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머물다 <2>

제주를 한 번만 찾는 사람은 없다. 한 번 제주에 다녀오면 그곳에 머물거나, 돌아오기 무섭게 또 다음 여행을 계획하게 된다.
제주를 즐겨 찾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묵은 새로운 게스트하우스에 대해 물었다. 그곳이 아름다운 이유와 함께.

1 책으로 가득 채워진 O룸, 작가의 방. 창밖으로 정원이 보이며 4인까지 숙박 가능하다. 2 유진 오닐이 <밤으로의 긴 여로>를 펴낸 작업실, 타오하우스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3 1층 야외 테라스의 풍경. 4 게스트하우스 곳곳에 놓인 책과 소품들.

타오하우스 | 제주시 도두동

공항근처 도두봉 앞, 이호테우 해변과 근접한 ‘타오하우스’는 예쁜 건물이 눈에 띈다.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만큼 책이 많은데, 다도의 방, 디자이너의 방, 작가의 방, 그림책 방 등 각 객실에 붙은 명칭에서도 책 냄새를 물씬 맡을 수 있다. 접시에 조금씩 담겨 나오는 조식은 메뉴가 매일 조금씩 바뀐다. 두부샐러드, 가지버터구이, 계란찜 등 포근하고 든든한 식사가 대부분이다. – 안혜연(<버스 타고 제주여행> 저자)

가격 도미토리(4인 기준) 3만원, 2인실 10만원, 1인실 8만원 문의 010-6265-0328

1 마당의 벽돌길을 따라 이어지는 흰색 건물. 새파란 제주의 하늘과 잘 어울린다. 2 공용공간의 창문을 통해 월정리의 풍경이 들어온다. 3 침구와 옷걸이가 단정하게 놓인 객실.

이왁 | 구좌읍 월정리

여행에서의 충동적인 결정이 종종 그렇듯이, SNS에서 발견한 한 장의 사진을 계기로 ‘이왁’에 묵게 되었다. 가로로 길고 넓은 창 가득히 제주의 소박한 들, 검고 낮은 돌담, 바다가 켜켜이 펼쳐진 풍경. 이왁이 있는 월정리 해변의 카페들이 지나치게 번화해진 탓일까, 다음 날 아침 숙소 카페테리아에서 느긋하게 마신 커피 두 잔의 기억이 더 따뜻하게 남아 있다. 바에 앉아 사진에서와 같은 풍경을 실컷 마주 보며, 친절한 주인 부부가 챙겨준 잉글리시 머핀 햄치즈 샌드위치도. – 황선우( 피처 디렉터)

가격 3인실(2인 6만원, 3인 7만원, 4인 8만원), 도미토리(4인 기준) 2만5천원 문의 010-8676-1299

1 갖고 온 재료로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넉넉한 규모의 오픈 키친. 2 마당을 데크로 꾸민 물고기나무 게스트하우스 전경. 3 메인방인 여성전용 도미토리 ‘언니네’. 독립된 오픈 침대로 꾸몄다.

물고기나무 | 성산읍 삼달리

제주가 좋아서 제주의 여러 게스트하우스의 스태프로 근무하며 이곳에 머물렀다. 제주 중산간 한가운데 자리한 ‘물고기나무’ 게스트하우스는 헤이리에서 목공방 겸 카페를 하던 부부가 제주에 정착하며 문을 연 곳이다. 밤 늦게까지 술 마시며 떠드는 분위기라기보다는 조용하고, 부엌은 자유롭게 쓸 수 있지만 별도의 식사는 마련되지 않는다. 준비된 토스트와 계란, 시리얼 등을 챙겨 먹으면 된다. 교통편은 불편하지만 가시리와도 멀지 않아 제주 남동부를 여행하기에 적합하다. 여성 전용 도미토리룸의 복층 침대는 1층과 2층 모두 창이 나 있고, 매트리스 옆에 좌식 책상이 있을 정도로 공간도 넉넉한 편. 지난봄, 카페도 문을 열었다. – 이한나(제주 거주자)

가격 도미토리(6인 기준) 2만원, 커플룸(2인 기준) 5만원 문의 064-8783-1037

1 나무가 우거진 미로객잔의 마당. 삽살개 선방이도 보인다. 2 책과 오디오가 구석구석 놓인 주방 겸 공용 공간.

미로객잔 | 표선면 가시리

9월에 갓 문을 연 ‘미로객잔’ 게스트하우스를 찾은 것은 트위터에서 본 토토로 침구 사진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을 잘 따르는 고양이 두 마리와 커다란 삽살개가 있다는 것은 그 다음이었다. 부부가 운영하는 미로객잔은 넓은 마당을 가운데에 두고 숙소 건물과 공용 공간 건물이 동떨어져 있다. 어마어마한 분량의 책과 만화책, 오래된 매킨토시 컴퓨터와 음향기기가 놓인 공용 공간의 테이블과 마당의 선베드를 오가며 책을 읽고, 순하디순한 삽살개 선방이와 산책을 하다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하루가 후딱 간다. 바다와는 거리가 있지만 주변에 귤 농가를 제외하면 민가가 없기 때문에 그야말로 고요하고 충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쉽게도 토토로 침구는 11월부터 일반 침대로 바뀌지만 주인 부부가 직접 제작한 침대도 충분히 훌륭할 거다. – 이마루(<얼루어> 에디터)

가격 3인실 11만원, 2인실 9만원, 1인실 5만원 문의 010-3156-3017

코토우라 | 성산읍 삼달리

제주를 찾은 건 열 번쯤 된다. 주변에서 ‘왜 간 데 또 가냐’고 아무리 물어도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냥, 좋으니까’. 친구에게 흘려 들은 이름 넉 자와 내가 좋아하는 동네인 삼달리에 자리한 것이 마음에 들어 ‘코토우라’를 찾았다. 늦은 시간 도착한 바람에 깜깜한 방 안을 밝힌 것은 ‘바쁘신 와중에 외진 곳까지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편히 쉬었다 가세요. 주인 코토우라 모토카’라고 적힌 인사였다. 집 앞 마루에 항상 여유롭게 누워 있는 개 순달이, 코토우라 부부의 귀여운 아들, 가까운 거리에 있는 김영갑갤러리 두모악도 흘끔거리며 걸으며 즐거움을 찾았다. 작지만 깔끔한 다다미방, 정성스레 차려낸 아침식사, 두 눈에 충분히 담고 싶은 딱 그만큼의 풍경까지 이 모든 조화가 코토우라의 소박함과 함께했다. 푹 익은 가을의 제주를 엿보기에도 좋은 곳이다. – 김하나(온라인 PR)

가격 1인실 3만원, 2인실 6만원, 조식 5천원 문의 010-4996-7858

    에디터
    피처 에디터 / 이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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