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적은 여자일까?
직장 생활에서 남자들 사이의 암투와 견제는 당연하게 여기면서 여자에게는 ‘여자의 적은 여자’ 라는 화살을 돌린다. 진짜 여자의 적은 누구인가? 여자의 적들과 아프지 않게 싸워 승리하는 방법.
여자들 사이에 묘하게 형성되는 ‘친밀감과 경계심’의 이중성은 딱 떨어지는 몇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다. ‘같은 여자’라는 이유로 형성된 기대감은 경쟁의 정글에서 실망과 증오로 끝나기도 하고, 때론 ‘같은 여자’라는 까닭으로 참을 수 없는 질투와 미움이 싹트기도 한다. 정글 같은 직장 생활, 차별과 설움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남자에게 맞서기보다는 또 다른 약자인 ‘다른 여자’를 공격하고 무너뜨리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니다. 이기적이고 속 좁은 여자라서 서로를 모함하는 게 아니라, 서로 싸우다 지쳐 나가떨어지게끔 조장하는 구조의 희생양인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나면 아프고 치명적인 여자들의 공격을 이겨내는 방법이 보인다.
여자를 차별하는 여자들
“회의 시간에도 남자 상사하고만 눈을 맞추고, 회식 자리에서도 남자 동기들하고만 웃고 떠들어. 남자 후배가 잘못했을 때는 슬쩍 넘기고 여자 후배가 잘못하면 어찌나 호통을 치는지. 자기도 여자면서 왜 그럴까.”
말 그대로 남자에 ‘환장한 것’ 같은 이들이 의외로 많은 조직에 존재한다. 그녀가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 경력 사다리의 상위 단계에 이른 여자들의 상당수는 ‘여왕벌 신드롬’에 시달린다. ‘여왕벌 신드롬’은 조직 안에서 여자는 나 하나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 자신을 제외한 다른 여성들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행위로 ‘나는 당신과 다른 여자’임을 전달하고자 하는 이 감정의 정체는 ‘권력’과 ‘정치’다.
이런 유형의 여자가 상사나 동료라면 비업무적 관계를 통한 친밀감을 강화하는 전략이 유리하다. 성공 지향적인 사람일수록, 따뜻한 위로와 인간적 교류에 대한 목마름이 크기 마련. 무언가 하소연하고 싶은 표정일 때, 순간순간 공허해 보일 때, 그때가 바로 적이 아닌 동지로 관계를 재편할 기회의 순간이다. 살갑게 나누는 아침인사, 크리스마스 전날의 손 카드, 적재적소의 위로와 응원의 말들. 아부와 음모로 길들여진 남자 같은 여자일수록 자신의 정서적 궁핍함을 채워줄 누군가에게 무장해제된다.
무언의 따돌림으로 라이벌 견제하기
“그 여자는 내가 회의시간에 뭔가 발언할 때면 꼭 딴 짓을 해. 점심시간엔 은근슬쩍 나만 빼고 패를 지어 나가. 은근히 따돌리는 게 대놓고 무시하는 것보다 더 기분 나빠.”
자신이 속한 집단으로부터 배척당하고 소외되는 것은 여자들에게는 가장 큰 공포다. ‘은근히 따돌리기’ 수법은 세력 축소를 통해 상대방을 견제하는 정치 술수 중 하나. 여기서 빠져나오는 한 방법은 자신만의 집단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녀와 친분이 있거나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사람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며 조금씩 지지 세력을 확보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여자들은 3~4명으로 구성된 소집단에도 쉽게 끌리고 그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에 필요한 번역 업무를 도와준다든지, 인맥을 활용해 업무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방법을 통해 지지 세력을 하나 둘 확보해가자.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던 집단의 구성원이 보호하려는 사람을, 여자는 쉽게 쳐낼 수 없다.
업무에 감정을 담아 복수하기
“지연 씨. 아까 부탁한 서류 아직도 안 됐어? 언제 부탁했는데 아직도 안 된 거야. 그거 다 하면 곧 회의가 시작하니 회의 자료 부탁해.”
일단 생각해보자. 대체 언제부터 그녀가 잡무 폭탄에 신경질을 담아주기 시작했는지. 지금 그녀는 ‘나 지금 진짜 화났거든. 네가 마음에 안 들어’라는 말을 온몸으로 쏟아내고 있다. 회의시간에 말대꾸를 했다든가, 자신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사람과 너무 친하게 지낸다든가 하는 일련의 사건으로 그녀의 마음엔 불쾌한 앙금이 가득하다. 다소 억울하고 짜증이 나더라도, 꼬리를 내리고 요구한 것들을 하며 “그때 제가 죄송했어요”라는 고백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이 갈등을 해결하는 최선이다. 마음을 몰라줘서 토라진 연인을 대하듯 말이다.
비밀 누설을 통한 이간질
“민지 씨가 그러는데 자기가 요즘 남편이랑 사이가 안 좋다며? 회사도 옮길까 생각 중이라던데 정말 그런 거야?”
비밀 누설을 통한 이간질은 보통 조직 내 안착이 필요한 새 인물이 등장하거나, 둘 간의 긴밀한 동맹이 필요할 때 사용하는 수법이다. 사적이고 비밀스럽고 모함적인 정보를 친해지고픈 상대방에게 흘림으로써 둘 간의 연대를 강화하고, 나머지 사람을 관계에서 배제하는 수법. 이때는, 거기에 선동되지 말고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자세가 현명하다. 믿고 나눈 대화를 사람들에게 흘리고 다녔는지, 그렇다면 어떤 맥락에서 그 이야기를 했는지 객관적인 상황을 확인하자. 들어야 할 사과가 있다면 요구하고, 오해라고 판단된다면 앞으로 서로 조심하기를 당부할 것. 배신적인 행위라고 단정 짓고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둘 사이, 미처 헤아리지 못한 미묘한 이해관계와 묵은 갈등을 푸는 기회로 활용하자. 미묘한 정치적, 심리적 역동을 읽고 대응하는 것이 적이 된 여자들을 오랜 동지로 만드는 열쇠다.
치명적 루머 퍼트리기
“저기 둘이 회식 끝나고 호텔 들어가는 걸 누가 봤대요. 놀랍죠. 앞에서 얌전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기분 나쁜 속삭임, 뒷담화는 여자들이 상대방이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막아내는 오랜 전략이다. 이것은 상대방을 향한 시기, 질투의 감정을 다스리고 조직 내 입지를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자기방어 행위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당신이 대단한 학벌의 소유자라거나, 남자 직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주인공이라고 느끼면, 자존심에 타격을 입은 여자는 상대방을 ‘형편없는 여자’로 만들고자 한다.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면, 상대가 자신을 ‘평범한 상대’라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 지혜로운 전략이다. 예컨대 화려한 패션 대신 수수한 옷차림을 선보이고, 업무 능력을 과시하기보다 부족한 역량에 대해 조언을 구하며 스스로를 낮추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는 당신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에요”라는 위로가 불안한 그녀에겐 지금, 필요하다.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이마루
- 포토그래퍼
- 정민우
- 글
- 이재은(여자라이프스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