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은 드라마의 미래다
지금 브라운관에서 활약 중인 ‘연기돌’의 행보를 세 명의 칼럼니스트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다들, 잘하고 있나요?
<상속자들>, 박형식
<상속자들>의 명수는 열여덟 살 소년 그 자체다. ‘남고딩’ 특유의 장난기와 천진함을 골고루 갖췄다. 이러한 소년다움은 명수가 또래 상속자들 사이에서 특유의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힘이다. 이는 ‘연기돌’ 박형식이 존재감을 잃지 않는 이유와도 관련이 있다. 명수에게는 애교 많고 솔직한 박형식의 실제 성격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 애증으로 뒤얽힌 쌍둥이 형제의 1인 2역(<시리우스>), 미래의 자신과 마주치고 혼란을 겪는 소년(<나인>) 등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온 그가, 드디어 자‘ 연인’ 박형식과 가장 가까운 얼굴을 선보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상속자들>은 박형식에게 작은 비중에도 불구하고 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아이돌 이미지를 벗기 위한 무리한 변신이나, <진짜 사나이> 속 모습과 굳이 거리를 두려 하지도 않고, 실제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기에 녹여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 ‘자연스러움’이야말로 모든 ‘연기돌’이 배우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 덕목이다. 박형식의 미래는 밝다. – 김선영
<응답하라 1994>, 바로
연기를 시작한 아이돌이 통과의례처럼 거쳐가는 연기력 논란은 몸에 맞지 않는 과한 옷을 입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연습도, 연기관도 부족한 상태에서 주인공을 겁 없이 맡겨놓으니 탈이 날 수밖에.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응답하라 1997>로 데뷔한 인피니트의 호야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냥 멤버 중 하나였던 그가 성정체성 문제라는 남다른 고민을 안고 있는 인물 강준희를 그처럼 잘 표현해낼 줄이야! 이번 <응답하라 1994>에서 순둥이 빙그레 역할을 맡은 B1A4의 바로도 비슷한 상황이다. 곱상한 외모에 어리바리하면서도 차분한 말투, 거기에 상남자 쓰레기(정우)를 향한 동경의 시선까지 보태져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아마 앞으로 B1A4의 무대를 보게 되면 눈을 크게 뜨고 바로를 찾게 되지 않을까? 아이돌의 연기 도전은 이렇게 잘할 수 있는 역할을 골라 한 걸음한 걸음 공부하듯 앞으로 나아가는 게 정답이지 싶다. 아, 맞다. 서태지를 좋아하는 욕쟁이 윤진이 역할의 도희도 아이돌 멤버라고 한다. 타이니지, 윤진이 덕에 알게 된 그룹이다. – 정석희
<메디컬 탑팀>, 민호
샤이니에서 조각상을 담당 중인 민호이기에 연기자로 영역을 옮겨도 별 어색함이 없을 거라 생각해왔다. 하지만 드라마 속 그를 볼 때마다 무대 위에서의 민호가 그리워진다. 여타 아이돌에 비해 연기력이 뒤처지는 것도 아니고, 발성도 꽤 안정적인데 아직까지 연기자로서의 성장가능성은 미지수다. 왜 그런 걸까. <아름다운 그대에게>에서 <메디컬 탑팀>까지, ‘배우 최민호’의 필모그래피는 동어반복이다. ‘훈남’과 ‘엄친아’. 배역 선택의 한계는 앞으로 개선해가면 된다지만 정작 그의 연기돌 변신을 방해하는 요인은 아이러니하게도 반듯한 이미지다. 눈, 코, 입과 골격 전반에서 풍기는 그 태생적인 반듯함은 굴곡진 감정 표현조차 평면적으로 만들어버린다. 그의 연기에서 일상의 호흡이 느껴지지 않고 순정만화 속 남자주인공을 그대로 옮겨온 듯, 비현실적인 느낌을 계속해서 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떤 배역을 맡든 앞으로도 민호는 인물 그 자체가 아닌 샤이니의 민호로 보일 가능성이 더 커 보여서 안타깝다. <메디컬 탑팀>의 현재 시청률만큼이나 말이다. – 류한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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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처 에디터 / 이마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