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가 추천하는 명동의 맛
수요일에만 미식가가 될 수는 없다. 장안의 소문난 미식가들이 일주일 미식 스케줄을 공개했다. 미식가의 단골집과 늘 먹는 메뉴들. 평범한 듯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음식이 일주일을 빼곡히 채웠다.적어두고 가봐야 할 곳이 84곳이나 된다.
월요일
점심 명동칼국수, 명동칼국수
엄마와 아빠가 데이트할 때 잘 드셨다고 하는 명동칼국수. 지금은 일본과 중국 관광객으로 북적거려 그때의 향수는 낡은 계단에서 느껴질 뿐이다. 지난 주말 건강한 집밥을 먹었으니 자극적인 김치와 교자를 얹은 진한 국물의 칼국수를 후루룩 먹는다. 명동칼국수 6천원. 주소 서울시 중구 명동10길 29 문의 02-776-5348
저녁 시청 지하상가 분식집, 김치볶음밥과 김치 수제비
월요일은 야근할 경우가 많다. 이때 자주 가는 곳이 시청 지하 상가의 분식집이다. 이상한 재료 넣지 않고 집에서 해먹는 듯 신김치에 밥을 달달 볶아서 계란프라이 하나 얹어 나오는데, 계란노른자를 톡 깨서 조금씩 섞어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여기에 칼칼한 김치 수제비 국물이 함께하면 일품! 김치볶음밥 5천5백원, 김치 수제비 5천원. 주소 서울 중구 을지로 1가 50-1 시티스타몰 지하 문의 02-7733-365
화요일
점심 베키아에누보, 알베르토 에그 베네딕트 또는 스타벅스, 크림치즈 베이글
모닝 미팅을 하면 이야기도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 같고 하루가 더 길게 느껴진다. 베키아에누보 주방장이 개발해서 그의
이름을 딴 알베르토 에그 베네딕트는 랍스터가 듬뿍 들어가서 맛이 최고다. 과일 주스가 함께 나온다. 바빠서 점심도 못 먹을 것 같은 날에는 스타벅스에서 크림치즈를 듬뿍 바른 베이글과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해서 자리에서 먹는다. 알베르토
에그 베네딕트 2만3천원. 주소 서울시 중구 소공로 106 웨스턴 조선 호텔 문의 02-317-0033
저녁 일미락 삼겹살과 목살
현재까지 내가 삼겹살을 먹어본 곳 중 가장 맛있는 일미락. 그래서 회사와도, 집과도 너무 먼 목동까지 꾸역꾸역 가서 먹는다. 여기는 겨자를 올려 묵은지에 싸먹어도, 고추를 송송 썰어 넣은 소스나 젓갈에 찍어도 맛있다. 고기를 먹은 후 된장밥도 꼭 먹어야 하는 메뉴다. 삼겹살 1인분 1만4천원. 주소 서울시 양천구 목동동로 226-16 문의 02-2642-9292
수요일
점심 타이가든, 똠얌꿍 국수
금년에 명동 눈스퀘어가 리뉴얼하면서 식당가가 개편했는데 여기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 타이가든이다.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 태국 요리가 잔뜩 있다. 태국 요리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이 똠얌꿍이지만, 점심에 이거 하나만 시키기 애매하다. 이곳 똠얌꿍 국수는 똠얌꿍에 쌀국수를 넣어 일석이조 메뉴다. 똠얌꿍 국수 1만6천원. 주소 서울시 중구 명동길 14 눈스퀘어 6층 문의 02-754-3005
저녁 홍연, 돌솥해물가지요리
이곳의 대표 메뉴는 딤섬이지만, 돌솥해물가지요리는 친한 친구에게 꼭 한번 같이 먹자고 권하는 요리다. 매콤한 그 소스에 밥을 슥슥 비벼 먹는 게 너무 맛있다. 원래 이 요리는 중국 가정식 요리라고 한다. ‘집에서도 해먹고 싶다’라고 생각만 한다. 마파두부도 점심으로 즐겨 먹는다. 알싸한 마파소스에 두부가 어우러져 있는데, 두부를 직접 만들어서 사용한다고 한다. 돌솥해물가지요리 2만8천원. 주소 서울시 중구 소공로 106 문의 02-317-0494
목요일
점심 무교동 북어국집, 북엇국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을지로의 명물 국밥집이다. 전날 야근하거나 술을 마셨으면 반드시 가줘야 한다. 아침부터 점심까지 해장을 위해 찾은 이 지역 직장인으로 북적이는 곳이다. 때로는 어제 함께 마신 사람을 이곳에서 마주치는 정모가 일어나기도 한다. 북엇국의 시원한 국물은 무제한으로 더 먹을 수 있다. 술 마신 다음 날은 반드시 1회 국물 리필한다. 북엇국 7천원. 주소 서울시 중구 을지로1길 38 문의 02-777-3891
저녁 구이구이, 연어구이
