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한수
서점의 수많은 재테크 전문서적은 90%의 성공 사례와 10%의 실패담을 다루지만 어쩌면 우리 주변에는 실패 사례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2013년, 한 해 재테크를 망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우리 내년에는 이러지 말아요. 제발!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는 본인도 어느 정도 관련 지식을가지고 있어야 한다. 돈을 무작정 부풀려주는 마법 같은 상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계획 없이 든 장기저축보험
금융회사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저축상품을 가입하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했는데 그게 바로 A였다. 복리이자, 원래는 임원진을 위해 만든 특별한 상품이라는 것, 그리고 월 34만원을 납입하면 제주도 여행권을 준다는 내용까지! 마침 새로 가입할 저축상품을 물색하고 있던 터라 잘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 생각보다 빨리 결혼식을 올리게 된 A는 이것저것 목돈이 들어갈 일이 많아지면서 결국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저축보험상품을 해약하고 말았다. 여덟 달 동안 부은 2백
50만원이 넘는 납입금 중 70만원 정도만 돌려받을 수 있었지만 그 ‘수십만원’이 다급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제주도라도 다녀왔으니 위안을 삼아야 할까?
실패의 이유 재테크를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목표 금액과 기간을 정확하게 정하는 일이다. 특히 복리여서 이율이 높은 대신 만기가 10년, 15년을 훌쩍 넘는 저축보험에 가입할 때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보험은 수익사업인 만큼 중간에 해약할 경우 일반 적금보다 원금 손실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직, 결혼 등의 변수가 있는 사회초년생의 경우 장기저축보험은 좀 더 고민해볼 것.
원금 보장’이라는 말에 속지 마세요
워낙 주변에 실패 사례가 많았기 때문일까? 주식도, 펀드도 손대지 않으며 오로지 적금에만 골몰했던 B가 가입한 상품은 의외로 해외채권형 펀드였다. 신중한 타입인 B는 ‘원금 보장’이 된다는 말에 뒤도 보지 않고 가입했는데 올해 2년 만기가 되어 환매를 하니 이럴 수가. 원금 손실이 났다. 당황한 B는 항의했지만 증권사로부터 ‘환헤지가 되지 않는 상품’이라는 답변만 받았다. 아니 느닷없이 ‘환헤지’라니?
실패의 이유 ‘헤지(Hedge)’는 위험 분산, 또는 위험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의미한다. 환율 등락으로 인한 손실을 피하기 위한 ‘환헤지’는 일정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국의 통화가치가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신청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교롭게도 B가 투자한 상품은 투자국과 우리나라 환헤지가 되지 않는 상품이었고, 환율로 인한 손실 때문에 원금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평소 재테크 지식이 부족해 ‘원금 보장’이라는 말만 믿고 덜컥 가입했던 B는 결국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다. 적어도 새로운 금융상품을 가입할 때에는 해당 용어나 투자 방식 등을 본인도 알고 있어야 한다. 돈을 무작정 부풀려주는 마법 같은 상품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달콤한 유혹, 비과세
C는 펀드로 몇 번의 수익을 얻은 경험이 있다. 하지만 펀드 수익금을 수령할 때마다 아까운 것이 있었으니 바로 수익금에 대해 지불하는 과세, 즉 세금이었다. 비과세 상품을 찾아보기로 한 C의 눈이 머무른 것은 브라질 채권이었다. 증권사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브라질 채권은 안정적일뿐더러 이율도 시중 은행 예금보다 높았고 이자, 차익, 환차익 등이 모두 ‘비과세’인 최고의 상품이었으니까. 하지만 원금의 약 5~6%에 달하는 일종의 사업비(토빈세)와 브라질의 헤알화의 약세로 비과세 혜택을 보긴커녕 손해를 보고 말았다. 심지어 그가 펀드를 환 매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올해 6월, 토빈세가 폐지되어버렸다!
