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봤네
15년 동안 갇혀서 TV만 본 〈올드보이〉의 최민식은 천재가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리얼리티 쇼로는 다양한 인생을 맛보고, 드라마에 빠져서 시간가는 줄도 몰랐을 것이다. 단, 채널만 제대로 골랐다면! 누가 TV를 바보상자라고 했는가.
우리들의 교양전집
자꾸 보면 볼수록 똑똑해질 거예요.
〈낭독의 발견〉 목요일 밤 12시 35분 KBS 1TV
소리 내어 글을 읽는다는 것이 지나간 시대의 유물만은 아니다. 눈으로 읽는 글자가 사람의 목소리로 표현될 때의, 제각기 다른 공명통에서 나오는 소리는 의미를 갖는다. 시와 소설, 수필, 오페라의 한 단락과 편지 등 모든 글이 낭독의 대상이 되는 이 프로그램은 벌써 6년째 낭독과 연애 중이다. 주름진 아코디언 연주자 심성락과 하림, 시인 고운기와 반도네온을 켜는 고상지가 함께 음악 같은 글을 노래처럼 읽고, 35년간 일해온 집배원이 안도현의 <낡은 자전거>를, 자전거 가게 주인이 황동규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를 가만히 읽어줄 때, 이 프로그램이 참 고맙다.
〈냇지오 스페셜〉 금요일 밤 10시 내셔널 지오그래픽
하루 종일 한 채널만 봐야 한다면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을 선택할 것 같다. ‘다큐멘터리’라는 이름으로 다루지 못하는 건 없으니까. ‘다큐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사명으로 기운차게 태어난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은 줄여서 ‘냇지오’라는 이름으로 더 자주 불리고 정말 온종일 다큐멘터리가 나온다. ‘냇지오 스페셜’은 모르는 게 없고, ‘냇지오밀리터리’는 일명 ‘밀리터리 덕후’들에게 인기가 많다. 일본 식문화 안에 당당히 자리 잡은 재일한국인들의 모리오카 냉면처럼 인간의 삶과 역사가 겹쳐지는 주제부터 ‘예수에 관한 10가지 의문’ 같은 전 세계적 뜨거운 감자, 이스터 섬의 비밀처럼 어린시절 미스터리 문고를 보면서 키워온 호기심은 도대체 냇지오가 아니면 어디서 푼담. 게다가 이 둥근 지구도 모자라서 우주까지 확대해서 보여준다.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 일요일 오전 11시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는 지난봄 100회를 맞은, 시사 프로그램답지 않게 롱런하고 있는 시사 인터뷰 프로그램이다.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 부활의 김태원부터 퀸시 존스, 이문열, 산드라 오, 북한에 피랍되었던 유나 리 등 백지연의 테이블에는 누구든 앉을 수 있지만 아무나 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시간을 들여 차분하게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이 프로그램은 결국은 사람이 멘토라는 걸 일깨운다. 백지연이라는 걸출한 앵커의 힘을 낭비하지 않고 보여주는 점도 좋다.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보다 부담이 없으면서도 그때그때 화제가 되는 인물을 볼 수 있는 뉴스전문채널 YTN의 〈공감 인터뷰〉도 참 괜찮은 프로그램. 구자철, 전유성, 은희경 등 각계의 인사를 만나는데 인터뷰어의 역할을 최소화한 편집으로 마치 인물의 모노드라마를 보고 듣는 느낌이다.
〈지식채널e〉 토요일 오후 4시 EBS
지난 만우절, “그동안 지식채널e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오늘이 마지막이다”라는 PD의 트윗이 등장했다. 금세 만우절 농담이라는 게 밝혀지긴 했지만, 그날 하루 종일 타임라인이 들썩들썩했다. 그만큼 이 프로그램이 사랑과 무한한 신뢰를 받고 있다는 걸 증명했던 해프닝. 단 5분밖에 되지 않는 이 프로그램은 언제나 머리와 심장을 동시에 두드리는 감동을 준다. 책으로도 꾸준히 출판되고 있고, 지식채널e 이름으로 컴필레이션 앨범이 나올 정도로 배경음악 선정에도 일가견이 있다. 매주 토요일 4시에는 한 주간 방송된 프로그램을 몰아서 보여주는 ‘지식채널e 위클리’를 방송한다.
