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의 소문난 공간
늦은 오후, 낯선 듯 익숙한 해방촌을 찾았다. 오래된 연립주택과 모던한 카페, 전통 시장과 독립출판서점, 중동 사원과 주스바 … . 이질적인 것들이 자유롭게 공존하는 해방촌 거리를 깊숙이 걸었다.
게이트21
해방촌 입구에 위치한 게이트21은 단연 눈에 띄는 모던한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1층은 커피와 차를 마시는 라운지 카페로 지하 1층은 식사를 할 수 있는 비스트로 키친으로 사용하고 있다. 게이트21의 건강한 콘셉트는 버섯, 시금치, 연근 샐러드만 주문해봐도 알 수 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드레싱은 그저 재료의 풍미를 더해주는 정도로만 버무렸다. 큼지막한 감자, 가지, 호박, 아스파라거스 등이 함께 자리하는 한우 팬 스테이크는 이곳의 최고 인기 메뉴. 지하와 1층 모두 야외 테이블을 두고 있어 햇살 좋은 날 여유롭게 앉아 브런치를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2가 5-71 문의 02-749-2112
마이주스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이 늘면서 확장 이전한 마이주스는 여전히 줄서지 않고는 맛보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높다. 원하는 야채와 과일을 섞어서 생과일 주스를 만들어 주는데 그 주스가 ‘My Juice’라 쓰인 재활용이 가능한 보틀에 담겨 나오니 더욱 매력적이다. 주문하는 곳 옆에 추천 레시피를 써두어 처음 찾은 이들도 당황하지 않고 입맛에 맞는 주스를 선택할 수 있다. 맛도 맛이지만 강남의 여느 주스바에 비하면 아주 합리적인 가격! 맛있고 건강한 음료를 재사용이 가능한 보틀에 담아 먹을 수 있고 가질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일석이조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2가 45-13 문의 02-794-4550
미수식당
모녀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어머니의 이름을 따 식당 이름은 ‘미수’이고 흔하지 않은 전통주가 자주 보이는 건 애주가 따님 덕분이다. 인테리어는 조명과 ‘밥값은 1/n’과 같은 재미있는 문구가 쓰인 포스터가 전부다. 점심에는 아담한 분위기의 가정식 식당으로, 저녁이면 술 한잔 걸치기 좋은 술집으로 변모하는 건 아는 사람들만 아는 이 집의 묘미. 메인 메뉴는 아롱사태 김치찜과 시래기찜, 간장찜, 매운찜, 버섯전골이며 육회와 계란말이 등을 추가로 주문할 수 있다. 엄마의 손맛을 떠오르게 하는 요리를 먹고 나면 그 목적이 한 끼 식사였든, 술안주였든 만족스럽게 배를 두드리며 식당 문을 나설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2가 24-17 문의 010-9205-4522
해방촌카페 ㅇㅎㅎ
‘이응히읗히읗’이 아니라 ‘으흐흐’라 읽는 것이 맞다. ‘으흐흐’하고 소리내며 웃는 듯한 대표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그려져 피식 웃음부터 난다. 커피는 물론 생자몽 주스, 스무디, 차와 치즈 케이크도 준비되어 있으며 최근 생맥주와 안주용 미니 피자까지 더해졌다. 이제는 찾아보기도 힘든 오락실 기계가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 옆에는 동전을 구비해놓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수집한 듯한 빈티지한 테이블과 의자, 지인에게 선물 받거나 뺏은 듯한 아트 작품 등이 어우러진 해방촌카페 ㅇㅎㅎ는 커피 한 잔을 넘어 재미와 여유를 파는 카페임이 분명하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2가 1-524 문의 02-6213-2632
밤스버거
남산타워, 3차대전, 핵폭탄, 자이언트루터…. 믿기 어렵겠지만 이 모든 것이 버거를 부르는 이름이다. 도넛 버거를 한국에 처음으로 선보인 밤스버거는 꾸준히 새로운 버거를 개발하며 홍대와 방배동에 분점까지 냈다. 호주산 목심 100%로 매일 아침 매장에서 만들어내는 수제 패티는 다른 버거집과 차별화되는 최고의 무기. 글레이즈 도넛과 소고기 패티 2장, 치즈와 토마토, 양상추, 피클, 베이컨, 감자패티, 파인애플, 거기에 마요네즈와 케첩, 데리야키 소스를 아낌없이 버무린 폭탄버거는 밤스버거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다. 엄청난 사이즈에 놀라며 고개를 내젓지만 먹다 보면 어느새 접시 바닥이 보이니 기막힌 일이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2가 45-10 문의 070-7634-1330
해크니
