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민의 한 수

남자가 유난히 좋아하는 남자. 고함만 지를 줄 아는 줄 알았는데 천재 같은 면모도 있는 남자. 장동민은 지금 예능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다.

장동민이 ‘웃기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종종 <코미디 빅리그>에서 스스로 분장하듯, 메기를 꼭 닮은 외모로 시종일관 고함을 쳐대는 그 원초적인 재미 앞에 무장 해제되지 않을 이는 없다. 유난스러운 점이 있다면 장동민을 향한 남녀의 호감도 차이다. 그가 MC로 등장하는 <남자의 자격>의 ‘자취남녀 특집’ 편에서 남자들 사이에서는 유재석을 제치고 ‘룸메이트하고 싶은 남자’로 뽑혔지만 여자 출연자들이 뽑은 ‘자취방에 가장 초대하고 싶지 않은 남자’ 1위도 그였다. 1위와 꼴찌, 모두 차지한 셈이다. 이유가 뭘까? 남자들은 목소리 큰 장동민이 ‘낯선 사람을 잘 처리할 것 같다’며 그를 지지했고, 여자들은 ‘자기가 어지럽히고 나보고 치우라고 할 것 같다’며 그를 피했다. 어쨌든 장동민이 어떤 의미에서 매우 한국적인 남자라는 것은 확실하다. 집주인과 말로 싸워 이길 수 있을 것처럼 한국 사회의 룰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그에게는, 다른 이에게 집안일을 떠넘길 것 같은 가부장적인 면모도 보인다. 부모님, 누나, 매형을 비롯해 11명의 대가족이 한집에 살며 가족의 생계를 자기가 책임지고 있다는 그의 가정사는 이런 이미지를 부추긴다. 그래서 어떤 남자들은 장동민에게서 사라져가는 것만 같은 한국 남자의 권위를 본다. <비정상회담>과 <속사정 쌀롱>에서 털어놓았듯 “가족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10년 동안 가장 많이 쉰 기간이 5일에 불과하지만, 가족이 모여 살아 행복하다”는 장동민의 말은 21세기를 사는 30대 남자보다는 수십 년 전 ‘아버지’의 모습에 가깝다. 옛날 여자친구에 대한 에피소드는 어떤가. 입대 당시 자신을 찼던 여자친구에게 다시 만날 것 같은 뉘앙스를 비쳤다가, 여자가 감동의 눈물을 보이자 “뻥이야 이X아!”라고 외쳤다는 그의 이야기는 통쾌하다며 웃어 넘기기엔 확실히 미묘한 구석이 있다. 여자의 외모에 대한 평가에도 거침이 없다. <라디오스타>에서 함께 출연한 신봉선에게 ‘고쳐도 못생겼다’, ‘추녀 중의 추녀’라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신봉선에게 곧바로 ‘쓰레기예요’라고 반격당하긴 했지만, 확실히 ‘요즘 남자’들이 눈치 보며 하는 이야기를 그는 속 시원하게 방송에서 질러낸다.

애매하게 말하는 게 습관이 된 세상에서 바로 핵심에 접근하는 장동민의 화법은 제법 매력적이다. 게다가 그는 사회가 허용하는 수위를 정확하게 알고 능수능란하게 표현을 조절한다. 막말의 아이콘이지만 도를 넘은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것은, 그가 사회적인 규칙이나 정서를 매우 명민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의 놀라운 감이나 사회적인 눈치가 빛을 발한 것이 바로 <더 지니어스: 블랙 가넷>이다. 한 번도 데스매치까지 간 적은 없지만 항상 분위기를 압도하고 재빨리 판을 꾸리며 소위 ‘천재’들 사이에서 승승장구하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누구보다도 한국 사회에 ‘최적화’된, 명민한 사회적 동물을 보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비록 그가 서 있는 사회는 여전히 남자들의 사회에 가까워 보이지만 말이다.

    에디터
    피처 에디터 / 이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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