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산책
연남동의 조용한 주택가에 흥미로운 가게가 하나씩 문을 열고 있다는 소식에 주말 오후, 연남동 산책에 나섰다. 작고 소박해서 더 좋은 연남동의 특별한 공간들.
1. 히메지
카레 식당 히메지는 어릴 적부터 먹던 카레를 비싸게 사 먹는 게 싫어서 직접 차린 가게다. 카레라이스와 카레우동, 유부우동과 간장국수 등 딱 4가지만 선보이는 메뉴의 가격은 5천5백원을 넘지 않는다. 강황을 넣은 노란 밥과 함께 나오는 카레는 허브향과 후추향이 꽤 강한 편이지만 짜지도, 달지도 않은 칼칼한 맛에 싹싹 비워가며 먹게 된다. 각종 채소와 고기, 야채를 듬뿍 넣은 카레와 쫄깃한 우동면발을 함께 즐기는 카레우동은 이곳을 처음 찾는 이라면 가장 먼저 맛봐야 할 인기 메뉴다. 운이 좋으면 주인장의 아버지 친구가 제주도에서 직접 키웠다는 귤을 후식으로 먹을 수 있다. 집에서 만드는 카레는 안 먹고 오직 ‘커리’만 먹는 이들에게도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곳이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227-15 문의 010-4743-1055
2. 키티버니포니
집에서 가깝고 오래된 맛집이 즐비하며 홍대와의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키티버니포니의 쇼룸은 연남동으로 확정되었다. 쇼룸에는 북유럽의 빈티지 가구들과 함께 키티버니포니의 매력적인 제품들로 단정하게 꾸며져 있다. 쿠션으로 시작해 침구와 커튼, 파우치, 스카프 등으로 영역을 확장시키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작업실과 쇼룸으로 함께 활용되는 공간인 만큼 손님들이 직접 찾아와 상품을 구경하고 자신의 집에 어울리는 침구나 커튼을 상담받기도 한다. 프린트는 화려하지만 두께는 얇은, 허울 좋은 해외 원단과 달리 세탁에도 변형이 없다는 점도 훌륭하다. 하이엔드 브랜드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키티버니포니의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 쿠션은 1만8천원부터.
주소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487-394 문의 02-322-0290
3. 커피리브레
“연남동 가게의 주인장들은 서로가 단골이에요. 히메지나 툭툭 누들타이에서 밥을 먹고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는 식이죠.” 커피리브레의 서필훈 대표가 커피를 내리며 말한다. 5년을 커피에 빠져 살면서 커피 리브레를 연 그는 커피 원산지를 찾아 다니고 국제 세미나에참석하며 커피에 대한 연구를 멈추지 않는 그야말로 ‘커피 장인’이다. 카페의 주인과 꼭 닮은 시그니처 캐릭터가 그려진 가게는 기묘한분위기를 자랑한다. 경동시장에서 주워왔다는 한약방 약장과 서민정 작가가 그려준 그림, 빨간 조명까지 그다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아이템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묘하게 어우러지는 게 신기할 정도다. 7개 국가의 14개 농장에서 직접 구매해 만드는 커피는 생두로도 따로 판매해 더욱 반갑다. 에스프레소, 라테, 아메리카노 모두 4천원.
주소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252-15 문의 02-325-7140
4. 툭툭 누들타이
연보랏빛의 페인트로 장식한 가게에 들어서면 해먹이 걸린 천장, 코끼리 등 태국을 상징하는 소품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데, 곧이어흘러나오는 음악조차 태국 가요라는 걸 깨닫게 된다. 태국인 요리사 3명이 요리하는 것은 물론 재료와 향신료를 태국산으로 구비해 서울에서 가장 ‘태국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향긋함과 새콤달콤한 맛을 곁들인 파인애플볶음밥, 커리 파우더와 향신료에 재워 풍미를 더한 치킨오븐구이, 소프트 셸 크랩 옐로 커리와 치킨 바비큐 등 툭툭 누들타이의 대표 메뉴는 다양하게 준비된 태국 맥주와 함께하면 더욱 맛있다. 태국의 국민 위스키라 부르는 ‘생솜’도 저렴한 가격으로 선보이니 꼭 한번 도전해보길. 바질볶음 덮밥 1만3천원.
주소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227-37 문의 070-4407-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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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조소영
- 포토그래퍼
- 안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