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가깝고도 먼 당신

잘해주면 기어오르고, 휘어잡으면 등 돌리는 회사 후배. 후배를 다루다 보면 상사의 심정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이러다 ‘꼰대’가 되는 건 아닐지 고민 중인 당신을 위해 후배를 다루는 채찍과 당근의 기술을 커리어 전문가에게 물었다.

모르니까 신입이다

직장 내 트러블은 잘못된, 혹은 부족한 커뮤니케이션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이 정도는 말 안 해도 알아서 잘할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신입사원은 정말 모른다! 업무를 맡길 때는 작은 것도 정확하게 지시하고 후배에게 내용을 메모하게 해서 일을 빠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작정 후배를 혼내기 전에 본인의 햇병아리 시절을 되돌아보는 자세도 잊지 말자. 나는 하늘을 우러러 과연 눈치 빠르고 센스 넘치는 신입사원이었는가?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막말에 부서지는 쿠크다스 후배

겉으로는 강한 척하지만 사실 유리 멘탈과 쿠크다스 가슴을 지닌 직장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랫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두가 보는 앞에서 후배에게 막말을 하거나, 인격을 모독하는 것은 삼가라. 당신의 센 척에 자라나는 후배 가슴이 멍들 수 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두 번까지는 봐주고 세 번째부터 따끔하게 혼내라. 칭찬을 할 때는 팀장도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해서 후배의 기를 팍팍 살려주자.

이러나 저러나 욕먹는 건 매한가지

‘나는 후배를 이해해주는 좋은 선배가 될 거야!’라는 생각으로 한없이 인자하고 착한 선배 코스프레를 하다 보면 어느 날 누울 자리 보고 발 뻗는 후배를 보게 될 것이다. ‘우쭈쭈’ 하는 부모 밑에 버릇없는 아이가 나오는 것처럼, 자꾸 봐주면 개념 없는 후배가 나온다. 처음부터 회사에서의 태도와 자세에 대한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딴짓을 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면 일을 대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체크해라. 관리의 고삐를 너무 조여도 안 되지만, 너무 풀어줘도 안 된다. 적당히 쥐락펴락해야 후배도 긴장한다. ‘윗사람’이라는 자리는 잘해줘도 욕먹기 마련. 완벽한 선배가 되겠다는 생각을 버리면 편해진다.

기어오르는 남자

후배 남자 선배와 여자 선배를 대하는 태도가 현저히 다른 남자 후배가 있다. 버릇없는 남자 후배는 일로 잡을 수밖에 없다. 남자 상사처럼 ‘이XX, 저XX’ 과격하게 나가거나 감정적으로 소리를 지르면 오히려 후배의 반항심만 키울 수 있다. 당신이 남자 후배보다 더 많은 경험과 업무 능력, 그리고 사내 인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직접 느끼게 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남자 후배가 업무적으로 곤경에 처했을 때 방법을 제시해주거나 당신의 인맥으로 해결해주는 것이다. 남자들은 자신보다 논리적이고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면 함부로 대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깔’ 때도 감정적이 아닌 논리적으로 까야 한다.

후배의 성장은 나의 몫

후배를 팀에 도움이 되는 참된 일꾼으로 양성하는 것은 당신의 임무다. 후배가 일을 잘하면 당신은 물론이고 팀에게도 이득이다. 먼저 후배의 역량을 파악해 업무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는 게 좋다. 일을 시킬 때는 단편적인 지시만 내리지 말고, 해당 업무의 전체적인 그림과 흐름을 함께 설명해주어라. 후배가 맡은 일이 전체에서 어떤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정리가 되어야 하는 것인지 설명해주는 것이다. 배경 설명의 유무에 따라 후배가 가져오는 결과물의 수준이 극명하게 갈릴 수 있다.

상하 관계가 아닌 파트너

비록 지금은 어리바리한 후배일지라도, 후배가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을 때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조력자 관계가 될 수 있다. 단순히 사수와 부사수라는 상하 관계로만 보지 말고,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파트너라는 관점에서 후배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자. 사회초년생의 멘붕에 빠져 있을 후배에게 당신의 사회생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민을 상담해주는 멘토가 되어줘라. 잘 키운 후배 하나가 꼴불견 상사보다 훨씬 낫다.

Profile
이미정 직장생활 10년 차. 현재 외국계 회사에 재직 중이며 여전히 직장생활의 오묘한 이치와 도를 깨닫고 있는 중. <똑똑한 여우들의 직장생활 다이어리>의 저자.

    에디터
    피처 에디터 / 이마루
    포토그래퍼
    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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