소공동의 생선구이집 구이구이 역시 인근 직장인들의 단골집이다. 각종 생선구이를 고소하게 구워서 판다. 그 중에서도 연어구이를 즐겨 먹는다. 간판 메뉴인 생선구이도 맛있지만, 반찬으로 나오는 가지 나물이 진짜 맛있다. 가지를 살짝 튀겨서 무쳤는데 이것만 있어도 밥 한 솥은 다 먹을 것 같다. 단점이 있다면 양이 너무 많다. 가격 좀 내리고 양도 줄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연어구이 1만5천원. 주소 서울시 중구 을지로 6 문의 02-783-9292
금요일
점심 인권위원회 건물 지하 라면집, 속풀라면
무교동 인권위원회 건물 지하는 시청 앞 직장인이 꼭 한번 가봤을 친구 같은 존재다. 메생이 국밥집을 비롯해 별 생각 없이 가서 식사해도 평균 이상 하는 밥집이 잔뜩 있다. 자주 이용하는 라면집은 아주 매운 라면과 콩나물이 들어가 시원한 라면 두 가지가 있다. 어느 쪽이 속풀라면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무엇을 먹어도 개운해지고 정신 번쩍 들기는 매한가지다. 속풀라면 3천원. 주소 서울 중구 무교로 6 금세기빌딩 지하 1층
저녁 서촌계단집, 꼬막
일주일을 마감하는 금요일. 좋은 사람들하고 편하고 맛있는 곳에 간다면 을지골뱅이나 서촌계단집이다. 여름에는 잘 안 갔지만 찬 바람이 불면 해산물이 맛있어지니 꼭 가야 한다. 인심 좋은 사장 아저씨는 와인을 가지고 가도 뭐라고 하지도 않고 코르키지 요금도 받지 않는다. 이번 금요일에도 화이트 와인과 꼬막, 문어를 먹어야겠다. 꼬막 2만2천원.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1길 15 문의 02-737-8412
토요일
점심 방동호수묵집, 청국장 정식
주말에는 시골에 있는 텃밭에 가서 잡초 뽑기를 해야 한다. 9월이면 탱자를 수확할 때다. 엄청 부지런히 따야 해서 새벽같 이 내려간다. 가게 이름을 몰라도 매번 찾아가는 집. 이 글을 위해 일부러 가게 이름을 찾아봤더니 방동호수묵집이다. 사장
부부가 직접 손두부며 청국장을 만들어 판다. 그만큼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청국장 정식 5천원. 주소 대전시 유성구 성북로72 문의 042-544-3666
저녁 달빛부엌, 새우살 식빵튀김과 불고기 팟타이
연남동의 달빛부엌은 옛날이야기 책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동네 분위기. 그 속에 모든 이야기를 다 들어줄 것 같은 누군가가 있을 것 같은 곳이다. 물론 다 들어주는 사람은 같이 간 친구고, 주인 총각은 열심히 요리만 한다. 새우살 식빵튀김은 누구나 좋아한다. 새우살 식빵튀김 6천원, 불고기 팟타이 1만3천원.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46길 34 문의 02-322-3559
일요일
점심 갯마을, 만둣국
이촌동의 갯마을에서는 시원하고 깔끔한 맛의 만둣국을 항상 맛볼 수 있다. 동네에 ‘쓰레빠’ 끌고 가서 편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행운인 듯하다. 뭔가 아쉬운 사람을 위한 떡만둣국과 칼국수와 만둣국이 합쳐진 칼만둣국도 있다. 만둣국과 함께 녹두전을 곁들이곤 하는데, 정말 고소하고 맛있다. 만둣국 9천원.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촌로 248 맨숀아파트 문의 02-798-5655
저녁 나인스 게이트 그릴, 어니언 수프와 등심 스테이크
한 지인은 3대째 단골이고, 할아버지가 스테이크를 먹으려면 나인스 게이트 그릴에서 먹으라고 했다고 한다. 스테이크도 맛있지만 여기서 꼭 먹어야 하는 것은 어니언 수프다. 수십 년 똑같은 레시피로 만드는데 쫀득한 치즈와 시원한 수프가 어우러져서 한입 넣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어니언 수프 2만3천원, 등심 스테이크 한우 9만4천원부터. 주소 서울시 중구 소공로 106 문의 02-317-0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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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허윤선
- 포토그래퍼
- 노범석, 김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