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생각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전지현과 김수현의 주가는 그야말로 하늘을 뚫고 별을 찌를 태세다. TV를 틀면 이들을 모델로 한 광고가 쏟아진다. 광고를 보면서 누가 누가 잘했나 생각했다.

김수현, CF의 왕
아직까지 딱 맞는 광고를 못 찾은 듯하지만, 최고의 모델임은 틀림없다.
김수현과 같은 반이라면? 카스 카스는 광고주들이 김수현에게 입히고 싶어 안달할 것 같은 슈트 대신 데님 조끼를 입혔다. 댄디한 분위기를 추구하는 김수현과는 무척 다른 분위기지만 축구 경기와 춤을 즐기는 청춘의 한때와 잘 어우러진다. 하지만 알고 보면 강의실에서 졸고 있는 학생이었다는 게 반전. 아저씨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맥주가 아닌, 빛나는 청춘을 위한 맥주라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김수현을 기용했다면, 잘 선택한 셈.
아무래도 뜬금포 하나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즉 하나은행이 광고 모델로 김수현을 기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김수현이 지금 가장 핫한 남자 모델이기 때문이겠지만, 보수적이고 재미없기로 유명한 은행 광고와 김수현의 조합은 영 밋밋한 데다, 뜬금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브라질 월드컵 이슈를 맞아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숨은 영웅을 찾아주는 이 광고 캠페인은 아무리 봐도 기억에 카피 한 줄도 남지 않지만, 김수현의 좋은 목소리는 내레이션에 적합하다. 김수현 옆에는 공항에서 ‘프,프,프랑크푸르트’를 외치던 하지원이 앉아 있어 눈길을 끈다. 어라, 외환은행 모델 아니었나?
그의 V라인 옥수수 수염차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라는 노래에 맞춰, 순수한 광동 옥수수 수염차를 광고하는 순수한 남자. 마치 다가오는 여자친구를 안아주려는 듯 상냥한 미소로 팔을 벌리고 있다. 평범한 CF지만 잔잔한 음악과 안개 핀 이른 아침 같은 화면 위로 맑은 김수현의 얼굴이 가득 들어오는 덕분에 보는 재미가 있다. 얼굴 작기로 유명한 그의 선명한 V라인.
제빵왕 김수현 뚜레쥬르 이쯤 되면 김수현을 기용하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된다. 깨끗함, 순수함, 고급스러움! 제빵왕 김수현으로 변신한 이 광고는 ‘순수한 자연 치즈여야만 당신의 빵이 될 수 있으니까’라고 말한다. ‘여성 고객에게 어필하기를’ 바라는 광고주의 염원을 가득 담은 것 같은 카피다. 하얗고 몽글몽글한 치즈와 그 치즈를 넣어 빚은 빵 반죽, 그의 흰색 스웨터까지 온통 보송보송하다. 한편, 전지현은 파리바게트 모델로 활약 중.
넌 예뻐야 하니까 레모나 김수현이 레모나의 정령이 되어, 너의 칙칙하고 거친 피부는 내가 가져간다는 콘셉트다. 레모나가 우리나라의 대표적 장수 식품이긴 하지만 이 광고는 복고풍도 아니고 시대를 거꾸로 간 듯하다. 우리 도 매니저에게 이러지 마세요.
가방을 멘 남자 샘소나이트 김수현을 기용한 후 샘소나이트의 매출이 파격적으로 올랐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 몇백억대의 매출을 자랑하는 CF 스타이긴 하나, 나이로 따지면 브리프케이스보다 백팩이 잘 어울리는 김수현과 샘소나이트 레드는 썩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여기에 홍콩에서 활동 중인 안젤라 베이비까지 합류했으니, 한류는 문제없다.
남자다 김수현 포카칩 다른 광고주들이 김수현의 뽀송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취하는 동안 포카칩만큼은 김수현의 ‘남자’에 집중했다.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여자들은 단 한 번도 할 수 없는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하며 포카칩을 즐기는 남자. 현빈의 등 근육처럼 탐스럽다.
지구 사랑 비욘드 뷰티 브랜드 비욘드는 과감하게 남자 모델을 기용했다. 화장품 동물 실험을 반대하고, 멸종 위기 동물을 돕는 착한 브랜드로, 수익금 일부를 세이브 어스 펀드에 기부하고 있기도 하다. 바로 이 좋은 행동을 김수현의 입으로 알리고 있는데, 김수현의 깔끔한 이미지와 좋은 조화를 이루는 중이다.
나랑 푸딩할래? 쁘티첼 김수현의 CF 역사에서 쁘티첼을 빠트릴 수 없다. “선배 과일할래요? 커피할래요?”, “선배, 상큼한 것 같아요”라며 귀여운 연하남을 충실히 연기한 그는 드라마의 성공에 힘입어서인지 요즘 부쩍 어른스러워졌다. 무슨 일인지 토라진 여자친구에게, 화해하자는 말 대신 “푸딩하자”고 외치는 남자가 된 것이다. 쁘티첼의 과도한 설정은 여전히 거슬리지만, 쁘티첼과 함께 걸어온 시간이 더해져 이젠 쁘티첼이 김수현인지, 김수현이 쁘티첼인지 모르게 녹아들어버렸다.

