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가 있는 풍경

개와 고양이, 반려동물과 아름다운 시간을 보낸 순간을 담은 책들.

개와 고양이. 이들과 함께한 삶을 담은 책.

여기 아주 평범한 남자가 있다. 이름은 험프리. 얼마 전 할아버지의 죽음과 여자친구와의 이별을 한번에 겪은 그는 세상이고 뭐고 다 싫다는 마음으로 미국 횡단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떠난 지 얼마 안 되어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매디’라는 암컷 쿤하운드 강아지를 입양하게 된다. 이 매디에게는 엄청난 재능이 숨어 있었으니, 바로 눈부신 균형감각! 그것이 깡통이든, 지붕이든, 바퀴든 매디는 완벽하게 균형 잡힌 포즈로 설 수 있었다. 험프리는 매디의 포즈를 촬영해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금세 몇만 명의 팬이 생겼다. 그렇게 < 매디의 균형 감각 > 이 탄생했다. 이 책은 험프리와 매디가 365일간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로 채워졌다. 별다른 글도 보이지 않지만,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배경은 달라도, 여전히 꼿꼿한 매디의 균형감각만으로도 웃음이 절로 난다. 험프리는 말한다. “매디를 만나기 전의 내 인생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매디 덕분에 나는 배운 것이 많다. 무엇보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 위에 올라가서 균형을 잡고 서 있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를 배웠다.”
여기 특별한 소년이 있다. 이름은 로칸. 특정 상황에서 말을 전혀 할 수 없는 ‘선택적 함구증’과 자폐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함께 가진 아이다. 로칸은 집 밖으로 나서면 친구들과 전혀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버만 아기 고양이 제시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소년은 변하기 시작한다. 로칸은 제시에게 말을 걸고, 제시는 ‘야옹’ 소리로 화답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동물의 울음소리가, 로칸에게는 다정한 답이 된다. “제시의 야옹 소리는 무척 큰 편이었고, 아이의 수다에 거의 대답을 해주었고, 로칸은 더 신이 나서 떠들곤 했다.” 엄마에게도 한 적 없는 사랑한다는 말을 고양이에게는 하는 로칸. 이윽고 로칸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기 시작한다. 고양이 한 마리가 침묵의 세계에 갇힌 어린 왕자를 현실로 꺼내온 것이다. < 고양이 제시, 너를 안았을 때 > 에는 그 놀라운 하루하루가 그려진다. 말을 할 수 없었던 로칸은 이제 수업시간에 책을 읽고, 연극 무대에도 참여한다. 엄마인 제인 딜런이 두 사랑스러운 피조물이 성장하는 과정을 기록했다.
그것이 고양이거나 개이거나, 반려동물은 누군가를 주인으로 삼게 되지만, 어느 순간 누가 누구를 돌보느냐의 경계는 퇴색해버린다.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를 위트 있게 바꾼 < 신사 고양이 > 는 어떤가. 소설가이자 시인 메이 사튼은 고양이에게 ‘털복숭이 인간(Fur Person)’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한다. 털복숭이 인간의 시점에서 써 내려간 이 독특한 저작물은 그 어떤 책보다 고양이라는 종족을 잘 설명해준다. 만화가 한혜연의 < 빵 굽는 고양이 > 에서도 두 고양이와 함께하는 소박한 일상이 그려진다. 어느 날 실직한 주인공의 취미는 베이킹이다. 가족인 두 고양이는 물론, 주인공을 둘러싼 친구들 위로 고소한 애플타르트와 모카빵 굽는 냄새가 난다. ‘올드독’이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정우열. 두 마리의 개 소리와 풋코를 위해 제주로 이사할 정도로 충직한 견부였던 그가 처음으로 두 마리와 함께하는 삶을 사진과 글, 일러스트로 담은 책 < 개를 그리다 > 를 냈다. 이 책이 출간되고 한 달 뒤, 소리가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모두가 두려워하던 그날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왔다. 반려동물을 가진 사람들은, 네 발 달린 친구이자 가족이 세상을 떠나는 걸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말한다. 무지개 다리를 건너, 착한 반려동물이 사는 나라로 간 모든 반려동물에게 안부의 인사를. 우리는 오래도록 잊지 않을 테니까.

    에디터
    피처 에디터 / 허윤선
    포토그래퍼
    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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