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각적 갤러리

갤러리에서 단순히 그림만 보던 시대는 지났다. 당구를 치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공연도 보는 공감적인 활동이 가능한 이색 갤러리를 소개한다.

1 넓게 뚫린 내부 공간덕분에 대형 설치물전시도 가능하다.2 소머리국밥집일때 사용하던 간판을재활용한 ‘갤러리소머리국밥’의재미있는 간판.

1 넓게 뚫린 내부 공간
덕분에 대형 설치물
전시도 가능하다.
2 소머리국밥집일
때 사용하던 간판을
재활용한 ‘갤러리
소머리국밥’의
재미있는 간판.

1. 갤러리 소머리국밥

양수리의 한적한 들판에 위치한 ‘갤러리 소머리국밥’은 그 이름때문에 식사를 하러 온 외지인들의 방문을 자주 받는다. “국밥 한 그릇 주세요” 하고 들어왔다가 그림을 둘러보고 가는 이들도 여럿이다. 5년 동안 소머리국밥집을 운영하던 식당이 갤러리 소머리국밥으로 다시 태어난 건 3년 전. 태백과 철암 등 문화소외 지역을 중심으로 예술 공간을 만들고 있는 프로젝트 그룹 ‘할아텍(Halartec)’이 뜻을 모아 만든 대안공간이다.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고, 사방으로 근사한 자연 경관을 두르고 있음에도 문화적 요소가 거의 전무했던 이곳에 탄생한 ‘갤러리 소머리국밥’은 주민들과 가까이 소통하는, 양수리를 대표하는 예술 공간이 되었다. 작가들 외에도 초등학교 강사, 마을총무가 함께 작업하기도 하고, 연말이면 플리마켓, 애장품 경매로 꾸며진 자선 바자회가 열리기도 한다. 전시는 한 달을 주기로 바뀌며 현재는 <시대유감>이라는 제목으로 나지석, 박무현 외 3인의 그룹전을 선보이고 있다. 주소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용담리 69 문의 031-774-4147

1 미러볼 조명과 악기 등 개성 있는 오브제로 가득 차 있다. 2 협업 전시 중인잡지를 비치한 테이블. 3 구석구석 눈길을 끄는 요소들이 자리 잡고 있다. 4 전시물과 악기, 테이블이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웨이즈 오브 씽’

1 미러볼 조명과 악기 등 개성 있는 오브제로 가득 차 있다. 2 협업 전시 중인
잡지를 비치한 테이블. 3 구석구석 눈길을 끄는 요소들이 자리 잡고 있다. 4 전시물과 악기, 테이블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
‘웨이즈 오브 씽’

2. 웨이즈 오브 씽

음식도 팔고, 음료도 팔고, 공연도 하고, 전시를 선보인다. 즉흥적으로 작업실이 되는가 하면 영화를 상영하고 팝업 스토어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쓰이는 목적, 보는 사람들에 따라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되는 만큼 그 이름도 ‘웨이즈 오브 씽(Ways of Seeing)’으로 지었다. 넓은 공간에 테이블과 의자를 최소한으로 두고 한가운데에는 드럼과 마이크를 놓았다. 국내외의 스트리트 잡지와 협업하여 패션 사진을 모은 사진전이 한창이고, 방문객들은 패션 사진을 구경한 뒤에 각 잡지의 이름을 딴 신메뉴를 맛보았다. 전시가 끝나는 날까지만 맛볼 수 있는 이 메뉴는 다음 전시가 시작되면 사라진다. 대신 다음 전시에 어울리는 또 다른 메뉴를 선보인다. 5월에는 ‘페스티벌’과 ‘피크닉’을 주제로 신진작가 3인이 만들어낸 다채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그와 함께 선보일 신메뉴를 기대해도 좋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683-134 문의 02-749-5174

1 카페 한가운데 놓인 쇼핑카트. 2 한켠에 자리한 매터 앤 매터의가구들. 3 콘크리트 벽면과 잘 어우러지는 작품.

1 카페 한가운데 놓인 쇼핑카트. 2 한켠에 자리한 매터 앤 매터의
가구들. 3 콘크리트 벽면과 잘 어우러지는 작품.