전지현, CF의 여왕
왕년의 CF의 여왕 타이틀을 되찾은 전지현. CF란 무엇인지 보여준다.
결혼한 여자의 로망 지펠 냉장고 이 냉장고 CF는 <별에서 온 그대> 이전에 나왔지만 결혼 후 유부녀가 된 전지현의 이미지를 가장 영악하게 이용했다. 영화 <도둑들>, <베를린>의 성공과 결혼으로 전지현에 대한 호감도와 호기심이 상승곡선을 그릴 때 등장해 마치 표백제에 담가 표백한 듯, 해외 푸드 잡지에 나올 법한 예쁜 부엌에서 예쁜 살림을 시작한 전지현. “남자들은 말하죠. 먹여 살린다고.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는 게 좋을 거예요. 당신의 먹고 살고가 누구 손에 달려 있는지.” 요리할 때 절대 입을 수 없는 새하얀 셔츠를 입고 김치를 써는 그녀. CF만큼은 참 예뻤다.
나도 전지현 BHC 치킨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중화권에서 ‘치맥’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다고 한다. 우울할 때마다 치킨과 맥주를 찾던 천송이 효과다. 당연히 치킨 업계에서 전지현에게 관심을 가질 법했고, BHC가 그 주인공이 되었다. “전지현C, BHC”라며 억지로 라임을 맞추는 노력이 다소 안쓰럽다.
CF도 아방가르드해질 수 있나요? 휘슬러 주방기구로서 자꾸 예술에 욕심을 내는 휘슬러. 급기야 전지현은 솥뚜껑을 들고 행위예술에 가까운 ‘몸짓’을 선보였다. 검은색 천위에서 선보인 춤사위는 흡사 살풀이에 가까웠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무섭다’였다. 어렵다, 예술의 세계.
정말 잘생겼을까? SK텔레콤 일찌감치 움직인 SK텔레콤은 이정재와 함께 ‘잘생겼다’ 캠페인을 만들어, 언제나 그렇듯 물량 공세에 나섰다. 그 덕분에 TV에서도, 극장에서도 시도 때도 없이 ‘잘생겼다’ 송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막춤과 막랩을 구사하며 <엽기적인 그녀>와 <별에서 온 그녀>를 관통하는 털털하고 웃긴 캐릭터를 이어갔지만, 나이의 흔적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탄력을 부르는 주문 일리 전지현은 아모레퍼시픽의 일리, 한율, 먹는 뷰티 VB의 모델이다. 이 중 “내 인생 최고의 탄력은 지금부터예요”라고 속삭이는 전지현의 일리 광고는,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전지현의 나이 삼십대 중반. 여느 여자라면 탄력이 떨어질 때지만 그녀의 탄력은 남달라 보였다. 착시 효과를 노린 살색 드레스와 함께 이 제품이면 나처럼 매끈한 보디라인을 가질 수 있다고 주문을 거는 듯했다.
용서할 수 있는 청청 패션 유니클로 데님 팬츠에 흰 티셔츠가 가장 잘 어울리는 여자가 미인이라고 말한 것처럼, 누구나 입을 수 있는 데님 팬츠가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건 아니다. 거기다 데님 셔츠까지 입는다면? 전지현이라서 가능한 일. 그녀는 용서할 수 있는 청청 패션을 완성했다. 그 후 리넨 셔츠까지, 패션의 완성은 전지현이었나.
황금 맥주 클라우드 맥주 ‘치맥’의 두 요소 치킨과 맥주. 치킨은 BHC가 차지했다면, 맥주는 클라우드의 것이 되었다. 맥주 광고는 남자 모델을 선호하는 게 전통이지만, 클라우드 맥주는 전지현을 과감하게 기용했다. 맥주를 상징하는 것 같은 황금드레스를 입고 “물 타지 않았다”를 속삭이는 그녀. 물 타지 않은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의 리얼 맥주라는데, 광고 자체는 썩 인상적이지 않다.
다른 아웃도어 광고 네파 광고주와 광고기획사는 전지현이라는 빅 모델을 잡은 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지 고민 꽤나 했을 것이다. 2PM과의 발랄한 광고 이후 전지현을 기용한 네파 광고에는 그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여배우’ 전지현이 주얼리와 드레스 대신 아웃도어 의상을 차려입고 뛴다. 지금까지 아웃도어 CF는, 산에는 죽어도 안 갈 것 같은 여자 모델과 남자 모델이 뉴질랜드나 스위스에 가서 환하게 웃는 게 전부였다. ‘아웃도어에서 난 달라지니까’라는 전지현의 CF는 적어도 집중력이 있었다. 아웃도어 대신 피트니스처럼 보인다는 것과 기어이 마지막에 어울리지 않는 글씨로 ‘네파는 자유다’ 문구를 넣은 게 함정이다.

추격자들
1 급성장주 추블리 부녀 추사랑의 엄청난 인기. 라면, 주스, 학습지 등 ‘먹방계’는 물론 ‘아빠 카메라’라는 카피로 니콘 카메라 CF까지 꿰찼다. 하지만 비슷한 포맷이라 싫증난다.
2 다크호스 이정재 광역대가 뭐냐고 묻고, 이유 없이 폭소한 뒤 ‘빙고’를 외치는 SKT 광고는 뜬금없었다. 이정재가 빛난 건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버거킹의 ‘콰트로 버거’였다. 슈트를 말끔하게 차려입은 그는 웃지도 않고 말한다. “꽉 들어찼어.”
3 의외의 한 수 정우 30대 초중반의 신선한 얼굴을 갈망하던 광고계의 필요와 정우가 만났다. 화장품, 내비게이션부터 현대자동차 등 드라마 속 이미지처럼 때론 웃기고, 때론 든든한 이 시대 남자를 대표하고 있다.
4 여전한 여신들 송혜교, 수지 전지현에게 비할 수 있는 여신급 모델이 있다면 송혜교뿐. 송혜교는 꾸준히 자신의 브랜드를 이어가는 중이다. 그 뒤를 수지가 맹렬히 추격 중. 최근 탄산음료 광고에서는 섹시한 매력까지 선보였다.

    에디터
    피처 에디터 / 허윤선
    아트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션/허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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