한국기행 월~금 오후 9시 30분 EBS
〈1박2일〉을 보는 재미의 반이 〈6시 내 고향〉처럼 우리나라 곳곳을 보는 것에 있다면 차라리 〈한국기행〉을 시청하길.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은 한국의 곳곳이 펼쳐진다. 비슷한 세계 테마 기행도 있지만, 분위기와 깊이는〈한국기행〉을 따라갈 수 없다. 무엇보다 리포터와 패널의 시종일관 어수선하고 방정맞은 멘트가 없다는 점이 최고 장점이다. 가능한 한 잘 알려지지 않은 전국 방방곡곡의 비경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는다는 취지처럼, 무릉도원 같은 곳곳을 보여주는 만큼 사람들의 이야기도 잊지 않는다. 가장 최근 방송된 곳은 성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지형이 별처럼 여서 성주라는 것도, 이곳의 ‘0번 버스’가 마을 사람에게 얼마나 귀한지도 〈한국기행〉을 보고 알았다.
〈세계의 명화〉 토요일 밤 11시 EBS
씨네필의 어린 시절에는 〈주말의 명화〉가 있었다. 공중파의 영화 틀어주는 역할이 대폭 축소된 지금, 여전히 좋은 옛날 영화를 보여주는 건 EBS가 유일하다. EBS는 코너마다 각기 다른 영화를 선보이는데, 〈세계의 명화〉는 올드 영화팬의 향수와 영화학도의 열망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고전 영화를 상영한다. 한 달 동안 테마를 정해 작은 영화제를 열기도 하는데, 지난 7월에는 납량특집으로 히치콕 감독의 달로 〈새〉, 〈이창〉, 〈39계단〉, 〈현기증〉 등을 방송했고 뒤를 이어서 8월에는 샘 페킨파 감독 특집으로 〈철십자 훈장〉, 〈패튼대전차군단〉, 〈지상최대의 작전〉을 방영했다. 〈금요극장〉은 접하기 힘든 아시아와 남미 지역의 좋은 영화를 선보이는데, 극장과 방송과의 시간적 거리가 가장 짧다. 〈일요시네마〉는 일요일 낮 시간인 만큼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자주 튼다. 잉그리드 버그만, 오드리 헵번, 소피 마르소 등이 단골 출연자.
〈스페이스 공감〉 목요일 밤 12시 35분 EBS
우리나라의 대표 음악 방송은 〈나는 가수다〉가 아니라 〈스페이스 공감〉이다. 가장 음악 방송다운 음악 방송. 우리나라의 대표 음악 프로그램으로, 내한한 해외 아티스트가 유일하게 서는 방송이 될 때도 많다. 립싱크는 물론 R도 거부하는 철저한 라이브 위주의 방송이다. 〈스페이스 공감〉의 신인발굴 프로그램 중 하나인 ‘헬로 루키’는 새로운 아티스트의 데뷔 무대로 유명하다. 특히 ‘올해의 헬로 루키’로 뽑힌 사람들은 몇 년 후 음악의 중심에서게 되는데, 일례로 2008년 ‘올해의 헬로 루키’는 국카스텐, 장기하와 얼굴들이 수상했고 2009년에는 아폴로18, 좋아서 하는 밴드가 수상했다.
네버 엔딩 드라마
드라마 보다가 밤새는 줄 모르죠. 24시간 잘만 돌아가요.