3. 앤트러사이트

오래된 신발 공장을 카페로 개조한 ‘앤트러사이트(Anthracite)’는 갤러리 카페다. 녹슨 철문과 컨베이어벨트, 철골이 드러난 천장, 1910년산 거대한 로스팅 기계까지 인테리어와 소품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은 이곳은 홍대 카페로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핫 플레이스’이기도 하다. 2층의 널찍한 카페 공간은 허물어진 벽, 뚫린 벽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데 이따금 걸어놓은 사진 작품과 놓아둔 설치 작품때문에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놀라운 것은 매번 공간과 딱 어우러지는 전시만 기획한다는 점이다. 4월에는 ‘Outcome’이라는 제목의 허경과 허지은의 전시를 선보인다. 커다란 거울에 붙여놓은 칫솔과 양치컵, 쇼핑카트 위에 올린 라면과 휴지 등의 쇼핑 아이템, 콘크리트 벽면에 건 디지털 프린트 작품은 앤트러사이트의 공간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357-6 문의 02-322-0009

1 도자기 공예가, 플로리스트의작품을 전시한 아늑한 카페내부. 2 전시가 없는 기간에는갤러리 소장 작품을 감상할 수있다. 3 그랜드 피아노와 작품이함께 놓인 2층 갤러리.

1 도자기 공예가, 플로리스트의
작품을 전시한 아늑한 카페
내부. 2 전시가 없는 기간에는
갤러리 소장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3 그랜드 피아노와 작품이
함께 놓인 2층 갤러리.

4. 갤러리 두루

2007년 문을 연 갤러리 두루는 미술의 장르와 형식을 넘어 젊고 대중적인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2층의 널찍한 갤러리 공간뿐 아니라 1층의 카페 공간에도 작품을 전시해 자연스러운 관람을 이끈다. 피아노가 놓인 2층 갤러리는 전시가 없을 때는 소장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한지 공예가와 도자기 공예가, 플로리스트의 컬렉션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된 갤러리 두루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새로운 전시를 준비한다. 전속 작가의 전시는 물론 해외 아트 페어에서 공수한 작품,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팝아티스트의 작품까지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어 미술 관계자의 방문이 잦은 곳이다. 5월 초부터 한 달간, 서건이 전 대사관이 각국에서 모은 작품을 공개할 예정이라고하니 기대해도 좋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1동 102-290 문의 02-3444-9700

1 빼곡히 걸어놓은의 흥미로운작품들. 2 간단한식사와 차를 마시기에도부족함이 없다.

1 빼곡히 걸어놓은
<상년전>의 흥미로운
작품들. 2 간단한
식사와 차를 마시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5. 그문화 다방 & 그문화 갤러리

그문화 갤러리는 그문화 다방과 나란히 이어져 있다. ‘검둥이 출근중’이라는 푯말이 걸린 갤러리에 들어서면 그문화의 마스코트 역할을 하는 개, ‘검둥이’를 보고 화들짝 놀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곧 순하디순한 검둥이의 ‘견성’에 놀란 마음이 머쓱해질 정도다. 그문화 갤러리는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친근한 전시를 위주로 선보인다. 미술 관련 잡지가 즐비한 것은 물론 맘껏 보고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예술 자체를 정의 내릴 수 없듯 이 공간 역시 ‘그’라고 지칭하지만, 동시에 지칭할 수 없는 경계선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묵묵히 작업하는 작가들, 젊고 창의적인 작가들의 든든한 지원군으로서 단단한 공간이 되기를 원하는 김남균 대표와 예술에 대한 소소한 대화를 나눠봐도 좋겠다. 현재는 <상년전>을 통해 금기시된 말을 유쾌하게 내뱉은 작가들의 흥미진진한 작품을 전시 중이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당인동 28-9 문의 02-3142-1429

1 대안 공간의 내부에 크게 자리 잡은 당구대. 2 공간의 목적이 조금 달라지기는했으나, 여전히 사람들을 불러 모으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1 대안 공간의 내부에 크게 자리 잡은 당구대. 2 공간의 목적이 조금 달라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사람들을 불러 모으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6. 구슬모아 당구장

당구공 세 개 위에 ‘구슬모아’라고 쓰여 있는 간판을 확인하고 들어선 공간 한쪽에는 오래된 당구대와 점수판이 보인다. 원한다면 전시를 둘러보기 전에 당구 한판으로 몸을 풀어도 좋다. 언제든, 누구든 들어가서 무료로 당구를 칠수 있고, 전시도 볼 수 있는 이곳은 대림미술관이 운영하는 대안 공간 구슬모아 당구장이다. 카펫을 걷어내고 가벽을 세운 뒤 ‘용도 변경’만 한 당구장 한쪽 구석에는 밖에서 사 들고 온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테이블도 있다.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당구장은 이야기와 예술이 담겨 있는 공간이 되어 관람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오픈전으로 디자인, 시각미술, 건축, 음악, 문학, 출판 등 다양한 분야의 젊은 작가 10팀을 선정해 [10 Young Creator] 전시를 선보이고 있으며, 5월 12일까지 정소영 작가의 설치전 [움직이지 않고 여행하기]를 만날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29-4 문의 02-3785-0677

    에디터
    조소영
    포토그래퍼
    안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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