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에어비앤비의 놀라운 세계! 적당한 가격으로 잘만 고른다면, 우리는 세계 어디에서도 머물 수 있다.

에어비앤비의 미래는?
에어비앤비나 우리나라 한옥과 민박을 빌려주는 코자자닷컴 등 숙박 공유사이트는 세계를 커다란 집으로 만들었지만 여전히 잡음은 많다. 개인과 개인의 거래이니만큼 서로의 기대치가 달라서 생기는 분쟁은 늘 있다. 일방적으로 예약 파기를 당하는 일도 있다. 돈은 돌려받지만, 그 사이에 든 수고와 시간은 날아가버리는 것. 또 주인장들은 숙박 중개로 돈을 벌지만, 세금은 내지 않는다. 미국의 호텔 업계는 에어비앤비가 세금을 포탈하는 범법자라고 주장한다. 또 호텔들이 엄격하게 따라야 하는 소방, 안전 규정 등 규제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다. 특히 고급 호텔보다 중저가 호텔이 입는 타격이 크다고 한다. 또 에어비앤비에서 좋지 않은 주인장이나 여행자를 만날 위험은 늘 있다. 여러 사건, 사고를 겪은 에어비앤비는 절도와 파손 등 사건에 대비한 보험에 들었다.

    에디터
    피처 에디터 / 허윤선
    기타
    사진출처 / Airb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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