〈신의 퀴즈〉 2 금요일 밤 12시 OCN
케이블 드라마의 완성도를 이야기할 때 결코 빠지지 않는 드라마가 국내판 메디컬 스릴러 드라마인 〈신의 퀴즈〉다.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의 주연배우 류덕환이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는 여기서 신의 연기를 보여준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연기를 참 잘한다. 피와 살이 난무하는 미드보다, 〈신의 퀴즈〉가 더 무서운 건 역시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해서. 역시 사람이 제일 무섭다
〈더 킹〉 화요일 밤 11시 채널 스크린
킹은 ‘영드’도 아니고 ‘미드’도 아닌 ‘캐드’. 캐나다 드라마다. 여형사인 킹이 주인공인 수사물로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아서 딱 좋다. 〈클로저〉의 브렌다 반장이나 〈콜드케이스〉의 릴리 형사와 달리 킹은 여자의 부드러움과 형사로서의 강인함을 모두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다만 그녀가 포기할 수 없는건 하이힐. 그렇다. 킹은 마놀로 블라닉과 지미 추를 신으며, 연하의 경찰관 남편 사이에서 아이를 얻기 위해 남몰래 허벅지에 호르몬 주사를 찌르는 보통 여자, 올 상반기 화제를 모은 음침한 스릴러물 〈더 킬링〉의 새라 린든 반장과 더불어 가장 설득력 있는 캐릭터가 되었다.
〈정글〉 일요일 밤 12시 15분 FOX
‘메디컬 어드벤처’를 표방하는 새 미드. 미국에서 방송된 원제는 〈Off the Map〉이다. 슈바이처가 아프리카로 떠났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땅보다 더 크다는 남미의 정글 속 진료소는 충분히 거칠고. 헌신으로 똘똘 뭉친 의사와 사고치고 도망치듯 떠난 수련의 등 각자 사연을 안고 오지의 진료소로 모여든 사람들은 질병을 옮기는 모기, 뱀은 물론 의료품 부족과 원주민들의 무지와도 싸워야 한다. 〈그레이 아나토미〉의 제작자인 숀다 라임스가 야심차게 제작했다. 정글의 시원하고 넓은 풍경은 볼만하지만, 확 끌어당기는 매력은 없다. 물론 오지 속에서도 연애는 한다.
〈크리미널 마인드 워싱턴D.C> 화요일 밤 12시 50분 FOX
시리즈가 성공하면 번외 편인 ‘스핀오프’가 생긴다. FBI의 범죄자 프로파일 부서를 그린 〈크리미널 마인드〉 역시 미국 내 시청률 10위 안에 항상 드는 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에도 고정 팬이 많다. 전세기를 타고, 정장 입고 다니는 요원이 등장하는 본편과 달리 스핀오프인 〈크리미널 마인드 워싱턴D.C〉는 훨씬 자유분방하다. 어느 정도냐 하면, 사무실도 없으며 무에타이 도장을 사무실처럼 쓰고 있다가 사건이 일어난 어느 곳이든 달려간다. 〈라스트 킹〉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연기파 배우 포레스트 휘태커가 이 스핀오프 팀의 수장이다. 한편 미국 내 시청률 1위인 〈미해군 범죄수사대 NCIS〉와 검찰과 경찰의 활약을 그린 장수 프로그램 〈로앤오더〉는 모두 LA 스핀오프를 내놓았고 국내 케이블에서도 방송되고 있다. 결과는 〈NCIS : LA〉는 성공, 〈로앤오더 : LA〉는 실패.
〈니키타〉 화요일 밤 11시 StoryOn
사랑과 임무,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했던 뤽 베송 감독의 여전사 니키타는 당대의 아이콘 같은 캐릭터였다. 미국으로 넘어가 〈니나〉라는 리메이크 작을 남기기도 했었다. 드라마로 무대를 옮긴 니키타는 시대의 요구대로 더 날씬해지고, 착해졌으며 한층 더 영리해졌다. 매기 큐가 니키타 역을 맡아 강도 높은 액션 신을 소화하는 이 드라마는, 킬링 타임용으로 제격이다. 가장 큰 장점이 속도감. 반응이 좋지 않으면 종영되는 게 미드의 운명이지만, 니키타는 시즌 2를 계약했으니 마음 놓고 시즌 1에 집중해도 좋겠다.