실패의 이유 ‘성장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나라의 채권은 왠지 신뢰가 가기 마련. 하지만 비과세 혜택도 일단 수익이 나고 난 이후의 문제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미 국내에도 신협, 새마을금고 등이 출시한 3천만원 한도의 비과세 정기예탁금 등 ‘비과세’에 중점을 둔 훨씬 안전한 상품이 많으니 우선 기본에 충실할 것. 허리띠도 알아보고 졸라매자 직장생활 4년 차지만 저축 따윈 생각하지 않던 D는 어느 날 친구들 모두가 적금 한두 개쯤은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월 수입의 50%를 저축하기로 했다. 친구들 모두 적금을 들고도 자신과 비슷한 씀씀이로 살고 있으니 조금만 절약하면 무리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갑자기 쓰던 돈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국 생활비가 부족해진 그녀는 회사의 신탁 예금에 소액대출을 신청하게 됐고, 이후에도 크고 작은 금액이 필요할 때마다 대출을 받았다. 매월 월급에서 대출상환액이 차감되니 돈을 갚는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았고, 한번은 신용카드를 처분하고 체크카드로만 살겠다며 한 달 치 월급에 해당하는 금액을 대출받기도 했다. 결국 월급에서 차감되는 상환액이 점점 늘어나 생활비로 사용할 돈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 그녀. 이런 생활을 시작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그녀가 이래저래 회사에 빌린 금액은 5백만원이 넘는다. 적금을 찾아서 빚을 갚게 된 셈이다.
허리띠도 알아보고 졸라매자
직장생활 4년 차지만 저축 따윈 생각하지 않던 D는 어느 날 친구들 모두가 적금 한두 개쯤은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월 수입의 50%를 저축하기로 했다. 친구들 모두 적금을 들고도 자신과 비슷한 씀씀이로 살고 있으니 조금만 절약하면 무리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갑자기 쓰던 돈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국 생활비가 부족해진 그녀는 회사의 신탁 예금에 소액대출을 신청하게 됐고, 이후에도 크고 작은 금액이 필요할 때마다 대출을 받았다. 매월 월급에서 대출상환액이 차감되니 돈을 갚는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았고, 한번은 신용카드를 처분하고 체크카드로만 살겠다며 한 달 치 월급에 해당하는 금액을 대출받기도 했다. 결국 월급에서 차감되는 상환액이 점점 늘어나 생활비로 사용할 돈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 그녀. 이런 생활을 시작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그녀가 이래저래 회사에 빌린 금액은 5백만원이 넘는다. 적금을 찾아서 빚을 갚게 된 셈이다.
실패의 이유 저축을 하고, 체크카드로 살겠다는 것은 모두 바람직한 태도지만 D의 경우 현실을 생각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지출을 얼마까지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파악 없이 막연히 ‘쓰는 돈’을 줄이면 될 거라고 생각하다니!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짓이 적금을 들어 빚을 갚는 것이다. 적금 이자가 2% 초중 반대인 것에 비해 대출은 적어도 5~6%의 이자를 낸다고 생각하면 이건 ‘제로섬’도 아니고 손해다. 손해!
체리피커를 꿈꾸다
주 거래은행에서 발급받은 신용카드 한 장만 사용하던 E. 어느 날 갑자기 사용하는 금액만큼 카드사로부터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혜택이 좋기로 이름난 신용카드 몇 장을 더 발급받기로 했다. 신규 발급자와 일정 금액 이상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카드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만 누리는 ‘체리피커’를 꿈꾼 것이다. ‘VVIP 카드는 카드사가 오히려 손해를 본다더라’는 말에 통 크게 연회비 30만원에 항공권을 제공하는 VVIP 카드도 한 장 발급받았다. 문제는 E가 ‘치고 빠지는’ 체리피커가 되기엔 성격이 꼼꼼하지 못했다는 것. 카드별로 최저이용액을 맞추기 위해 이 카드 저 카드 긁다 보니, 정확한 사용 금액을 파악하는 것이 어려워졌고, 무이자할부, 커피 할인 등 어디를 가든 혜택을 주는 카드 위주로 사용하다 보니 어느새 다른 카드는 부수적으로만 쓰겠다는 처음 결심은 사라져버린 지 오래였다. 주 거래 카드의 결제대금은 물론 줄어들었지만 다른 카드들의 결제 대금을 합산해보면 예전에 비해 오히려 지출이 늘었다. 급기야 여름 휴가를 떠난 다음 달, 카드 결제대금이 모자란 E는 결국 주 거래 카드를 리볼빙으로 전환했다. 비록 여러 혜택은 누리지 못할지언정 한 번도 카드대금을 연체하지 않은 카드였는데 말이다.
