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의 정석
몇 년 전부터 미식 트렌드를 지배하고 있는 초밥. 상식처럼 알고 있는 것들과 다른 초밥을 만날 때면 당황스럽다. 스시우오의 다카하시 셰프와 갈라디너 ‘미학’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도쿄의 미슐랭 셰프 카네사카 신지에게 스시 먹는 진짜 방법을 물었다.
한국식 스시 vs. 일본식 스시 “일본에서 스시라고 하면 보통 ‘에도마에 스시’를 이야기합니다. 빠르게 손으로 쥐는 형태는 ‘니기리 스시’라고 합니다.” 다카하시 셰프의 말이다. 초밥에서 밥은 ‘샤리’, 위에 얹는 재료는 ‘네타’라고 한다. 초밥의 본고장으로 오랜 시간 요리법을 발전시킨 일본은, 초밥의 주재료인 밥 그 자체에 민감하다. “우선 네타의 차이가 있겠고요. 수온과 생선의 먹이에 따라서 같은 종이라도 맛이 다르거든요. 가장 큰 차이는 아무래도 ‘쌀’이겠지요. 일본 손님들은 샤리에 상당히 민감합니다. 그리고 집집마다 특색이 있습니다. 장인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도드라지지 않으면서도 각 네타의 맛을 함께 끌어올려주는 샤리를 추구합니다.” 그래서 초밥 요리사들은 지방을 돌아다니며 가장 맛있는 쌀을 찾고, 그 쌀을 배합해 밥을 짓는다. 여기에 붉은 식초와 설탕만을 넣어 자신만의 초밥을 만든다.
스시 먹는 순서 담백한 네타부터 맛과 향이 진한 네타 순으로 먹는 것이 정석이다. “참치뱃살은 언제나 맛있지만 참치는 맛이 진하기 때문에 그 다음에 광어 같은 흰생 생선을 먹게 되면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참치뱃살 다음에 초절임고등어초밥을 먹으면 또 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죠. 하지만 고등어 다음에 전어를 먹으면 또 차이를 크게 느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흰 살 생선부터 맛이 강한 붉은 살 생선 순으로 먹는 게 좋습니다. 특히 한국은 광어나 도미 같은 흰살 생선을 선호하고, 성게알과 참치뱃살을 유독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다들 지금 우니나 도로가 나올 순서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시선은 우니와 도로를 향해 있거든요.”
카운터의 매너 카운터에 앉아 바로 쥐어 주는 초밥을 하나씩 먹는 것은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장인과 함께 맛을 교감하고, 궁금한 재료를 자유롭게 물어볼 수 있는 카운터 자리는 특히 미식가들이 선호한다. 카운터에서 요리사에게 모든 것을 자유롭게 맡기는 것을 ‘오마카세’라고 한다. 이때 지켜야 할 매너는 요리사와 함께 주변 손님들을 배려하는 것이다. 맛이 섬세한 초밥을 먹을 땐 향수도 뿌리지 않는 것이 좋고, 전화를 오래 받거나 손님들끼리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매너가 아니다. “스시는 장인의 손으로 완성된 직후가 가장 맛있습니다. 접시에 놓이면서부터 시간이 지나면 맛이 떨어집니다. 그러므로 이야기를 오래 나누거나 해서 스시를 놓아둔다면 맛이 없어지겠지요. 또 손님들은 아직 오마카세를 순서가 정해진 코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셰프마다 다른 오마카세를 경험하세요.”
초밥집의 수준 초밥집의 수준을 알려면 무엇을 보라는 이야기는 많다. 달걀, 참치, 고등어 중 어떤 것일까? “달걀초밥인 ‘다마고야키’로 알아본다는 것은 이제 옛날 이야기입니다. 오래전 다마고야키를 숯으로 굽던 시절에는 그 초밥집의 음식맛과 스타일을 가늠할 수 있었거든요. 요즘은 오히려 고등어처럼 절이는 솜씨가 중요한 재료로 실력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치는 가격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준이 되긴 어렵습니다. 그리고 ‘샤리’, 밥이 중요하지요.”
계절의 미학 초밥 요리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계절이 바로 봄이다. 주재료인 생선의 맛이 다른 계절보다 조금 떨어지기 때문. 수온이 올라가고 산란기에 들어가는 생선이 많아서다. 초밥 요리사의 실력이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계절이기도 하다. 재료 고유의 힘이 조금 떨어지는 것을 요리사의 노하우와 실력으로 보완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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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허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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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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