〈하와이 파이브-오〉 수요일 밤 11시 OCN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조기 종영되어 미드 팬들이 ‘캔슬공장장’이라는 불명예 별명을 지어준 알렉스 오로린의 징크스가 드디어 깨졌다(알렉스 오로린이 다니엘 헤니와 함께 출연한 〈쓰리 리버스〉는 한 시즌도 못 채우고 조기 종영했다). 하와이의 수사팀 ‘파이브오’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로, 진지한 캐릭터와 개그 캐릭터가 섞여 있는 전형적인 미국 수사물이다. 미국에서도 상당히 성공해서 현재 시즌 2가 제작 중인데, 우리나라에서도 반응이 좋은편. 특히 그레이스 박, 대니얼 대 김과 같은 한국계 배우들이 주연을 맡아 드 팬들을 뿌듯하게 하고 있다. 하와이의 아름다운 풍경과 다양한 문화적 배경, 새우트럭 같은 명물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CSI : 뉴욕>〉 월요일 밤 11시 OCN
지금 온스타일은 〈CSI : 뉴욕〉의 마지막 시즌을 방송 중이다. 10년 가까이 국 시청률을 지배하던 CSI가 이제 내리막을 걷는 것일까. CSI 시리즈 중〈CSI : 뉴욕〉이 가장 먼저 종영함으로써 남은 CSI의 향방도 알 수가 없게 되었다. 특히 〈CSI : 라스베이거스〉에서 길 그리섬 반장의 자리를 대체한 랭스턴 박사(로렌스 피쉬번)가 빠지고, 첫 시즌부터 지금까지 함께해온 캐서린 윌로우즈(마그 헬젠버그)도 하차가 결정된 상태. 맥 테일러 반장을 만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다. 9.11 테러로 아내를 잃고, 그 트라우마를 묻고 뉴욕이라는 광폭하고도 아름다운 도시를 지켜온 그의 등은 늘 쓸쓸했다. 오랫동안 고마웠어요.
Reality Bites
단순히 재미로 보는 건 아니에요. 그곳에 인생이 있어요.
〈겟잇뷰티〉 수요일 밤 11시 Onstyle
마니아층이 두터운 뷰티 전문 프로그램. 처음에는 정말 될까? 싶었지만 지금은 절찬리 방영 중.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주는 방식으로 뷰티 내공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이지만, 출연한 제품을 동나게 하는 ‘뷰티 끝판왕’의 면모도 있다. 아름다워지는 100가지 방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지만, 〈겟잇뷰티〉가 전하는 가장 명확한 메시지는 이것이다. 어떤 것도 그냥 얻어지지는 는다는 것. 타고나길 예쁜 사람도, 꾸준히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 얼굴이 처지고 안색이 나빠지며 하다못해 등에도 여드름이라도 난다!
〈짝〉 수요일 밤 11시 35분 SBS
우리 시대의 사랑과 결혼을 보여주겠다는 제작진의 취지처럼, 〈짝〉은 착착 진행 중이다. ‘돌싱 특집’이 상처 받은 영혼들이 다시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담고, 그 안에서 보다 현실적인 선택이 이루어진다는 걸 보여준다면 일명 ‘해운회사 딸’이 등장한 10기는 이성에게 어필하는 가장 매력적인 가치는 외모도, 직업도, 학벌도 아닌 자신감이라는 걸 말해준다. 제작진들이 앞으로도 노총각 노처녀 특집, 외국인 특집 등 우리 옆에서 벌어지는 연애를 계속 애정촌으로 불러 모으겠다고 밝힌 만큼, 〈짝〉은 계속 흥미로울 것 같다. 개팅에 늘 실패한다면 프로그램을 보면서 반성하길.
〈청담동 새벽 1시〉 월요일 밤 12시 MBC every1
밤에만 문을 여는 식당이 있다. 식당 주인이 조폭이라는 설도 들린다. 메뉴는 백반뿐이지만, 재료만 있다면 손님의 먹고 싶다는 건 다 만들어 준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일본의 만화와 드라마인 〈심야식당〉인데, 식당 주인은 다름아닌 정보석! 콘셉트와 포맷만 보자면 〈수미옥〉과 비슷하고, 다소 좁은듯한 공간에서 도망갈 틈 없이 리얼한 토크쇼를 진행하는 콘셉트는 〈택시〉와 비슷한데 요즘 승승장구 중인 정보석 덕분에 프로그램이 산다. 이제 5회밖에 방영되지 않았지만 배종옥, 최다니엘 등 식당을 찾아온 손님은 썩 괜찮다. 그래서 향방이 궁금하다.