실패의 이유 기억해야 할 사자성어가 있다. 바로 ‘견물생심’이다. 카드사 혜택은 오히려 쓰지 않을 지출을 만든다. 20% 포인트 결제가 가능하다고 해서 한 끼에 5만원짜리 식사를 하는 것, 무이자 할부가 된다고 해서 할부로 물건을 지르는 것이 과연 절약일까? 특히 신용카드는 지갑에서 당장 돈이 빠져나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더 관리하기가 어렵고, 결국 관리에 실패한 이들이 찾는 대안이 리볼빙이다. 신용사회에서 결제대금이 밀려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만큼 무서운 일이 없기에10%가 넘는 이자에도 불구하고 리볼빙을 신청하게 되는 것이다. 리볼빙의 가장 무서운 점은 한 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복리이자처럼 갚지 않은 돈이 자꾸만 누적된다는 사실이다. 1백만원을 사용하고 이자 10%, 결제대금의 50%를 갚는 리볼빙을 신청한다고 했을 때, 첫 달 미결제 금액은 50만원이지만 둘째 달에는 75만원에 이자 5만원까지 해서 80만원의 미결제 금액이 남는다. 2013년 10월 현재 카드 리볼빙 서비스 미결제 잔액은 6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신용카드는 잘 관리할 자신이 없다면 단순하게 쓰는 것이 제일이다.
재테크에 비밀은 필요 없다
결혼을 앞둔 F는 올해 초 고민에 빠졌다. 순조롭게 상승세를 그리던 주가가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주식을 환매해서 결혼자금에 보태려 했던 그녀의 초조함은 더욱 커졌다. 결국 그녀가 믿은 건 ‘바닥론’이었다. 지난 2년간 꾸준히 오른 주식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그녀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대출을 받아 오히려 추가로 주식을 구매하는 도박을 감행했다. 하지만 치고 올라갈 줄 알았던 바닥에 더 깊은 바닥이 있었을 줄이야! 현재 그녀의 주식은 반토막난 상태다. 다행히 적금을 건드리지 않고, 욕심을 냈던 예식을 간소하게 치르는 것으로 일은 마무리됐지만, 이제는 남편이 된 남자친구는 그녀의 마이너스 통장에 아직도 빚이 5백만원 남아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실패의 이유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은 적어도 재테크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특히 가족, 결혼을 앞둔 연인, 부부처럼 ‘경제공동체’일 경우에는 재테크에 실패했다면 혼자서 끙끙 앓지 말고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 좋다. 그동안 ‘부인 몰래’, ‘부모님 몰래’ 손실액을 어떻게든지 만회해보겠다고 무리한 바닥 투자를 감행했다가 빚더미에 오르거나 죄책감에 목숨을 끊는 경우를 우리는 얼마나 많이 보았나! 상대방이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될 경우에는 재산 손실뿐 아니라 신뢰까지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치명적이다. 불가피한 빚이 있다면 한시라도 빨리 가족과 공유할 것. 그렇지 않으면 빚과 근심이 나날이 늘 뿐이다.
내 집 마련은 차근차근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꿈꾸던 G는 주택마련장기저축의 만기일을 앞두고 평소 눈여겨본 역세권에 위치한 빌라를 계약했다.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대출을 많이 받아야 해서 부담스러웠고, ‘거품론’, ‘부동산 붕괴론’의 중심에 있는 아파트에 비해 몇 년간 시세를 유지한 빌라가 한결 안정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립한 지 반년이 넘은 G는 지금 깊게 후회 중이다. 현재 구입한 빌라와 같은 평수인 아파트의 시세가 꾸준히 오르고 있을 뿐 아니라, 빌라의 주거환경이 평생 아파트에서 살아온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2세대 가족이 주로 입주해 있고, 경비가 있던 아파트에 비해 빌라는 세입자의 신원도, 보안도 불안한 것투성이었던 것. 지금이라도 아파트 전세로 옮기고 싶지만 ‘아파트 전세가 63주째 상승’, ‘전세가 70%에 육박’ 등의 기사를 볼 때마다 한숨만 나온다.
실패의 이유 내 집 마련은 많은 이들의 꿈이지만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이 위태로울 때는 시장에서 한발 떨어져 추세를 지켜보는 편이 좋다. 이전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반전세의 등장, 무너지기 시작하는 아파트 신화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무분별한 공급, 턱없이 높은 분양가 등을 이유로 브랜드 아파트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하지만 편의시설과 녹지가 잘 조성된 대규모 단지는 수요가 끊임없으므로 차후 매매를 목적으로 한다면 역세권에서 조금 벗어나 있더라도 대단지 아파트를 노릴 것. 최근에는 오래된 아파트를 구입해 리모델링해 사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오래된 아파트는 시설이 노후한 대신 입지가 좋고, 주변에 편의시설이 잘 형성되어 있을 뿐 아니라 전세가가 상한가를 치는 요즘에는 새 아파트의 전세 가격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금액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이마루
- 아트 디자이너
- Illustration | Lee Bo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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