띄엄띄엄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던 동네에 해크니가 들어선 이후로 해방촌의 전성기가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거다.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내리는 커피와 유기농 인증 수제차 브랜드 리쉬 차, 뚜껑이 달린 작은 유리병에 담겨 나오는 에이드 등 드링크 메뉴는 꽤 괜찮은 편이지만 인기 있는 여느 카페에 비하자면 두드러질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샌드위치와 빵으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샌프란시스코 스타일의 ‘사워 도우’ 방식을 거친 빵만 사용하는 덕분에 퍽퍽할 것이라 예상하는 샌드위치 빵의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깨뜨린다. 촉촉한 속과 바삭한 겉의 훌륭한 조화는 해크니의 손님을 끊이지 않게 하는 최고의 비결. 바닐라 커스터드에 재워 구운 다섯 가지 발효빵에 과일과 블루베리 소스, 아이스크림을 얹은 브레드 푸딩 역시 꼭 맛봐야 한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2가 45-9 문의 02-794-2668
바 트웰브
간판이 없어 아는 사람만 갈 수 있는 이곳은 바에 12개의 의자가 놓여 있다는 의미에서 바 트웰브라 이름 붙였다. 들어가는 문 위로 12개의 숫자가 쓰여 있는데 숫자에 들어오는 불이 모두 꺼져 있으면 자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찍 찾지 않으면 불이 모두 꺼져 있을 때가 허다하니 문 앞에서부터 탄식이 쏟아진다.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에 나무 테이블, 편안한 의자와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져 아늑한 느낌을 주고 단골 손님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편. 아낌없이 주는 시나몬 스틱과 라임, 탐나는 칵테일 잔, 친절한 서비스 등이 술맛을 더해 한번 들어가면 취하기 전에 빠져나오기 어렵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2가 45-1 문의 02-796-9693
스토리지북앤필름
해방촌 깊숙한 골목에 위치한 스토리지북앤필름은 독립출판물 서점이다. 서점보다는 작업실 느낌이 강한 충무로 3층 자리에서 빛이 잘 드는 해방촌의 1층 자리로 이사온 지 2년째. 이곳에 오면서 다양한 이벤트 진행은 물론 인터넷 사이트를 확장시키며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좀처럼 찾기 힘든 독립출판물은 물론 소규모로 발매된 음반과 향초, 달력 등의 소품은 이 작고 아늑한 공간에 더없이 잘 어우러진다. 독립출판물을 어떻게 발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이 출간한 독립출판물 역시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해외 아트 잡지와 여행 서적, 그림책까지 하나하나 펼쳐 보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가버리니 여유로운 주말에 찾는 것이 좋겠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2가 1-701 문의 010-2935-9975
라구
라구가 오픈하는 오후 5시면 어김없이 클래식 음악이 해방촌 한쪽에 울려 퍼진다. 오픈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해방촌 맛집으로 자리한 라구의 메뉴는 의외로 소박하다. 먼저 스테이크는 한 종류다. 빅사이즈인 울프 스테이크와 투데이 스테이크로 나눠져 있지만 부위는 같다. 하루에 정해진 수량만큼만 판매되며 스테이크 주문 시, 하우스 와인 한 잔이 서비스로 제공된다. 샐러드는 치킨런 샐러드와 찹스테이크 샐러드, 파스타는 할머니라구 파스타 딱 한 종류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양과 맛에서 전적으로 만족할 만한데 그 만족스러움에는 놀랄 만큼 합리적인 가격의 힘도 크다. 아마 직접 가서 먹어보면 무슨 말인지 고개를 끄덕이게 될 거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용산동2가 45-4번지 문의 02-796-8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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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조소영
- 포토그래퍼
- 정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