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책도 재미있다
우리를 숲으로 여행하게 만드는 다섯 권의 착한 책.
솔직하게 털어놓기로 한다. 자연적인 삶을 이야기할 때, 혹은 숲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책 <월든>. 아름답고 의미 있는 책이지만 ‘재미있다’고는 차마 말하진 못하겠다. 난 이 책을 입원한 친구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그냥 푹 자라고 말이다. 용기 낸 김에 한 가지 더.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 역시 글을 재미있게 쓰는 사람은 아니었다. 숲 속의 평화와 무소유의 자연적 삶을 사랑하는 착한 책에게 재미까지 요구하는 건 너무 큰 욕심일까? 그러나 로저 디킨이 쓴 <나무가 숲으로 가는 길>에 대해서는, 재미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물론 이 책이 빌 브라이슨이 좀 모자란 것이 틀림없는 친구와 함께 미국 산맥을 횡단하는 <나를 부르는 숲>처럼 코믹하게 웃기지는 않는다. 그 책은 빌 브라이슨 특유의 시니컬한 익살 때문에 웃겨도 너무 웃기니까 말이다. 하지만 로저 디킨은 품위를 지키면서도 흥미롭고 재미있는 글을 쓴다. 이건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환경운동가가 되기 이전, 광고 카피라이터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리고 저널리스트였던 저자의 약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재미없고 지루한 광고인이 상상이 되나? 심지어 영국인인데? 1999년, 디킨은 영국의 여러 강과 호수에서 수영을 한 경험을 담은 <워터로그>를 펴냈고, <나무가 숲으로 가는 길>은 저자가 뇌종양으로 급작스럽게 사망한 후에 출간되었다. 아마 그가 살아 있었더라면, 나는 이달 인터뷰를 청했을 것이다. 이 책은 그가 영국과 세계를 누비며 만난 나무 그리고 숲과 사람에 대한 만남과 여행의 기록이다. 그는 마치 한순간도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도시인들처럼 숲과 숲 속의 진짜 주인들을 바라본다. 그래서 따뜻하고 총명한 그의 글은 가끔씩 파브르 곤충기가 되거나 시튼 동물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다시 로저 디킨으로 돌아온다. 숲에 관한 경쾌하고 매혹적인 탐험의 기록이다. <아버지의 오래된 숲>은 좀 더 진지하고 서사적이다. 아니, 인간과 숲의 서사 그 자체다. <아버지의 오래된 숲>은 생물학자인 하인리히 가족이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폴란드에서 독일로,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오는 이야기다. 살아남는 것을 걱정하면서도 숲과 생물학에 대한 열정은 놓치지 않는 순수함. 저자는 할아버지는 고사하고 아버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모르는 자식들에게 남겨줄 생각으로 이 책을 썼다고 고백한다. 연구하는 평화로운 삶을 살았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인생은, 전쟁을 겪으면서 소설을 뛰어넘는 드라마틱한 전개를 맞는다. 그 시대는 숲도 인간도 살아남아야 하는 시절이었다. 평화가 도래하면서 숲은 다시 울창해졌다.
하인리히 가족의 고난은 어쩔 수 없는 시대와 역사의 산물이었다고 치자. 그런데 숲 속에서 진정한 무한 도전을 펼친 사람도 있다.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의 부제는 ‘일리노이 주립대 학장의 아마존 탐험 30년’이다.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있어’는 피다한 부족 사람들이 사용하는 밤 인사다. 미리 말해두자면, 뱀은 아무것도 아니다. 저자 다니엘 애버릿이 처음부터 숲을 보기 위해 아마존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선교사로 아마존 정글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오히려 신앙을 버리고 언어학에 몰두하게 된다. 이들의 언어에는 ‘소유’ ‘믿음’ ‘걱정’ ‘미래’와 같은 단어가 없으며, 이들의 삶은 오로지 ‘지금’ 속에서만 존재한다. 그에게 아마존의 숲은 자신이 믿고 살고 있던 세계가 우물과 같았음을 깨닫게 해주는 우주 같은 존재였다. 여기까지의 책을 모두 읽었다면, 우리나라의 숲이 그리워질 것이고, 마음을 정화시키는 고요한 숲 또한 그리워질지 모른다. 그럴 땐 우리나라의 숲의 사계를 아름답게 그린 <정원 소요>와 <아침 수목원>을 보길. <정원 소요>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 수목원인 천리포 수목원의 사계를 정갈하고 정성껏 담았다. 저자인 이동협은 이 수목원을 6년 동안 101번을 방문했다. 그 사이 수목원의 달팽이 한 마리도 그의 얼굴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숲 속에서 오두막을 짓고 살 수 없다면, 숲과 정원이 어우러진 곳을 자주 찾으면 된다고 말이다. ‘Tree Hugger’로 유명한 조안 말루프는 <나무를 안아보았나요?>에서 말했다. “소나무가 목재가 아니라는 사실은 사람이 목재가 아닌 이유와 같다. 삶의 목적이 그저 왔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듯 나무의 진정한 목적은 판자나 집을 지을 때 쓰는 기둥이 아닌 것이다. 우리가 나무를 대하는 태도를 다시 살펴보고 그 관계를 새롭게 맺는다면 우리는 다른 종과 관계를 맺는 방식도 좀 더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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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독의 권유> 장석주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 없다고 노래한 시인 그의 고독은, 고독할 수가 없다. 시인의 시골 생활은 ‘수졸재’라는 이름의 서재 겸 작업실에서 시작되고 완성되었다. 독서광인 시인은 이곳에서 계절을 벗삼아 책을 읽고 있다. 다산책방.
2. <사물의 언어> 데얀 수직
사물은 우리에게 ‘디자인’이라는 방식으로 대화를 시도하고 우리의 마음을 훔친다. 런던 디자인뮤지엄의 관장인 저자는 디자인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의 문화 언어라고 말한다. 디자인의 본질과 사회의 의사소통을 읽는 책이다. 홍시.
3. <어떤 이는 갈색 머리로 태어나고 어떤 이는 외롭게 태어난다> 타오 린
세계 문단의 신예 타오 린의 단편집으로 원제는 <Bed>. ‘혼자가 익숙한 침대’가 상징하듯 아홉 명의 각기 다른 외로움과 사랑을 감각적이고 거칠게 그려낸다. 당신의 외로움도 여기에 있다. 푸른숲.
4. <모두, 안녕히> 구보데라 다케히코
누가 어린 시절을 아름답다고 했나. 충격과 트라우마로 은둔형 외톨이가 된 주인공 사토시는 좀처럼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그 작은 세상에서도 결국 희망을 찾아낸다. 그는 자신이 만든 감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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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허윤선
- 포토그래퍼
- 나경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