〈언더커버 보스 : 회장님은 위장 취업 중〉 방송 예정 MBC
〈어프렌티스〉가 도널드 트럼프 회장의 눈에 들기 위한 견습생들의 무한 도전이었다면 〈언더커버 보스〉는 직접 회장님께서 낮은 곳으로 임하셔서 누가 착한 직원인지 나쁜 직원인지를 가린다. ‘함께 일하던 말단 사원이 알고보니 회장님 아들이었더라’라는 드라마의 공식이 회장님이 직접 등장하는 다큐멘터리로 바뀌었을 때의 지점은 묘하다. 초심을 잃었거나, 일선 직원들의 고충을 몰랐던 회장님은 가슴이 뭉클해지고 성실하고 착한 직원은 상을 받는 해피엔딩.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생활의 달인〉에서나 볼 수 있었던 노동의 숭고함이 느껴진다. MBC에서 박명수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었던 <언더커버 보스>는 올 가을 시즌 3으로 돌아올 예정.
〈휴먼 서바이벌 도전자>〉 금요일 밤 11시 KBS2
처음에는 모두가 이 프로그램을 이상하다고 했다. 리얼리티 쇼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서바이버〉를 적극 모방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휴먼 서바이벌 도전자〉는 〈서바이버〉에 비해 너무나 부족했다. 오지에 떨궈놓고 생존을 꾀해야 하는 〈서바이버〉와 달리 하와이의 리조트는 편안해 보였고, 미션은 〈출발 드림팀〉 수준이었다. 그러나 회가 지날수록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이 흥미로워졌다. 명예와 평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였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장면들이 화면에 걸리곤 하니까. 가장 큰 문제가 있다면 뜬금없어 보이는 심사위원들이다. 왜 탈락자 투표 전부를 멤버들에게 맡기지 못할까. 여전히 방송은 권력을 놓고 싶어 하지 않는다.
〈기적의 오디션〉 금요일 밤 11시 SBS
〈기적의 오디션〉을 보면 노래를 부르는 오디션은 차라리 쉽다는 느낌이 든다. 사람 앞에서 어떤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건 대단한 용기와 재능을 필요로 한다는 걸 깨닫게 한다. 게다가 모든 우리나라의 오디션 프로그램 중에서 〈기적의 오디션〉의 심사위원들이 가장 전문적이고 냉철한 눈을 가지고 있다. 곽경택, 이범수, 이미숙, 김갑수의 심사평은 설득력이 있고 수긍이 가며, 무엇보다 심사 전달력이 뛰어나다! 〈기적의 오디션〉을 계속 보다 보면 발연기로 유명한 몇몇 연기자에게 너그러워지는 효과도 있다.
〈다이어트 워5〉 목요일 밤 12시 스토리온
그때그때 유행에 따라 다이어트 책은 참 많이도 나온다. 그러나 〈다이어트 워〉만큼 피부에 닿는 솔루션은 없다. 〈다이어트 워〉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도전 팻 제로〉와 〈다이어트 워〉가 주장하는 바는 한결같다. 아름다움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 적절한 체중 관리는 필요하며, 체중 관리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한 가지가 아니라 식생활의 변화, 끊임없는 운동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정신. 〈다이어트 워〉는 벌써 5번째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다.
〈잇 푸드트럭〉 월요일 밤 10시 올리브TV
올봄 캘리포니아 출장을 갔을 때, 한국에서 왔다는 나에게 사람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미국에서 지금 가장 핫한 한국인 셰프는 미슐랭의 별을단 레스토랑이 아닌 길거리 트럭에 있다고! 이른바 ‘고기트럭’이 그것. 푸드 전문 채널 올리브TV에서 방송하는 〈잇 푸드트럭〉은 미국식 노점상인 푸드 트럭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이다.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샌드위치, 햄버거, 케이준 푸드 등 각기 다른 맛의 7대의 푸드트럭이 최고의 맛을 위해 도전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푸드트럭 레이스〉까지 보자니, 푸드트럭 산업은 앞으로도 번창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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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허윤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